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45)
00345 우정의 이름으로 =========================================================================
「피격됐습니다! 손상도 30%!」
‘그건 나도 알아!’
개인 보조 요원의 경고가 날카롭게 울렸다. 유지웅은 조종간을 힘껏 앞으로 밀었다. 육중한 전차가 빠르게 속력을 높였다. 추가로 날아오던 페인트 탄이 전차가 달려온 뒤에 궤적을 남겼다.
“젠장! 하나뿐인 신랑을 죽일 셈이야!”
「미안, 승부는 냉정하잖니.」
웃는 얼굴에 왠지 살기가 서려 있다. 유지웅은 순간 뭐 잘못한 게 있나 혼란스러웠다.
‘아닌데? 그런 거 없는데?’
딴 여자한테 한 눈 판 적도 없고, 가정에 소홀히 한 적도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기억이 없는데?
「내가 다시는 너랑 같은 라인 안 갔댔지!」
“무, 무슨 말이야!”
「오늘 그 한을 풀겠어!」
유지웅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갔다. 그때 분할 화면 아래쪽에 안슐이 나타났다. 그는 통신에 응했다.
「친구,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하네.」
“예? 무슨 말이에요?”
「아무래도 비밀동맹을 맺어야 할 거 같아.」
“비밀동맹이요? 그건 룰 위반이잖아요?”
이 게임은 철저한 개인전이다. 자기를 제외한 다른 전차들은 적대 대상이다. 피격 판정 시스템에 동맹 모드가 없어서, 페인트 탄을 맞기만 하면 피격으로 간주된다.
「한시적 비밀 동맹일세. 우리끼리 서로 공격을 삼가고, 다른 상대를 우선적으로 공격하기로 합의를 보자는 거지.」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네와 내가 제일 먼저 탈락하게 될 걸세.」
“그게 무슨 말이죠?”
안슐의 어조가 심상치가 않았다.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제수씨가 심상치 않아. 우리 둘을 벼르고 있는 것 같네.」
“설마요.”
말은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유지웅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정효주가 자신만 쫓는 것 같았다. 조금 전에도 수십 발 넘게 마구 쏴대지 않았던가.
「아니야. 내가 전장정보를 확인해봤는데 제수씨가 지금 자네와 나만 목표로 잡고 있어.」
“아니, 왜요?”
「아무래도 전설대전 때문에 우리한테 원한을 품은 거 같아.」
“예? 왜요? 내가 캐리해서 이긴 게 한두 번이 아닌데.”
「…….」
순간 안슐이 입을 다물었다. 유지웅은 친구가 저렇게 황당한 표정을 짓는 것은 처음 보았다. 뭐지? 지금 뭔가 말을 잘못했나?
「자네, 설마 정말 모르는 건가?」
“뭐가요?”
「나도 드디어 깨달음을 얻고 티모를 버렸건만…….」
카앙!
또다시 피격음이 들렸다. 페인트 탄이라지만 부딪칠 때마다 가벼운 진동이 울린다. 조종실 내부가 붉은 빛으로 번쩍이며, 손상도가 35%로 올라갔다.
「내가 다시는 너랑 같은 라인 안 간댔지!」
카앙!
「너는 네 라인에서 피딩하고!」
카앙!
「다른 라인에서 피딩하고!」
카앙!
「팀 전체에 피딩하잖아!」
한이 잔뜩 맺힌 음성이 조종실을 울렸다. 피격을 알리는 붉은 경보음이 쉬지 않고 귀를 시끄럽게 했다. 손상도가 50%를 넘어가자 전차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느려졌다. 제어 시스템이 손상된 상태를 재현하기 위해 일부러 기동력에 제한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었지만, 유지웅은 지금 거기에 감탄할 겨를이 없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늘 캐리해서 이기게 해줬잖아!”
「캐리한 건 네가 아니라 나야! 너한테 킬 양보하느라고 얼마나 내가 고생했는지 알아!」
화면이 다시 안슐로 바뀌었다. 그의 안색은 납처럼 경직되어 있었다.
「이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겠지? 제수씨는 우리가 과거 트롤 짓을 한 것 때문에 원한을 품고 있네. 우리가 힘을 합해서 제수씨부터 공략해야 하네.」
“아니, 우리가 언제 트롤 짓을 했다고요? 내 앞구르기와 안슐의 버섯 덕분에 이긴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친구, 그건 우리가 캐리한 게 아니라…….」
카앙!
또다시 페인트 탄이 그의 전차를 덮쳤다. 경보음이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유지웅은 결심했다. 정효주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지금의 위기를 넘겨야겠다고.
“안슐!”
「알았네!」
조종간을 틀어쥐고 유지웅은 힘차게 전차를 몰았다. 스크린에 나타난 정효주 전차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녀의 전차는 자신과 안슐의 중간 지점에 있었다.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안슐, 동시 포격 가죠.”
「알았네.」
유지웅은 포구를 우측으로 90도 돌렸다. 안슐도 포구를 좌측으로 90도 돌렸다. 둘은 정효주의 전차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평행으로 고속 질주했다.
「포는 하나뿐이니, 우리 둘이 동시에 치면 안 될 걸세.」
“효주가 게임을 아주 조금 잘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늘 캐리한 건 나였어!”
「자네, 정말…….」
안슐이 말을 잇지 못한다. 왜 그러는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유지웅은 힘차게 발사 버튼을 눌렀다.
투웅!
페인트 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힘차게 날아갔다. 안슐도 동시에 페인트 탄을 쏘았다. 양쪽에서 탄을 쏟아 부으면 정효주는 순식간에 파괴 판정을 받을 것이다.
끼이익!
그때였다. 정효주의 전차가 급정거를 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아니 예측했다는 듯한 정지 기동이었다.
유지웅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화면에는 포물선을 그리며 자신의 전차를 향해 날아오는 안슐의 페인트 탄이 보였다. 그 사이에도 쉬지 않고 둘의 전차는 페인트 탄을 쏘고 있었다. 자동 연사 모드로 해놓았기 때문이다.
“으, 으악!”
「연사 모드를 끄게! 아니면 속도를 줄여!」
캉! 캉! 캉! 캉!
순식간에 몇 발이 더 피격되며 조종실이 붉은 빛으로 번쩍거렸다.
“어어? 속도가 안 줄어요!”
「추진기관 일부가 파손 판정을 받았습니다. 기동능력에 제한이 있습니다.」
방금 피격으로 추진기관이 파괴되었다는 뜻이다. 즉 속도를 내거나 늦추거나 하는 것에 제한이 생겼다. 그래서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안슐! 추진기관이 파괴 됐대요! 멈추지가 않아요!”
「무한궤도 부위에 탄이 맞아서 그런 걸세.」
“안슐이라도 멈춰요!”
「나도 추진기관에 파손판정을 받았네.」
유지웅은 하얗게 질렸다. 그럼 이대로 서로 보조를 맞추어 달리며 포를 갈겨야 한단 말인가?
“아! 자동 연사 모드를 끄면 되지!”
유지웅은 부랴부랴 자동 연사 모드를 정지했다. 그런 판단을 한 것을 보면 확실히 자신에게 게임 감각이 있는 모양이다.
「이제야 그런 생각을 한 것 자체가 네가 트롤이라는 거야!」
정효주가 다시 화면에 나타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얀 얼굴이 마치 마녀처럼 보였다.
「하나 더 알려줄까? 절대로 적 전차한테 꼬리를 잡히지 마.」
캉! 캉! 캉!
후미에서 속사 모드로 쏘아대는 탄이 마구 때렸다. 피격 경보음이 쉴 새 없이 울리며 손상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바로 이렇게 되니까!」
―파괴. 기동할 수 없습니다. 패배했습니다.
스크린화면 중앙에 크게 떠오른 시스템 문구에 유지웅은 그만 조종간을 놓고 말았다.
* * *
“미안, 미안해……. 내가 그만 신이 나서……. 아이참, 난 진짜 게임만 하면 왜 이렇게 되지?”
정효주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유지웅을 달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유지웅은 잔뜩 삐진 얼굴로 그녀를 외면했다. 그녀는 사근사근하게 어깨를 주무른다, 허벅지를 쓰다듬어준다 하며 그의 마음을 북돋워주려고 노력했다.
“넌 게임 안 하면 천사인데 게임만 하면 악마가 되는 거 같아. 혹시 그게 진짜 성격 아니야?”
“절대 아니거든!”
“그럼 아까 그건 뭐야? 뭐? 나랑 다시는 같은 라인 안 간다고? 내가 팀 전체에 피딩한다고?”
“아니, 그건…….”
“너, 게임 끝나면 내가 캐리해서 이겼다고 맨날 그랬잖아? 설마 그거 다 거짓말이었어?”
정효주는 우물쭈물하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날선 반응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이다.
“안슐이랑 한 잔 해야겠어.”
그녀는 차마 붙잡지 못하고 그를 보냈다. 유지웅은 안슐과 함께 정원이 잘 보이는 발코니로 갔다. 둘은 포도주를 사이에 두고 연거푸 잔을 들이켰다. 입맛이 썼다.
“제수씨가 게임을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압도적으로 전부 다 쓸어버리다니…….”
“그냥저냥 조금 하는 정도죠.”
“인정할 건 인정하세. 제수씨는 게임에 엄청난 재능이 있어. 탱커들이 으레 그러하지만.”
탱커들은 운동신경이나 반사신경에 관련된 것은 다 잘한다. 꼭 몸으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순간적인 판단이나 컨트롤을 요하는 빠른 시뮬레이션 게임도 그렇다.
유지웅은 인정할 수 없었다. 정효주가 게임을 잘하는 건 안다. 하지만 그의 기억 속에서, 전설대전을 할 때마다 언제나 자신은 팀을 캐리해서 승리로 이끌어줬다.
“나는 오래 전에 깨달았는데, 자네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그 안에 갇혀 있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왜 내가 티모를 접었는지, 아직도 모르나?”
“전 그게 이해가 안 됐어요. 안슐의 버섯지뢰 설치는 언제나 환상적이었어요. 버섯지뢰 덕분에 이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요. 그런데 왜 티모를 포기한 거죠?”
안슐은 목이 타는지 포도주를 길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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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은 자기가 충인 걸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