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52)
00352 알바 뛰는 회장님 =========================================================================
이상했다. 7만 원은 초보자라는 것 때문에 책정된 일당이었다. 다른 숙련자들은 10만 원 이상을 받는다. 초보자니까 일당이 7만 원이라고만 들었지, 다른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당연히 유지웅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아, 돈 계산 잘못 됐나 보다. 만 원 더 달라고 해야지.”
잘못된 것은 지적해서 고치면 된다. 얼마나 명쾌한가.
그래서 유지웅은 팀장이 일당 지급을 끝내기를 기다려 다시 그를 찾아갔다. 물건을 정리하던 그는 ‘뭐야?’ 하는 눈으로 유지웅을 쳐다봤다.
“무슨 일입니까?”
“일당이 7만 원이라고 했는데 만 원이 비어서요. 이거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아요.”
“…….”
팀장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그는 아무 말도 않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유지웅을 가만히 쳐다봤다. 너무 당당한 눈빛에 유지웅은 혹시 자신이 돈을 잘못 세었나 하고 다시 봉투 안을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틀림없이 6만 원이었다.
“이거 보세요. 만 원짜리 여섯 장이잖아요.”
“이리 와요!”
오늘 유지웅과 정효주를 데리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줬던 남자 동료가 얼른 그를 끌고 갔다. 그에게 끌려가면서 유지웅은 주변의 기이한 시선을 느꼈다. 다들 자신을 별종 보듯이 흘끔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그런 것도 모르나’ 하고 혀를 차듯이 말이다.
“그걸 말하면 안 되죠.”
“네? 무슨 말이에요? 저 분명히 일당이 7만 원이라고 듣고 왔는데요. 그거 말고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요.”
“그거야 회사가 주는 돈이 7만 원이라는 거고, 거기서 보통 1, 2만 원은 팀장이 가져가는 게 이쪽 관행이에요.”
“네? 그럼 팀장은 가만히 앉아서 매일 10만 원 넘게 날로 먹는 거예요?”
유지웅은 황당했다.
“무슨 그런 것까지 리베이트가 있어요?”
“리베이트라고 할 것까진 아니고, 아무튼 원래 이쪽 업계 관행이 그래요. 건설업계나 용역업계나 뭐 사람 데려다가 일시키고 돈 주는 곳은 다 비슷비슷하죠.”
“이거 불법 아니에요?”
“뭐 엄격하게 따지고 보면 불법 맞긴 한데 일감 물어오는 건 업체와 팀장 역량이라서 그만큼 떼어간다고 보면 돼요. 일종의 수수료인 거죠.”
“그럼 정당하게 수수료 내역 신고해서 처리하면 되지, 불법인 거 알면서도 그러는 거예요?”
동료 직원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표정을 엄하게 했다.
“어디 가서 그런 말 하면 큰일나요. 이 바닥에서 일 못해요.”
“…….”
“유진석 씨야 학생이 큰돈 필요해서 잠깐 일하고 말 거니 상관없지만, 이 바닥에 아예 몸담은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에 잘못 얽혀 들어갔다가는 매장당해요. 업체가 일감을 안 준다고요. 사람들 앞에서 절대로 그런 이야기 하지 마요.”
“……알았어요.”
유지웅이 납득한 듯하자 동료 직원도 안심해서 어깨를 두드려주며 돌아섰다. 하지만 그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을 미처 보지 못했다.
“뭐라니?”
신랑이 저렇게 화가 난 표정은 처음 본다. 정효주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거 잘못하다가는 풍비박산이 일게 생겼다.
“리베이트 뭐 그런 거라던데?”
“그, 그래?”
“팀장이 조금 먹는 게 관례래.”
덤덤한 말투다. 허나 정효주는 그 고요함 속에 숨어 있는 폭풍을 읽었다. 지금 신랑은 엄청나게 화가 났다.
“참아. 겨우 만 원 가지고 왜 그래.”
“겨우 만 원이 아니야. 액수는 안 중요해. 감히 이것들이 나를 등쳐먹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정효주는 말문이 막혔다. 듣고 보니 그랬다.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지금 당장 뒤집으려고? 하지만 네가 직접 나서는 건 너무 보기 안 좋지 않을까?”
그래도 신랑의 사회적인 체면이 중요한지라 정효주는 끝까지 염려를 떨치지 못했다.
유지웅은 한참 동안 숨을 고르며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차갑지만 표정은 차분했다.
“일단 자세히 알아보자. 관례라고 했잖아.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들 사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 지금 뒤집어엎을 작정은 아닌가 보다. 정효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자세히 알아보고 뭘 하든지 하자. 여기서 날뛰어봐야 가쉽지 기자들만 좋아해.”
* * *
“레이드계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알아오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요. 관행이든 뭐든 간에 아무튼 불법인 건 전부 알아오세요. 특히 막공 지원업체들이 용역 근로자들한테 주기로 한 돈에서 일정 액수를 떼어 가던데, 그 부분을 중점으로 알아 오시고요.”
박 비서실장은 지시를 내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자세한 보고서를 작성해 왔다. 보고서를 유지웅에게 제출하고 그는 간단히 중점만 요약해 말했다.
“원래 레이드계는 얽힌 이권이 막대하다 보니 여러 가지 비리나 문제가 얽혀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였던 보험 문제와 유통이익은 회장님의 개입으로 해결되었습니다만, 그 밖의 자잘한 비리들은 아직도 관례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박 실장은 그렇게 서두를 떼고, 유지웅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안건을 먼저 말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임시 공격대 지원업체가 근로자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일당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가는 것입니다. 관련 법규 어디에도 그런 걸 허용하는 명목은 없습니다.”
“그럼 대체 그 돈은 누가 먹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원업체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아셔야 이해가 빠르실 것 같습니다.”
인적 용역을 제공하는 지원업체는 대부분 영세하다. 간혹 대규모 업체도 있지만 그들도 직접 일을 하기보다는 영세업체들에게 도급을 주는 경우가 흔하다.
지원업체는 사람을 고용해서 레이드 전투 기록부터 뒷정리까지 모든 것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근로자에게 일당을 지급하는데, 정부가 그 돈을 준다.
“일당은 정부가 맺은 계약에 따라서 정확하게 지급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두당 1, 2만 원, 많게는 3만 원 정도를 떼어 갑니다. 소개비와 식대, 세금, 이동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만, 사실 그런 경비는 이미 정부기관이 비용 명목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돈을 떼어갈 근거가 없는데 수수료라고 둘러대면서 떼어간다는 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들 관례로 인정하고 크게 문제시삼지 않고 있습니다.”
언뜻 듣기에도 이건 규모가 장난 아니다. 1, 2만 원? 그렇게 놓고 보면 작은 것 같지만, 지원업체에 종사하는 일반 근로자들 수가 최소 5만 명 이상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가 전체로 볼 때 어마어마한 규모인 것이다.
회장님 소리를 들은 것도 벌써 몇 년째다. 미국 등 강대국의 국가 원수들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입장에서 같이 어울려 논 것도 꽤 되었다.
그런 경험에서 얻은 게 있다면, 이권에 관한 문제는 이유 없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두 푼도 아니고, 국가 전체로 보면 커다란 규모의 비리가 관례라는 이름하에 묵인되고 있었다.
“대다수 기관 실무진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외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떨어지는 게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막공 레이더들은요? 따지고 보면 그 돈은 전부 그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레이더 입장에서 보면 얼마 되지도 않고, 한 번 레이드에서 수백 만 원도 안 되는 비용이니 신경도 안 쓰는 거 같습니다. 게다가 돈을 지불하는 대상이 업체도 아니고 정부라서, 지급 이후의 문제는 관심도 없습니다.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는 레이더가 더 많습니다.”
25억 내지 30억 짜리 괴수를 한 마리 잡고 지원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겨우 수백 만 원이다. 레이더들 입장에서는 신경 쓸 가치도 없는 돈이다.
정부 실무진도 마찬가지. 비리를 직접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관례라는 명분으로 다방면에 걸쳐 행해지는 소소한 비리를 눈 감아 주는 대가로 적당한 떡고물이 떨어진다. 적당히 때가 묻은 이는 괜히 풍파를 일으키기 싫어 눈 감을 것이고, 때가 묻지 않은 이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큰 상처를 쓸데없이 들쑤셔서 자기 진급을 가로막고 싶지는 않으리라.
거기까지는 유지웅도 차라리 이해가 갔다.
이익이 되니까 비리에 눈을 돌린다. 적어도 최소한의 개연성은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것만큼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자기 돈 떼먹히는데도 가만히 있는 거예요?”
박 실장은 그에 대해서도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그만큼 열심히 준비를 했다.
“대다수는 그게 불법이라는 것도 모르거나 혹은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게 불법인 걸 알고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워낙 소수이고 또 문제 제기를 해봤자 자기만 불리해질 게 뻔하니 꾹 참고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 밖에도 비리는 다양했다. 수수료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관례라는 탈을 쓰고 벌어지는 비리는 그것 말고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하나하나는 소소한 규모지만 전체를 합하고 보면 거대한 빙산이었다.
드디어 박 실장이 보고를 끝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지웅은 박 실장을 돌려보내고 깊이 생각에 잠겼다.
정효주가 아이를 안고 조용히 다가왔다. 인기척을 느끼고 그는 눈을 떴다. 아내의 품에서 아이가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며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를 알아보나 보다.
“우리 금동이. 엄마 젖 다 먹었어?”
밝게 웃으며 팔을 내밀자 아이도 짧은 팔을 내밀며 버둥거린다. 아이를 건네받고 품에 안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거린다. 아이가 손가락을 입에 물고 아빠 얼굴을 신기한 듯이 빤히 들여다보는 게, 그렇게 기분이 묘할 수가 없었다.
“박 실장님 다녀가셨던데.”
“전에 알바 한 거 때문에. 레이드계에 비리가 더 있는지 한 번 조사해보라고 시켰거든.”
“만 원 때문에 단단히 화났구나?”
“겨우 만 원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 그게 합법적인 수수료였으면 말도 안 해. 하지만 불법이라고 하잖아.”
정효주는 가만히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 품에 안긴 채 아이가 방글방글 웃으며 엄마한테 손을 뻗는다.
“그리고 감히 내 피 같은 노동력을 떼어 먹어?”
“그게 가장 중요한 거구나.”
“당연하지. 내가 진짜 프라임 공격대 만든 이후로 어디 가서 손해 보고 살진 않았는데, 그 놈들은 나한테 모욕감을 줬어.”
“그래서? 어떻게 할 거니?”
유지웅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을 좀 더 하는 눈치다. 정효주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장난을 치면서 그가 대답하기만을 기다렸다.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그냥 가볍게 사람 몇 명 불러다가 윽박지르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거 같아.”
과거 보험사의 횡포는 그가 보험재단을 만들어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결정체 유통업체의 횡포도 안슐의 힘을 빌려 강한 압박을 하는 것으로 해결을 보았다.
그러나 그런 거시적인 방법이 이런 소소한 문제에까지 과연 통할까? 유지웅은 그 점이 회의적이었다.
무엇보다 박 실장이 그러지 않았던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게 뭐가 문제라고?’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어쩌면 비리 그 자체보다는 저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일단 좀 더 알아봐야겠어. 그냥 무턱대고 덤벼들 일은 아닌 거 같아.”
만족스러운 대답에 정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신중한 결정이므로 합격점을 주고 싶었다.
“자원 관리부에서도 대학생 인턴 많이 쓴다더라. 우리 그거 한 번 해보자.”
“몰래 사찰하게?”
“응.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 작품 후기 ============================
암행알바 출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