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93)
00393 보이 프렌드? =========================================================================
(주 : 카네기 장녀의 이름이 차녀인 카시오페로 잘못 표기된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장녀는 카시오페가 아닌 카타리나입니다)
카네기가 안전지대 3개를 얻었다는 소식은 미국 증권가를 강타했다. 소식이 알려진 즉시 카네기 산하의 기업 및 관련주가 일제히 폭등했다.
안전지대는 미국에도 4개 밖에 안 되는 보물이다. 먼저 LA, 워싱턴, 뉴욕, 이 세 개의 대도시에 각각 설치되어 있다. 나머지 하나는 대농장에 직원들 피난용으로 조그맣게 설치해놓은 것으로, 경제적 가치는 없다.
세계 각지에서 안전지대를 설치해달라고 요구가 빗발침에도 불구하고, 유지웅은 한 달에 한 번만 설치를 한다. 물론 한 번 설치할 때 여러 개를 한꺼번에 설치해주지만, 전 세계의 도시 숫자를 볼 때 턱도 없는 속도다.
거기다가, CIA의 테러 이후 미국은 안전지대 설치 순위에서 한참이나 벗어났다. 말 그대로 언제쯤 기약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카네기가 안전지대 3개를 설치하고 소유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는 것은 보통 의미가 아니었다.
“록펠러 녀석들, 속이 쓰리겠군요.”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이번에야말로 카네기의 부흥을 다시 되살릴 절호의 기회입니다.”
“카타리나가 교섭을 맡았다면서요?”
“아버님이 카타리나를 대단히 칭찬하시던데, 그 아이, 차기 가주는 맡아놓은 거나 다름없네요. 이런 큰 교섭을 끌어내는데 성공했으니…….”
“그럴 리가 없습니다, 누님. 이 정도 가지고 어떻게 카네기의 주인이 될 수 있겠어요? 아직 어린 여자애입니다.”
카네기 내부 권력 구도에도 커다란 바람이 불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못하지만, 카네기가 거느린 기업체는 미국 전역에 뻗어 있고 그 재산 가치도 엄청나다. 미국 내에서는 잘하면 2위나 3위, 못해도 4위 안에는 드는 재력가다.
당연히 가문 내에서 친척끼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세인의 눈에 들어 보다 많은 유산을 물려받기 위한 몸부림은 나이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뜨거웠다.
세인에게는 네 아들이 있다. 카타리나 세 자매는 지금은 죽고 없는 장남의 자녀들이다. 세 삼촌과 그 자식들은 카타리나를 밀어내고 세인의 눈에 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권력 구도에 별 관심이 없는 카시오페와 달리, 야심을 갖고 있는 카타리나는 그들의 온갖 방해공작에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카네기 가문은 그 자체가 하나의 왕국이나 다름없다. 미국과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문이다. 그 힘을 쉽게 남에게 뺏길 마음은 없었다.
‘할 수 있어.’
가문 회의장으로 출석하면서 카타리나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안전지대 3개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결정하는 회의였다.
원래 가문 회의는 세인 아민 카네기의 자녀 항렬 이상이 되어야 참석할 수 있다. 카타리나처럼 창창한 젊은이에게는 참석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안전지대를 직접 얻어온 공적을 인정해서, 세인이 특별히 그녀에게 참가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녀에게는 절호의 찬스였다.
“안녕하셨어요?”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카타리나는 다소곳하게 인사했다. 아직 세인 카네기, 가문의 수장이자 그녀의 할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계심을 품은 수십 쌍의 눈빛들이 그녀를 맞이했다. 어느 한 명도 쉬운 상대가 없다. 여기 모인 어른들은 대권을 노리는 상원의원, 글로벌 기업의 CEO, 저명한 언론사의 사주 등 그 지위만으로도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이번에 큰일을 해냈다고 들었다. 장하구나.”
“감사합니다, 작은 아버님.”
“돌아가신 형님도 기뻐하실 거다.”
“전부 작은 아버님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혀에 칼을 감춘 대담이 몇 차례씩 이뤄졌다.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팽팽했다. 겨우 몇 분을 이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숨이 막힐 듯이 호흡이 가빠왔다.
당연한 것이다. 이 자리는 자산규모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가문의 방향을 결정하는 복마전이다. 카네기의 모든 권력이 결정되는 곳으로, 그 치열함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카타리나는 아직 비어 있는 세인의 자리를 응시했다. 이 정도 위압감에 짓눌려서야, 절대 저 자리에 앉을 수 없다. 그녀는 보이지 않게 주먹을 꾸깃 쥐었다.
“회장님 오셨습니다.”
네 명의 비서를 거느린 세인 카네기가 드디어 들어섰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나서 맞이했다. 자리에 앉기 전 세인은 카타리나와 슬쩍 눈이 마주쳤다.
카타리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언제나 엄격하고 무서운 할아버지다. 아무 표정을 읽을 수 없으니 더 긴장이 된다.
자리에 앉고 잠시 자식들과 조카들을 둘러본 세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테레사와 제이스의 약혼 문제는 어떻게 됐느냐?”
원래 그 약혼은 두 가문의 우호 결합을 위해 세인의 강행으로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테레사가 탱커로 각성하면서 사실상 지킬 수 없는 약혼이 돼버렸다. 탱커가 한 번 난동을 피우면 무장 경호원을 떠나서 기계화 부대가 떠야 제압이 될 텐데, 무슨 재주로 그녀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히겠는가.
테레사한테 반한 제이스가 파혼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흐지부지 이어져왔지만, 사실상 파혼 상태라는 건 양측 가문 모두 인정하고 있었다.
“이제 입장 정리를 해야 할 때라는 걸 숀 록펠러와 동의했습니다. 제이스도 거의 마음 정리를 했다고 합니다.”
“깨끗이 정리해라.”
현재 테레사는 제니스 가문에 눌러앉아 있다. 카타리나와 이야기할 때도 자랑스럽게 ‘나는 제니스 가문 사람’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상한 건 엄격하기로 유명한 세인이 거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 눈치 빠른 자들은 테레사를 제니스 공격대장의 애인으로라도 밀어 넣으려는 게 아닐까 짐작하기도 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제멋대로인 데다가, 탱커라서 통제도 되지 않는 손녀. 후처지만 세계 제일의 부자의 여자가 될 수 있다면, 버리려던 카드가 훌륭한 조커로 탈바꿈되는 셈이다.
물론 제니스 공격대장을 몇 번 만났고, 또 자세한 사정을 아는 카타리나는 할아버지의 그런 기대가 이뤄지지 않을 거라 단정하고 있었다.
유지웅은 대단한 애처가다. 정효주와 사귀면서 한 번도 다른 여자한테 넘어간 적이 없었다. 하물며 테레사는 유지웅과 정효주의 신임을 받는 대원이다. 과연 그런 관계에서 세인이 원하는 일이 생길까?
“미리 말했듯이 오늘 논의할 건 이번에 카타리나가 얻어온 안전지대 권리에 관한 것이다. 안전지대를 어디에 설치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부터, 수익과 관리나 기타 제반 문제 사항 같은 것들을 기탄없이 말해보아라.”
“연방정부에서 안전지대 선정을 놓고 협의를 하자며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현재 여러 주정부에서도 자기 주에 설치를 해달라고 요구사항이 빗발치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어느 한 도시를 정한다면, 선택받지 못한 주에서 억하심을 품지 않을까 우려 됩니다. 아버님.”
“좋은 지적이다.”
“제 생각에는 안전지대 설치장소 선정을 놓고 공개 입찰을 했으면 합니다. 연방정부의 주재 하에 기업 입찰을 하듯 제반 조건을 내걸고 공정하게 진행하는 겁니다. 그럼 선정되지 못한 주에서 우리한테 악감정을 품을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까지 번거롭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선정 못 되었다고 불만 가진 이들까지 일일이 상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카네기가 그렇게 만만한 가문도 아니고요. 제가 전문가들을 시켜 후보 도시를 여러 개 선정했습니다. 우리 카네기에 가장 큰 이익이 될 만한 도시와 개별 협상해서 최대한의 조건을 끌어내면 됩니다.”
“제 생각은…….”
저마다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안전지대 위치는 물론이고, 선정 절차의 세심한 부분까지 어떻게 카네기의 이익을 극대화할지 다들 고심해서 입을 열었다.
세인은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이면서 계속 듣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다양한 의견에, 카타리나는 좀처럼 끼어들 틈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만 하면 다들 협의라도 한 듯이 교묘하게 먼저 말을 꺼내며 방해하곤 했다.
의견 제시를 하려다가 밀려난 게 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카타리나는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렸다.
“카타리나.”
세인이 그녀를 부르자 친척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예, 할아버님.”
“너도 생각해둔 바가 있느냐?”
“저는…….”
“되었다. 굳이 들을 마음은 없구나.”
모멸감을 느낀 카타리나는 다리가 부르르 떨렸다. 그럼 그렇지, 하고 친척 어른들의 비웃는 시선이 비수처럼 온몸에 내리꽂혔다.
“안전지대 하나는 너에게 주마.”
순간 카타리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놀라서 고개를 들어보니 경악한 친척들의 표정이 보인다. 자신이 지금 잘못 들은 게 아닌가 보다.
“예?!”
“아니,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재고해 주십시오! 큰아버님!”
“어떻게 그런 큰 재산을 카타리나에게!”
묵묵히 듣고 있던 세인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폭동이라도 일으킬 듯하던 자손들은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가문을 위해 공을 세운 일원은 당연히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는다. 카타리나가 이번에 해낸 성과는 그만한 상을 받을 가치가 있다. 이의는 받지 않는다.”
카타리나는 순간 목이 매였다. 자기 생각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 그것은 자기 몫을 가지고 알아서 하라는 뜻이었다.
* * *
―빼애액! 빼애애액!
둥지 밖에서 트리스티나는 요란스럽게도 울어댔다. 하지만 아무리 울어도 브라우니는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게 더욱 분하고, 서러웠다.
어떻게 아빠가 이럴 수가 있어? 이 순결한 하얀 깃털보다 음탕한 갈색 깃털이 더 좋단 말이야?
둥지 안에 들어가면 분명히 그 다정한 꼴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게 싫어서 트리스티나는 밖에서 지치지도 않고 울어대며, 브라우니보다 나오라고 조르고 있었다.
―캬아아악!
그때 브라우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방향이 위다?
트리스티나는 머리를 들었다. 눈 위로 그림자가 내려앉고 있었다. 사냥을 갔다 왔는지, 브라우니는 뱀처럼 생긴 괴수를 입에 물고 있었다.
트리스티나는 안색이 환해졌다. 아, 아빠 안에 없었구나! 그래서 안 나온 거였어.
땅에 착지하는 브라우니에게 쪼르르 달려가던 트리스티나는 멈칫 했다. 먹이를 사냥해온 건 알겠다. 근데 왜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란 말인가?
하나는 당연히 자기 꺼고, 다른 하나는 설마? 이 음탕한 계집이 설마 아빠보고 먹이를 사냥해오라고 등을 떠민단 말이야!
화가 났다. 아빠는 자기만의 것이다. 아빠가 자기 말고 다른 암컷을 위해서 먹이를 사냥하러 다니다니, 있을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으며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브라우니는 트리스티나 보고 먹으라는 듯이 뱀 한 마리를 내려놓고, 남은 한 마리는 입에 문 채 둥지로 들어섰다. 아니, 들어가려고 했다.
―빼애액!
트리스티나가 브라우니의 꽁지깃을 물고 낑낑거리며 잡아당겼다. 마치 안에 들어가지 말라는 듯이. 물론 녀석이 아무리 잡아당겨봐야 브라우니 힘을 당해낼 수는 없다.
브라우니는 트리스티나를 뿌리치고 안에 들어갔다. 균형을 잃고 나동그라진 트리스티나는 서러워서 목을 빼놓고 울었다.
잠시 후 브라우니가 다시 나왔다. 트리스티나는 브라우니를 보고 울음을 그쳤다. 먹이를 주러 들어간 모양인가 보다.
트리스티나는 날개를 파닥파닥거리며 항의했다. 알이 그렇게 좋아? 그렇게 좋냐고! 그럼 까짓 거, 나도 낳아주면 되잖아!
브라우니는 트리스티나가 왜 저러는지 몰라 난처해하면서 달래려고 애썼다. 날개를 뻗어 등을 덮어주고, 토닥이듯이 목을 비벼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트리스티나는 더욱 화가 났다. 왜 자꾸만 아빠는 자신을 애로 보려고 하는가. 지금 큰 결심을 하고 왔다잖아! 그런 알 백 개라도 낳아 주겠다잖아! 난 더 이상 소녀가 아닌데!
트리스티나는 홱 몸을 돌렸다. 배를 땅에 납작 깔고는 꽁지깃을 힘껏 위로 쳐들었다. 그리고 목을 돌려 뒤를 보며, 빽빽빽 시끄럽게 울어댔다.
자, 아빠! 빨리! 우리 알 만들자! 라고 하듯이.
============================ 작품 후기 ============================
오빠랑 함께 알을 만들어 볼까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