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412)
00412 보이지 않는 적 =========================================================================
테러 당시, UAE의 안슐 회장이 케일 호텔에 있었다는 사실에 정부는 처음 그를 노린 테러가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나 그 의심은 곧 산산이 부서졌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들입니까?”
“영국, 일본, 중국입니다. 영국은 두 번의 피해로 그쳤는데 일본과 중국이 피해가 심각합니다. 일본은 백 번이 넘게 폭발이 발생했고 중국은 수백 번이 넘어갑니다. 인명 피해만 해도 일본은 약 1,200명, 중국은 3,000여 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한국은 영국에 비하면 폭발 횟수가 많지만 일본이나 중국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아직 케일 호텔 외의 장소에서 폭발이 발생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럼 안슐 회장을 노린 테러는 아니군요.”
“그럴 겁니다. 폭발의 형태, 파괴력 등 범죄 결과 유형이 전부 밀접한 유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적어도 동종범의 소행인 건 확실합니다.”
아마 테러리스트가 단수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단체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네 개의 나라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테러. 하지만 테러단체는 아직 어떠한 성명 발표도 없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아직도 자기들이 그랬다고 하는 곳은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미국은 뭐 알고 있는 게 있습니까?”
“미 정부와 이야기를 해봤지만 그들도 모르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공식적인 입장은 그렇습니다.”
“그럼 비공식적인 입장은요?”
국정원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누가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대강 원리가 짐작이 가는 눈치였습니다.”
“그래요?”
“미 정부가 비공식 루트로 보내온 영상입니다.”
벌써 그런 것을 확보했나 하고 대통령은 감탄했다. 테러가 발생한 게 이제 겨우 몇 시간이다. 그런데 미국은 자국땅도 아닌 먼 외국땅에 발생한 테러 관련 주요 영상을 벌써 입수했다. 불편한 관계지만 그 발 빠른 정보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장은 프로젝트 빔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은 사람들이 한가하게 물장구를 치고 있는 실내 수영장을 비췄다. 간판이 영어로 되어 있고 대부분 백인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영국 어느 실내 수영장인 모양이었다.
비키니를 입은 한 여자가 누워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영상은 여자의 가슴과 엉덩이, 허벅지 등 은밀한 부위를 노골적으로 줌 업 하며 촬영 중이었다. 아마도 누군가가 엉큼한 의도로 실내 수영장에서 다른 여자를 몰래 촬영한 영상 같았다.
바로 그때 영상 재생 속도가 갑자기 느려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거의 정지한 것처럼 지독하게 느리게 움직였다. 정보부에서 그렇게 편집을 한 모양이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여자의 매끈한 피부가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투명한 비커에 떨어뜨린 붉은 물감이 번져나가듯 여자의 피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붉은 기운이 여자의 피부를 잠식한 순간이었다. 여자의 피부가 갈라지며, 안에서 붉은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지금 보시는 영상은 1,000배 이상 느리게 재생 중입니다.”
국정원장이 침착히 설명했다. 여자의 피부가 천천히 갈라지며, 그 안에서 불꽃이 느릿하게 뿜어져 나오는 영상은 실로 엽기적이었다.
마침내 여자의 온몸이 터지며 쏟아져 나온 폭발 에너지가 반경 수 미터를 집어삼키고 재로 만들었다. 폭발이 사그라지고 남은 것은 불에 그슬린 인골 몇 조각뿐이었다.
“이건 대체…….”
대통령은 저도 모르게 침음성을 흘렸다. 국정원장은 영상을 종료하고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는 사람을 배달 매개체로 이용한 무차별 폭탄 테러라 생각했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 소형 폭탄을 아무에게나 장착해 터트렸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영상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줍니다.”
“폭탄을 사람에게 붙인 게 아니라, 사람의 안에 넣은 겁니까?”
“그것과 유사하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사람 그 자체를 폭발 물질로 바꾼 겁니다.”
“무슨 영화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핫? 설마?”
대통령이 뭔가 알았다는 듯이 표정이 변하자 국정원장도 비장하게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영국과 미국은 이 폭발 현상을 결정 에너지를 이용한 군사용 기술의 효과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관련 자문 위원들도 유사한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그런 게 정말 가능합니까?”
“이론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정 에너지를 다루는 기술은 워낙 섬세하고 복잡한 기술이라, 일반 테러단체에서 이런 기술을 고안해내기는 어렵습니다. 자문 위원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 혹은 그에 준하는 대형 연구소 정도는 되어야 이와 같은 기술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현장에 범행도구로 보이는 칼이 떨어져 있다고 치자. 그것만으로는 누가 범인인지 잡아내기 막막하다. 그러나 칼을 자세히 살펴보니, 다이아몬드로 도금이 되어 있는 매우 비싼 칼이었다. 이 경우 용의자 범위는 대폭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마찬가지다. 결정 에너지를 조절해 인간을 폭발 물질로 만드는 것은 웬만한 선진국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고급 기술이다. 그런 짓을 할 능력이 되는 나라는 세계에서도 한 손가락에 꼽힌다.
“저희 부서는 세계에서 여섯 개 국가가 이런 일을 실현할 능력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한국입니까?”
“……일단 그렇습니다.”
졸지에 용의국 아닌 용의국에 올라간 셈이다. 한국의 결정체 관련 기술이 그 정도 위상을 지녔다는 것을 기뻐해야 할까. 아니면 용의 선상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해야 할까.
하지만 한국은 아니므로 후보는 나머지 다섯 개 국으로 좁혀지게 된다.
“대통령님!”
그때였다. 대통령 비서실 직원이 급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 보통 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중요한 대책 회의 중에 난입할 리가 없을 텐데.
“테러범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대통령님과 직접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테러범이 어떻게?”
“비서실에 직접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현재 역추적 중입니다만 발신지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대통령님과 통화하고 싶다고 해서…….”
웬만한 범죄 사건이라면 아무리 범인이라 해도 대통령과 직통이 이뤄지는 게 간단할 리 없다. 하지만 이 경우는 보통 심각한 사건이 아니었기에 비서실에서는 즉각적인 보고를 해온 것이다.
“잘하셨습니다.”
대통령도 가볍게 칭찬하고는 전화기를 받아들었다.
「최재형 대통령입니까?」
기계로 변조한 목소리였다. 이래서야 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심지어 젊은지 늙었는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그렇습니다. 귀하가 이번 사건을 저지른 배후 인물입니까?”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범인, 테러라는 단어 등을 자제했다. 섣불리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궁금했다. 대체 이 자들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요구사항은 뭘까?
「아닙니다.」
순간 대통령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아니라고요?”
「하지만 누구 짓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결정 에너지를 이용해 인간을 생체 폭탄으로 만드는 기술입니다. 살상 범위는 반경 5미터 이내로 좁은 편이지만 인간 그 자체가 생체 폭탄이 되기에 감염자를 검출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결정도 수치도 미약하게 나타나는 터라 현재 한국의 결정도 탐지기술로는 식별이 불가능합니다.」
대통령은 이 자가 허위 전화를 하는 게 아님을 확신했다. 결정 에너지로 인간 그 자체를 생체 폭탄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배후를 안다는 건 사실이다.’
이 자가 저지른 짓이 아니라는 게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배후를 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이 자가 추적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화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과 일본에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보셨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국내의 모든 인구를 안전지대로 피신시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출입을 통제하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요?”
「더 늦기 전에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의미심장한 설명이었다. 이 자, 상당히 깊숙이 알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대통령은 다급히 물었다.
“전화를 한 목적이 무엇입니까? 왜 신분을 숨기고 그런 것을 알려주는 거지요?”
「무의미한 희생을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시행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상대가 전화를 끊을 듯하자 대통령은 다급해서 외쳤다.
“이것만 말해주십시오! 배후범들은 왜 이런 테러를 저지른 겁니까?”
「……테러요?」
잠시 침묵하던 상대방이 조용히 반문했다. 되묻는다기보다는 혼자 중얼거리는 느낌이 강했다. 대통령은 참을성 있게 상대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이건 테러가 아닙니다.」
“테러가 아니라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고입니다.」
대통령은 다급히 뭔가를 더 물어보려 했지만 전화가 뚝 끊어졌다. 잠시 망연자실해 있던 대통령이 돌아보자 한창 교신을 나누던 직원이 송구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추적에 실패했습니다.”
“대통령님, 상대가 뭐라고 하던가요?”
목을 가다듬은 대통령은 녹음 기록을 재생하라고 지시했다. 참모진이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방금 나누었던 전화 기록이 재생되었다. 재생이 끝나자 국정원장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국민 전부를 안전지대로 피신시켜라? 그리고 해외 출입을 통제하라? 이게 무슨 이유일까요? 안전지대에 있으면 문제가 없다는 겁니까?”
“말이 안 됩니다. 케일 호텔은 안전지대 안에 있는데도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서울 전체가 안전지대로 보호받고 있는데요.”
그러자 국방부 장관이 반론을 제기했다.
“이 사람은 분명히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피해를 없앨 수 있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피해가 큰 데 비해 우리나라와 영국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수준입니다.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피해가 심한 중국과 일본의 공통점, 그리고 피해가 적은 한국과 영국의 교집합. 그게 뭔지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대통령이 굳은 얼굴로 지시했다.
“정체를 모르는 사람의 말이긴 하나 결코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전 국민을 안전지대로 피신시키고, 모든 해외 출입을 통제하십시오.”
* * *
한강의 다리 중심에서 푸른 물결을 내려다보던 레지나는 쥐고 있던 전화기를 놓았다. 수면 위로 떨어지는 전화기를 말없이 바라보던 그녀는 천천히 등을 돌렸다.
“용서 못해.”
그녀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곤두선 핏발이 늘어난다. 한을 품은 표정은 호흡마저 얼려버릴 듯 차갑기 그지없다.
“할아버지의 업적을…… 그따위 연구에 이용하다니.”
눈동자에 맺힌 증오가 더욱 짙어졌다.
“절대로 용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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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추천 받고 정주행햇는데요. 정말 펑펑 울면서 봤습니다. 아창피..-_-
아무튼 이보영 짱짱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