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414)
00414 보이지 않는 적 =========================================================================
‘바이러스?’
안슐의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겨우 한 단어를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짧은 순간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 수백 가지 가정이 그려졌다.
‘마르코 웬리, 기어코…….’
CERC는 결국 해선 안 될 짓을 한 것인가. 안슐은 치솟는 경멸을 참기 위해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순간 놀라운 게 보였다.
‘저건?’
갇힌 사람들 중 근처에 있는 어느 여자의 몸이 새빨갛게 변하고 있었다. 여자는 고통에 놀라 비명을 질렀고, 주변 사람들은 무슨 병인 줄 알고 놀라서 우왕좌왕했다.
“나미 씨!”
안슐은 생각할 것도 없이 나미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몸을 회전시키며 그녀를 자신의 몸으로 감싸고 그대로 자세를 낮췄다.
콰앙!
굉음이 울리며 여자의 몸이 터졌다. 폭발 여파에 휩쓸린 사람들의 몸이 찢겨 나갔다. 좁은 밀폐 공간이다 보니 벽에 반사된 굉음에 다치지 않은 이들도 고막이 윙윙거렸다.
“아아악!”
“사, 살려 줘!”
폭발한 여자 바로 곁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큰 부상을 입었다. 팔이 날아간 이들도 있었다. 즉사한 사람들이 차라리 행복해 보일 정도로 그들은 고통스러워 했다.
“나미 씨, 괜찮습니까?”
안슐은 다급히 나미의 안위를 살폈다. 깔려 있던 나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고 나서야 그의 얼굴이 밝아졌다.
“일어나실 수 있겠어요?”
“네.”
여자의 몸이 터지려는 것은 나미도 보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아무런 위해가 되지 않기에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남자, 왜 그런 짓을 한 걸까? 폭발을 자신이 대신 맞겠다는 듯이 몸으로 감싸다니.
이상했다. 저런 폭발쯤 자신에게는 타격이 없지만 이 남자에게는 죽을 수도 있는 위력이다. 그런데 왜 타인인 자신을 위해 그런 용기를 낸 것일까.
‘약한 인간이면서……. 왜?’
인간의 몸은 너무나 연약하다. 너무 쉽게 부서지고, 찢어지고, 망가진다. 약한 몸에서 나오는 용기는 무모함일 뿐인데.
드드드득!
그때였다. 벽이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꼭 대형 드릴로 벽을 뚫는 것 같은 굉음이었다.
갑작스러운 폭발 때문에 패닉에 빠져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저마다 다양한 표정으로 변했다. 이윽고 벽에 구멍이 뚫리며 하얀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손은 벽을 잡은 채 그대로 잡아당겼고,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리며 실내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두운 계단실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저마다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안슐도 순간적으로 밝은 빛에 눈을 찡그렸다.
벽에 뚫린 구멍 너머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그 형상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했다. 하지만 안슐은 그가 누구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안슐? 여기 있어요?”
“구조대다! 구조대가 왔어!”
“살았다! 살았어! 만세!”
사람들은 환호를 지르며 우르르 튀어나왔다. 좁은 구멍에 너도 나도 먼저 나가겠다고 몰려드니 더 혼잡해졌다. 아직 안슐을 발견 못한 유지웅은 나 먼저 살겠다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자 답답해졌다. 친구부터 찾아야 하는데.
“물러서세요! 구멍을 더 크게 만들 겁니다!”
정효주가 나서서 소리를 쳤다. 마치 호통을 치는 듯한 기세에 사람들은 놀라서 멈칫했다.
“위험하니 뒤로 물러서세요! 이 구멍은 너무 작습니다!”
그녀의 박력에 놀란 사람들은 뭐라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사람들은 그녀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의외로 그녀의 얼굴은 거의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고 안전지대의 유일한 설치자로 유명세를 타면서 유지웅의 얼굴은 대중에 어느 정도 알려졌다. 그러나 거리에서 막 사람들이 한 번에 알아보고 그러진 않는다.
원래 사람은 사진만으로 접한 타인을 실제로 마주쳤을 때 잘 알아보지 못한다. 어디서 봤다는 느낌에 긴가 민가 할 수는 있지만. 더구나 유지웅의 사진은 매스컴에 고화질로 다뤄진 적이 없었다. 얼굴 팔리는 걸 워낙 싫어했기 때문이다.
상황도 상황이고, 고글까지 쓰고 있으니 알아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드드드득!
정효주는 맨손으로 벽을 잡아뜯으며 구멍을 넓혔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와, 보는데도 못 믿겠다. 어떻게 맨손으로 콘크리트를 뜯지?”
“탱커잖아. 탱커들은 다 저래.”
“몸매 봐. 장난 아니다. 얼굴도 디게 이쁠 거 같은데 고글 때문에 모르겠네.”
그 와중에도 품평회를 하는 이들이 몇 몇 있었다. 벽을 통째로 뜯어낸 정효주는 그제야 뒤로 물러났다.
“일단 나오세요.”
“안슐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유지웅의 귀에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난 여기 있네.”
“앗? 거기 있었어요?”
안슐을 발견한 유지웅은 반가워 했다. 그는 뒤를 흘끗 돌아보며 말했다.
“내부에서 폭발이 있었네.”
“알아요. 놀라서 더 빨리 달려왔어요.”
“다친 사람이 있어. 힐러가 필요해.”
“제가 한 번 볼게요.”
정효주가 빠져 나오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갔다. 폭발에 휩쓸린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고통에 헐떡이고 있었다. 죽지 않고 버티는 게 신기해 보일 정도였다.
정효주는 교신기를 켜고 말했다.
“여기는 대장팀, 안슐 님을 찾았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지원 인력을 보내겠습니다.」
“테러에 휘말린 중상자들이 있어요. 당장 힐러가 필요해요.”
「힐러요?」
이 작전에는 처음부터 탱커와 힐러만 투입했다. 하지만 힐러는 건물 외부에서 대기할 뿐, 내부로 투입한 것은 탱커뿐이다. 언제 어디서 폭발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탱커와 달리 힐러는 잘못 맞으면 즉사한다.
「10분 정도 버틸 수 없을까요? 이쪽도 시민 소거 작전이 거의 다 끝났습니다. 남은 탱커들을 전원 투입해서 중상자부터 밖으로 수송하면…….」
“도저히 수송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에요. 이대로는 10분은커녕 5분도 버티지 못해요.”
「하지만 건물 내부는 힐러에게 너무 위험합니다.」
유지웅이야 보호막을 받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힐러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곳은 고층이다. 힐러들이 여기까지 올라오다가 폭발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사모님, 저 남기철입니다.」
“아, 국장님.”
「지금 바로 힐러들 올려보내겠습니다. 힐러들이 테러에 휘말릴 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남기철이 뭔가 아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정효주는 한시름을 놓았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렇게 와줘서 고맙네. 감동했어.”
“당연히 와야죠!”
어느덧 계단실에 갇힌 사람들이 다 빠져나왔다. 하지만 구조자는 달랑 두 명, 그것도 젊은 남자와 여자였기에 불안했다. 게다가 빨리 도망쳐야 할 텐데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저, 구조대는 두 분이 다인가요?”
“어서 도망가야 하지 않나요?”
“기다리세요. 힐러들이 오고 있어요.”
“하지만 언제 또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데…….”
폭탄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굳은 안슐이 유지웅에게 낮게 속삭였다.
“친구, 폭발 문제 말인데. 할 이야기가 있네.”
“네?”
“이곳은 위험해. 아니,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은 위험해.”
유지웅의 표정도 변했다.
“설마 안슐, 뭔가 아는 게 있어요?”
“아마도 폭발을 일으키는 건 폭탄이 아니라…….”
“지웅아! 저기!”
그때 정효주가 놀라서 외쳤다. 유지웅은 얼른 돌아봤다. 30세 정도로 보이는 남자의 팔뚝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팔뚝 뿐만이 아니라 얼굴까지 붉은 기운이 뻗쳐 있었다. 남자는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유지웅은 재빨리 보호막을 걸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까는 이것으로 폭발을 억제했었다. 이번에도 통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뭐가 잘못됐는지, 붉은 기운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었다. 겁을 먹은 사람들이 후다닥 물러났고, 정효주가 칫 하고 이를 갈며 남자를 향해 뛰어들어 온몸으로 감쌌다.
굉음이 울리며 남자의 몸이 폭발했다. 다행히 정효주가 적절하게 감싼 덕에 다른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다. 빠져 나간 폭발 에너지에 휩쓸려 다친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유지웅이 놀라서 달려들었다.
“효, 효주야? 괜찮아?”
“괜찮아.”
이 정도 폭발은 탱커를 죽이지 못한다. 운이 좋으면 찰과상 정도는 입힐 수 있을까? 게다가 정효주는 보호막이 걸려 있었기에 긁힌 상처 하나 없이 끝났다.
유지웅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까는 보호막으로 이상 반응을 억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패했다. 대체 무슨 이유일까?
“안슐,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안슐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터지는 건 폭탄이 아니라, 감염된 인간 그 자체일세.”
“감염이요? 그게 무슨……?”
“바이러스형 괴수에 감염된 사람들이라네.”
* * *
“마르코 웬리는 세계적인 바이러스 권위자입니다. 그는 결정체를 혼합한 백신 개발 연구에 오랫동안 매진해왔습니다. CERC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보이며, 이번에 흘러나온 바이러스형 괴수도 그의 업적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지하크의 설명에 유지웅은 반문했다.
“이해가 안 되는데요. 바이러스형 괴수라니요?”
“괴수를 결정 에너지를 체내에 품은 생명체라 정의한다면, 바이러스도 얼마든지 괴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최초의 괴수인 셈인가.”
안슐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하크가 설명을 계속했다.
“피해가 확인된 나라는 한국, 영국, 중국, 일본입니다. 한국과 영국은 다른 두 나라에 비해 피해가 미미한 편입니다. 아마도 안전지대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안전지대?”
“옐로 몹 정도만 되어도 안전지대에 들어서면 온몸이 분해됩니다. 바이러스형 괴수의 개체 결정도는 0에 수렴할 정도로 한없이 낮습니다. 당연히 안전지대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케일 호텔은 안전지대 안에 있었는데요? 그런데도 희생자가 나왔잖아요?”
“아마 숙주의 체내에 존재하는 동안에는 안전지대의 공격을 받지 않는 게 아닐까 합니다.”
옐로 몹은 안전지대에 들어서면 분해돼버린다. 훨씬 약한 바이러스형 괴수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숙주의 몸은 바이러스형 괴수를 안전지대로부터 보호하는 차폐막이 된다. 지하크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다.
“그럼 안전지대가 별 소용없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과 중국에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희생이 난 것은 아마도 공기 감염 때문일 겁니다. 마치 감기처럼 말입니다.”
“공기 감염? 그럼…….”
“안전지대가 공기 감염을 봉쇄해주기 때문에 다른 두 나라에 비해 피해가 적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피해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줄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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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목들 마지막편 본방 사수도 못하고 썼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