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436)
00436 사냥은 끝났다. 그러나… =========================================================================
“참, 금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가 봐요. 제가 어제 진짜 개꿈을 꾼 거 있죠? 금괴 이만 톤이 나타나서 저한테 가져달라고 사정을 하는데, 그거 참.”
자문단 회의에서 유지웅은 넉살 좋게 서두를 꺼냈다. 교수들은 멋쩍은 웃음으로 반응했다.
“그런데 어쩐 일로 교수님들이 먼저 이 자리를 준비하신 거죠? 디게 궁금하네요.”
자문단 회의는 보통 중요한 안건이 있을 때 유지웅이 교수들을 불러서 조언을 듣는 식으로 열린다. 그의 기준으로 중요한 안건이란 보통 대외비로 다뤄지는 국가 기밀에 속한다. 당연히 대중에는 알려지지 않았기에, 사전 정보를 알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은 통상 남기철이 해왔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교수들이 먼저 유지웅에게 회의 개최를 청해왔다.
“금에 관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 무례인 줄 알지만 개최를 요청했습니다.”
“그거라면 이미 정했어요. 아깝긴 하지만 할 수 없죠. 돈을 받고 죄를 감해줄 순 없으니까요.”
재력에 따라 죄의 크기가 변해서는 안 된다. 유지웅이 알기로 그게 상식이자 올바른 것이었다. 금 일만 톤이 아까운 건 사실이지만 겨우 그거 때문에 범법을 저지를 마음은 없었다.
“만약 국민들이 사실을 알면 뭐라고 하겠어요?”
기껏 국내외에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는데, 그것을 제 손으로 훼손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자문단의 생각은 달랐다.
“그 국민들이 지지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국민들이 지지하다니요?”
“현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금 일만 톤을 자국 내에 유치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국민들의 눈치가 보인다면, 떳떳한 거래를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두 사람이 범죄자와 거래한다면 사법비리이지만, 국민 전체가 응한다면 정당한 사법거래가 됩니다.”
“…….”
“저희도 금 일만 톤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만 톤의 금은 원화를 세계의 기축화폐로 만들기 위한 중요한 첨병이 될 겁니다.”
여러 차례 설득이 이어졌다. 유지웅은 내심 흔들렸다.
그라고 사실 금 일만 톤이 탐나지 않는 건 아니다. 돈으로 형량을 거래하는 거라 생각해서 거부했을 뿐이다.
하지만 국민 전체가 지지한다면? 정당한 ‘합의’가 된다. 자문단은 이 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관청만 하고 있던 남기철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로스차일드의 드러난 자산은 약 28조 달러입니다. 그러나 은닉 재산까지 그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독재자 등 국제정세가 불안했을 과거에는 재산을 꽁꽁 숨겨둘 필요가 있었지만, 현대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논점이 다소 바뀌자 교수들도 입을 다물고 경청했다. 어찌 보면 남기철은 이 자리에서 가장 발언에 힘이 있는 측근이다.
유지웅이 필요에 의해 일부러 고용한 교수들과 달리, 남기철은 그가 평범한 레이더였던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어온 측근이다. WCO의 초대의장으로 내정된 상태에서 기구 설립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나중에는 한국 대통령직까지 유력시되는 인물이었다.
“재산 강탈 위협에 많은 재산을 꽁꽁 숨겨둘 필요가 없는 시대라는 거지요. 또 재산 은닉 형태에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금 일만 톤이면 은닉 재산 중에서도 상당한 비중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기철도 금 일만 톤이 은닉 재산의 전부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절반 이상에 달하는 엄청난 출혈을 각오한 결정이라고 단언했다.
“금 일만 톤이면 우리나라 일 년 예산을 넘어가는 엄청난 돈입니다. 적어도 한 가문이 다시 국제 사회에 등장하기 위한 기본자금으로는 충분한 액수입니다.”
“아, 그렇군요!”
국제정치 전문인 강대연 교수가 갑자기 탄성을 냈다. 남기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먼저 깨우친 것이다.
“로스차일드의 부흥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 일만 톤은 필히 우리가 가져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합의는 필수입니다.”
남기철은 행정부나 자문단 교수진과는 다른 관점에서 합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자문단이 금 일만 톤이 가져올 이익을 생각했다면, 남기철은 재기의 싹을 짓밟을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금 일만 톤을 그들이 가지게 놔둔다면 그들은 시간이 걸려서라도 다시 재기할 겁니다. 귀찮은 일이 또 다시 생기는 거죠. 바이러스 괴수 이상 가는 재앙을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타당한 주장입니다.”
“그렇습니다. 로스차일드의 재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금을 반드시 받아내야 합니다.”
“……생각해볼게요.”
유지웅은 마음이 거의 기울었지만 대답을 보류했다.
* * *
「연구 과정에서 밤 바이러스를 개발한 것은 사실이나, 고의로 유출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사고였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 분들에게 사죄를 청하며, 무제한적으로 그 피해를 배상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로스차일드 현 대표자라는 청년이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CERC 사태와 관련이 없어 러시아의 체포에서 비껴간 인물이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사죄를 청했다.
「가문이 보유한 모든 재산을 피해 배상에 내놓겠습니다. 공개된 재산뿐만 아니라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재산 역시 전부 내놓겠습니다.」
가문 주요 원로들이 전부 체포된 탓에, 어쩌다 보니 당주 대리를 맡게 된 아무로 로스차일드는 직접 한국을 방문해 또다시 무릎을 꿇으며 사죄를 청했다. 이에 한국의 여론이 다시 들끓어 올랐다.
―쟤들이 무슨 꿍꿍이지?
―무슨 꿍꿍이는요. 합의금 줄 테니까 좀 봐 달라, 이거죠.
―합의금 받고 안 봐주면 어찌 되나요?
―합의금을 안 받았다면 몰라도, 받으면 안 봐줄 수가 없죠. 그 정도는 미리 약속을 하고 돈을 주지 않을까요?
―그래도 세계 제일의 부자 가문이었던 곳인데, 합의금 규모도 엄청나지 않을까?
―합의금 받고 형량을 좀 깎아주는 게 낫지 않나?
여론이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처음 바이러스 괴수의 유포 과정에 얽힌 진실을 알았을 때, 국민들은 분개했다. 절대 봐주지 말고 철저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돈 앞에서 안 무너지는 건 없다고 했던가. 공개된 재산만 28조 달러라는 말에 국민들은 혹했다.
돈만 제시했다면 욱 하는 감정에 더 열이 붙었을지도 모르나, 현 당주 대리라는 인물이 직접 한국까지 날아와 무릎을 꿇으며 사죄를 청했다. 그 속이야 어쨌든 간에, 공개 석상에 노출되기를 꺼리는 가문으로서는 대담한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돈으로 죄를 덜 수는 없다.」
그 와중에 유지웅의 강경한 태도가 알려졌다. 일반 국민들은 별 것 아닌 그 한 마디에 감동했다. 그의 속마음이 어쨌든 간에, 그만한 지위의 사람이 그런 태도를 고수했다는 것에 진실을 모르는 국민들은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돈으로 죄를 더는 건 말이 안 될 일이지만, 합의라는 게 있잖아? 합의가 피해자에게 더 이익이 된다면 그렇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국내 여론은 대체로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다. 물론 그에 관한 반박도 있었다.
「CERC 사건은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에 대한 테러 행위다. 한국은 지금 세계를 대표해서 그들을 징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만 배상금 겸 합의금을 받고 그들을 용서해주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체면은 어찌 되는가?」
「유지웅 회장의 체면도 땅에 떨어질 것이다. 그게 바로 그가 강경한 처벌을 고수하는 이유다.」
그 와중에 밤 바이러스로 남편을 잃은 어느 젊은 미망인의 눈물 젖은 기자회견이 특보를 탔다. 그녀는 눈물로 호소했다.
「가해자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살아남은 가족의 생활고도 생각해주세요.」
아직 정당한 피해 배상이 이뤄지지 않아 아이 둘을 데리고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였다.
―범죄자들을 검거해서 판결까지 내렸다. 명분은 충분히 챙길 만큼 챙겼으니 이제 실리를 챙길 때다.
유지웅은 난감해졌다. 유럽은 로비스트를 통해 비밀리에 선처를 호소하고 있고, 정부도 이제 실익을 챙겨야 할 때가 아닌가 욕심을 내고 있으며, 국민들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보상(합의금)을 원하고 있었다.
“이거 나만 처벌하자고 주장하는 거 같네.”
물론 그의 속마음도 금에 대한 욕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단지 국민들, 그리고 국제 사회의 눈치가 보여서 강경한 처벌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한국 대통령이 과감한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압류한 재산을 이용해 밤 바이러스 괴수 피해자들에게 정당한 배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대한민국이 책임지고 관리 감독하겠습니다.”
* * *
“대통령님이 여론을 주도하신 건가요?”
독대 자리에서 유지웅은 대뜸 그렇게 물었다. 대통령은 쓴웃음을 지으며 선선히 인정했다.
“그렇습니다. 국민들 눈치를 부담스러워하시는 것 같아서 정부가 뒤에서 손을 조금 썼습니다.”
유지웅은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저도 사실 금이 탐나긴 해요.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금을 받았다가는 욕을 먹을 거예요. 우리나라 국민들한테서든, 세계 시민들한테서든요. 저는 그래야 할 필요가 없는 거 같네요.”
지금 국내 여론은 실질적인 피해 배상을 위해서 합의금을 받고 처벌 수위를 낮춰주자는 게 대세였다. 그렇다 해도 유지웅이 개인적으로 금 일만 톤을 받은 게 알려지면 엄청난 욕을 먹게 된다. 그로서는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휴버튼이 금을 받는 주체를 유지웅으로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것. 한국 정부에는 줘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실이기도 했다. 아무 것도 받은 게 없다면, 유지웅이 로스차일드를 봐줘야 할 이유가 없다.
로스차일드로서는 합의 주체에 유지웅이 반드시 포함되는 게 중요했다.
“국민들에게 거짓을 고할 필요는 없지만, 전부를 공개할 필요도 없습니다. 국가 기밀이란 그런 것입니다. 오히려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숨겨야 하는 게, 더 큰 이익이 될 때가 있죠.”
“그 말씀은……?”
“로스차일드가 우리 정부에 지불할 배상금을 금 일만 톤이 아닌, 500조 원으로 발표하겠습니다. 이번에 회장님이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압류하는 재산 중 500조 원을 떼어내 우리 정부에 지불하시면 됩니다. 그럼 떳떳한 거래가 됩니다.”
28조 달러에 달하는 공개 재산은 유지웅과 러시아, 그리고 그 재산이 존재하는 해당국이 각각 4:4:2로 나누기로 했다. 애초에 한국은 아무런 지분이 없었다.
로스차일드가 사법거래 대가로 제시한 금 일만 톤은 유지웅이 챙기고, 그 대신 일만 톤에 달하는 돈을 압류 재산에서 덜어내 한국 정부에 지불하는 형태가 된다.
유지웅은 납득했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제가 국민들한테 죄를 짓는 건 아니니 양심의 가책은 없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합의를 했다 해도, 그런 큰 죄를 저질렀는데 처벌을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살인해도 합의만 하면 용서해준다는 건 이상한데요?”
“사형 대신 관련자 전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할 겁니다. 그러나 형 집행은 우리나라가 아닌, 범죄자의 소속국에서 합니다. 국제조약상 그릇된 결정이 아닙니다.”
“그럼…….”
“집행 여부는 그들이 알아서 하겠죠. 우리야 유죄 판결을 내리고 형 집행을 범죄자 인도 조약에 따라 해당국에 위임했으니, 국제 사회로부터 욕을 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절충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웅은 뭔가 찜찜했다.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기분이었다.
대통령은 그것을 알아차렸다.
“우리가 명분과 실리 전부를 챙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설령 그 뒤에 얽힌 비사가 공개 된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한참을 생각하던 유지웅은 결국 끄덕였다.
“국민들 뜻이 그러하다면야 뭐 저도 거기에 따르죠.”
유지웅은 찜찜한 기분을 안고 집에 돌아왔다.
객관적으로 보면 한국은 명분과 실리를 전부 챙길 수 있는 결정이다. 국제 사회가 ‘너희만 돈 받고 국제 범죄자를 풀어 주냐?’라고 비난할 요소마저 차단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과정이 어쨌든 간에, 실질적으로는 ‘돈을 받고 사면해준 것’이다. 아무리 그게 이 나라에 도움 되는 결정이라 해도, 도덕적으로 과연 올바른 일일까? 그런 고민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런 고민 때문에 귀가하자마자 침대에서 이불을 덮어쓰고 고민하고 있을 때, 칠드그린 부국장으로부터 비밀 보고서가 도착했다. 유지웅은 고민을 잠시 치우고 보고서를 확인했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로스차일드 가문의 은닉 재산은 귀금속이 태반이며 대부분이 보관이 용이한 금괴로…… 잠깐? 뭐? 추정 물량이 이만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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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이만톤이라 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