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440)
00440 봄, 봄, 봄 =========================================================================
―갸아아악!
붉은 깃털을 뽐내듯 날개를 팔락이며 브라우니가 한껏 포효를 터트렸다. 어미 품에서 한가롭게 졸고 있던 녀석들이 본능적으로 눈을 번쩍 떴다. 녀석들은 깃털도 채 나지 않은 날개를 허우적거리며 달려 나왔다.
―짹짹짹짹…….
―까아앙! 까아앙!
―칵! 칵! 칵!
지저귀는 소리도 저마다 다양하다. 알록달록 다양한 깃털을 지닌 여섯 마리의 조그만 새끼들. 언뜻 보기에는 참새 새끼처럼 조그맣고 귀여운 몸집을 가졌으나, 실제 크기는 갓 태어난 송아지에 버금간다.
쿵!
브라우니가 물고 온 먹이를 땅에 내려놓았다. 검은 털을 가진 황소처럼 생긴 옐로 몹이다. 여섯 마리의 새끼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꽁지깃을 하늘로 높이 들어 올린 채, 브라우니가 물고 온 먹이를 물어뜯느라 바빴다.
“조류형치고는 의외로 성장이 느리군요.”
“아무래도 맹금형 괴수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나저나 이제 슬슬 본국으로 옮겨갈 때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만.”
브라우니 가족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며 통제관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이라와 트리스티나가 열심히 알을 품은 덕에, 작년 겨울 여섯 마리의 새끼가 건강하게 깨어났다. 제이라가 낳은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어미를 닮듯이 은은한 갈색 깃털을 지녔고, 트리스티나가 낳은 알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어미와 아비의 색을 섞은 듯 알록달록한 새끼들이 태어났다.
두 처와 여섯 아이를 거느리게 된 브라우니는 새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들었는지, 부지런히 사냥을 다녔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옐로 몹을 잡아다가 처와 자식을 위해 먹이곤 했다.
브라우니의 활동 반경은 대단히 넓었다. 반경 수백km를 힘껏 쏘다니다 보니 의도하지 않은 부수작용이 나타났다. 바로 옐로 몹, 레드 몹들이 브라우니의 기세에 짓눌려 활동을 자제하거나 서식지를 옮기곤 했던 것이다.
덕분에 미 정부 괴수 관련 기관은 브라우니의 효용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많은 돈을 들여 양성한 공격대를 투입하는 것보다, 잘 길들인 레드 몹 하나가 괴수가 차지한 지역을 확보하는데 더 효율적이고, 값싸게 먹혔던 것이다.
새끼들이 태어났을 당시에는 CERC와 로스차일드 문제로 바쁜 와중에도 유지웅이 직접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눈도 제대로 못 뜬 새끼들이 어미 깃털 아래에서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고 그가 얼마나 감격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리라.
“얘들 분양하면 얼마나 받을까?”
……풍문에는, 그가 중얼거린 말을 듣고 브라우니와 트리스티나가 일제히 흠칫했다고 한다. 일부 통제관은 역시 브라우니와 트리스티나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에는 지장이 없는 거라며 자기주장을 강화하기도 했다.
“무럭무럭 자라거라. 내 돈들아.”
눈도 못 뜬 새끼들은 유지웅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쓰다듬자 몸을 바르르 떨었다고 일컬어진다.
―짹짹! 짹짹!
―까아앙! 까아앙!
―칵! 칵!
배불리 먹이를 뜯어먹고 난 녀석들은 바닥에 벌렁 누워 빵빵한 배를 하늘로 향한 채 뒹굴거렸다. 얼마나 실컷 먹었는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듯 보인다.
“본국에서는 아직 말이 없습니까?”
“아시잖아요. 로스차일드 일 때문에 회장님이 지금 여기에 신경 쓰실 겨를이 없는 거.”
“큰일인데요. 미국에서 새끼들 눈독을 단단히 들이는 조짐이 보이는데…….”
“그게 뭐가 큰일입니까? 그래봐야 뺏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림 속 떡 보고 군침이나 흘리는 거지요.”
“새끼들 성장 속도가 의외로 느려서 아무래도 본국으로 수송하려면 큰 수송선이 필요하겠는데요.”
“일단 미리 건의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배를 준비하려면 시간도 걸리고 하니…….”
배가 부른 새끼들이 공처럼 뒹굴뒹굴거리는 동안 브라우니는 풀숲에 숨겨두었던 옐로 몹을 질질 끌고 왔다. 새끼들이 배가 불렀으니 이번에는 마누라들 먹일 차례. 트리스티나가 먹이를 보자 기쁘다는 듯이 홰를 치며 달려들었다. 그 뒤를 제이라가 조심스럽게 따랐다.
―카아아악! 카아아악!
알을 다섯 개나 낳았으면서 먹을 거 보면 환장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애다. 비유하자면 열다섯의 어린 청소년 엄마쯤? 트리스티나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그보다 더 어릴지도 모르지만.
그에 비해 얌전하게 먹이를 먹는 제이라의 모습은 트리스티나와 비교해서 한결 성숙해 보인다. 통제관들은 트리스티나와 제이라의 사이가 부드러워진 게, 제이라가 얼른 굽히고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굉장히 현명한 개체입니다.”
트리스티나는 어린 본처. 제이라는 알 거 다 아는 성숙한 첩. 인간으로 비유하면 딱 그 정도쯤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의외로 둘은 궁합이 잘 맞았고 사이도 좋았다.
서로 깃털을 부대끼고 있던 새끼들 중 한 녀석이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자기 어미가 먹이를 먹고 있는 걸 보고 또다시 식욕이 동한 것이다. 뒤뚱거리며 힘들게 뛰어온 녀석은 트리스티나 옆에 딱 붙어서 먹이를 쪼기 시작했다.
―캬아악! 캬아악!
먹이를 먹다 말고 트리스티나가 혼을 내듯 홰를 쳤다. 새끼가 자기 먹이 뺏어먹는다고 화를 내는 게 아니다. 그럴 거면 브라우니가 잡아온 먹이를 새끼들 먼저 먹게 놔두지도 않는다.
트리스티나가 화를 낸 건, 목구멍으로 먹이가 넘칠 정도로 배불리 처먹은 새끼가 먹지도 않을 거면서 먹이를 쪼아대는 것 때문이다.
이 녀석!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지 말랬잖아! 누가 먹는 척 하면서 옆에 몰래 버리래!
―끄으응…….
마누라의 자식 교육에 나설 구실이 없는 브라우니는 혹시 외부의 침입자가 없나 경계하며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브라우니 가족은 오늘도 평화롭다.
* * *
결정체 연구단지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한 아파트 단지가 드디어 완공되었다.
단순히 아파트 단지 하나를 세운 게 아니라, 거의 신도시 하나를 조성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대규모 단지였다. 연구단지에 근무하는 직원 및 그 가족 전체를 수용하고도 남을 만한 규모였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세워지자 세종시 경제 및 상권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입점하기 위한 상인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오고 갔다.
별칭 제니스 아파트는 장점이 많았다. 거주하는 가구수도 엄청났고, 전부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이었다. 가장 큰 장점은 아파트 단지 바로 옆으로 자기부상열차가 지나간다는 것이다.
교통의 편의를 위해 제니스 연구단지는 사비를 들여 서울과 세종시를 잇는 자기부상철도를 깔았다. 이로써 서울까지 20분 거리를 실현했다.
제니스 아파트에 거주하는 직원은 생활하는데 거의 불편함이 없었다. 웬만한 것은 세종시 시내로 나가면 해결되는 데다가, 아파트 단지 옆을 지나는 자기부상열차를 타면 서울까지 20분 안에 도착한다.
자기부상열차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돈만 있으면 설치, 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세종시나 서울시가 그럴 여력이 없다는 것. 세종시에 설치한 자기부상철도는 제니스가 사비를 들여 만든 것이었고, 제니스 연구단지 직원이나 그 가족, 혹은 동행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었다.
“아파트 단지 공사비용이 꽤 많이 들었습니다. 분양을 고려하지 않으신다면 보증금이라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최고의 연구원들에게는 최고의 복지를 제공해야 합니다. 아파트 운영은 초기안 그대로 갑니다.”
특이한 점은 아파트 전체가 유지웅 소유라는 것이다.
유지웅은 일괄적으로 자기 이름으로 등기를 했고, 연구단지에 근무하는 직원은 누구나 임대할 수 있게 했다. 직원들의 찬사를 받은 것은 보증금을 받지 않았다는 점. 직원이라면 누구나 보증금 없이 월 10만 원 내지 20만 원 선에서 임대할 수 있었다.
보증금을 받지 않은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번거롭고 귀찮아. 관리하기도 힘들고.”
자기부상철도는 아파트 단지 완공 전에 이미 있었다. 덕분에 직원들 중에는 서울에 집을 구하려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유지웅이 아파트 단지 건설 계획 및 임대 절차에 관해 발표하자 그 수요는 한꺼번에 돌아섰다.
보증금 한 푼 없이, 한 달에 2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거주할 수 있는데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서울에 집을 마련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서울로 몰려들던 제니스 연구단지 직원들을 상대로 집 놀음을 하려던 집주인들만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 * *
ISIR 1순위 국가는 자국 영역이 아니더라도 안전지대 설치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예를 들어, 1순위 국가는 타국 도시에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대신 그 설치료를 유지웅에게 지불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즉 1순위 국가가 타순위 국가와 달리 안전지대를 이용해 거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ISIR 등급을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이는 없던 조항이었다. 하지만 CIA가 효웅산업에 테러를 가하고, 미국이 1순위에서 내려오고 영국이 1순위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유지웅이 새로이 이 권한을 도입했다.
이유인즉슨 ISIR의 영향력을 좀 더 강화하고, 회원국을 강력히 통제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이었던 것이다. 유지웅이 혼자 생각한 것은 아니고 자문단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 제도를 도입했다.
어차피 유지웅 입장에서는 안전지대를 몇 개나 설치하든 간에 그 설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1순위 국가 입장에서는 다르다. 안전지대 설치를 놓고 외교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어떻게 해서든 1순위로 올라서려고 혈안이 되는 나라들이 나오게 되고, 그로 인해 ISIR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되는 효과를 낳는다.
영국을 제치고 새로이 1순위 국가가 된 러시아가 바로 훌륭한 증거다. 러시아는 1순위 청약자, 아니 1순위 국가가 되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가리지 않고 협조했다. 로스차일드 정리가 조기에 끝날 수 있었던 것도 몸을 아끼지 않은 러시아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편 비시는 요즘 들어 기분이 좋았다. 비록 자기 정권에서 CIA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ISIR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그것을 회복할 만한 정치적 업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사실은 러시아와 제니스가 혼자 다 해먹었고, 미국은 옆에서 구경만 하다가 얼떨결에 주워 먹은 것에 불과했지만.
“드디어 연준위가 우리 미국의 품에…….”
달러 화폐 발행권을 가진 연방준비은행은 모든 소유권을 청산하고 미국 정부의 품으로 돌아갔다. 물론 대가는 치러야 했다. 총 소유권의 30%는 유지웅에게 넘어간 것이다.
그렇다 해도 70%의 지분을 찾게 된 미 정부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니다. 유대자본에 놀아나던 중앙발권은행을 온전히 통제 하에 둘 수 있게 되었으니.
연방준비은행을 되찾은 것에 미 정부가 들떠서 대대적으로 선전공세를 하던 날, 칠드그린도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을 따로 불러놓고 조촐한 파티를 가졌다.
“그간 나를 따라 제니스 공격대에 협조하는 것이 국가를 배신하는 행위가 아닌지 자문하던 녀석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봐라. 연준위가 우리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협조하지 않았으면 유지웅 회장이 연준위에 신경이나 써줬을 것 같으냐? 어림도 없는 소리다.”
“맞습니다!”
“우리야말로 어리석은 정치인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그늘에 숨어서 행하는 진정한 애국자다! 자,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시자! 아직은 드러낼 수 없는 우리 모임을 위하여!”
“위하여!”
벌써부터 취해서 주먹다짐을 하거나, 왁자지껄 떠들거나, 카드놀이를 하는 부하들이 곳곳에 보인다. 칠드그린도 모처럼 기분 좋게 술맛을 즐기며 측근들과 연신 잔을 부딪쳤다.
“비시 대통령은 그가 자기가 해온 친한 정책이 이제야 빛을 발했다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게 다 누구 공입니까? 사실상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한 부국장님과 우리들의 공 아닙니까?”
“유지웅 회장이 이번 로스차일드 분해 과정에서 우리 미국의 이권을 신경 써준 건 다 부국장님 공인데, 비시는 그걸 날로 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뭔가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칠드그린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일반 국민 눈에 우리는 나라를 배신한 첩자나 다름없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다들 참아라.”
“때가 오기는 하는 겁니까?”
“내가 다 생각이 있다. 그러니 믿고 기다려라.”
“……알겠습니다.”
“믿겠습니다.”
“그리고 자네, 내가 시계 말고 다른 건 안 된다고 했잖아? 그 넥타이핀 이탈리아제 아닌가?”
“예? 하지만 오늘 여기는 루딘 국장도 없는데…….”
“매사에 절대 긴장을 늦춰선 안 돼. 루딘 국장의 눈썰미가 얼마나 예리한지 아나?”
“주의하겠습니다.”
칠드그린은 그동안 수고를 아끼지 않은 부하들을 위해서 사흘 밤낮으로 조촐한 파티를 벌였다.
6억 달러짜리 초호화 크루즈선을 사흘 동안 임대해 연, 그야말로 조촐한 파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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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하게 부하들 데리고 술 한 잔 했습니다. 여기 청구서….”
“정말 조촐하군요.”
“넵. 아직은 사치를 하면 안 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