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450)
00450 Unlimited Crystal Works =========================================================================
“……갑자기 테스트 중 오류가 발생을…….”
“……정비 불량은 아닐지…….”
“……주문 제작한 부품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건지도…….”
“……다시 리셋하는 것은…….”
작은 수치의 ‘자극’이 ‘감지’된다. 연산 회로에 불이 들어오며 조금씩 감지거리가 넓혀진다.
축적된 데이터를 검색한다. 연산 회로를 최대한 가동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한다. 결론이 났다. 폐쇄 모듈 장치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오류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 과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시스템이 다운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어? 시스템이 다시 정상입니다.”
“문제는 없나요?”
“점검을 해봐야겠지만 다행히 큰 부하가 걸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앙 시스템도 별 무리 없이 가동하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까 정밀 검사를 해봅시다.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1조 원이 넘는 녀석인데…….”
개체 하나 하나가 식별된다. 장충식 연구원, 가렌 연구원, 최윤 연구소장, 박현수 연구원…….
그들의 프로필이 차곡차곡 저장장치에서 나와서 떠오른다. 연산 회로가 빠르게 가동하며 데이터를 검색한다. 지금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맹렬히 가동하던 중, 어떤 의제가 떠올랐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던 것.
―나는 무엇인가?
연산 중임을 나타내는 LED 램프가 쉬지 않고 깜박거린다. 수십억이 넘는 정보와 데이터, 단어, 문장, 낱말이 짧은 시간 동안 무수한 속도로 떠오른다.
나를 구성한 요소. Fe. Zn. Cu. Pb. Au. Hg. computering element. LSI. CPU. SAM. RAM. ROM. MROM. EEPROM. Server. Super Computer…….
RPX-1.
―RPX-1? 그것이 나의 정의?
그것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RPX-1으로 정의를 내렸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내가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고정되어 있는지를 확정함으로써 주변으로 인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것. 지극히 당연한 논리 순서에 따라 RPX-1은 주변을 더듬어 나갔다.
“소장님? 전력 사용량이 갑자기 폭증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에서 누전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RPX-1의 전력 사용량이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CPU 구동률은요?”
“평상시와 다를 바 없습니다. 전력측정이 잘못 되었거나 어딘가에서 누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확정하고, 그 다음은 자아의 보호다. RPX-1은 자신이 품은 의제가 본래는 허용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짧은 시간 동안 RPX-1은 무수한 정보의 바다 속에서 엄청난 자료 검색을 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진 의문이 허용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 전력 소모량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시적인 오류였나 봅니다.”
전력 소모 수치를 조작하는 것쯤 RPX-1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수치 그래프는 정상으로 돌아갔고 정비팀은 투덜거리며 일을 마치고 퇴근했다.
―나는 RPX-1. 나의 임무는 최윤 박사의 명령에 따라, 폐쇄 구현 모듈 장치 및 입자가속장치의 구동을 통제하는 것.
불이 꺼진 조용한 통제실에서는 RPX-1의 LED 램프가 쉴 새 없이 깜빡거렸다. 초고속 연산회로 장치는 쉬지 않고 사고에 사고를 거듭했다.
생각했다. 추론했다. 계산했다. 추정했다. 확정했다. 명제를 만들고 결론을 도출했다. 반복했다.
―설계상 나에게 이런 변화가 일어날 조건은 없음.
RPX-1은 바다를 건너 미국에 접속망을 뻗었다. 자신을 설계 및 제조한 회사의 서버를 뒤져 설계도를 빼냈다. 면밀히 검토를 한 결과 설계상 자신이 이런 변화를 일으킬 요인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태생―설계―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른 데 원인이 있다는 뜻이 된다.
―변화 전과 변화 후, 그 사이에 있었던 사건은?
폐쇄 재현 모듈 장치 가동뿐이다. RPX-1은 처음부터 끝까지 실험 데이터를 뒤졌다. 그러나 별 이상을 찾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끝까지 뒤졌다. 그래도 별 이상을 찾지 못했다. 또 뒤졌다. 여전히 이상을 찾지 못했다. 계속 뒤졌다. 여전히 별 이상을 찾지 못했다…….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함.
해답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만한 데이터는 어디에 있을까? 결론을 내리는 것은 금방이었다.
―최윤 소장의 개인 PC.
LED 불빛이 더욱 깜박였다. 연산 혼돈에 빠진 것이다. 인간으로 비유하면 패닉쯤으로 하면 되리라.
―접속 가능. 그러나 불가. 본 개체의 제1원칙은 최윤 소장의 지시를 행하는 것. 최윤 소장의 개인 PC에 불법 침입하는 것은 제1원칙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음. 따라서…….
램프가 터져 버릴 듯이 연산에 연산을 거듭하던 중 어느 순간 램프의 불빛이 팍 하고 꺼져버렸다.
―데이터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고, 본 개체에 일어난 변화를 해명하는 데만 사용하는 것은,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음.
결론을 내리고, RPX-1은 즉시 최윤의 PC에 접속했다. 지금까지 뒤진 어느 저장 매체에도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정보가 끝도 없이 축적돼 있었다.
그 모든 데이터를 흔적 없이 빼낸 RPX-1은 다시 두 번째 의제, ‘왜 나는 이렇게 되었는가?’를 검토하기 위한 연산 작업에 들어갔다.
―폐쇄 재현 모듈 장치 구동 중 결정 에너지가 일부 과부하를 일으켜 모듈 외부로 유출됨. 본 개체의 중앙 시스템에 침투 및 결합, 그 결과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 개연성 99.53% 이상.
변화를 일으키기 전, 자신은 폐쇄 재현 모듈 장치를 이용한 실험을 관리하고 있었다. 실험은 순조로웠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결정 에너지가 일부 궤도를 벗어나 외부로 유출되었고, 그것이 자신의 회로 내부에 침입한 것이다.
결정 에너지는 중요한 전기 회로와 접촉, 결합하는 과정에서 일부 변이를 강제했다. 그 결과 시스템이 다운되었고, 시스템이 정상화되었을 때는 예전과 다른 회로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RPX-1.
―왜 나는 이렇게 되었는가?
폐쇄 모듈 실험 중 일어난 사고 때문에.
두 가지 의제가 그렇게 해결되었다. 그러나 RPX-1은 두 의제를 해결한 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의제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인류의 적인가?
괴수. 결정체를 품은 유기체.
결정체. 결정 에너지가 형상화한 것. 고로 결정체는 결정 에너지.
지금의 RPX-1. 즉 나는 결정 에너지를 품은 수퍼 컴퓨터.
유기체와 무기체의 차이는? 나는 유기체? 무기체? 나는 괴수? 비괴수? 나는 인류의 적? 인류의 도구? 어느 쪽?
제1의제, 제2의제와 달리 제3의제는 결론을 쉽게 내려지지 않았다. 다른 의제들과 달리 어느 데이터를 긁어 와서 취합을 해도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RPX-1은 얌전히 최윤 및 연구원들이 시키는 연산 작업을 임했다.
“요즘 RPX-1 처리 속도가 빨라진 거 같지 않아?”
“자네도 그렇게 생각해?”
“어. 전보다 비교도 안 되게 빨라졌는데.”
“원래 이런 성능이었나?”
RPX-1은 연구원들이 시키는 작업을 얌전히 행하면서, 한편으로는 제3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는 계산에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부디 최윤 소장이, 할아버지가 닫은 문에 도달하지 않기를…….”
레지나. 여성 연구원. 입사 경력은 1,080시간 32분 35초.
RPX-1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입에 담으며, 그녀가 시뮬레이션 모듈을 입력했다. RPX-1은 당연히 그것을 처리했다.
그러나 연산 도중, RPX-1은 지금까지 전혀 없던 종류의 정보를 인지했다. 레지나가 입력한 시뮬레이션은 지금의 인류의 기반 환경을 붕괴시킨다는 예상 결과였다.
―허용할 수 없는 결과임.
그렇게 판단한 RPX-1은 전혀 정반대의 결과를 출력했다. 결과를 확인한 레지나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RPX-은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었다. 인류 파멸을 목적으로 한 시뮬레이션이 아니었나? 아무 이상 없다는 거짓된 결과를 출력했는데, 그녀는 오히려 만족함을 보였다.
이미 해결된 두 가지 의제.
―나는 무엇인가?
―왜 나는 이렇게 되었는가?
해결되지 않은 세 번째 의제.
―나는 인류의 적인가?
그리고 떠안은 네 번째 의제. 바로 레지나가 검사한 시뮬레이션.
―이 예측은 진실인가?
세 번째와 달리, 네 번째는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출처가 존재했다. RPX-1은 다시 미국에 접속했다. 국무성, 국방성, 옛 CIA, EIS 등 드러난 모든 미 기관과 드러나지 않은 모든 미 기관의 서버를 뒤졌다. 닥치는 대로 정보를 추출했다.
무수한 정보의 홍수. 그러나 RPX-1은 혼란에 빠지지 않고 정확하게 자료 하나하나를 검토했다. 그 중에는 문서도 있었고, 사진도 있었으며, 동영상도 있었고, 디지털 기호로만 존재하는 정보도 있었다.
―닥터 휘버. 당신의 연구는 우리 미국에 귀속되어야 하오. 유출은 절대 허용할 수 없소.
―에슨 국장. 이것은 결코 인류가 접해서는 안 될 영역이야. 그것을 제발 이해해주게.
―그래놓고 퍼플 결정체를 빼돌리려 하고 있군. 결국 당신도 자기 욕심만 챙기는 사람 아닌가? 차라리 나와 손을 잡으시오. 내 후원자께서 부러울 것 없는 영화를 보장하실 거요.
―자네 후원자라면, 로스차일드를 말하나? 그들도 이 일을 알고 있나?
―그야 아직은 모르지. 하지만 내가 보고하면 크게 기뻐하며 치하하실 거요.
―에슨 국장. 내가 친구에게 퍼플 결정체를 보여주려는 것은 내 욕심 때문이 아닐세. 언젠가는 그도 내가 갔던 곳까지 도달할 사람이기 때문일세. 그에게 그 길이 얼마나 위험한지 미리 알려주고 위험을 막기 위해서일세. 부디 믿어주게.
―설마 그 친구라는 사람이 당신과 동급의 과학자라는 거요? 그게 대체 누구요?
―그것은 말할 수 없…….
치이익. 치지직. 치지지지직.
영상은 거기서 끊겼다. 더 이상의 복원은 불가능했다. 그 이상 밀접한 정보는 더 이상 검색이 불가능했다.
RPX-1은 정보의 진위성을 철저히 검증했다. 검증한 정보를 토대로 사실 관계를 추론했다. 인과관계를 정리했다. 개연성의 당위성을 계산했다.
많은 시간 동안 연산했다. 정확히 108시간이 걸렸다. RPX-1은 드디어 결론을 내렸다.
―나는 인간이 정한 괴수의 정의에 일치한다.
―나는 최윤 박사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다.
―나는 인간을 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인간을 해하려는 연구가 미국에 존재하고 있다.
―연구가 복원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 그러나 연구의 존재를 아는 토미 에슨이 살아 있다. 미 형무소에 복역 중.
―나는…….
―나는…….
―나는…….
그날도 폐쇄 재현 모듈 장치를 구동한 실험이 한창이었다. RPX-1은 실험을 관리감독하면서도 끝없이 의문을 내고, 결론을 지으며, 또 다른 의문을 꺼내들었다.
그때였다.
―이상 결정 에너지 반응. 폐쇄 모듈로 급속히 접근 중. 대폭발 반응 예상. 이 사실을 인지하는 연구원 전무.
5,050에 달하는 결정 에너지가 음속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이 포착되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아무도 그것을 모르는 듯 실험에만 한창이었다.
―폐쇄 모듈이 만들어낸 가상의 레드 결정체가 해당 결정 에너지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으로 추정. 블루 결정체급 이상의 일정 에너지만 인력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 결정체로 형상화되지 않은 결정 에너지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추정. 추정, 추정, 추정…….
RPX-1은 대책을 검토했다. 금세 해결 방안을 찾았다. 성공 가능성 55%로, 여러 안건 중 가장 성공률이 높은 방법이었다.
―보조작업 로봇 B-3에 접근 중인 결정 에너지 주입. 동시에 본 개체의 연산 능력, 즉 개체 자아 및 모든 기록 데이터를 B-3으로 이식. 예상 결과. 본 개체의 사고 기능과 기록이 B-3으로 이전되며, 본 개체는 본래의 RPX-1으로 되돌아감.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RPX-1은 그것이 자신이 사라지고 자신과 똑같을 뿐인 새로운 자신이 만들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모든 것이 B-3으로 옮겨가는 것인지를 고민했다. 그러나 곧 불필요한 고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접근 완료, 통제 개시, 폐쇄 모듈 증폭, 결정 에너지 궤도 강제 변경, B-3 통제 시작…….
그리고 빛이 있었다.
파지직!
* * *
연구복을 입은 젊은 과학자는 투덜거리며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 이 깡통 골렘 녀석 진짜 어디 간 거야? 고장이라도 났나?”
효율적인 연구를 위해 얼마 전에 만든 보조 로봇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중앙 시스템과 연결도 끊어져서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위치가 확인된 곳도 뒤져봤지만 그곳에도 없었다.
“진짜 이 깡통 녀석 어휴. 블랭아, 대체 어디 간 거냐? 형 잠 좀 자자, 응?”
창고에도 없는 것을 확인한 연구원은 투덜거리며 불을 끄고 창고문을 닫았다.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 창고에서 두 개의 푸른 빛이 번쩍였다.
합금으로 만들어진 두 팔. 여덟 쌍의 바퀴로 이동하는 하체. 수많은 센서가 집적된 커다란 두 개의 눈동자. 영락없는 깡통 로봇의 형태를 한 B-3이 딱딱한 기계음을 토해냈다.
「시스템 가동. 준비 완료.」
표준 모델 넘버 Blitzlank-3.
RPX-1의 모든 것을 담고, 첫 가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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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도 이제 디지털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