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459)
00459 Unlimited Crystal Works =========================================================================
완전히 변화를 마친 브라우니는 용트림을 하듯 몸을 뒤틀었다. 붉은 깃털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고, 칠흑처럼 검은 광택만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섬뜩하리만치 어두운 광채는 주변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듯 더욱 선명하게 침전되고 있었다.
브라우니의 변화에 놀랐는지 헥스톨은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다시금 날개를 펄럭이며 냉기 바람을 일으켰다.
촤아아악!
얼음 섞인 바람이 크게 원을 그리듯이 몸집을 불려가며 사방을 잠식해 나갔다. 그것을 보고 브라우니가 비웃듯이 날개를 크게 한 차례 펄럭였다.
단 한 번의 날갯짓이 만들어낸 바람. 그것이 헥스톨이 만든 냉기 폭풍을 덮쳤다.
냉기 바람은 브라우니가 만든 돌풍에 부딪치자마자 맥없이 깨져 나갔다. 하지만 돌풍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진 속도를 거듭 가속하며 헥스톨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캬아아앙!
헥스톨은 크게 울부짖으며 다시금 날개를 내저었다. 날개가 만들어낸 냉기 바람이 돌풍을 향해 덮쳤다. 두 바람이 서로 부딪치는 순간 공기가 찢어지는 굉음이 울렸다.
콰과과광!
도망치던 공격대 대원들은 하늘이 진동하는 굉음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똑똑히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헥스톨이 만들어낸 냉기 바람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가며, 브라우니가 쏘아보낸 돌풍이 헥스톨의 온몸을 휘감는 것을.
―캬아아아아아!
돌풍에 휘말린 헥스톨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거대한 회오리는 한 치의 발버둥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탈출하려 애를 써도, 수갑처럼 더욱 더 온몸을 조여 올 뿐이다.
―캬오오!
마침내 헥스톨은 온몸을 휘감은 돌퐁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대가는 컸다. 온몸에 너덜너덜한 흉터가 가득히 남은 것이다.
겨우 중심을 잡은 헥스톨은 다시금 브라우니를 공격하고자 했다. 그러나 날개를 채 휘젓기도 전에, 붉은 섬광이 눈앞을 향해 쇄도해오고 있었다.
그것이 녀석이 마지막으로 본 풍경이었다.
* * *
헥스톨의 등장으로 잠시나마 절망에 빠졌던 미 공격대는, 브라우니가 간단하게 헥스톨을 처치하자 활기를 되찾았다.
“역시 제니스야!”
살았다는 기쁨에 취한 이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백악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대통령 보좌측은 괴수 군단을 완전히 물리쳤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브라우니가 보인 변화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괴수 방위 본부측 인물은 호크 아이를 비롯한 MD시스템이 측정한 수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그마치 십만입니다, 각하.”
“십만?”
그 숫자에는 비시도 크게 놀랐다. 결정도 십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사소한 게 아니다.
“하면 브라우니가 설마 블랙 몹이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허…….”
브라우니는 결정도 일만이 조금 넘는 레드 몹이었다. 지금까지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었다.
헌데 그게 전부 다 위장이었다고? 결정도 십만이면 얄쨜없는 블랙 등급이다. 막말로 브라우니 하나만 내세워도 미국 전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비시는 오싹 소름이 돋았다.
‘혹시 압박 카드였나? 그래서 미국에 둔 건가?’
브라우니는 미국에 요청에 따라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었다. 작년, 수확기를 앞두고 카직스 떼가 곡물을 망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짝을 만나고, 알을 치고 하는 바람에 체류 기간이 늘어났다.
헌데 유지웅이 체류 요청을 승낙한 게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 점을 생각하자 새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남의 핵무기를 안마당에 둔 셈이 아닌가?’
블랙 몹은 핵병기보다 더 위험한 존재다. 그런 것도 모르고 미국 땅에 턱하니 내버려두었다. 비수가 목줄을 노리고 있는 줄도 몰랐던 셈이다.
설마 유지웅도 그 점을 노리고, 브라우니를 순순히 빌려준 것은 아닐까? 그리 생각하자 비시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영상에는 온몸이 칠흑처럼 검게 빛나는 브라우니가 위풍당당하게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강인한 모습은 힘 그 자체를 상징하는 듯 굳세어 보인다.
비시는 소리 없는 침음성을 흘리며, MD시스템이 전송하는 실시간 영상을 노려보듯 응시했다.
브라우니의 모습이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온몸을 뒤덮었던 검은 깃털에서 색소가 빠지듯 검은 광택이 희미해졌다. 바람에 흩어지듯 칠흑빛 광택이 사그라지며, 깃털이 본래의 붉은 빛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퍼뜩 뭔가를 깨달은 비시가 참모진에게 얼른 물었다.
“지금 브라우니 결정도는 얼마인가?”
참모도 깨달은 바가 있던지라 얼른 확인했다. 잠시 후 그가 보고했다.
“13,000입니다.”
“……역시, 그랬던 건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대번에 깨달았다. 이미 전례가 있던 현상이다. 바로 한중 간의 외교적 긴장을 고조시켰던 블랙 몹, 불원숭이 또한 저런 능력을 보였다.
지나치게 커다란 결정 에너지가 체내에서 하나로 뭉칠 경우, 괴수의 신체가 그 힘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래서 불원숭이는 결정 에너지를 잘개 쪼개어 체내에 분산시켰다.
MD시스템은 가장 큰 에너지 덩어리만 감지할 뿐, 체내에 있는 에너지 총량까지 산출하지는 못한다. 에너지 덩어리가 너무 가깝게 붙어있기 때문에, 큰 덩어리 하나만 탐지되는 것이다. 이른바 기계의 한계라 할 수 있다.
아마 브라우니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평소에는 신체가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결정 에너지를 분산해두었다가, 큰 힘이 필요할 때에만 하나로 합쳐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 * *
「격렬한 저항 예상. 희생자 발생 가능성 매우 높음.」
군집 머신을 이용해 다수의 괴수를 통제하는데 성공한 블리츠랭크는 아이오와 주를 향해 괴수 군단을 진격시켰다. 아이오와 주에서 수감 중인 토미 에슨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예상한 대로 미국은 다수의 공격대를 편성해 맞섰다. 이에 블리츠랭크는 크게 맞닥뜨린 가치 판단에 연산 자원을 할애해야만 했다.
「무관한 희생을 감수하고 토미 에슨을 제거해야 옳은가?」
토미 에슨을 제거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을 때, 블리츠랭크가 제일 먼저 상정한 계획은 미국의 핵미사일 기지를 통제해서 오아이오 주를 초토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거듭된 연산 끝에 블리츠랭크는 그 계획을 포기했다. 핵의 통제를 위해서는 오프라인 접근이 필수라는 점 때문이 아니었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 해결 방도가 있었다.
핵 통제를 포기한 것은, 바로 무관한 다수의 시민을 휘말리게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블리츠랭크가 토미 에슨을 제거하려고 한 것은, 더 많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였다.
「다수의 희생 인용은 불가능.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가치 크기의 비교……. 검토 중……. 부결. 재검토 중……. 부결. 재검토 중……. 부결. 재검토 중…….」
일만 명이 넘는 공격대가 괴수 군단을 막아서자 블리츠랭크의 연산 회로는 혼란에 빠졌다.
토미 에슨은 인류 전체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연구의 존재를 알고 있다. 또한 그 연구를 손에 넣고자 한다. 인류 전체를 생각하면 매우 위험한 인물이다. 그러니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인류 전체를 위해 그를 제거하고자 하면서, 소수 인간의 희생을 용인하는 것이 과연 허용될 수 있는 ‘논리’인가? 그 점에서 블리츠랭크는 모순에 빠졌다.
「토미 에슨 제거 목적. 인류의 구원.」
「괴수 군단의 투입 목적. 토미 에슨의 제거.」
「괴수 군단을 막아선 공격대. 그들 역시 인간이자 인류의 구성원…….」
인류를 위해 토미 에슨을 제거하고자 하면서, 그 인류의 일부인 공격대를 희생시키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 모순인가? 아니면 허용될 수 없는 논리인가?
「교섭 가능성 재검토……. 부결. 가능성 없음.」
「방어 공격대를 인류의 구성원에서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 검토 중……. 부결.」
「토미 에슨을 제거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 검토 중…….」
「부결.」
「부결.」
「불능.」
처음으로 가치 판단이라는 것에 맞닥뜨린 블리츠랭크는 회로가 타버릴 정도로 맹렬히 연산을 거듭했다. 그러나 감정이 없는 기계 두뇌에게 가치의 크기를 저울질한다는 것은, 수백조 번이 넘어가는 계산을 거듭해도 쉬이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가장 적은 희생이 따르는 방법으로 토미 에슨을 제거.」
블리츠랭크는 결국 그렇게 방침을 정했다. 녀석은 괴수 군단 투입을 재촉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캬오오오!
「강력한 방해 요소 등장. 브라우니. 제니스 소유의 레드 타입 몬스터. 추정 결정도 일만 삼천.」
「압도적인 전력 차이 예상. 1차 군단으로 돌파 불가능. 추가 증원이 필요함.」
「가장 가능성 높은 수단 검토 중……. 헥스톨 강화 후 투입.」
헥스톨의 결정도는 칠천 가량이다. 지금 투입하면 브라우니한테 찢기고 말 것이다. 그러나 방법은 있었다.
「헥스톨의 결정 에너지 최대 수용치 계산. 확정. 한계치 23,000. 강화 후 투입 시 승률 98% 이상. 강화 작업 실시.」
블리츠랭크는 즉각 헥스톨을 강화시키는 일을 시작했다. 다른 레드 몹을 통제해서 헥스톨에게 먹히도록 한 것이다.
헥스톨의 이론상 한계치는 23,000. 그 이상 결정 에너지를 투입해봤자 더 이상 강해질 수 없다. 하지만 그 정도만 되어도 13,000 정도의 브라우니를 이기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계산이 빗나갔다.
「위험. 위험. 위험. 브라우니의 결정도 비약적으로 증가……. 결정도 100,000. 브라우니를 레드 타입에서 블랙 타입으로 수정. 승리 가능성 0%……. 도주 성공률 0%…….」
승부는 허무할 정도로 눈깜짝할 사이에 갈렸다. 헥스톨은 변변찮은 저항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그러나 블리츠랭크는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 밖의 변수가 생겼다고 해서 기계가 당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블리츠랭크는 계속해서 승리 요건을 계산했다.
「B-4 투입. 브라우니 세뇌 시도.」
블리츠랭크는 방침을 변경했다. 브라우니를 상대로 이길 수 없다면, 녀석을 세뇌하면 그만이다. 헥스톨 등 다른 레드 몹을 상대로 세뇌했듯이.
모기 형태를 한 비행 로봇 B-4가 날아올랐다. 브라우니의 몸에 관을 꽂고 군집 머신을 투입할 작정이었다. 브라우니의 뇌를 빼앗을 수만 있다면, 그래서 브라우니를 통제할 수 있다면 오히려 계획 성공이 앞당겨질 것이다.
「변수 발생.」
그러나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모기 형태를 한 B-4가 브라우니 위에 내려앉는 순간, 강력한 저항 에너지에 기계 구조가 견디지 못하고 녹아버린 것이다.
「강력한 방어막 출력 확인. 기존 B-4 타입으로 뇌 통제권 쟁탈 가능성 전무. 개량형 B시리즈를 이용할 경우 성공률 검토 중……. 검토 완료. 불가능. 불가능. 불가능…….」
블리츠랭크는 확인했다. 힘의 격차가 너무 크다. 레드 몹이라면 몰라도, 군집 머신 따위로 블랙 몹인 브라우니의 뇌를 빼앗는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브라우니 신체 통제 불가능. 정면 돌파 가능성 검토 중……. 검토 완료. 불가능. 추가 방안 검토 중…….」
연산 회로의 맹렬한 가동을 나타내듯 블리츠랭크의 기계 눈이 푸른 색으로 연신 번쩍였다.
「북미 대륙의 모든 괴수 동원. 성공 가능성 65%. 일시적 후퇴 후 작전 실시.」
강력한 하나의 개체를 상대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물량 공세다. 결론을 얻은 블리츠랭크는 그대로 돌아섰다.
블리츠랭크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북미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괴수를 동원한 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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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블랭이가 고유결계 시전하러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