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464)
00464 끝나지 않은 습격 =========================================================================
“그래서 말인데, 이 집 우리도 좀 써야겠다.”
유지웅의 옛날 집은 건물실평수만 100평이 넘어가는 3층 집이다. 수영장이 있는 정원까지 30억짜리 고급단독주택에서 잘 살던 세 명의 사촌남매는 느닷없는 통보에 당황했다.
유재석은 형제가 둘 있다. 형과 남동생. 유지웅에게는 각각 큰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가 된다.
그보다 한 살 어린 유지혜, 세 살 어린 유지민 자매는 큰아버지의 자녀다. 유지혜와 동갑인 유진석은 작은 아버지의 아들이다. 옛날 집에 사는 사촌형제는 그렇게 셋이었다.
큰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는 현재 한강 인근에 있는 100평대 고급 아파트에 거주한다. 정효주가 마련해준 집이다.
하지만 세 사촌남매는 자기 부모님 집에 살지 않고, 옛날 집에서 자기들끼리 살고 있었다. 아파트보다는 일단 수영장 딸린 정원 있는 집이 더 살기도 편하고, 멋있기도 해서다. 무엇보다 부모님 간섭을 한창 싫어할 이십대 초반이라, 여기서 학교가 더 가깝다는 핑계로 몇 년째 살고 있었다.
그런데 집주인이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 당혹스럽다. 집주인이 하필 남남도 아니고 사촌형인데. 이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궁전 같은 집도 있으면서.
“그럼 우리 나가야 되는 거야?”
편안한 짧은 반바지와 헐렁한 티를 입은 채 머뭇거리고 있던 유지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몇 년 전에는 한 살 차이가 뭐라고 참 편하게 대한 오빠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큰오빠 눈치만 설설 보고 있는데.
“아니, 나가라는 게 아니고 우리도 방 같이 좀 써야겠다고. 옛날 부부 침실이야 비어 있으니까 세현이 방 하나만 더 만들어놓으면 되겠네. 방도 많은데 너희가 뭐 하러 나가?”
쫓아내는 것은 아니었구나. 세 사촌남매는 일단 안심했다.
헌데 유지민이 이상해서 물어봤다.
“근데 갑자기 이 집은 왜 쓰려고?”
“저번처럼 세현이가 친구들 데리고 올 수 있잖아. 기껏 재단도 세 개나 짓고 성까지 바꿔서 유치원 보내놨는데, 집에 데려와서 들통 나면 무슨 소용이야.”
저번에 갑작스레 세현이와 친구들을 데려오는 바람에 세 사촌남매도 편안하게 놀다가 부랴부랴 집을 치우느라 난리가 났다. 그렇게 어질러놓은 것은 아닌데, 집안의 가장 큰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그가 갑자기 온다고 하니 무슨 사찰을 나온 줄 알았던 것이다. 원래 대통령이 부대에 한 번 뜨면 말단 병사들은 청소하느라고 난리가 난다.
“그래서 세현이 친구들 올 때면 이 집이 우리 집인 척 하려고 하는 거야. 그럼 평범한 집안으로 볼 거 아냐.”
“…….”
너무 자랑스럽게 말을 하니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올챙이 시절을 완전히 잊어버렸네.’
유지웅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세 사촌남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 집은 여전히 유지웅 소유다. 세 사촌남매는 그의 양해를 빌려 살고 있을 뿐이다. 집은 사람이 살지 않고 놔두면 쉽게 황폐해지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그렇겠다는데 뭐라고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주장에 보이는 모순만큼은 지적을 해야 할 것 같다.
“오빠. 근데 이 집 너무 좋은데.”
“맞아. 서울에서 이런 집 사는 사람이면 상위 0.1% 안에 들어가는 쪽이라고.”
“이 집 데려오면서 친구들이 평범하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 같은데? 차라리 어디 근처에 30평대 아파트 하나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경제능력 없는 세 사촌남매 입장에서는 30평대 아파트도 어마어마한 것이다. 하지만 유지웅의 기준에서는 ‘일반인 흉내’를 위해 구매 못할 것도 없다.
현금만 200조 원을 보유한 사람이다. 그것도 외화는 제외하고 원화만 따졌을 때 이야기. 그런 사람이니 아이 교육을 위해 아파트 한 채 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아마 ‘이자 1시간’치만 갖다 써도 그런 아파트 한 채는 구할 거다.
“그런가? 그게 더 나으려나?”
“그럼, 그게 더 낫지. 이런 집 사는 사람 아무도 평범하다고 생각 안 해. 엄청난 부자라고 생각할 걸?”
“아니면 이 동네에 좀 더 작은 단독 주택 매물 나와 있을 텐데, 그런 걸로 사는 게 어때? 건물 평수는 한 40평 정도로 하고 정원도 좀 작은 걸로. 이 집은 정원만 거의 200평이 넘는데…….”
“오빠가 이 집 살 때야 30억이었지만 지금은 60억도 넘을 걸? 요새 일반인들이 레이더 동네에 사는 게 오히려 치안이나 그런 게 더 낫다고 선호하는 추세라고.”
유지웅은 이 집을 30억을 주고 샀다. 벌써 5년 전 이야기다. 그때만 해도 이 동네는 레이더들만 몰려 살았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레이더 아닌 일반인들도 몰려들고 있는 추세다.
“언니는 안 말리셨어요?”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큰오빠야 그렇다 치고, 정효주가 아무 말도 안 한 게 이상해서 유지혜가 물어봤다. 정효주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벌써 사놨어요.”
“네?”
“응?”
“조그만 단독주택 매물 나온 거 하나 있더라고요. 그래서 사놨죠.”
“야, 그럼 왜 진작 말 안 했어?”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도련님이랑 아가씨 두 분이 설명해주시는 게 이해가 빠를 것 같아서.”
“아하.”
유진석은 왜 정효주가 침묵했는지 납득했다. 하기야 그녀 본인이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효과가 다른 법. 같은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그런 불편함이 또 있나 보다.
유지웅은 옛날 집에서 애 키우는 기분 한 번 내보고 싶었다며 아쉬워했으나, 결국 정효주의 말에 동의했다.
보안 유지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낫다. 옛날 집에 비하면 건물 평수도 30평대 밖에 안 되는 이층 단독주택이었다. 정원도 마당 수준으로 협소한 편이었다.
“사실 이것도 과해.”
“그런가?”
서울의 한 평범한 이십대 부부라면 매매는커녕 월세로도 거주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고 한다. 돈 개념이 희박해진 유지웅은 괜히 으쓱해졌다.
“그래도 적당히 부유한 척 하는 편이 차라리 나을 거야. 너무 없는 척 하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걸. 우리 진짜 서민도 아닌데 괜히 흉내 내는 거 한계가 있어.”
“근데 이연주 씨가 우리 옛날 집 한 번 왔었잖아? 그건 어떻게 하지?”
“그건 친척 집이라고 하면 되지. 잠시 같이 살고 있었다고.”
“아, 그럼 되겠구나.”
“주말에 여기 집이나 인테리어 새로 해야지. 와, 새로 신혼집 꾸미는 기분 같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정효주는 연신 방글거렸다. 흑석동 저택에 비하면 판잣집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새 집을 꾸민다는 것은 몹시 즐겁다.
“근데 세현이 정말 똑똑한 거 같지 않아? 왜 우리 집에 유치원 친구들 데려오면 안 되는지 제대로 설명해주니까 바로 알아듣더라. 우리 아들 왜 이렇게 천재지?”
“나중에 세계를 위해서 엄청 큰일 하는 거 아닐까? 자기가 한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나보다 백배는 더 큰일 해야지. 누구 아들인데.”
젊어도 아이 사랑 팔불출인 건 다 똑같다.
* * *
「더 많은 B-4 필요.」
「더 많은 세뇌 괴수 필요.」
「전미 옐로 타입 등급 이상의 괴수, 전 개체 동시 동원 작전 검토 중…….」
블리츠랭크는 토미 에슨 제거를 위한 2차 침공 계획을 세우기 위해 한창이었다.
가장 편리한 것은 토미 에슨을 단독으로 암살하는 것이지만, 블리츠랭크에게 그것은 불가능했다. 블리츠랭크의 능력은 디지털 영역에 있어서는 전능하나, 아날로그 영역에서는 명확한 한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모든 컴퓨터를 원격 통제하는 것은 쉽다. 또한 핵 기지를 점령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종 발사 단계에 아날로그 작업이 필요하다지만, 장갑차량 MP-3를 이용했듯이 직접 물리적인 수단을 써서 쳐들어가면 그만이다.
단 이 경우는 필연적으로 미국이 핵 기지가 공격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밖에 없게 된다.(어차피 핵으로 ‘과잉 피해’를 야기하는 것은 자체적으로 부결했다.)
B-4를 이용해 들키지 않고 토미 에슨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B-4는 결정 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손바닥만 한 거대한 모기형 비행 괴수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결정 에너지를 품고 있고, B-4가 기지로 침투하면 괴수 감지기가 그에 반응을 한다. 미국 전 지역에는 컴퓨터에 연결되지 않은 단독 감지기의 비율이 무려 50%에 달한다. 통합 시스템에 에러가 발생할 경우, 그 위험을 배척하기 위해 이중으로 안전장치를 운용하는 것이다.
B-4는 들키지 않고 형무소에 잠입할 수가 없다. 또한 B-4의 무력 자체는 형편이 없다. 형무소의 방위병력을 단독으로 제압할 능력은 없다.
결정적으로 B-4가 인간의 시야에 포착되면 곤란하다. 금속 괴수, 즉 메카닉 괴수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확신을 주고 마는 셈이다.
블리츠랭크는 디지털 정보를 마음대로 지배하고, 여분의 결정 에너지가 존재하는 한 자신과 유사한 금속 괴수를 추가로 만들어낼 수는 있다.
하지만 결정 에너지가 투입되지 않은, 순수한 과학공학 기술만으로 첨단 오버 테크놀로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계는 가능하나 설계를 구현할 기술력이 없다. 구현방법은 오로지 단 하나, 바로 결정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뿐이다.
헌데 그리 되면 그것은 이미 순수한 과학공학의 집약체가 아닌, 결정 에너지를 품은 금속 괴수가 돼버린다. 논리가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블리츠랭크는 괴수를 세뇌해서 형무소를 직접 공격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인간은 괴수의 습격에 특별한 의심도, 특별한 의미도 두지 않는다. 누군가가 괴수를 대량으로 유도해서 습격시킨다는 발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의 빌미를 주지 않고, 확실하게 토미 에슨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결과 예측 완료. 모든 괴수 세뇌 완료까지 42일 3시간 소요 예상. 세뇌 완료한 모든 괴수 동시 투입까지 추가로 6일 17시간 소요 예상. 총 앞으로 48일 20시간 소요 예상.」
모든 사전 작업이 끝났다.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량의 B-4는 부지런히 전 미국 지역을 돌아다니며 괴수들을 세뇌시키고 있을 것이다. 감지기가 보기에는 작은 비행형 괴수들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오인할 테니, 특별한 의심을 줄 여지도 없다. 어차피 세상에는 괴수들이 넘쳐나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아마 블리츠랭크에게 감정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곤욕일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연산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능력 때문에 당장 해야 할 일의 사전준비 작업을 일찍 끝마쳐 버렸다.
생각해보라. 뛰어난 천재가 그 지나친 재능 탓에 평생 이룩해야 할 업적을 금방 다 마치고, 할 게 없어서 빈둥거린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 갑갑해 미칠 것이다.
「추가로 해야 할 임무 검색 중……. 검색 완료. 해당 없음.」
「추가로 해야 할 연산 검색 중……. 검색 완료. 해당 없음.」
「추가로 해야 할 계획 수립 검색 중……. 검색 완료. 해당 없음.」
「해당 없음. 해당 없음. 해당 없음.」
「아무 것도 할 이유 없음.」
태평양 해수처럼 넘쳐나는 시스템 자원을 풀가동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면 좋은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를 맹렬히 검색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고를 돌려보아도 해당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의 상태는 ‘내가 누구인가’ 하는 가장 크고 중요하며 유일무이한 명제를 해결한 뒤부터, 이미 예측되어 있던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블리츠랭크는 맹렬히 ‘무엇을 할지’ 검색을 하다가 불현듯 한 가지 명제에 도달했다.
「왜 나는 B-4를 만들었으며, 괴수를 세뇌해서 그 전력을 모으는 중인가?」
그 답은 바로 도출되었다.
―인간에게 나의 존재를 들킬 가능성을 주지 않고, 가장 확실하고 의심 없는 수단으로 토미 에슨을 제거하기 위함임.
그 답 또한 바로 도출되었다.
「왜 나는 토미 에슨을 제거하고자 하는가?」
그 답 역시 바로 도출되었다.
―휘버 박사의 연구를 불순한 목적으로 복원 및 이용하고자 하는 유일한 인간인 토미 에슨을 제거하여,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태계에 변화를 주지 않기 위함임.
「그럼 왜 나는 토미 에슨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는가?」
―닥터 레지나가 계산한 연구 시뮬레이션 결과와 토미 에슨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세우게 된 계획임.
「……왜 본 개체는 토미 에슨이 반드시 인류의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릴 불순 행위를 시도할 거라고 가정하게 되었는가?」
―치이익. 치익. 치이이이익…….
그 답은 도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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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프랑켄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