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47)
00047 시작은 창대하나… =========================================================================
레드 몹은 체력형과 공격형으로 나뉜다. 전자는 방어 능력에, 후자는 공격력에 특화되어 있다. 그래서 전자는 많은 딜이 필요하고 후자는 단단한 탱커가 필요하다. 후자의 경우 사실상 탱킹이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라임 공격대가 공격형 레드 몹을 택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강화 보호막이 있기 때문이다.
체력형이나 공격형이나, 어느 쪽이든 간에 레드 몹은 옐로 몹에 비하면 공격력과 방어능력이 둘 다 강하다. 또 어그로를 잡는 것도 불안정하다.
그렇지만 그 과실은 달콤하다. 레드 몹이 주는 블루 결정체는, 옐로 몹이 주는 그린 결정체보다 순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무려 수백 배 이상이며, 희소성과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선공 습성을 가진 레드 몹의 위험성, 블루 결정체의 가치를 고려하면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레드 몹 레이드를 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레드 몹을 박멸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체 수가 한둘도 아니고, 그 모든 서식지가 파악이 된 것도 아니다. 심지어 바다 속에서 튀어나오기도 한다.
박멸이 불가능하기에 인간이 택한 전략은 제한적 방어였다. 인간을 습격하는 개체만 격퇴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만 해도 인간이 감당해야 할 피해는 엄청나다. 당연히 레드 몹을 사냥해서 블루 결정체를 얻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인류 최초로 경제적인 이유에서 레드 몹을 사냥하는 공격대가 탄생되었다. 레이드 세계의 이목은 지금 프라임 공격대에 쏠렸다.
까강!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힘껏 내리꽂히던 아제로스의 쌍날검이 뒤로 튕겼다. 스키너의 집게발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에너지 방어막이 막아낸 것이다.
―크아아아!
스키너가 거칠게 포효했다. 집게발을 높이 들어 올리고 꼬리를 부르르 떤다. 스키너가 파묻혀 있던 바위더미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진동했다. 흙먼지가 요란하게 피어났다.
우르르 바위가 무너지며 스키너의 몸이 빠져나왔다. 정효주는 양손에 쥔 쌍날검을 다시 한 번 힘껏 찔러갔다. 방어막이 중화되며 검 끝이 딱딱한 껍데기를 파고들었다. 그러나 검은 끝내 집게발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중화된 방어막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크르르르…….
스키너가 집게발을 높이 들었다가 그대로 내리쳤다. 정효주는 재빨리 몸을 굴려 피해냈다. 쿠궁 하고 땅이 거칠게 파였다.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이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겼다. 중심을 잡고 확인한 정효주는 작게 신음했다. 저런 무지막지한 공격에 맞고 버틸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스키너의 집게발이 허공을 날았다. 정효주는 점프해서 스키너의 집게발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거꾸로 쥔 쌍날검을 힘껏 내리꽂았다.
번쩍 하고 섬광이 튀었다. 방어막과 검의 충돌이 만들어낸 스파크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이번 공격은 미처 방어막을 중화하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좋은데요. 탱커 움직임이 빨라요. 잘하면 큰 위험 없이 어그로 확보가 가능하겠어요.”
“잘 녹화하고 있죠? 중요한 전투 데이터입니다. 한 플레임도 놓쳐서는 안 돼요.”
레드 몹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돈이 된다. 심지어 전투 장면조차도 가치 있는 정보가 된다. 대응 전술을 다듬는데 중요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딜 시작할까요?」
전투 지원팀장이 교신기로 물었다. 그는 능력자는 아니지만 군 출신으로 탁월한 전술 판단 능력을 가진 이였다. 그래서 프라임 공격대의 전투 지원팀장으로 고용되었다.
“아니오! 기다려요!”
정효주가 급히 외치며 다시 달려들었다. 두 명의 서브 탱커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대치 중이었다. 약 30여 미터의 거리를 두고 근접 딜러진이, 그리고 다시 10미터 거리를 두고 원거리 딜러진이 포진해 있었다. 같은 거리의 다른 방향에는 힐러진이 위치해 있는 상태였다.
“생각보다 느리네?”
“할 만할 거 같은데? 아직 맨탱이 한 대도 안 맞았어.”
바위가 계속 무너졌다. 마침내 스키너의 거대한 몸이 완전히 빠져 나왔다. 스키너가 이동함에 따라 공격대 전체 진형도 조금씩 이동했다.
정효주는 흙먼지를 완전히 뒤집어썼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또렷이 살아 있었다. 그녀는 쌍날검을 똑바로 쥐고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들려고 했다.
퍼억!
대원들의 시선에서 정효주가 사라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아무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다만 스키너의 집게발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전투 지원팀장이 급히 외쳤다.
「엄청난 속도입니다! 메인 탱커가 공격 받았어요!」
“효주야!”
유지웅은 급히 그녀를 찾았다. 그녀는 무려 15미터나 나가 떨어져 있었다. 입에서 피를 뿜고 있었지만 비틀거리며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했다.
그것을 보고 힐러들이 환호했다.
“됐다! 저 정도면 충분히 버틸 수 있어!”
“빨리 힐!”
힐러진에서 눈부신 빛이 화악 일었다가 사라졌다. 어느새 정효주는 말끔히 치유되었다. 물론 찢어진 옷과 피에 물든 것까지는 변하지 않았다. 완전히 회복된 그녀는 다시금 검을 굳게 쥐고 달려들었다.
“잘 찍어요! 한 장면도 놓쳐서는 안 돼!”
전투 지원팀장이 외쳤다. 카메라 담당자는 눈에 불을 켜고 모든 것을 찍었다. 분석팀이 조금 전의 화면을 느리게 재생했다. 팀장이 분석가의 등 뒤에 바짝 붙어 확인했다.
화면에서는 방금 전 일어난 일이 느릿하게 재생되었다. 정효주가 달려든다. 그녀의 검이 스키너의 이마에 꽂히려는 순간, 스키너가 번개처럼 왼쪽 집게발을 들어 후려쳤다.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보호막이 순식간에 빛의 파편으로 변해 깨져나갔고, 그녀는 저만큼 나가떨어졌다.
“굉장한 스피드입니다. 어째서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스키너는 선공 습성을 갖고 있지만 활동 범위가 지극히 짧습니다. 바위 속에 사는 습성이 있고요. 그래서 인간이 조우한 적이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너무 빨라요. 집게발을 휘두르는 속도만 그런 건지, 이동 속도도 그런 건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후자라면 어그로에 심각하게 유의해야 합니다. 어그로가 튀는 순간 딜러는 죽을 테니까요.”
그 말을 하는 사이에 다시 한 번 집게발이 정효주를 후려쳤다. 이번에는 그녀도 이를 악물고 대비한 덕에 멀리 나가떨어지지 않고 바로 착지했다. 강화 보호막이 순식간에 깨져나가며 그녀가 입에서 피를 토했다.
힐러들이 그것을 보고 기뻐했다.
“힐! 빨리 힐!”
“있는 대로 퍼부어!”
탱커가 얻어터지고 있는데 힐러가 기뻐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탱커가 저 정도 부상을 입는 것은 원래 당연한 것이다. 옐로 몹을 잡을 때에도 저 정도 부상은 입는다.
즉 지금 옐로 몹을 잡을 때처럼 탱킹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기뻐하는 게 맞았다. 레이드의 성공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아프겠다…….’
물론 모두가 기뻐하는 것은 아니었다. 유지웅은 가슴이 저렸다. 아무리 탱커의 역할이 얻어터지는 거라지만, 피투성이가 되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달려드는 모습은 썩 보기 좋은 게 아니다. 그 대상이 자기 애인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씩 가벼워졌다. A급 장비를 이용해 만든 강화 보호막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레드 몹을 상대로, 일반 옐로 몹 레이드처럼 대응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공략길이 보이는 이상 그 뒤는 일사천리가 되리라.
“근접 딜러진은 대기! 원거리 딜러진만 딜 시작! 기본 출력은 30%로!”
“오케이!”
“라져!”
“알았어요!”
이런 데서 군대가 아니라는 게 티가 난다. 지원팀장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거리 딜러진이 자리를 잡고 딜을 시작했다. 화염과 총탄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탐색전이기 때문에 딜 자체는 높지 않았다. 일부러 힘을 아껴가며 딜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A급 장비 2개를 착용한 딜러진이다 보니 그 딜량이 무지막지했다. 막공에서는 볼 수 없는 최고급 정예들만 모아놓아서 그럴까.
화염과 폭염에 적중당한 스키너가 몸을 움츠렸다. 그것을 보고 지원팀장이 재빨리 외쳤다.
“딜 중지! 딜 중지!”
“누구야! 딜 중지하라고 했잖아!”
딜 중지 사인을 미처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늦게 반응했는지 화염구 하나가 스키너를 때렸다. 스키너가 더욱 몸을 움츠렸다. 그것을 보고 지원팀장이 급히 외쳤다.
“원거리 딜러진! 산개! 산개하세요!”
“으악! 산개다! 산개!”
“자생해!”
원거리 딜러진이 급히 산개했다. 스키너가 몸을 움츠렸다가 집게발을 높이 쳐들고 방향을 바꾸었다. 바로 원거리 딜러진이 있는 쪽이었다.
다행히 스키너의 이동 속도는 느렸다. 시속 50km 정도? 인간의 발에 비하면 터무니없지만, 아주 못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네 상대는 나야!”
정효주가 발악처럼 외치며 재빠르게 추격했다. 스키너의 꼬리를 밟고 다시 한 번 뛰어오른 그녀가 머리에 착지했다. 그리고 역수로 쥔 쌍날검을 힘껏 내리꽂았다.
번쩍!
섬광이 터졌다. 검과 부딪친 방어막이 이글거리며 맹렬한 스파크를 뿜었다. 중화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중화에 성공한 검이 방어막 아래 보호되고 있는 껍데기를 파고들었다.
―크아아앙!
스키너가 몸을 거칠게 뒤흔들며 울부짖었다. 수십 개의 관절 다리가 불규칙하게 난동을 부렸다. 집게발이 허공을 붕붕 날며 위협하자 정효주는 얼른 머리에서 뛰어내렸다. 스키너는 이동을 멈추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하얗게 빛나는 거대한 수정 눈동자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좋아요! 어그로가 다시 잡혔습니다!」
교신기로 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효주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스키너를 주시했다. 두 집게발이 높이 올라갔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힘껏 뒤로 뛰었다. 거의 동시에 그녀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파였다. 눈 깜빡할 사이에 집게발이 땅을 내려친 것이다.
“집게발 휘두르는 속도가 무시무시합니다! 거의 음속에 필적합니다! 눈으로 보고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동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아요! 근접 딜러는 딜 출력을 20% 이하로 천천히 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거리 딜러 위주로 공략해야 합니다!”
“레드 몹 답게 어그로가 상당히 불안정합니다! 하지만 메인 탱커가 바로 머리를 돌렸어요! 어그로 유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보호막 덕분인지 맨탱이 충분히 버티고 있어요! 근접 딜러만 딜을 잘 조절한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습니다!”
“잡을 수 있어요! 충분히 잡을 수 있어요!”
힐러진과 원거리 딜러진에서 환호가 울렸다. 잡을 수 있다! 수천억짜리 레드 몹을 잡을 수 있다! 그런 흥분에 아드레날린이 강하게 분비되었다.
“딜러진 딜 준비!”
지원팀장이 다시 지시했다. 그는 프라임 공격대에 고용된 비전투원이지만, 일종의 지휘 대행이었다. 공격대를 지휘해본 적이 없는 유지웅이 고용한 이른바 전문 경영인인 셈이다. 사주와 CEO의 관계랄까?
“근접 딜러는 출력의 20% 이하로! 절대 딜을 강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원거리 딜러진은 출력의 30%까지!”
“오케이!”
“라져!”
지원팀장은 레이드가 끝나면 구령부터 통일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런 데서 군 출신이라는 게 티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고용인에 불과한 그의 말을, 회사 주주나 마찬가지인 공격대원들이 들을까?
폭발적인 딜이 쏟아졌다. 유지웅이 보기에는 실로 무시무시한 딜이었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어그로가 튈까 봐 근접 딜러들은 극도로 주의하며 칼과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근접 딜러들도 눈이 있으니 봤다. 스키너의 공격 속도는 무시무시하게 빠르다. 눈으로 보고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 어그로가 튄다면 아마 즉사할 것이다.
보호막을 받는다면 빈사 상태로 살 수 있겠지만, 그 무시무시한 공격 속도를 꿰뚫어보고 칼같이 보호막을 넣어줄 수 있을까? 그 점은 딜러진도, 그리고 유지웅도 회의적이었다.
유지웅이 교신기에 대고 외쳤다.
“어글 튀면 보호막 못 줘요! 절대 어글 튀지 마요!”
“딜러들, 알아서 자생해야 돼요!”
우리도 안다고!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힐러진의 말에 어찌 토를 달겠는가. 묵묵히 듣는 수밖에.
그때 팀장이 급히 외쳤다.
“전기혁 씨! 딜 중지! 딜 중지! 딜이 너무 높아요!”
“어? 어어?”
있는 힘껏 창으로 스키너를 찌르던 근접 딜러, 전기혁이 갑작스러운 딜 중지 사인에 놀라서 흠칫했다. 수천억짜리 레드 몹을 잡을 수 있다는 흥분 때문에 그는 살짝 도취해 있었다. 그 바람에 딜 조절에 신경을 못 썼고…….
스키너가 갑자기 우뚝 경직했다. 사태 파악을 한 근접 딜러들이 일제히 산개했다. 전기혁은 몸이 굳어 있었다. 순간 스키너가 빠르게 온몸을 회전시켰다. 이제껏 한 번도 쓰지 않았던, 거대한 꼬리 끝이 날카롭게 변해 전기혁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