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529)
00529 Take all or everything =========================================================================
이번 레이드는 메탈 괴수 박멸을 위해 온 세계가 한데 힘을 모아 준비했다.
먼저 러시아와 미국이 합동으로 전자 장비를 지원했다. 최윤이 새로이 개발한, 반응식 추적 장비는 러시아 위성과 더욱 높은 호환 성능을 보였다. 러시아는 세 기의 저궤도 위성을 발사해서 지역 스캔 작업을 보조했다.
미국은 위성을 제외한, 전 분야에 걸쳐 필요한 장비를 지원해주었다. 조기경보기 글로벌이글은 물론이요, 240여 명의 대원들과 관련 장비를 옮기는 데 필요한 항공기 등 운송 수단, 그 밖의 다른 전투 물품을 지원했다.
두 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한계에 가까울 만큼 비축 결정체를 쥐어짜내어 보탰다. 설득이 쉽지는 않았지만, 유지웅과 한국이 자기 나라 일도 아닌데 결정체를 털어서 내놓는 것이 큰 자극이 되었다. 프레온 괴수층이 계속 증가하면 지구 전체에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저기인가?”
스크린에 나타난 대지 사진을 보며 유지웅은 전의를 다졌다. 그는 워싱턴에 있는 최윤에게 콜을 넣었다. 그러나 최윤은 자리에 없었다.
「최 박사가 현재 부재중이라고 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곧 찾아오겠습니다.」
“아니, 됐어요. 그냥 간단한 이야기 좀 하려고 했어요. 중요한 건 아니에요.”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이 중요한 때에 부재중이라니? 물론 지금 최윤이 딱히 필요한 건 아니었다. 정확하게 추적을 완료한 신형 탐지 장비에 관해 간단한 소감을 말해주려고 했을 뿐이다. 원래 칭찬은 공돌이도 스스로 갈리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모두 하강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괴수 블랭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중부 넓은 사막 지대였다. 저번에 지하 레이드를 벌였던 지역과 대단히 흡사했다. 그 녀석은 은신처로 이런 곳을 선호하는 걸까?
“여기부터는 차량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항공로는 매우 위험합니다.”
사람 이상의 전략을 세울 줄 아는 컴퓨터형 괴수다. 항공기로 근접 접근하면 위험하다. 공격대는 비행기에 타고 있을 때가 오히려 가장 위험하니.
약 5km를 남기고 수송기가 차례차례 거친 들판에 착지했다. 장갑차를 싣고 온 수송기가 후방구를 개방하자 굉음과 함께 차량이 나와 정렬하고 섰다.
대원들은 장갑차에 나눠서 탔다. 수송기 편대는 다시 이륙해서 본래 기지로 귀환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미국이 편성한 추가 공격대를 투입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유지웅까지 투입된 제니스 본대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그 뒤를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작합니다.”
수송기가 싣고 온 대형 컨테이너가 열렸다. 안에는 차곡차곡 정리된 그린 결정체가 담겨 있었다. 엄청난 양의 결정체가 저리 잔뜩 모여 있는 것은 유지웅도 처음 보았다.
“저게 다 합해서 1조 달러래.”
“와, 진짜 엄청나다. 싸구려 결정체도 저렇게 많이 있으니 무시무시하구나.”
유지웅은 정효주를 바라보며 가볍게 끄덕였다.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가 되었다고 알렸다. 그는 정효주에게 보호막을 걸고, 곧바로 정화 능력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운송 지원을 맡은 미군 장군이 기겁을 해서 물었다.
“혹시 저 물량을 전부 소진하실 생각이십니까?”
“어차피 들고 가지도 못해요. 여기서 안전지대 까는데 쓰는 게 훨씬 낫죠.”
제니스는 먼저 강력한 안전지대를 설치한 후 목표 지역으로 진입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당연히 많은 양의 결정체를 필요하다. 세계 각국에서 결정체를 착취하듯이 긁어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블루 결정체를 제외한, 그린 결정체 물량만 무려 1조 달러어치에 달한다. 유지웅은 결정체를 긁어모으면서 말했다. ‘쓰고 남으면 비율에 맞게 돌려준다.’고. 근데 지금 그린 결정체를 다 써버린다고 하니, 미군 장군이 기겁을 한 것이다.
“블루 결정체로 돌려주든, 그린 결정체로 돌려주든 큰 상관은 없잖아요.”
“그, 그거야 그렇지만…….”
장군은 진땀을 흘렸다. 그러니까 들고 다니기 번거로운 그린 결정체를 먼저 안전지대를 까는데 다 쓰겠다는 것이다. 돌려줄 땐 한국과 유지웅 본인이 내놓은 블루 결정체로 비율에 맞게 돌려준다는 것이고.
문제는 그의 통이 너무 크다는 것. 설마 안전지대 ‘한 번’ 까는데 그린 결정체를 다 써버릴 줄은 몰랐다. 이거 전투가 모두 끝난 후에, 과연 블루 결정체가 남기나 할까?
‘남았는데도 안 남았다고 할 수도 있지 않나?’
유지웅을 잘 모르는 나이 든 미군 장군으로서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현물에서 먼저 남의 나라 것부터 쓰고 자기 나라 것은 아낀 다음에 물량을 속이는 것, 국제 사회에서 그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미국도 많이 했었다.
“시작합니다.”
번쩍!
눈부신 섬광이 사방을 감싸며, 반투명하면서도 뿌연 빛의 막이 사방을 뒤덮었다.
1조 달러어치의 결정체로 만들 수 있는 안전지대의 크기는 약 반경 399km에 달한다. 즉 직경은 약 798km가 된다.
하지만 유지웅은 크기를 직경 50km까지 줄였다. 지름을 무려 748km나 줄여 버린 것이다. 크기가 줄어든 대신 그만큼 농도가 증가해서 대단히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
‘1조 달러가…… 한꺼번에…….’
미군 장군이 망연자실해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지웅은 힘 있게 외쳤다.
“자, 들어가죠!”
대원들을 태운 차량이 진형을 갖추어 암석 들판으로 진격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허공에서 푸른 빛이 점점 짙어지더니 거대한 돔의 형상을 갖춰나갔다.
멀리 떨어진 전술 지휘 차량에서 확인한 장태준이 부르짖듯이 외쳤다.
“프레온 괴수다! 역시 녀석은 이곳에 있었어!”
전술팀은 바짝 긴장했다. 저번 레이드에서, 프레온 괴수층으로 형성된 막이 모든 통신파를 차단하는 바람에 전술팀은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팀장님. 어떻게 될까요?”
“안전지대 크기가 무려 직경이 50km나 됩니다. 저번처럼 완전히 내외부를 차단하려면, 프레온 괴수층막이 그보다 더 크게 형성되어야 합니다.”
장태준은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직경 50km의 안전지대를 감싸려면 상당한 물량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물량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상당수 면적의 하늘이 프레온 괴수로 뒤덮였으니, 얼마든지 성층권에서 끌어다 형성하면 그만이다.
“아앗! 팀장님! 저걸 보십시오!”
안전지대 효과는 놀라웠다. 안전지대에 미처 닿지도 않았는데 프레온 괴수층이 파지직거리며 소멸해버린 것이다. 지름을 16배 가까이 압축한 고농도 안전지대다 보니, 그 출력이 엄청난 모양이다.
프레온 괴수층은 끊임없이 생성되며 안전지대를 감싸려고 했지만, 무려 안전지대에서 3km가 넘게 떨어진 지점에서도 스파크를 일으키며 소멸해 버렸다. 즉 프레온 괴수는 안전지대 속에서 살아남기는커녕, 가까이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됐습니다!”
전술 지휘 차량은 안전지대 외곽에 바로 존재하고 있었다. 안전지대 3km 밖까지 프레온 괴수층이 생성되지 못한다면, 통신 차단을 걱정할 염려는 없었다.
“3km나 떨어졌는데도 이 정도 위력이면, 내부는…….”
장태준의 중얼거림에 지원팀 요원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껏 전례가 없는 엄청난 안전지대다. 메탈 괴수가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이 정도면 생명 활동에 제한이 걸리지 않을까?
“본대! 목표 좌표에 도착했습니다! 팀장님, 하차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좋습니다. 전 대원들, 모두 하차하세요. 바로 작전 지역으로 투입합니다!”
「라져!」
스크린에는 본대의 위치와 대원들이 장착한 고글이 보내오는 시각 정보가 재생되고 있었다. 개별 고글은 상호 위치 및 각도를 확인하며 주변 환경 정보를 이곳에 전송한다. 전송된 정보는 수퍼 컴퓨터를 통해 재가공되어, 생생한 현장 지도를 실시간으로 구축하는 시뮬레이션에 쓰인다.
덕분에 장태준은 멀리 떨어진 지휘 차량에서 대원들이 활보하고 있는 현장 환경을 직접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정확한 정보는 보다 훌륭한 지휘를 내릴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 그가 전술 지휘 차량 시스템 구축에 1조 원이 넘는 돈을 쓴 이유도 바로 그거다.
“팀장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까?”
“왜 갑자기 그런 걸 묻죠?”
“표정이 안 좋아 보이셔서요. 긴장한 건 아닌 것 같아서 한 번 여쭤 봤습니다.”
“아닙니다. 그저, 가장 위험한 레이드라서 좀 긴장했을 뿐이에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와서 그런지 얼굴 표정만 봐도 속마음을 읽어낸다. 장태준은 표정 관리에 힘쓰며 거짓말을 했다.
‘내가 블랭이라면…….’
그는 생각했다. 자신이 블랭이라면 먼저 이 차량을 공격하고 본대를 맞이할 것이다. 싸움에서 머리를 치는 것은 대단히 기본적인 전술 아닌가?
하지만 녀석은 그런 움직임이 없다. 원격 전투 지령 따위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최윤 박사가 여기에 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 가설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어째서일까.
* * *
「프레온 괴수층이 차단막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신 상태 양호합니다.」
“좋았어!”
유지웅이 기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원들도 외부와 차단되지 않아서 안도감을 표했다. 통신이 양호하다면 만약의 일이 벌어져도 외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니.
‘별 의미는 없지만.’
제니스가 지면 사실상 괴수 블랭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인류의 패배를 뜻한다.
“1조 달러 값은 하네.”
“그러게.”
마음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대원들끼리 그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거 레이드 무사히 끝나도 당분간 경제가 좀 휘청거리겠는데.”
“당연하지. 1조 달러치 물량이 한꺼번에 증발했는데. 세계적으로 물가 폭등한다. 서민들은 죽어날 걸.”
“안 그래도 나 관련 업종에 선물 투자 좀 하고 나왔어. 역시 정보가 빨라야 돈을 번다니까.”
“지금 목숨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투자 이야기가 나와?”
대원들은 베테랑답게 레이드를 눈앞에 두었으면서도 그렇게 서로 여유를 주고받았다.
무려 1조 달러를 들여 만든, 초고농도 안전지대다. 그 효과가 톡톡히 발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대원들의 얼굴에 실날 같은 기대가 어렸다.
‘혹시?’
‘어쩌면?’
이 정도 성능이라면, 내부에 있을 메탈 괴수도 강력한 방해 간섭을 받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안전지대의 힘에 짓눌려 소멸하지는 않았을까? 일반 안전지대에 옐로 몹이 들어가면 죽어버리듯이 말이다.
그러나 거대한 암석 절벽 사이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그런 기대감은 깨끗하게 깨져나갔다.
“저건 설마?”
“마, 마이카이?”
“그것도 메탈 버전이야!”
“으악! 가지가 움직였어! 멀쩡한 거야!”
전체가 묵빛 금속으로 형성된, 거대한 나무 형상을 한 괴수가 그들을 맞이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안전지대로부터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듯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한해가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함께 해주신 분들이 있어서 보람차고 즐거웠던 한해였습니다. 나귀족은 드디어 ‘시즌 2’ 마지막 레이드를 개시하게 되었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내년, 즉 블랭 파트 이후에는 시즌3가 열립니다. 주인공 대학 졸업(…)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주인공은 지금 4학년)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나귀족이 조아라 올해의 작품상을 차지했네요. 감사합니다. 으악, 300만원이나 되네요. 다음달에는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듯..;;;;
분량에 관해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블랭 파트는 이번 챕터 ‘Take all or everything’으로 마무리 지을 것 같습니다. 인류 최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레이드인데 긴장감이 없어서 이상하긴 하네요. 제 필력이 딸린 건지, 시트콤이라 그런 건지는 저도 잘….
블랭이 어떻게 될지는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 특급 기밀입니다. 본문을 통해서 직접 생생하게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간단하게 시즌3의 변화를 예고해드리겠습니다. 근래에 변화를 가져올 주요 변수가 다소 등장했습니다.
1. 프레온 괴수층의 존재. 소멸시키는데 성공하든, 소멸시키는데 실패하든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 소멸 시도 과정에서 엄청난 일을 제가 생각하고 있거든요.
2. 1조 달러어치의 그린 결정체가 한순간에 증발했습니다. 네, 주인공 나쁜 놈입니다. 실제 현실과 정확하게 대응되지는 않지만, 국제 사회에서 1조 달러어치의 원유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생각해보세요. 막 지구로 날아오는 운석을 막기 위해 로켓 추진 연료로(…) 썼다고 그냥 편안하게 생각해보세요. 포인트는 1조 달러어치의 에너지원이 갑자기 증발했다는 겁니다. 사람들 살기 참 힘들어지겠네요. 실제 우리나라의 지금 사회만큼은 아니겠지만, 뭐 살기 힘들어지겠죠?(비유입니다)
3. 균열의 존재.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