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531)
00531 Take all or everything =========================================================================
“마이카이다! 움직인다!”
거대한 나무형 괴수, 마이카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익히 알고 있는 마이카이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움직이는 고목 나무라는 느낌이 조금도 묻어나오지 않는다. 표면 전체가 묵빛의 매끄러운 금속 재질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블랭은 어디 가고?”
“위치 반응은 이 근처인데.”
고글 좌표에는 블랭이 이 근방에 위치한다고 나타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초기형이라 정밀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블랭이 마이카이 내부에 있는지, 아니면 근처에 은닉해 있는지를 구별할 수 없었다.
“공격한다!”
“할 수 없지!”
「전원 전투 준비.」
장태준이 침착하게 지시를 내렸다. 마이카이라면 이미 질리도록 상대를 해보았다. 다양하고 복잡한 공격 패턴을 사용하는 녀석이긴 하지만, 이미 제니스는 공략을 마친 상대였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것은 보통의 마이카이가 아닌, 메탈 버전 마이카이였다. 분명 일반 마이카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할 것이다.
「추정 결정도는 9천 내지 1만 2천입니다.」
장태준이 알려주지 않아도 이미 고글에 표시되고 있었다. 정확한 수치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반응식 추적 장비가 아직 초기형이기 때문이었다. 위치 추적, 결정도 탐색에 어느 정도 오차가 존재했기 때문에 9,000~12,000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그럼 거의 블랙급이네.”
메탈 괴수의 표면은 단단하게 결정화된 프레온 괴수로 구성되어 대단히 높은 방어능력을 가진다. 일반 블랙몹에 비하면 공격력은 몰라도 방어력은 훨씬 앞선다.
―끼아아아악!
두껍고 긴 가지 십여 개가 갑자기 거칠게 흔들리며 무언가를 하늘에 던졌다. 장태준이 외쳤다.
「피하세요! 새끼를 뿌렸습니다!」
씨앗 같이 생긴 물체 십여 개가 뿌려지듯이 떨어졌다. 생긴 건 씨앗인데 크기는 덤프 트럭 바퀴만 했다.
땅에 떨어진 씨앗이 네 조각으로 쪼개졌다. 안에서 튀어나온, 사람 크기 만한 묘목이 뿌리를 내렸다. 각 묘목의 중심 부위에 두 개의 눈이 번쩍 떠지는 모습은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팔처럼 생긴 가지를 옆으로 뻗으며, 새끼 묘목들은 유리창 긁는 듯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끼야아아악!
―끄에에에엑!
여덟 갈래로 뻗은 뿌리를 다리 구르듯이 파닥거리던 새끼 묘목들은, 이윽고 그 징그러운 눈동자를 대원들에게 향했다. 생물의 눈이라기보다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달아놓은 듯이 흉측하고 딱딱한 모습이었다.
―끼에에엑!
비명을 지르듯이 새끼 묘목들이 공격대 본진을 향해 달려왔다. 장태준이 외쳤다.
「대기팀은 뒤로! 더 거리를 벌려요! 투입팀! 곧바로 전투 준비! 탱커들, 앞에 서서 방패형 진형 형성!」
장태준은 239명의 공격대를 각각 120, 119명 이렇게 해서 두 팀으로 나누었다. 블랭이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졌고, 정교한 전술을 구사할 것을 대비한 전략이었다.
‘탱커를 노리지 않을 것이다.’
괴수가 생각을 할 줄 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탱커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다름아닌 딜러이기 때문이다.
힐러를 노리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 힐러는 탱커를 버티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딜러를 먼저 없애서 공격력을 급감시키는 게 훨씬 낫다. 문제는 유지웅의 보호막, 그리고 S급 방어장비가 과연 버틸 수 있게 해주느냐 여부였다.
“지나간다!”
12명의 탱커들은 선두에 선 채, 일정 거리를 두고 방패처럼 스크럼을 짜듯이 막아섰다. 그러나 10마리의 새끼 묘목들은 탱커들을 본 체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어딜 가려고!”
탱커들은 급히 무기를 휘둘러 새끼 묘목들을 가격했다. 그러나 불꽃만 튀었을 뿐, 방어막을 전혀 파고들지 못했다. 새끼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니었다. 방어막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이리 오란 말이야!”
새끼 묘목들은 탱커를 본 체도 하지 않았다. 분명해졌다. 녀석들은 딜러진을 노리고 있었다. 가장 위협적인 게 무엇인지 결정하고, 그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틀림없습니다. 블랭이 저 괴수를 직접 조종하고 있습니다. 다른 메탈 괴수들과는 공격 패턴이 다릅니다.」
확실히 지금까지 쓰러뜨렸던 메탈 괴수들과는 달랐다. 그 이전 메탈 괴수들은 방어 능력이 강력하기는 했어도, 공격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태준은 재빨리 생각했다. 블랭이 괴수를 직접 조종하는데는 제약이 있는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오래 고민할 여력이 없었다.
「딜러진! 뭉쳐서 후퇴! 탱커진! 최대한 보호하세요! 정효주 탱커는 대기!」
탱커진은 재빨리 돌아가서 새끼 묘목들 앞을 가로 막았다. 장태준은 정효주에게 대기 명령을 내렸다. 새끼에게 그녀가 비거를 낭비하면, 정작 마이카이 본체를 상대하는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어그로가 전혀 안 먹혀요! 쳐다도 안 봐요!”
“칼도 안 들어가! 방어막이 너무 단단해!”
딜러진은 필사적으로 후퇴했다. 힐러진은 딜러진과 떨어져서 반대 방향으로 퇴각했다. 새끼 묘목들은 힐러들에게는 눈길도 안 주고, 오로지 딜러들만 노렸다.
딜러들은 본래 움직임이 재빨랐지만, 그것은 근접 딜러들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원거리 딜러들은 지구력이나 체력이 일반인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필사적으로 도주했지만 결국 따라잡히고 말았다.
까강!
제일 선두에 선 새끼 묘목이 휘두른 가지가 닿자 딜러의 몸에서 불꽃이 튀었다. 몸을 감싼 보호막에 막힌 것이다. 보호막은 체내에 가격되는 에너지는 흡수되었지만, 몸이 밀려나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나동그라진 딜러는 벌떡 일어나서 다시 뛰었다.
「박재성 딜러, 괜찮습니까?」
“네! 문제 없어요! 보호막도 남았어요!”
새끼 묘목의 공격력이 S급 강화장비로 강화한 보호막을 일격에 소멸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공격력만큼은 일단 합격점이라는 이야기. 장태준은 급히 지시를 내렸다.
「근접 딜러! 탱커 사이에 섞여서 새끼 묘목들을 공격하세요! 교란 작전과 공격을 펼칩니다!」
“알겠습니다!”
즉시 근접 딜러들은 몸을 돌려 새끼 묘목들을 공격했다. 탱커와 섞여서 들어가면 어느 정도 교란을 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앗! 내가 맞았어요!”
“보호막은?”
“그대로 있어요! 무사해요!”
놀랍게도 새끼 묘목들은 섞여 공격한 무리 중에서 딜러만 정확하게 판별해서 역공을 가해왔다. 그걸 보고 장태준은 확신했다. 적은 완벽하게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팀! 조심하세요!」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대기팀이 있는 땅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곳곳이 갈라지며 날카로운 금속 뿌리가 솟구쳐 올랐다. 금속 뿌리는 대기팀의 탱커와 힐러를 완벽하게 무시한 채 딜러를 정확히 노렸다.
“으악!”
몇 몇 딜러들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금속 뿌리에 가격당하고 말았다. 500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있었던 터라 대기팀은 보호막이 걸려 있지 않았다. 때문에 뿌리는 방어장비 사이로 드러난 팔다리를 그대로 꿰뚫었다.
“힐! 힐!”
대기팀 힐러들이 급히 힐을 넣었다. 힐러들이 빠르게 반응한 덕분에 쇼크사 직전의 대원들은 죽음을 면했다.
‘젠장!’
화면을 보며 장태준은 탁자를 내려쳤다. 마이카이는 영악하게도 양동 작전을 펼쳤다. 씨앗으로 새끼 묘목을 뿌려 투입팀을 공격하고, 멀리 떨어진 대기팀은 땅속으로 뿌리를 뻗어 장거리 공격을 가한 것이다. 딜러만 정확하게 노린 것뿐만 아니라, 방어장비로 보호받는 부위를 피해 팔다리와 얼굴을 제대로 노렸다. 만약 얼굴이 꿰뚫렸으면 그대로 즉사했을 것이다.
「정효주 탱커! 곧장 마이카이 본체를 공격합니다! 공대장님! 대기팀에도 보호막을 걸어주세요! 차륜전 작전은 실패했으니 취소합니다! 전면전으로 가겠습니다!」
“알았어요!”
「힐러들도 긴장하세요! 딜러만 노리다가 갑작스럽게 힐러로 바꿔 노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 지시를 적도 듣고 있다고 생각하고 레이드에 임해주세요!」
저런 적을 상대로는 거짓 교란 같은 것은 의미가 없다. 몸을 잔뜩 웅크려 철저하게 모든 것을 방어하되, 조금씩 타격을 가해 쓰러뜨려야 한다. 장태준은 블랭이라면 자신의 지시를 도청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정효주가 마이카이를 향해 질주했다. 마이카이는 가지를 흔들어 씨앗을 땅에 퍼뜨렸다. 그녀는 새끼 묘목이 부화하기 전에 부딪칠 셈이었다. 시간은 충분했다.
드드드드드득!
그때였다. 눈앞의 땅이 거칠게 흔들리며 갈라졌다. 수십 개의 날카로운 금속 뿌리가 튀어나오며 그녀를 노렸다. 금속 뿌리는 교묘하게도 방어장비로 보호받는 부위를 피해서 덮쳤다. 팔다리의 관절 같은 사이사이 연결 부위를 노린 것이다.
까강!
불꽃이 튀었다. 금속 뿌리는 보호막에 막힌 채 파고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을 뒤로 날리는데는 충분했다.
“이익!”
그녀는 몸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금속 뿌리는 살아있는 듯이 땅에서 솟아난 채 그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사이 땅에 뿌려진 씨앗이 갈라지며 새끼 묘목들이 일어났다. 새끼 묘목들은 그녀를 가두듯이 사방을 가로 막았다.
―끼에에에엑!
마이카이가 다시 가지를 뒤흔들었다. 수십 개의 씨앗이 저 멀리 날아갔다. 정효주는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이번에 던져진 씨앗들은 그녀보다 후방에 있는 본대를 노리고 있었다.
처음 뿌려진 십여 마리의 새끼 묘목들을 겨우 물리친 대원들은 숨을 고르다가 재차 씨앗이 뿌려지자 놀랐다.
“젠장! 또 왔어!”
“공대장님! 저 보호막 좀요! 거의 다 소실됐어요!”
유지웅은 급히 대원 개개인에게 보호막을 걸어 주었다. 그 사이에도 마이카이는 광범위한 공격을 그치지 않았다. 마치 머리가 수십 개는 달린 것처럼 모든 가지, 뿌리, 그리고 새끼 묘목들이 따로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번쩍!
한줄이 섬광이 일었다. 정효주가 무기에 궁극 에너지를 불어넣은 뒤, 그대로 금속 뿌리와 새끼 묘목들을 베어 버린 것이다. 그녀는 그대로 마이카이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깡!
2차 궁극기, 궁극 에너지를 무기에 주입해 베어버리는 기술이 그대로 가격했다. 강력한 반발력이 되돌아오자 정효주는 손이 얼얼한 느낌에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끼에에에엑!
“됐다!”
정효주는 환호성을 올렸다. 분명한 감촉이 왔다. 무기가 방어막을 파고들며, 녀석의 금속 피부를 헤집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환희에 젖어 있는 것도 잠깐이었다.
퍽!
다섯 개의 금속 뿌리가 뒤에서부터 빠르게 덮쳐 왔다. 파공음을 느끼고 그녀는 재빨리 몸을 돌렸지만, 다섯 개 전부를 피하는 것은 실패했다. 둔탁한 충격이 전해지며 그녀의 몸이 멀리 나가 떨어졌다.
“쳐! 어서 쳐!”
“자기 보호막은 자기가 체크해! 보호막이 소실된 딜러들은 재빨리 물러나!”
「공대장님! 탱커는 그냥 보호막 주지 마세요! 보호막 없어도 탱커들은 새끼들한텐 안 죽습니다! 비거를 아껴요!」
그렇지 않아도 처음 한 번을 제외하고, 유지웅은 탱커들에게 보호막을 주지 않고 있었다.
몸을 일으킨 정효주는 눈앞에서 번뜩이는 금속 뿌리, 금속 가지를 보았다.
그녀는 등을 돌렸다. 본진은 중앙으로 난입한 수십 마리의 새끼 묘목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딜러들은 보호막을 믿고 직접 새끼 묘목들한테 맞아가며 딜을 해서 차례차례 쓰러뜨렸다. 보호막이 빠지거나, 어느 정도 소진된 딜러들은 뒤로 후퇴해서 보호막이 채워지기를 기다렸다.
그것을 눈치 챈 새끼 묘목들이 뒤로 물러서는 딜러들만 집요하게 노리자 또 탱커들이 막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유지웅도 빠르게 보호막을 갱신해주느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왜 안전지대 영향을 전혀 안 받고 있지?’
이대로는 본진의 딜 지원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효주는 마이카이로 눈길을 돌렸다. 조금 전 그녀가 낸 금속 상처에서 푸른 연기가 뭉치고 있었다. 깨진 외장갑을 프레온 괴수층이 융합하며 다시 재생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방어막도 원래대로 복원되고 있었다.
탱커들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새끼 묘목들을 상대로 아주 조금 시간을 끌어주는 역할 정도? 이래서는 정효주 혼자서 마이카이 본체를 상대해야 할 판이었다.
“장 팀장님. 이래서는 답이 없겠는데요.”
장태준은 육성 대신 고글에 글자를 띄웠다.
―전 대원에게 알립니다. 별도의 기동대를 편성해서 블랭의 본체를 찾아야겠습니다. 이대로는 무의미하게 시간만 버리게 됩니다. 도청 방지를 위해 이제부터는 텍스트로만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육성 지시보다 텍스트 지시가 항상 우선합니다.
장태준의 육성 지시는 물론 암호화된 전파로 송신된다. 그러나 내장 스피커가 그의 목소리를 재생하는 순간 어쨌든 소리가 발생하게 된다. 소리 크기는 미약하지만 ‘귀가 좋다면’ 엿듣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래서 장태준은 기동대 편성을 고글에 문장으로 띄운 것이다. 해킹을 하지 않는 한은 적도 알 수가 없다. 암호화 기술을 믿고 해킹이 안 되기를 빌 뿐이다.
「본진, 조금 더 버티세요! 정효주 탱커! 본진은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마이카이를 묶어두세요! 2차 궁극기로 최대한 타격을 주는 방향으로 가겠습니다!」
―지금 기동대로 편성된 인원은 시간을 끌되 후퇴하는 척 하면서 이탈합니다. 그리고 즉시 블랭을 추적합니다.
장태준은 목소리와 글자로 전혀 다른 지시를 동시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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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