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591)
00591 왕관의 무게 =========================================================================
쐐애애액!
바람을 가르며 급강하한 브라우니는 꾸물꾸물거리는 호랑이 괴수를 멋지게 부리로 꿰었다. 몸길이만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괴수지만, 브라우니에게는 맛있는 먹잇감일 뿐이다.
요즘 너무 힘들다. 사냥이 아니라, 사냥감 찾는 게.
옐로 몹을 입에 물고 돌아오면서 브라우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건 무슨 먹을 것들이 씨가 말랐어. 눈에 핏발이 서도록 훑어봐도 보이지가 않아.
브라우니가 즐겨 사냥하는 먹이는 옐로 몹이다. 레드 몹? 맛있어 보이긴 하는데 주인이 화낼까 봐 차마 못 잡는다. 게다가 레드 몹은 주인이 몇 번 빼앗아간 적이 있기 때문에, 몰래 잡아서 혼자 먹을 때 말고는 안 잡는다.
둥지에 가져다주는 먹이는 당연히 눈에 띈다. 그래서 주인이 관심을 안 주는 옐로 몹만 골라잡는 것이다. 레드 몹을 잡아서 파란 돌멩이를 들고 갔다가는 빼앗길 것 같으니까.
대체 왜 이렇게 먹이들이 씨가 말랐을까?
브라우니는 요즘 들어 가슴이 답답했다. 애들은 무럭무럭 커 가는데 먹이가 도대체 안 보여!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단체로 녀석들이 짐이라도 쌌나? 바다나, 땅속으로 집단 이주라도 한 건가?
브라우니는 호랑이 괴수를 물고 둥지에 도착했다. 퍼득퍼득 날갯짓 연습을 하며 엉겨서 놀던 여섯 마리 새끼들이 일제히 딱 멈춘다. 아빠가 오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부리를 한껏 크게 벌리고 짹짹거리며 밥송을 불러댄다.
밥밥밥밥밥밥바아아밥밥바밥밥!
인간들 귀에는 짹짹거리는 소리로 들리지만, 브라우니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 멋지게 착지한 브라우리는 입에 물고 온 먹이를 내려놓았다. 새끼들은 꽁지를 파닥거리며 너나 할 것 없이 머리부터 들이밀고 먹이를 물어뜯느라 바빴다.
두 처, 트리스티나와 제이라가 나왔다. 낑낑거리며 먹이를 잘 뜯지 못하는 새끼들을 위해서 부리로 잘게 찢어 주었다. 새끼들은 어미가 뜯어주는 먹이를 낼름낼름 잘도 받아, 아니 뺏어먹었다.
식사를 마친 새끼들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둥지로 몰려갔다. 배도 부르겠다, 이제 낮잠을 자려는 것이다.
브라우니는 둥지를 높은 곳으로 바꿔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집이 땅에 있으니까 도대체 애들이 날갯짓 연습을 안 해. 저래서 훌륭한 파일럿이 될 수 있을까?
잠시 쉬려는데 제이라와 트리스티나가 빤히 쳐다본다. 우리 것은 왜 없어요, 하는 눈빛이다. 브라우니는 끙 하며 일어났다. 또 다시 먹잇감을 찾아 몇 시간이고 하늘을 헤매야 할 것 같다.
어린 암컷들 데리고 살기 너무 피곤해. 딸려오는 책임이 너무 많아.
대체 먹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 *
“가혹한 생존 환경이 지금의 괴수 생태계 변화를 가져온 건 아닌가 싶습니다.”
“가혹하다고요?”
“지금 지구 전체는 저농도의 안전지대로 변했죠. 이 환경 자체가 괴수들에게 있어서는 스트레스인 겁니다.”
“하지만 옐로 몹을 죽일 정도로 쎈 건 아닌데요? 카직스도 제대로 잡지 못할 텐데.”
“단순히 파괴력, 출력만 놓고 보면 곤란하죠. 예민한 괴수 입장에서는 어찌 되었든 간에 그전보다 살기 곤란할 만큼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더 강해지려고 노력을 하게 되는 거죠.”
옐로 몹이 희박해지고 레드 몹이 늘어난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지구 전체에 설치된 저농도 안전지대가 원인 같기는 한데, 그 연결고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나마 제일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설이 바로 환경적응설. 즉 변화하는 환경을 감지하고, 거기에 미리 적응하기 위해 레드 몹이 늘어나고 옐로 몹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강자생존설이라고도 한다.
“새끼들 성장이 생각보다 느리네요.”
“조류인 점을 생각하면 너무 느리긴 합니다. 하지만 괴수, 그것도 블랙 몹의 새끼인 점을 생각하면…….”
원래 생물은 먹이 사슬의 하위에 놓일수록 성장 속도가 빠르다. 사방이 천적 투성이니 빨리 성장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우니는 괴수 생태계의 최고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블랙 몹이다. 그래서 그런가?
“어, 저게 누구죠? 쿤겐 아니에요?”
“예. 원래 꾸준히 오셨는데 요즘 들어 더욱 자주 오십니다.”
먼발치에서 유지웅은 테레사를 발견했다. 그녀는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트한 검은 바지와 소매가 긴 하얀 상의를 입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승마복 같기도, 전투기 파일럿 복장 같기도 한 차림새였다. 거기에 군화를 연상케 하는 두꺼운 굽의 부츠까지 신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로봇 몇 호기를 타고 출격할 것 같은 차림새를 한 그녀는 브라우니 둥지에서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름드리나무를 쌓아 만든 브라우니 둥지는 높이만 4미터가 넘어가는 엄청난 크기다. 평지에 지어져 있으며,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둥지 외곽에 철제 구조물로 지붕을 덮고 벽을 쌓았다.
테레사가 탐난다는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브라우니 새끼 여섯 마리는 주눅이 들어서 서로의 날개속에 머리를 파묻었다. 바보 같은 녀석들, 그렇게 눈을 감춘다고 안 보일 줄 아나? 역시 새대가리는 어쩔 수가 없군.
“테레사? 여기서 뭐 해요?”
“써, 오셨습니까.”
차렷 자세를 한 그녀는 허리를 정중하게 90도로 굽히면서 인사를 했다. 보통 이런 자세를 하면 가슴골이 슬쩍 보이기 마련인데, 워낙 타이트한 옷이라서 그런 게 없다.
“새끼 녀석들을 감별하는 중입니다.”
“감별? 뭐 하러요?”
“어느 녀석이 가장 튼실한가 보는 중입니다.”
“……그건 뭐 하러요?”
“저도 써처럼 훌륭한 몬스터 라이더가 되고 싶습니다.”
저렇게 오글, 아니 닭살 돋는 말을 어쩜 아무렇지도 않게 뱉을 수 있을까. 게다가 표정 하나도 안 바뀌고.
“몬스터 라이더라니요. 그런 거 아닌데, 그냥 가끔 급할 때 타고 다니는 정도지…….”
“그게 바로 대단한 겁니다! 저 역시 그런 훌륭한 인물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새끼들 중 누가 우량아인가 해서 매일 들여다보고 있었던 거야?
“……식사나 하죠. 배고픈데.”
“사주시는 겁니까?”
“네.”
“감사합니다.”
겨우 식사 한 번 사주는 거 가지고, 본인도 돈 엄청 많으면서 뭐 저래?
유지웅이 아는 것만 해도 테레사는 현금 자산이 5조 원은 넘어가는 걸로 안다. 카네기 본가의 재산은 뺀, 순수하게 본인이 벌어들인 돈만 따진 것이다. 원화가 사실상의 기축통화로 취급받는 지금, 5조 원의 현금은 카네기 가문도 쉬이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자금이다. 카네기 가문 인척들이 뻔질나게 한국을 드나들며 테레사와 친분을 쌓으려고 안달이 난 이유이기도 하다.
동해에 있는 괴수관리소는 약 220명의 인력으로 이뤄져 있다. 업무 특성상 해안가에 위치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괴수관리소에서는 브라우니 일가 새 9마리, 모비딕 일가 범고래 5마리를 총괄 관리한다.
모비딕 새끼 세 마리는 완전히 길들여졌다. 특히 트리스티나와 매우 친해져서 자주 어울리고 논다. 모비딕 부모도 다 큰 새끼들한테는 관심이 없는지 요즘에는 바다로 돌아가서 모습을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괴수관리소가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모비딕 새끼 세 마리뿐이다.
말이 220명이지, 가구수로 보면 220가구다. 비서실에서는 괴수관리소 직원들이 머물 수 있도록 사육소에 400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직원 아파트를 건설했다. 그리고 세종시를 오갈 수 있도록 V-23 전용 항공편을 편성했다.
덕분에 직원들은 외진 동해안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크게 불편함은 못 느낀다. 사육소에서 V-23을 타면 세종시까지는 20분이면 도착한다. 세종시에서 서울까지는 자기부상열차를 이용하면 또 20분이다. 운 좋으면 세종시에서 서울까지 운항하는 V-23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 그럼 시간이 더 단축된다.
유지웅은 저택에 두고 사용하는 개인 자가용 V-23 2기 이외에도 20기의 V-23을 추가 매입했다. 아무래도 지방에 근무하는 직원들 교통이 불편할 테니, 시간을 단축하라고 한 것인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다들 자가용 헬기 타고 다니는 기분이라나?
처음에는 헬기를 사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유지웅이 묵살했다.
“제가 타보니까 헬기는 너무 느리고 답답하고 멀리도 못 가고 아무튼 불편해요. V-23이 최고예요.”
그 한 마디에 헬기 구매 계획은 전면 폐지되고, V-23 대량 구매로 이어지게 되었다. 대량 발주 덕분에 미국 항공기업체만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나?
사육소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상권 지역이 발달해 있었다. 그렇다고 무슨 대도시 수준은 아니고, 그냥저냥 직원들 상대로 장사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형성한 지역이다. 당연히 무슨 고급 음식점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고, 거의 다 서민적인 음식 가게뿐이었다.
유지웅은 대강 아무데나 보이는 갈비집을 찾아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
“여기 갈비 20인 분이요.”
수행원과 경호원도 있다 보니 그 정도는 시켜야 된다.
“써, 술은 안 시킵니까?”
“……술 먹고 싶어요? 대낮인데.”
“먹고 싶습니다.”
“……그럼 소주. 여기는 보드카 없어요.”
“괜찮습니다. 독하기만 하다면.”
“보드카에는 비교가 안 될 텐데. 쿤겐은 40도 넘어가는 독주만 좋아하잖아요?”
“소주도 맛있습니다.”
유지웅은 살짝 질렸다. 또 그 꼴을 봐야 하나?
수행원들도 상당히 흥미롭다는 얼굴이었다. 테레사는 이 중 유일한 여자고, 또 미혼인 데다가 근사한 미소녀다. 남자로서 관심이 안 간다면 거짓말이다. 유지웅은 오늘 저들의 환상이 또 한 번 깨지겠구나 하고 속으로 애도를 했다.
“으, 으악!”
“소주를 냉면 그릇에 붓고 있어!”
테레사는 소주잔 같은 거 안 쓴다. 빈 냉면 그릇을 중간에 놓고, 양손에 소주병을 잡은 채 콸콸콸 부었다. 그렇게 해야 그녀의 클래스에 맞는 ‘한 잔’이 완성된다. 유지웅은 이미 몇 번을 본 터라 익숙해졌지만, 이중에는 이런 모습을 처음 보고 환상이 와장창 깨져나간 이들도 있을 것이다.
잔을 완성한 테레사는 조그만 캡슐을 꺼내 안에 든 투명한 물약을 술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휘적거리며 크게 저었다. 유지웅이 의아해서 물었다.
“지금 뭘 타는 거예요?”
“아, 중화제입니다.”
“중화제?”
“마취제의 일종이죠. 탱커도 술에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보조제입니다. 이걸 술에 타서 먹으면 탱커도 일반인처럼 술에 취합니다.”
“그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해는 전혀 없습니다. 물론 일반인은 먹으면 큰일납니다. 그래서 탱커한테만 처방할 수 있고, 탱커만 소지할 수 있습니다.”
해독 능력이 워낙 좋은 탱커들은 보통 술을 먹어도 취하지를 않는다. 탱커 전용 술이 따로 있거나, 혹은 지금처럼 보통 술에 탱커 전용 약을 타서 먹어야 비로소 취한다. 정효주와 대작할 때 몇 번 그녀가 몰래 자기 술에 뭔가를 타는 걸 본 기억이 난 유지웅은 그제야 끄덕였다.
그러다가 흠칫 했다.
“잠깐, 탱커 전용 술은 일반인은 못 사죠?”
“네? 그렇습니다만?”
탱커도 취하는 술, 탱커가 일반 술에 취하게 만들어주는 약, 탱커 전용 약품, 아무튼 탱커 전용 식약품은 일반인은 구매가 불가능하다. 불법 구매 및 소지, 유통시에는 마약 이상으로 엄격하게 다스린다. 왜냐면 그런 식약품은 탱커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갑자기 소리를 지른 건, 까마득한 옛날 일이 문득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6년 전의 애송이 시절, 힐러로서 능력을 잃고 최현주한테도 차였을 때 일이다. 마침 정효주도 정공에서 짤리고 둘이 신세한탄을 하고 술을 마시고 만취해서 사고를 쳤다. 그때 기억으로 분명히, 분명히, 분명히…….
‘그 맥주, 내가 샀는데?’
와이프가 맥주에 취하는 약을 탔던가, 안 탔던가? 갑자기 생각이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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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생각합니다.
“저년이 언제고 일을 낼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