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0)
00060 이것이…… S급 장비? =========================================================================
옐로 몹 레이드는 위험하지만 그만큼 단조롭다. 어그로가 튀지만 않으면 무난하게 레이드는 끝난다. 옐로 몹의 공격 수단은 정형화되어 있으며,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지도 않는다. 탱커가 버티고, 딜러가 딜하고, 힐러는 힐을 하면 레이드는 끝나곤 했다.
이 자리에 모인 대원들은 그런 정형화된 레이드에 익숙해져 있었다. 아니, 그런 레이드 말고는 한 경험이 없었다. 아마 지구 전부를 통틀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마이카이는 그 상식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새끼 나무를 여럿 낳아서 원거리 딜러진을 공격한 것이다.
―끼아아아!
―끼아아아!
어른 키 만한 새끼 묘목들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달려왔다. 나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스피드였다. 작기 때문에 날렵한 걸까? 원거리 딜러들은 피하는 데만도 정신이 없었다.
“이리 와! 이 개 자식들!”
늦지 않게 서브 탱커 황규리가 도착했다. 그녀는 양손에 쥔 대검을 크게 횡으로 휘두르며 새끼 묘목 세 놈을 동시에 베었다. 새끼들은 잠시 휘청거리더니 곧 몸을 돌렸다. 나무 껍질 사이에 난 눈동자가 황규리를 향했다.
“나도 있다!”
또 다른 서브 탱커 박달식이 쌍도끼를 휘두르며 새끼들을 마구 공격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새끼들은 원거리 딜러딜을 쫓다 말고 박달식에게 달려들었다.
새끼들은 두 패로 나뉘어서 서브 탱커들에게 달려들었다.
「원딜분들, 다시 자리 잡아요! 근접 딜러분들, 서브 탱커 주위로 진형 변경하세요!」
군 출신이라는 관록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다른 대원들이 비정형적으로 전개되는 레이드에 당황하고 있을 때 팀장이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그는 레이드를 전두지휘하기 위해서 비싼 월급을 받고 고용되었다. 그렇다면 돈값을 해야 한다.
“크윽!”
“아악!”
서브 탱커진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새끼들의 공격을 받느라 심한 부상을 입은 것이다. 힐러진이 다급해졌다.
“힐! 서브 탱커한테 힐!”
“제가 할게요!”
“저도 할까요?”
힐러들은 힐을 넣으면서도 우왕좌왕했다. 팀장이 급히 교신기로 지시했다.
「박현정 씨, 정태희 씨는 황규리 씨를 전담하세요. 김수정 씨, 황영애 씨는 박달식 씨를 전담하시고요. 나머지는 그대로 메인 탱커를 전담하세요.」
“알았어요!”
순식간에 힐 배정이 끝났다. 서브 탱커들은 새끼들의 공격을 받으며 계속해서 어그로를 끌었다. 팀장이 분석팀에게 물었다.
“새끼 괴수들의 공격력은 어느 정도나 되죠?”
“상당한 수준입니다! 4마리가 모여서 옐로 몹 정도의 공격력을 내고 있습니다!”
“옐로 몹 두 마리가 추가된 셈이군요.”
마이카이가 낳은 새끼는 모두 8마리. 서브 탱커 한 명이 각각 4마리씩 붙들고 있으니, 옐로 몹 한 마리씩을 붙잡고 있다고 봐도 좋으리라.
“새끼 괴수들 어그로가 잡히는 대로 근접 딜러진을 투입하겠습니다! 준비하고 대기하세요!”
“오케이!”
“라져!”
“알았음!”
저 놈의 구호의 불통성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진짜 하나로 통일하든가 해야겠다.
‘이런 레이드는 처음이다.’
팀장은 손톱을 깨물었다. 초조할 때면 나오는 안 좋은 버릇이었다.
옐로 몹 레이드는 간단하고 정형적이다. 스키너만 해도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카이는 전혀 다르다. 근접 딜러를 마이카이 공격에 투입할 수도 없고, 원거리 딜러진으로 공격했더니 새끼를 낳아서 반격한다.
마이카이는 여전히 정효주를 공격하고 있었다. 분명히 어그로가 튄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원거리 딜러들이 거슬리게 하니까 새끼를 낳아서 대신 처리하게 한 모양이었다. 어느 몹도 이런 복잡한 전투를 보인 적이 없었다.
‘이거다!’
한편으로는 환희가 들끓었다. 그는 천상 군인이었다. 전투가 어려워질수록 도전 의식이 생기고, 그에 따른 성취감도 커진다. 공격대에서 지원팀의 가치가 증가하는 것이다.
“새끼 몹들, 어그로 잡혔습니다! 근접 딜러분들, 바로 공격하세요!”
“오케이!”
“알았음!”
“라져!”
근접 딜러들도 신이 나 있었다. 처음 보는 복잡한 형태의 반격에 당황했지만, 할 일이 생겼다는 게 그들은 기뻤다. 스키너 때처럼 원거리 딜러들에게 주도적인 역할을 떠넘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두 패로 나뉜 근접 딜러들은 서브 탱커가 붙잡고 있는 새끼들에게 각각 달려들었다. 창과 칼, 도끼가 그려내는 궤적이 허공을 가득 수놓았다. 절단면에서 뿜어져 나온 수액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분석팀원 한 명이 빠르게 보고했다.
“새끼 괴수의 방어력은 의외로 낮은 것 같습니다. 5분 만에 전부 처리되었습니다.”
“좋아요. 서브 탱커와 근접 딜러분들은 그대로 대기, 원거리 딜러분들 이제 본체에 딜 시작하세요!”
기다리고 있었던 지시였다. 원거리 딜러들은 마이카이를 향해 일제히 딜을 시작했다. 수많은 빛줄기가 허공을 날아 마이카이의 울창한 가지에 직격했다.
정효주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마이카이는 또다시 공격을 받자 몸을 잠시 움츠렸다. 땅이 부르르 떨렸다. 마이카이가 다시 연약한 가지 몇 개를 늘어뜨렸다. 열매가 툭툭 떨어졌다.
반복된 패턴에 대원들은 당황해서 술렁였다. 하지만 팀장은 예상했다는 듯이 바로 지시했다.
「또 새끼를 낳을 모양입니다! 서브 탱커, 주변에 가서 대기하세요! 새끼가 나오는 즉시 바로 어그로 끌어요!」
서브 탱커들은 재빨리 마이카이 주변으로 달려갔다. 그들의 얼굴은 흥분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번 스키너 때는 탱커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한 게 없었다. 박달식이 딜러 한 명을 대신해서 스키너의 꼬리 공격을 맞은 게 다였다.
그래놓고 돈은 81억(세금, 유지웅 몫 제외) 넘게 받아챙겼으니 나름 공격대에 미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밥값을 할 수 있게 생겼다!
―끼아아아! 끼아아아!
―끄으으으!
마이카이가 떨어뜨린 열매에서 새끼 묘목들이 급속도로 자라나서 원거리 딜러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팀장은 확신했다. 성가신 원거리 딜러를 공격하기 위해서 새끼를 치는 거라고.
“어딜 가!”
“이리 와! 이 자식들!”
두 서브 탱커는 각각 분담해서 묘목들을 공격했다. 원거리 딜러를 공격하러 달려가던 새끼들은 멈칫하고, 서브 탱커에게 몰려서 맹렬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새끼들 어그로가 어느 정도 잡히자 팀장이 다시 지시했다.
“근접 딜러진! 딜 시작!”
“녹여버리겠어!”
“우오오오!”
근접 딜러진의 기합이 예사롭지 않았다. 스키너 때 원거리 딜러진에 주도적 역할을 뺏겨야 했던 설움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듯이 맹렬히 새끼들에게 칼질, 창질을 해댔다. 몇 마리가 합쳐서 옐로 몹에 버금다는 공격력을 내는 새끼들이지만, 방어능력은 형편없었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근접 딜러들의 공격에 새끼들은 전부 수액즙 신세가 되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전부 레이드의 프로다. 비록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정형식 대응에 당황했지만, 이내 빠르게 대처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원팀장의 빠른 판단능력과 발빠른 지시가 한몫했다.
정효주는 확실하게 어그로를 끌고 있었다. 그녀가 아닌 어느 탱커도 이렇게 탱킹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마이카이는 원거리 딜러들의 공격에 반응을 보였다. 그것은 그만큼 어그로가 불안정하다는 증거다. 결코 정효주 탓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이카이는 움직일 수 없다. 그리고 가장 큰 위협을 주는 정효주가 눈앞에서 알짱거린다. 그래서 마이카이는 원거리 딜러들을 괴롭히기 위해서 거듭해서 새끼 묘목을 치는 것이다.
“다른 개체를 만들어내는 몹은 처음 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학계는 난리가 날 겁니다.”
“잊지 않으셨겠죠? 레이드 도중 기록된 모든 데이터는 공대장님의 허락이 있어야만 외부에 공개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받는 비싼 월급에는 보안 서약 대가도 포함도 있음을 명심하세요.”
팀장의 날카로운 말에 반쯤 들떠 있던 팀원들은 움찔했다.
“일반 공격력은 스키너보다 약간 우세합니다. 하지만 스키너의 꼬리 공격 정도는 아닙니다.”
“적어도 20개 이상의 나뭇가지를 동시에 움직여서 메인 탱커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역시 근접 딜러를 본체 공격에 투입하는 것은 무리 같습니다.”
“어차피 투입할 여유도 없습니다. 근접 딜러와 서브 탱커는 새끼들을 처리하는데 써야 해요.”
“메인 탱커 부상 정도가 상당합니다. 힐러진의 힐 부담이 과중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확실히 회복되는 게 조금 늦군요.”
전투는 어느덧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마이카이는 끊임없이 새끼를 쳤다. 그래서 새끼가 나오면 일단 원거리 딜러는 딜을 멈추었다. 그 사이 근접 딜러와 서브 탱커가 새끼들을 정리하면, 다시 마이카이를 공격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새끼 수가 무제한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서브 탱커와 근접 딜러로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패턴이 반복되면 공략이 된다. 그리고 공략이 된 순간 레이드는 이미 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모두가 그렇게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팀장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공대장님이 왜 저러지?’
유지웅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처럼 내내 어두웠다. 좋지 않다. 프라임 공격대의 핵심은 그의 보호막 능력이다. 보호막이 있기 때문에 레드 몹을 잡을 수 있는 거고, 그게 곧 프라임 공격대의 존속 이유다. 그런데 그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보통 큰일이 아니다.
팀장은 급히 폐쇄 주파수로 그에게만 들리게 말을 걸었다.
「공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보호막 시전에 바쁘던 유지웅은 난데없는 교신에 깜짝 놀랐다.
「예?」
「얼굴 표정이 좋지 않아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게…….」
「문제가 있으면 바로 바로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전투 지휘에 즉각 반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호막 능력은 레이드 유지의 핵심입니다.」
유지웅은 팀장을 고용한 게 참 잘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통상 공격대는 공격대장이 전투 지휘를 하는 게 보편화 되어 있다. 그만큼 레이드 경험이 많은 이가 공격대장을 잡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지웅은 레이드 경험이 많지는 않다. 희소 능력자임을 살려서 공격대를 창설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다른 이에게 맡겼다. 그 선택이 참으로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보호막과 장비의 연관성은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다.
‘젠장!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유지웅은 팔목에 찬 S급 장비를 응시했다. 부자왕의 눈물은 집에 두고 왔다. 조만간 반납할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S급 장비가 있으면 A급 장비는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장비의 등급 우위 현상 때문이다. 장비는 동급끼리는 서로 시너지 증폭 효과를 가진다. 하지만 하위 등급 장비는 상위 등급 장비에 증폭 현상이 먹혀 버린다.
이를테면 C급 장비를 복수 사용하면 하나를 사용했을 때보다 능력이 증폭된다. 당연히 장비가 많아질수록 효율이 낮아지며, 증폭의 한계치도 존재한다.
반대로 B급 장비와 C급 장비가 각각 존재하면, C급 장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된다. B급 장비의 증폭 능력에 C급 장비가 무시되는 것이다. 또 C급 장비를 아무리 많이 착용해도 B급 장비 1개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와 같은 반응을 등급 우위 현상이라고 한다.
즉 S급 장비가 있는 이상 다른 하위 장비는 백 개가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그런데 그 S급 장비가 뭔가 이상했다.
‘부자왕의 눈물이랑 별로 다른 게 없잖아!’
바로 그거였다. 다른 사람은, 심지어 정효주도 모르고 있는 눈치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시전하는 보호막은 2단계 보호막(A급 장비 사용)과 거의 동일한 강도를 보이고 있었다.
‘장비가 잘못된 걸까? 아니야! 어쨌든 증폭은 보이고 있잖아! 그럼 뭐야? 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무려 천억이나 주고 마련한 고가 장비가 무료로 대여 가능한 장비와 별다른 게 없다면, 심각한 손해다. 결정체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신이 장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대체 뭘까? S급 장비만이 가진 비밀이 있는 걸까?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으, 으아아악!”
“저게 뭐야!”
요란한 비명소리가 그를 혼란에서 일깨웠다. 전방을 바라본 그는 놀라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마이카이가 정효주를 공격하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 마치 기지개를 켜듯이 모든 가지를 하늘로 치켜올린 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 바람에 아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땅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쿠웅! 쿵! 쿵! 뿌직! 뿌지지직! 빠드드득!
땅이 쩌저적거리며 갈라졌다. 마이카이가 커지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착각이었다. 커지고 있는 게 아니라 땅에서 뿌리를 뽑으며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급속 성장한 새끼들이 뿌리를 뽑고 일어섰던 것처럼 말이다.
“딜 중지! 딜 중지!”
팀장이 급히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지시가 떨어지기 전 이미 원거리 딜러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딜을 멈춘 상태였다.
마침내 마이카이가 뿌리를 완전히 뽑고 섰다. 흙과 암석이 덕지덕지 묻은 거대한 뿌리가 발처럼 갈라진 땅을 밟고 섰다.
정효주를 내려다보던 마이카이가 온몸을 비틀며 거친 포효를 쏟아냈다.
―캬오오오오!
============================ 작품 후기 ============================
“장비가 이상해! 뭐가 잘못된 걸까?”
-의지 문제야. 의지만 있으면 뭐든 해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