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18)
00618 인어 여왕 =========================================================================
유지웅은 흙빛이 된 채 안슐과 시선이 부딪쳤다. 아리비아 해역이라면, 안슐의 조국인 UAE와도 가까운 곳이다.
“노틸러스인가요?”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반 추적 장비에는 잡히는데 괴수 탐지망에는 걸리지 않는 걸 봐선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높은 게 아니라 그럼 확실하잖아요!”
인도양에 나타난, MD망에 걸리지 않는 초대형 괴수라면 레드 결정체를 가진 노틸러스뿐이다.
“그러니까 노틸러스가 지금 북상 중이라고요?”
“네!”
“이런, 시간이 없네. 귀국을 서둘러야겠어.”
안슐도 다급해졌다. 노틸러스의 공격 사정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불명이다. 그러나 아라비아 해협에 들어선다면 UAE도 위협권이라는 것만큼은 틀림없을 것이다.
“지금 돌아가게요? 하지만 위험하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더욱 돌아가서 대책을 세워야지.”
“그럼 나도 같이 가요!”
“아닐세. 나 때문에 친구를 위험에 빠뜨릴 순 없네. 자네는 오지 말게.”
“마찬가지예요. 친구가 위험해질 수 있는데 바다 건너에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어요.”
“정말 괜찮네. 설혹 녀석이 육지를 침공한다 해도 국민들을 피신시키면 그만이니. 싸울 일은 없을 걸세.”
“그래도요.”
유지웅이 강하게 자기 뜻을 내비추자 정효주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나섰다.
“그래요, 아주버님. UAE 일이면 아주버님뿐만이 아니라 우리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제수씨.”
“염려 마세요. 저희도 위험한 수중 레이드를 하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요. 어디까지나 만약을 대비하는 것뿐이에요.”
그녀의 진심이 느껴지자 안슐도 더는 사양하지 못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그가 몹시 미안한 듯이 말했다.
“그럼 신세를 조금 지겠습니다.”
“그런 말씀하지 말아요. 저희도 받은 게 많은 걸요.”
안슐이 더는 사양을 않자 유지웅은 즉각 장태준에게 전화로 지시를 내렸다. 제니스의 모든 전력을 UAE로 집결하라는 내용이었다. 지시를 마치고 그는 나미를 바라봤다.
“도와주실 수 있나요?”
나미는 잠시 말이 없이, 물끄러미 안슐을 응시했다. 한없이 맑고 잔잔한 눈빛이었다. 안슐은 미동조차 않은 채 조용히 그녀의 시선을 받아내었다.
이윽고 그녀가 끄덕였다.
“그럴게요.”
“정말인가요? 아까는…….”
“뭍에서라면 도와드릴 수 있어요. 저 혼자 나서는 것도 아니니 큰 위험도 없을 테고요.”
아까 나미가 거부한 이유는, 바닷속에서 싸울 경우 그녀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서로 영역을 긋고 멀쩡히 잘 지내고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으니. 하지만 뭍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니스와 협공을 할 수 있으니 오히려 노틸러스에게 불리하다.
물론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그녀는 안슐의 얼굴을 볼 때마다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레지나는 그것을 가리켜 미안함이라고 했다. 그녀는 이런 식으로라도 그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다.
* * *
“우리의 목적은, 노틸러스가 육지에 상륙할 경우 예상되는 피해를 막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중 레이드는 계획에 없습니다. 수중장비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가져왔을 뿐이니 오해하지 말길 바랍니다.”
장태준의 브리핑이 잠시 멈추자 대원 중 누군가가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최악의 상황이요?”
“수중레이드를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말합니다.”
“그런 상황이 어떤 상황이죠?”
“글쎄요. 저도 모릅니다.”
어떤 최악의 상황이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장태준은 단지 제니스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총동원했을 뿐이다. 그조차도 수중장비를 사용할 일은 없을 거라 보았다. 왜냐하면 수중 레이드는 계획에 잡혀 있지 않으니까.
현재 조기경보기가 실시간으로 노틸러스를 추적하고 있었다. 노틸러스는 아예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채 이동 중이었다. 직경 3km에 달하는 거대한 앵무조개가 이동하는 광경은, 마치 섬이 움직이는 것 같은 위압감을 주었다.
이동 궤적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해일 때문에 인도양과 연안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은 이미 대피령이 떨어진 상태였다.
유지웅이 레이드를 결정한 것은 친구의 나라가 위험에 처하도록 둘 수 없다는 이유가 크다. 하지만 다른 것도 있다. 한 번 육지를 습격한 녀석이 다른 지역을 재차 습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양 깊은 곳에서 잠자코 지낸다면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지만, 육지를 침범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게 나중에는 한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에서라면 몰라도, 뭍에서는 승산이 있습니다. 나미 씨도 있으니까요.”
나미는 일방적인 차이로 패배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제니스가 가세하면 오히려 그 전력 차이를 바로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숫제 섬이잖아…….”
글로벌이글이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영상을 보고 대원들은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직경 3km. 말 그대로 작은 섬 하나가 지금 육지로 올라오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애초에 감도 잡히지 않았다.
“전통적인 레이드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 어그로 개념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 거라 봅니다. 1차 페이즈는 탱커까지 전원 딜러 역할을 수행하는 전술로 가겠습니다.”
“효주도요?”
“물론입니다. 메인 탱커도 예외는 없습니다.”
“그래도 촉수 같은 것도 있고 하던데…….”
“이렇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입니다. 물론 보조 전술안에는 전통적인 방식의 어그로 확보형 레이드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런 식으로 전투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유지웅은 납득한 듯이 끄덕였다.
“알겠어요. 장 팀장님이 짜셨으면, 확실하시겠죠.”
“혹 탱커 어그로 확보 식으로 전투 방식이 변경될 경우 메인 탱커는 나미 씨가, 그리고 서브 탱커를 정효주 탱커장님이 맡게 됩니다. 그 외의 탱커는 궁극기를 이용해서 원거리에서 타격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우리가 노려야 하는 목표는 바로.”
장태준은 레이저 포인트로 스크린을 가리켰다. 노틸러스의 예상 모습을 3차원 화면으로 재구성한 시뮬레이션이었다. 레이저 포인트가 그 중 한 부위를 가리켰다. 촉수가 뻗어 나온 조개 입구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외장갑이었다.
“이 부위를 전원 집중 타격합니다. 조금이라도 딜 낭비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잊지 마십시오. 노틸러스의 외장갑은 블랙 몹인 브라우니의 방어막보다 더욱 강합니다. 노틸러스의 방어막이 가진 견고함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다들 긴장한 얼굴로 끄덕였다. 장태준이 다시 말했다.
“현재 이동 속도와 방향으로 볼 때 노틸러스는 사흘 뒤 오후 2시 경, 오만 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시간에 맞춰 비거 관리를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 충전 장비에 비거를 채워 넣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예.”
그렇게 전투에 앞서 중요한 브리핑이 끝났다. 그때 누군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근데 심해에서 잘 먹고 잘 지내던 녀석이 갑자기 육지는 왜 올라오는 거야?”
딱히 그 의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나미를 쳐다봤지만, 그녀도 모른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할 따름이었다. 누군가 농담처럼 말했다.
“육지에 뭐 꿀단지라도 숨겨놨나?”
* * *
(막간 이야기)
“수고했어요.”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유지웅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비서를 칭찬했다.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비서가 게임룸을 나섰다. 탑승용 게임기에 앉은 채로 유지웅은 잠시 게임을 멈추고 기지개를 켰다.
“그렇군. 남 의장님. 소싯적에 날리던 아마추어 게이머였어.”
남기철이 지내온 이력은 화려했다. 아마추어 게이머로서, 각종 게임 포털 사이트에서 한때 ‘남통령’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었다고 일컬어지는 전설 중의 전설이었다. 게임계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지은 아이디라고 하는데, 어찌 보면 꿈을 아득히 초과해서 이룬 것 같다. 현직 WCO 의장이자 차세대 한국 대권 주자이니 말이다.
“게다가 게임 할인 쿠폰을 엄청 좋아하시고 말이야. 돈도 많이 버시는 분이. 귀여워라.”
누가 누구더러 돈도 많이 번다고 하는지 의문이지만,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그때 게임룸 문이 열리고, 주스잔이 놓인 쟁반을 받쳐 든 정효주가 들어섰다. 그녀는 주스잔을 건네며 물었다.
“쉬는 중이니?”
“응. 뭐 좀 생각하느라고.”
“무슨 생각?”
“남 의장님, 매일 고생만 하시는데 뭔가 괜찮은 선물을 좀 해드리려고.”
“……게임 같이 할 핑계를 찾는구나.”
“어허, 아니라니까.”
유지웅은 정효주의 의심을 단숨에 부정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무슨 선물을 하면 좋아해주실까?
그때 번쩍 하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아직도 게임 할인 쿠폰을 좋아하시는 분이니까 그걸 해드리면 되겠다!”
“할인 쿠폰 선물하려고?”
“후후. 두고 봐.”
* * *
“뭐지? 이 말도 안 되는 미친 세일은?”
WCO 의장실에서 서류철을 한쪽에 밀어놓고, 비서실장 몰래 온라인 쇼핑 중이던 남기철은 숨이 막힐 듯이 놀랐다.
“70%! 80%! 90%!”
버틸 수가 없다! 남기철은 정신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이 게임유통사, 대체 무슨 생각이야? 이렇게 파격적인 할인을 해서 과연 장사가 되기나 하는 거야?
폭풍처럼 구매 버튼을 난타하며 할인 중인 게임을 전부 구매한 남기철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일단 사고 보긴 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게임이지? 다 클리어하는데 얼마나 걸리려나…….”
그 뒤, 남기철이 일주일 간 병가를 내는 바람에 WCO 업무는 한동안 의장 대리 중심 체제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뭐야! 저 게임들은!’
유지웅 서재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게임 패키지를 보고 남기철은 기겁을 했다. 이미 얼마 전에 자신이 클리어한 폭탄 할인 게임들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쌓여 있었다. 그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럼 저는 쌓인 일이 많아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레이드가 불가하다고 각국 정부에 통보도 해줘야 하고요.”
“아니, 잠시만요. 남 의장님!”
“안녕히 계십시오!”
좋아. 빠져나오는 게 아주 자연스러웠어. 남기철은 그렇게 대견하게 여겼으나, 곧 다시 흑석동 저택으로 돌아가야 했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그는 노틸러스로 추정되는 괴수가 인도양에서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보다, 자신이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게임 패키지로 손을 뻗는 상관이 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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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틸러스 지름을 3km로 하향 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