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20)
00620 인어 여왕 =========================================================================
“뭐야, 겨우 한 방에?”
S급 강화 장비로 증폭한 보호막이 겨우 충돌 한 번 했다고 완전 소실되었다. 유지웅은 자존심이 상했다. 치명타가 터진 것도 아니고 직격을 맞은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번 부딪쳤을 뿐인데 보호막이 싹 벗겨지다니!
‘괴수 대전은 괴수 대전이네.’
괴수끼리 서로 부딪치는 충격량이 실로 무시무시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3단계 보호막이 저리 허무하게 벗겨질 리가 없지 않은가.
생각은 잠깐이었다. 유지웅은 손을 뻗어 재차 나미에게 보호막을 걸었다. 그녀의 몸이 다시 빛에 휩싸였다.
지름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촉수 세 개가 뻗어왔다. 채찍처럼 뻗어오는 기세에 공기가 찢어지는 굉음이 울렸다. 여기까지 귀가 얼얼할 정도였다.
콰아앙!
나미가 사뿐히 피하자 촉수는 그녀가 있던 땅을 후려치며 깊이 파고들었다. 흙과 모래가 사방으로 튀었다. 백여 미터가 넘게 떨어진 이곳까지 파편이 비산했다.
촤아아악!
촉수가 다시 뻗어 왔다. 나미는 사뿐사뿐 뛰어다니며 채찍의 공격을 피했다. 그녀의 몸놀림은 인간을, 아니 보통 탱커 수준을 아득히 초월했다.
“와, 엄청 빠르다.”
“저번에 우리와 싸운 건 정말 봐준 거네…….”
작년 블랭 레이드 때, 나미와 대치했던 기억이 생생한 대원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탱커 정도의 동체시력은 되어야 겨우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였다.
정효주는 나미의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세계 최고의 탱커는 자신이라 생각했는데, 그녀의 움직임은 자신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과연 저 촉수 사이에서 저렇게 빠르고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거대 촉수에서 조그마한 돌기가 수도 없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촉수에서 또 다시 가느다란 촉수가 돋아나고 있는 것이었다. 나미는 놀라서 잠시 멈칫했다.
“저, 저것 봐!”
세 개의 거대 촉수는 수없이 많은 작은 촉수로 뒤덮였다. 작은 촉수는 끝도 없이 길어졌다. 창자에 돋아난 미세한 융털돌기를 확대한 듯한 그 모습은, 바라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징그러웠다. 비위가 약한 어느 대원은 헛구역질을 하기도 했다.
수많은 촉수 돌기들이 사방에서 나미를 덮쳐 왔다. 좌우, 그리고 하늘까지 모두 막혀 있었다. 퇴로는 뒤뿐이었다. 나미는 주저 없이 몸을 돌려 뛰었다. 아니, 뛰려고 했다.
번쩍!
마치 그녀가 몸을 돌리길 기다렸다는 듯이,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꼿꼿이 서 있던 거대 촉수가 빛을 뿜었다. 광선은 그대로 그녀의 등을 타격했다. 장태준의 음성이 전파를 타고 비명처럼 흘렀다.
「보호막 완전 손실! 메인 탱커 부상! 힐을 주세요!」
“히, 힐?”
“근데 나미 씨는 인간이 아닌데, 우리 힐이 통하는 거야?”
“몰라! 일단 힐부터 붓고 봐!”
힐러들이 일제히 손을 뻗었다. 필요 힐량이 얼만지 알 수 없어 일단 닥치는 대로 힐을 퍼부었다.
「인간으로 치면 적어도 2급 부상도입니다.」
장태준의 보고에 유지웅은 또 한 번 자존심이 상했다. 겨우 한 방에 보호막이 벗겨진 것으로도 모자라, 2급 부상도까지 당해? 게다가 나미는 인간도 아닌데?
힐을 받은 나미는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빠르게 거리를 좁힌, 수백 개의 작은 촉수 다발이 그녀의 온몸을 꽁꽁 결박했다.
“꺄아아악!”
촉수는 나미의 다리, 팔, 허리와 배를 칭칭 감았다. 순식간에 그녀는 얼굴 빼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칭칭 감은 작은 촉수 다발이 빨갛게 변했다.
파지지! 파지지직!
촉수 다발에서 불꽃과 스파크가 튀었다. 참혹한 광경에 여성 대원들은 차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돌렸다.
지휘통제차량에서 지켜보던 장태준은 주먹으로 계기판을 내려쳤다.
“이렇게나 차이 나다니!”
나미는 인간의 모습을 얻으면서 레드 결정체의 힘을 어느 정도 봉인 당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본래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본신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나미는 물이 없는 곳에서는 힘이 감소된다.
그렇다 해도, 노틸러스도 똑같이 땅에 있지 않은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과 본래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그 차이점이 이렇게 큰 페널티로 작용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아아앗!”
그때였다. 나미의 온몸이 붉은 광채에 휩싸였다. 이윽고 번쩍 하며 섬광이 터졌다. 눈이 멀 듯한 강렬한 빛이었지만, 고글 덕분에 대원들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나미를 칭칭 감싸고 있던 작은 촉수 다발이 순식간에 불타서 녹아버렸다. 몸이 자유롭게 된 나미는 사뿐히 땅에 착지했다. 옷이 불타버린 바람에 그녀는 완전히 알몸이었다.
“어디를 감히!”
허리에 척 손을 얹은 채 거대 촉수를 노려보던 나미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하얀 육체가 그려내는 유려한 곡선은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남자 대원들은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서 헛기침을 했다.
“촉수가 또!”
전투용 거대 촉수에서 또다시 수없이 많은 돌기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나미가 워낙 날렵하니, 거대 촉수 대신 작은 촉수로 다시 한 번 얽어매려 드는 것이다.
그때 장태준의 지시가 전파를 타고 퍼졌다.
「지금입니다! 모든 딜러들은 지정 포인트로 궁극 공격을 날리세요!」
곧 고글에 표시된 디스플레이가 변했다. 노틸러스의 몸체가 빨갛게 변하며, 작은 사각형이 어느 한 부위를 표시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같은 좌표를 전송받았다.
“자, 이제 우리 차례다!”
“이거나 먹어라!”
탱커와 원거리 딜러들은 있는 힘을 다해 비거를 끌어 모았다. 그리고 응축된 힘을 일제히, 고글 디스플레이가 표시하고 있는 타격점을 향해 발사했다.
사방에서 솟아오른, 수십 개가 넘는 빛줄기가 한 점을 향해 일제히 빨려 들어가듯 날았다. 그 광경은 실로 장관이었으며, 또한 아름다웠다.
콰과과과광!
수십 줄기의 빛이 노틸러스의 외장갑 한 점을 동시에 타격했다. 눈이 멀 듯한 빛과 굉음이 일어나며 아무 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에잇!”
유지웅은 기다렸다는 듯이 광역 보호막을 쳐서 대원들을 감싸듯이 보호했다.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 탓에, 궁극기 합공이 만들어낸 충격파가 아군에까지 닥치기 때문이다. 239명이나 되는 개개인에게 단일 보호막을 걸어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광역 보호막 한 번을 치는 게 효율적이고 빨랐다.
반투명한 빛의 막에 충격파가 묵직하게 부딪쳐 왔다. 대원들은 안전한 광역 보호막 내부에서, 자신들의 합공이 만들어낸 열화 지옥을 지켜보았다.
“나미 씨는 괜찮을까?”
“괜찮겠지. 단일 보호막 강도도 엄청 나잖아.”
“하지만 아까 한 번에 다 벗겨지고 그랬는데?”
“그거야 노틸러스 직접 타격이어서 그런 거고, 궁극기 간접 충격파에 겨우 단일 보호막이 벗겨지진 않을 걸? 무엇보다 인간이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그렇게 대원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을 안고 지켜보았다. 이윽고 굉음이 그치며 열폭풍이 멎었다. 지면은 엉망으로 파헤쳐져 있고 땅은 검게 그을렸다. 마침내 연기가 걷히며 드러난 노틸러스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 신음했다.
“말도 안 돼…….”
궁극기 합공을 퍼부은 노틸러스 외장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건재했다. 관통형 성질을 가진 탱커의 궁극기와 범위 확산형 성질을 가진 원거리 딜러의 궁극기를 동시에 쏟아 부었는데도 흔적 하나 없었다.
그 무시무시한 공격을 받았는데도, 거대 촉수는 한 번 꿈틀하더니 다시금 나미를 공격했다. 여전히 나미에게 어그로가 쏠려 있는 걸 확인한 장태준이 후속 지시를 내렸다.
「재차 공격합니다!」
고글에 또 다시 타격점이 떠올랐다. 1차 합공을 퍼부은 그 부위였다. 같은 부위를 연이어 공격함으로써 약해지게 만든다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전술이었다.
탱커, 원거리 딜러들은 다시 힘을 집중했다. 온몸 구석구석에 있는 비거를 끌어올렸다.
이론상 하루에 가할 수 있는 궁극기 공격은 세 번. 하지만 세 번을 전부 쓰고 나면 리타이어 되고 만다. 충전 장비까지 있으니 단순 셈으로 여섯 번 궁극기 공격을 날릴 수 있는 셈이다.
번쩍!
수십 개의 빛줄기가 또다시 창공을 뒤덮었다. 빨려 들어가듯이 쏟아진 빛줄기는 또 한 번 굉음을 터트렸다.
유지웅은 광역 보호막에 더욱 힘을 가했다. 대원들이 작정하고 비거를 끌어올렸는지, 아까보다 더 큰 충격파가 광역 보호막에 부딪쳐 왔다.
한참 후 비로소 굉음이 멎었다. 먼지가 가라앉으며 자욱했던 시야가 걷혔다. 대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성공이다!”
놀랍게도 성과가 있었다. 방어막을 뚫고 외골격에 구멍을 뚫는데 성공한 것이다.
구멍은 작았다. 사람 두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 노틸러스의 몸집 크기를 생각하면 생채기 수준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상처를 입혔다는 것에 대원들은 기뻐했다.
「됐습니다! 3차 공격! 약해진 부분으로 일제히 궁극기 합공을 가합니다! 나미 씨도 저곳에 집중해주세요!」
깨진 외장갑 주변에 불투명한 파장이 왜곡처럼 일었다. 방어막이 빠르게 몰려들어 재구축되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방어막만 재형성될 뿐, 깨진 외장갑이 복원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이 적기였다.
나미는 자세를 잡았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핸디캡은 이제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다. 그녀는 바로 약해진 부위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대원들도 비거를 끌어올리며, 언제든 타격할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
그때였다.
우우우우우웅!
노틸러스의 온몸이 격렬하게 떨리며, 고동 소리 같은 이명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막 비거를 끌어올리던 대원들은 귀를 틀어막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으아아아악!”
“이게, 이게 무슨 소리야!”
물리 타격이 아닌, 청각을 자극하는 고통스러운 주파수 공격이었다. 보호막도 통하지 않았다. 유지웅 또한 귀를 틀어막은 채 주저앉고 말았다. 고통에 익숙한 탱커만이 겨우 버티고 서 있을 따름이었다.
나미는 공격하려다가 멈칫 했다. 장태준이 재촉했다.
「나미 씨! 어서요!」
“혼자서는 불리해요.”
제니스 공격대는 음파 공격에 지금 공격 능력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였다. 그래서 나미는 거부했다. 자신 혼자서 공격했다가는 오히려 위험해질 따름이었으니.
쾅! 쾅! 쿠앙! 쿠아앙!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노틸러스가 몸을 돌리며 반대 방향으로 기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올 때보다 세 배쯤 빠른 속도였다.
「힐! 어서 힐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힐러들이 서둘러 힐을 시전했다. 이윽고 대원 전원이 완전 회복되었다. 이미 노틸러스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쫓아야 합니다!」
대기 중이던 기동차량 부대가 달려왔다. 대원들은 서둘러 차량에 나눠 탑승해서 추적했다.
노틸러스는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바다를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 상당한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몸집이 원체 크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느려 보였다.
땅이 세차게 흔들렸다. 저만한 거체가 고속으로 기어가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리라. 대원들은 하나같은 생각이었다. 지금 잡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어진다고. 저놈을 절대로 바다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그러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기동차량은 아쉽게도 최고 속력을 낼 수가 없었다. 지면이 엉망인데다 원체 흔들리고 있어 뒤집어질 위험이 높았다.
결국 노틸러스는 바다에 들어가고 말았다. 장태준은 추적을 단념했다.
「추적을 포기합니다.」
“장 팀장님.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수중 레이드는 할 수 없으니까요.」
유지웅은 분해서 바닥을 쳤다. 아까 외장갑을 뚫었을 때, 그곳에 집중 타격을 가해야 했는데! 그래서 끝내야 했는데!
“그래도 공략법은 알았으니까 다음번에 또 올라오면…….”
“저기, 이게 무슨 소리죠?”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고요해졌다. 대원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쏴아아아 하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다와는 꽤 거리가 있는데, 갑자기 파도 소리가 점점 커지는 듯한 이 기분은 대체 뭐란 말인가?
“저, 저걸 봐!”
탱커 하나가 해안 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해일이다!”
저 멀리, 하얀 해일의 거품이 만들어낸 벽이 지평선을 가득 채운 채 밀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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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 체력 1% 깎았다! 모두 힘을 내자!
(2단계 페이즈로 돌입합니다)
“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