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29)
00629 승리를 위하여? =========================================================================
유지웅은 소녀에게 나디아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노틸러스라는 이름은 너무 느낌이 강해서 안 어울렸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널 나디아라 부르겠다.’고 하니, 이상하게 소녀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동했다. 감수성이 왜 그렇게 풍부한지, 나미와는 천지차이였다.
나디아가 본래 살고 있던 거대 앵무조개 외골격은 그대로 노틸러스라 부르기로 했다. 정효주가 그에 의문을 표했다.
“근데 저건 어디다가 쓰려고?”
“몰라. 차차 생각해 봐야지.”
“……? 그러면서 달라고 한 거니?”
“그냥, 느낌이 팍 오더라고. 저걸 받아야 할 것 같은 막 그런 느낌말이야.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유지웅은 돈에 관한 감은 귀신처럼 좋다. 그냥 대강 찍어서 투자하는 것마다 높은 수익을 낸다. 물론 돈 장사는 안 한다는 다짐 때문에 별다른 투자 같은 것은 하지 않지만.
그게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돈의 흐름을 보게 된 것이라나? 아무튼 이번에도 그런 감이 왔다. 앵무조개 외장갑, 노틸러스가 뭔가 크게 될 것 같다고.
“그럼 나디아는?”
“저는 다시 만들면 돼요. 이번에는 너무 크지 않게 만들 거예요. 크니까 안락하고 좋은데 너무 불편했어요.”
“저렇다는데?”
반짝이고 예쁜 걸 좋아하는 듯해서 유지웅은 손목에 차고 있던 파텍필립 시계를 벗어서 줬다. 애지중지하는 귀중품은 아니고 그냥 시가 몇 억 하는 양산품이다.
“와, 이거 너무 예뻐요.”
나디아는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감동했다.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렇게 마음에 드나, 하고 유지웅은 조금 쑥스러웠다.
“야, 야! 잠깐만!”
“네?”
“그거 목에 차는 거 아니야! 길이도 안 된다고!”
나디아가 시계를 목에 차려고 하자 유지웅은 기겁을 해서 말렸다. 그는 어떻게 손목에 착용하는지 알려주었다. 나디아는 손목에 시계를 차고 신기한 듯 들여다보면서 배시시 웃었다.
“예뻐요. 고마워요.”
나미와는 참 다른 매력이 있는 소녀였다. 유지웅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나디아, 아직도 알몸이었다.
“근데 저 조개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돼?”
“그냥 여기에 손을 대고, 생각하면 돼요.”
“……생각?”
“예.”
대강 옷을 입은 나디아가 가리킨 것은, 그녀가 타고 있던 직경 10미터 가량의 작은 노틸러스였다. 아마 저게 일종의 조종석 뭐 그런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유지웅은 직접 배워보았지만 도저히 따라할 수가 없었다. 반면 나디아는 노틸러스를 자기 수족이라도 되는 양 자유자재로 다뤘다. 그녀는 왜 이걸 못하는지 이상하게 여겼다.
‘결정 에너지를 불어넣어서…… 움직이나?’
대충 그런 원리 같은데 감도 안 잡혔다. 유지웅은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나미 씨는 할 수 있겠어요?”
“해볼게요.”
나미는 작은 노틸러스에 손을 얹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거대 노틸러스가 곧바로 반응했다. 촉수가 넘실거리기 시작하자 대원들은 기겁해서 물러났다. 나미가 손을 떼자 노틸러스는 움직임을 멈췄다.
“되는데요.”
“…….”
“생각보다 간단한데, 안 되세요?”
정효주도 나섰다.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테레사, 최정원, 최가의, 박현정 등 제니스 주축 멤버들이 차례차례 나서 보았지만 노틸러스는 요지부동이었다.
“우린 왜 안 되지?”
아무래도 인간과 괴수라는 근본적인 차이점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나디아도, 나미도 왜 그들이 안 되는지 이해도 못하고 오히려 답답하게 여겼다.
“그럼 이거 받아도 소용이 없잖아.”
“간단한 건 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간단한 거? 뭔데?”
유지웅은 기대를 품고 물었다. 그러나 나디아의 대답에 기대감은 와장창 박살났다.
“먹은 것을 부숴서 다시 내보내는 거요. 그건 아주 간단해서 할 수 있을 거예요.”
“다른 건 안 돼? 촉수를 움직인다던가, 물위를 이동한다던가?”
“그건 안 될 거 같아요.”
“쓸모없는 기능만…….”
나디아는 작은 노틸러스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작은 노틸러스가 희뿌연 빛에 휩싸이더니 이윽고 빛이 사그라졌다.
“여기 이걸 만지면 움직일 거예요. 단순한 움직임 정도는 이렇게도 가능하거든요.”
“먹고 소화하고 싸는 걸 할 줄 알아서 뭐해.”
투덜거리던 유지웅은 좋은 생각이 나서 나미를 돌아봤다.
“저, 나미 씨.”
“미안해요.”
“말도 안 꺼냈는데…….”
“오랜만에 땅으로 나왔으니 구경이나 하면서 돌아다닐래요. 이런 조개껍데기 따위에 매달리고 싶지 않아요.”
유지웅은 어깨에 힘이 빠졌다. 모처럼 거대 기동요새 하나를 얻어서 좋아라 했더니, 이거 아무래도 관상용으로 처박아두기만 해야 할 것 같다. 그는 힘없이 말했다.
“일단 철수합시다.”
* * *
제니스는 WCO를 통해 레이드 종료 및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발표했다. 이에 각국 정부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한편으로는 크게 긴장했다.
다른 나라가 알 수 있는 건, 유지웅이 새로운 힘을 각성했으며 그 힘으로 화이트 괴수를 물리쳤다는 것뿐이었다. 노틸러스가 발사한 결정체 핵탄두를 나미가 우주로 쳐올린 바람에 위성이 모두 박살나서 현장 상황 파악이 끊겼기 때문이다.
‘제니스는 한 명의 피해도 없이 화이트 괴수를 물리쳤다.’
‘유지웅 공격대장이 각성한 능력은 대체 어느 정도나?’
‘화이트 괴수를 잡고 나온 결정체는 무슨 색? 결정도는 대체 어느 얼마나 되나?’
각국 정부는 여러 가지 정황을 놓고 온갖 궁금증을 쏟아냈다. 그러나 WCO를 대변인으로 내세운 제니스는 얄미우리만치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나디아의 존재도 최 대통령에게만 살짝 귀띔해줬을 뿐이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저한테는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어쨌든 괴수잖아요. 나중에 문제 될까 봐서요.”
동해 괴수 사육소에 온 나디아는 바닷가에 터를 잡고 새로운 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직경 3미터 가량의 앵무조개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들어갔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했다.
“밖에 있으면 불안해요.”
몸이 원체 연약하다 보니, 자신을 보호해줄 껍데기가 없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앵무조개였지만 그 강도는 대단히 강력했다. 껍데기가 자체적으로 지닌 강도가 웬만한 블랙 몹의 방어막보다 뛰어났다.
나디아는 앵무조개 안에 숨어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조개가 어떻게 땅을 걸어 다니나 했는데, 촉수를 뻗어서 영차영차 잘만 이동했다.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오히려 이동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었다.
항상 바다에 있을 필요는 없지만, 대신 그녀는 물을 좋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호수에서 보냈다. 연구를 맡은 레지나가 책 등을 가져오면, 조개껍데기를 열어서 책을 받고 다시 껍데기를 닫는 식이었다.
“지식을 빨아들이는 게 마치 말을 배우는 아이 같아요. 그것도 속도가 매우 빨라요.”
“천재인가요, 그럼?”
“글쎄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지적 능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이미 정리된 지식을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속도가 엄청나요. 말을 매우 빨리 배우는 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시험 삼아 레지나는 수학을 가르쳐 보았다. 나디아는 매우 빠르게 적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배운 것을 응용해서 새로운 뭔가를 발상해내는 능력은 지식 흡수 속도에 비해 매우 떨어졌다.
“직관력, 창의력은 일반인보다 조금 더 뛰어나거나 비슷한 정도네요.”
혹시 엄청 뛰어난 과학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잘못 짚은 모양이다. 오히려 나디아는 전문 과학 지식보다는 예쁘고 아름다운 보물이나, 장식품, 혹은 요리를 만드는 법 같은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걸 배우기 좋아했다.
한편 직경 1km짜리 노틸러스는 나미의 힘을 빌려 바다로 수송해 서해에 가져다 놓았다. 세종시로 가져오고 싶었지만 도무지 둘 곳이 없었다.
노틸러스에 관심이 많았던 연구소 과학자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매달렸다. 그리고 그들은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대단합니다! 어떤 물체든지 넣어버리는 즉시 원소 단위로 분해해서 분류해버립니다!”
“이건 현대 기술로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말도 안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원심분리기입니다!”
나디아가 말했던, 아주 간단해서 사람의 손으로도 다룰 수 있는 것. 바로 먹은 것을 부숴서 바로 내보내는 것. 유지웅이 실망했던, 먹고 소화하고 싸는 기능에 과학자들은 미친 듯이 열광했다.
유지웅은 얼떨떨해서 물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물론입니다! 혼합물을 넣으면 원소 단위로 나누고 다시 분류해서 내보내는 기능입니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원심분리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이 기능만 있으면 기초과학 발전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습니다! 제니스 연구단지같은 기초과학 연구소에는 정말로, 매우 필요한 기능입니다!”
과학자들은 고개를 맞대고 쑥덕거리며, 노틸러스의 원소분리기능을 어느 분야부터 이용할지 다투기 시작했다.
“저희 부서부터…….”
“아닙니다. 저희 부서야말로 이 기능이 시급합니다.”
“어허, 이 사람들이. 우리 부서야말로 이 원소분리기능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이란 말이오.”
그때 누군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어, 이거 쓰레기나 산업폐기물 처리하기에는 딱인데. 잘하면 떼돈을 벌 수 있겠어.”
그 말에 서로 우선권을 놓고 다투던 과학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뚝 멈췄다. 말을 꺼낸 이가 계속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 썩는 나라가 한둘이 아닌데, 그거 이걸로 다 처리해주면 처리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오겠는데요. 잘하면 연구소가 처음으로 직접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군요.”
“자네는 누군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연주대에서 신결정체에너지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자리는 고문 자격으로 왔습니다.”
그는 니트로였다.
============================ 작품 후기 ============================
돈에 관한 유트롤의 직감은 절대로 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