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37)
00637 회장님은 태업 중 =========================================================================
“이 정도 규모면 가히 국내 최대 규모라 자부할 만합니다. 의료진도 모두 최고의 인력으로 구성했습니다.”
스페셜 원이 떴다!
발바닥에 땀이 나게 하는 소식에 병원장은 결재를 하다 말고 백발을 휘날리며 뛰어나왔다.
유지웅은 박우진 비서실장 한 명만 데리고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이 어떻게 잘 돌아가고 있나 궁금해서였다. 만약 모르고 지나쳤더라면, 어디 부모님 병문안 온 대학생인 줄 알았을 만큼 간편한 차림이었다.
“외국 박사들도 많이 스카웃했다고 들었어요.”
“물론입니다. 각 분야마다 뛰어난 교수들을 섭외하느라고 전 세계 대학을 돌아다녔습니다.”
“병실이 많이 남아돌 텐데, 그건 어떡하고 있죠?”
“내부 지침대로 병실과 인력이 허용하는 한에서는 세종시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니스는 직원 복지가 좋은 편이다. 그 중에는 의료비 전액 지원도 있었다. 직원이라면 누구나 의료비를 직장에서 전액 지원 받을 수 있다.
그러다가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유지웅은 한계를 느꼈다. 금액이 부담됐다고? 절대 아니다. 바로 편의성의 문제였다.
공격대 사무소 하나만 있을 때는 크게 문제가 안 됐다. 사무소 직원들이 청구하는 의료비만 지원해주면 됐으니. 그런데 보험재단 직원도 있고, 복지재단 직원도 있고, 흑석동 저택 근무 직원들도 챙겨야 하고, 아무튼 챙겨야 하는 인원들이 너무 많아짐에 따라 일이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아예 큼직한 종합병원을 세종시에 하나 뚝딱 세웠다. 자신의 밑에서 월급을 받고 사는 사람들은 몸 아프면 이 병원에 가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해놓으니 참 편했다. 일일이 진료비 사용 내역을 확인해서 지급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진 것이다. 직원들도 눈치 덜 보고 편안하게, 최고의 병원에서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으니 전보다 더 좋아했다.
의료진 또한 최고 수준으로 갖췄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권위자는 물론, 명망 있는 세계 여러 대학의 저명한 교수들을 비싼 돈을 주고 모셔 왔다.
세계적인 의학 박사들은 제니스 연구단지라는 선례를 보고 기꺼이 세종시행을 결심했다. 유지웅은 그들의 요구에 발맞춰, 최신식 설비는 물론이고 의학 발전 연구를 위한 시설 투자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원래는 직원들 의료복지를 위해 세운 병원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한국 의학계의 한 획을 긋는 투자가 돼버렸다.
“병원 직원들 근무에는 문제없나요?”
“급료나 다른 직원 복지는 사실 문제 없습니다. 다만…….”
“다만?”
유지웅은 멈칫했다. 그는 다만이라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 보통 ‘다만’은 다 좋은데 한 가지 대수롭지 않은 문제가 있을 때 쓰이지만, 상사에게 ‘다만’이라고 할 때에는 그 한 가지 문제가 꽤나 심각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 안 좋은 건 심각한 걸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숨기려 하는 경우다.
“갑작스럽게 근무를 하게 된 터라 집을 구하지 못한 직원들이 많습니다. 젊은 의사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의사들까지요?”
“예. 가정이 있는 의사들은 아예 세종시에 집을 사서 이사를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전용 기차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집을 살 돈이 없는 일반 직원들이 문제입니다.”
“대체 왜요?”
“세종시 전세도 많이 올랐습니다.”
“…….”
“전세금에 허리가 휜다고 하더군요. 월세도 크게 부담이 되고요. 월급 의사들도 돈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거든요. 하물며 젊은 간호사나 일반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집안에 돈이 많다면 모를까…….”
유지웅은 한숨을 쉬었다. 이놈의 부동산 거품은 그렇게 터트리고, 터트리고, 또 터트려도 꺼지지 않으려고 한다. 집주인들의 집념에는 살짝 감탄이 나올 정도다.
유지웅은 박 실장에게 물었다.
“연구단지 아파트, 빈 세대가 좀 있나요?”
“200세대 정도가 비어 있는 것으로 압니다.”
“병원장님, 집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직원들이 대충 몇 명이죠?”
“예? 100명이 조금 안 되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런 고민을 전부 털어놓는 것은 아니니 자세한 건 조사를 해봐야…….”
“연구단지 직원 아파트를 병원 직원에게도 쓰게 할 테니까 자세한 수요 알아서 가져오세요. 그리고 박 실장님, 혹시 모르니까 직원 아파트 추가로 확대하시고요. 한 500세대쯤. 신설 아파트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잡으시고요.”
“알겠습니다.”
병원장은 살짝 감동했다. 마음씨가 아니라 돈의 힘에 감동했다. 거주 문제로 직원들이 고민하자 아파트를 새로 지어주겠다니. 이런 게 가능한 오너가 또 어디에 있을까.
“아주 그냥 내 직원들한테 집 가지고 장난치는 것들은 봐주지를 말아야지.”
유지웅은 한편 생각했다.
“진짜 서울은 혼자 쓸데없이 너무 크다니까.”
요즘 들어 조금 후회가 된다. 사학 재단을 서울 말고 세종시에 지을 걸 그랬나 하고 말이다. 괜히 사학 재단이 서울 쏠림 현상을 더욱 부채질한 건 아닌지 새삼 국가에 미안해진다.
‘내가 잘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는 권력자는 아니지만 권력자보다 더한 힘을 쥐고 휘두르고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왕이나 다름없는 힘을 행사한다. 그 점을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세간에서는 서울에 인구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이 문제라며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드높은데, 무심코 추를 하나 더 놓은 셈이니 괜히 미안하다.
“세종시가 서울을 잘 잡아줘야 할 텐데.”
무심코 흘리는 중얼거림에 병원장은 귀를 쫑긋 세웠다. 지금 뭔가 엄청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뭐지?’
유지웅이 세종시에 연구단지 설립 등 다양한 투자를 한 것에 관해 말이 많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세종시를 한국 제2의 도시로 발전시킬 의도가 있다는 점이다. 그 점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이나 여론도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중얼거림은 뭔가? 심상치가 않다.
‘설마?’
혹시 천도? 그러니까 수도를 옮기는 뭐 그런? 그런 엄청난 일을 추진하는 건 아니겠지? 병원장은 갑자기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서울이 저리 크고 멀쩡한데 천도라니. 현대 사회에서는 좀처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유지웅이 누군가? 불가능한 일도 가능케 하는 힘을 가진 인물 아닌가?
정말로 수도가 서울에서 세종시로 옮겨진다면 한국은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 병원장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다행이다!’
생각해보니 가족이나 친인척 중에 서울에 큰 땅을 사놓은 사람은 없었다.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 * *
타닥. 타다다닥. 타다닥.
식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의자 하나를 밟고 올라선 피즈는 흥겹게 노래를 부르면서 생선을 손질하고 있었다. 한쪽에 비켜 선 요리사가 그 귀신같은 칼놀림에 ‘나의 지난 수십 년 수련은 뭐였던가.’하고 좌절하고 있지만, 중요한 게 아니니 넘어가자.
“다음은 고춧가루를 조금 뿌리고.”
보글보글 끓는 냄비 속에 생선살을 털어 넣은 피즈는 고춧가루를 그 위에 골고루 뿌렸다. 빨갛게 물든 육수 속에서 대파, 시금치, 나물, 생선, 양파가 하모니를 이루며 끓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르는 요리였다.
“됐다! 피즈표 생선찌게 완성!”
요리 하나를 막 완성한 피즈는 신이 나서 냄비를 쥔 채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 상에 놓고 다음 요리를 위해 식칼을 닦으며 도미를 꺼냈다. 그때였다.
“뭐야? 무슨 일이야?”
조개 여자다! 아니, 여기는 무슨 일로? 피즈는 경계심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채 조리실에 들어선 나디아를 노려봤다.
“여기서 요리를 할 수 있다고 해서요.”
“가! 너까지 요리할 순 없어! 너무 좁아!”
“이렇게 넓은데요?”
“……아, 아무튼 나가! 좁아! 좁단 말이야!”
아빠를 빼앗아가려는 나쁜 여자! 피즈는 눈빛 가득 원망을 이글이글 불태웠다. 나디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뿐히 자리를 잡고 조리 도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가져온 재료를 턱 하고 싱크대 위에 올려놓았다.
피즈는 그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건!”
“놀랐나요?”
나디아는 빙긋 웃으며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알이 큼직하게 들어 있는 싱싱한 조개들이었다. 한쪽에 있던 요리사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다.
“저 조개들은 대체 뭐지?”
“내 요리 인생 20년에서 저런 조개는 맹세코 처음 본다.”
그들이 모르는 게 당연했다. 심해 아주 깊은 곳에서만 살아가는 귀하디귀한 보석 조개니까. 진주조개가 아니라 보석 조개니 오해하지 말자. 보석 조개는 나디아가 그냥 붙인 이름이고 인간이 이 조개를 확인한 건 지금 이 순간이 처음이다.
“이익!”
피즈는 부르르 떨다가 다시 식칼을 쥐었다. 현란한 솜씨로 재빠르게 도미를 해체했다. 앙증맞고 작은 손으로 해낸 완벽한 세 장 뜨기에 주방장은 피눈물을 흘렸다.
“저것이 하늘이 내린 재능이로구나!”
나디아는 피즈를 흘끔 보고는 조개를 씻었다. 육수를 만들고 파, 양파, 나물을 손질해 넣고 끓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개를 털어 넣었다.
“저 아가씨는 별다른 기교는 부리지 않는데?”
“아냐. 손놀림이 간단하지만 군더더기가 전혀 없어. 그야말로 무기교가 기교인 셈이다.”
“저 조개는 대체 뭘까?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조개라니, 들어본 적도 없어. 게다가 색도 계속 바뀌잖아.”
여자아이와 소녀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둘은 찌릿 하고 상대를 노려보더니 곧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피즈야. 난 왜 오라고…….”
“아빠! 내가 아빠를 위해 요리했어! 먹어봐!”
“소녀가 폐하를 위해 부족한 솜씨지만 정성껏 만들었어요. 부디 들어주세요.”
“어, 어…….”
별 생각 없이 조리실에 들었던 유지웅은 거의 강제로 상석에 앉혀지고, 두 명의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각각 앞에 놓고 식은땀을 흘리며 바라봐야 하는 처지에 처했다. 한쪽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생선찌게와 도미 조림, 다른 한쪽은 시원한 육수 속에서 아리따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조개탕. 유지웅은 두 명이 만든 요리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혹시 말이야. 설마 내가…….”
“먹고 누구 게 더 맛있는지 말해 줘! 물론 보나마나.”
피즈는 허리에 손을 척 얹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나디아를 흘겨봤다. 성인 남성 허리에도 안 올 것 같은 어린아이가 그러니까 뭔가 귀엽다.
“내 요리에 비할 수 없을 테지만.”
나디아가 갑자기 까르르 웃었다. 피즈는 뭐야 하는 눈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이윽고 웃음을 그친 나디아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보석 조개는 인도양 아주 깊은 바다 산기슭에서 뭉쳐 사는 희귀한 종이랍니다. 그 껍질이 단단하기가 이를 데가 없어 포식자도 감히 먹을 엄두도 못 내는 녀석이지요. 제가 서방님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했어요.”
“지금 아빠보고 뭐라고 했어!”
“아, 죄송해요. 소녀가 그만 말실수를 하고 말았네요. 부디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해주세요, 폐하.”
실수가 아닌 거 같은데? 저번에 성은을 내려달라던 진지한 얼굴이 생각난 유지웅은 식은땀을 흘리며 수저를 들었다. 그는 먼저 피즈가 만든 요리를 먹어 보았다.
피즈는 다다다 달려와서 탁자 위에 얼굴을 바짝 얹고는 기대에 차서 물었다.
“어때? 맛있지?”
“응. 아주 맛있네.”
빈말이 아니라 피즈가 한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초일류 쉐프가 만들었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였다. 다음은 나디아가 만든 조개탕이었다.
“아, 껍데기는 씹으시면 안 돼요. 치아가 파괴될 수 있답니다, 폐하.”
막 조개를 벌리고 안의 살을 먹으려던 유지웅은 그 말에 흠칫 놀라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잠시 갸웃거리던 나디아는 아 하고 탄성을 지르며 생긋 웃었다.
“물론 폐하께는 아무런 해도 주지 못할 거예요. 제가 깜박했네요.”
“서, 설마 이 조개가……?”
“결정 에너지라고 하셨나요? 그 힘을 듬뿍 함유한 조개라서 특별히 맛있을 거예요.”
아니, 그럼 옐로 몹이라는 소리 아니야? 그럼 결정체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아니, 그보다 이거 먹어도 되는 거야?
유지웅은 조심스럽게 조개살을 먹었다. 그리고 놀라서 눈을 치켜떴다. 이제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대단한 맛이었다.
“맛있는데?”
“맛있으시다니 소녀, 무척 기뻐요.”
피즈가 재료보다는(물론 최고급 재료이긴 하다) 놀라운 요리솜씨를 한껏 발휘했다면, 나디아는 인세에 다시없을 최고의 재료를 그대로 살려서 내놓은 셈이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누가 더 맛있어? 나지? 내 게 더 맛있지?”
“소녀의 보석조개요리가 맛이 좋지 않나요, 폐하?”
둘이 그렇게 양쪽에서 압박을 해왔다. 유지웅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한편으로는 왜 이런 처지에 몰려야 하는지 내심 억울했다. 그때였다.
“자기야. 뭐해?”
“어, 응? 요리 맛 좀 봐주고 있었어.”
“잘 됐따. 나 친정에서 김치 좀 담가 왔는데, 같이 먹으면 되겠네.”
“그래?”
“응. 맛있게 잘 익었어. 맛 좀 볼래?”
“응!”
유지웅은 냉큼 일어나서 정효주에게 갔다. 그녀는 식탁에 내려놓은 조그만 용기 하나를 열어서 맨손으로 김치를 집어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우물거리며 먹고 난 그가 엄지손가락을 척 하고 세웠다.
“최고야! 역시 장모님 솜씨는 대단해!”
“내가 담근 건데?”
“효주 네가 장모님 닮아서 요리는 정말 기가 차지!”
정효주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고 그가 눈치 채지 못하게,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소녀와 한 여자아이에게 슬그머니 시선을 던졌다가 거둬들였다.
앙증맞은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떨던 피즈가 심장을 씹는 심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나디아도 서늘한 눈빛으로 피즈를 바라보았다. 둘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더 이상 서로에 대한 적의는 없었다. 공동의 적을 눈앞에 둔 경쟁자는 그렇게 무언의 의사합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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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괴수는 차가운 바다에서 옵니다.
인간 모습을 취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노틸러스 이상으로 매우 강력할 것이며, 개그 포지션이 아닙니다.(중요!)
괴수의 특징에 관한 힌트는 본편에 최근 나와 있습니다. 일단 일상 파트 대강 정리 및 수습하고 등장시킬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