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53)
00653 미국은 사면초가? =========================================================================
“테러범이 LA에?”
소식을 들은 유지웅도 놀랐다. 테러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테러범들이 점거한 지역에 반응을 보였다. LA는 한국 동포들이 매우 많이 살고 있는 도시였다. 그도 특별히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는 지역이었다.
“요구 조건이 뭐죠?”
정효주가 침착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잘못되면 큰일이야.’
유지웅의 국내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가 내놓는 지지 선언 한 마디에 대통령, 국회의원이 그 자리에서 즉각 결정될 정도다.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그는 범국민적인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렇게 되도록 누구보다 크게 신경을 쓴 건 다름 아닌 정효주 본인이었다. 자선재단을 운영하고, 사회 각지에 발전기금 및 장학금을 내놓고, 일반 시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신경을 썼다. 한국 땅에서 굶어죽는 이가 아무도 없게 하자는 이정표로 베풀어 왔다.
신랑이 단순히 돈만 많은 거부가 아니라, 국민 대다수의 진정한 존경을 받는 인물이 되기를 원해서였다. 그리고 그녀의 전략은 완성되었다.
당연히 국민들은 LA 테러 사태를 해결해줄 것이라 믿을 것이다. LA에 살고 있는 해외 동포들도 그를 따르고 존중한다. 이미 그는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 한국의 실질적인 왕이나 다름없는 신분이었다.
“그건 아직 테러단이 밝히지 않아서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조직인지도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녀석들은 30킬로톤 전술핵미사일 15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협박을 했습니다.”
“핵미사일을?”
유지웅의 안색도 심각해졌다. 그때였다. 오리나가 허공을 쳐다보며 눈동자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오리나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구체가 공중으로 상승하며 천천히 회전했다. 구체가 뿜어내는 빛이 허공에 어떤 영상을 그려냈다.
“북극곰 괴수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8시간 후면 LA에 도착합니다.”
“뭐라고?”
“정황을 볼 때, 테러단이 보유하고 있다는 핵미사일에 반응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이럴 때가 아니잖아!”
유지웅은 다급해졌다. 일개 테러단이 어떻게 핵을 갖고 있고, 무슨 목적으로 LA를 점거했는지 중요한 게 아니었다.
* * *
“미스터 제니스, 부디 나서 주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비시가 간곡하게 부탁했다.
“이대로는 서부 지역은 죽음의 땅이 되고 말 겁니다!”
백악관은 패닉에 빠졌다. 벌써 상당한 구역이 북극곰 괴수가 뿜어내는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십 년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될 것이라 했다.
북극곰 괴수는 가만히 있어도 막대한 방사선을 뿜어내, 반경 수km 내지 수십km를 오염시킨다. 미 정부가 가급적 캐나다에서 녀석을 처리하기를 바랐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미 캐나다는 북극곰 괴수가 가로지르는 바람에 서부 지역의 상당수 면적이 방사선에 오염되고 말았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만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엄청난 면적의 국토가 줄어든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폐쇄 모듈 제조에는 시간이 더 걸립니다.”
최윤은 이미 한참 전에 블루 결정체를 제외한 모든 부속품을 갖춰 놓았다. 남은 것은 블루 결정체를 투입하고, 최종 조율을 하는 것뿐이다. 특수한 상황임을 고려해 운반이 편리하게 크기를 축소했다. 그러나 완성까지 적어도 나흘, 운반을 고려하면 일주일은 더 있어야 한다.
“붕괴 억제 반응을 위한 에너지장 없이는 녀석을 처치해도 대규모 핵폭발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비시는 애가 탔다.
“상관없습니다! 이대로는 서부 지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고 말 겁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일주일? 서부 지역이 온통 방사선에 오염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행정부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차라리 핵폭발 한 번 크게 얻어맞는 게 낫다.
“이미 준비를 갖췄습니다. 유 회장님은 광역 버프만 걸어주시면 됩니다.”
“…….”
“부탁합니다. 미국을 구해주십시오.”
제니스 공격대는 아직 미국에 도착하지 않았다. 해서 미국은 자국 공격대를 이미 대기시켜 놓았다. 블랙 몹이라 해도 유지웅의 광역 버프와 4단계 보호막을 받으면 충분히 섬멸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덕분이었다.
방사선의 특성을 고려해서 미국 측은 딜러진은 전원 원거리 딜러로만 구성했다. 광역 보호막 안에서 딜을 하면 그들의 안전은 보장될 것이다. 다만 탱커의 안전은 누구도 장담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어떡하지?’
유지웅은 정효주를 바라봤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듯이.
‘큰 힘에는 큰 귀찮음이 따른다.’
새삼 그 말이 실감이 났다. 자신이 아니면 섬멸할 수 없는 괴수, 그리고 가만히 놔두면 결국 온 지구를 방사선으로 물들여버릴 괴수, 이 재앙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니, 모두가 목을 빼놓고 자신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북극곰 괴수를 무찌른다는 건 처음부터 결정된 사항이었다. 그로 인해 미국과 캐나다로부터 반대급부를 받아낼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다.
다만…….
“좋습니다. 미국 공격대를 이끌고 싸우겠습니다.”
비시의 안색이 활짝 펴졌다. 좀처럼 감정의 동요를 내비치지 않는 칠드그린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행정부 관료들은 모두 문제가 해결된 것 마냥 눈에 띄게 좋아했다.
“효주, 넌 나서지 마.”
“왜?”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정효주가 바로 반박했다. 유지웅은 딱 잘라 말했다.
“에너지장이 없으면 방사선이 계속 나온다잖아. 아무리 탱커라도 못 버틸 수도 있으니까, 넌 안 돼.”
세상을 구하는 건 구하는 거고, 가정을 지키는 건 또 지키는 것이다. 세상을 구한답시고 가정을 내팽개치는 가장이 되고픈 마음은 없다. 어디까지나 가정이 최우선이다. 아, 물론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을 순 없다는 건, 둘 다 지킬 자신이 없는 무능력자들의 변명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갈래.”
“어허.”
“힐러진에 있을게. 자기 혼자 보내면 안심이 안 돼.”
“…….”
“탱킹 절대 안 할 테니까 나도 데려가.”
유지웅은 망설였다. 그는 몇 번을 더 반대했지만 끝내 정효주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그래서 단단히 다짐을 받아두는 것으로 끝냈다.
“절대로 탱킹하면 안 돼. 광역 보호막을 벗어나도 안 돼. 알았지?”
“알았어.”
* * *
수송기에 탑승한 레이더들 사이에서는 극도의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저마다 안색이 잔뜩 굳어 있었다. 어느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괜찮을까?’
강력한 방사선을 뿜어대는 괴수. 처치한다 해도 30% 이상의 확률로 100메가톤 급 이상의 폭발을 일으키는 괴수. 그런 놈을 상대하러 가는데 두렵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유지웅이 함께 한다 해도 말이다.
특히 알래스카에서 북극곰 괴수를 상대로 4개 공격대가 전멸하고, 살아남은 딜러들도 방사선 피폭 때문에 고통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기에, 그들은 더욱 걱정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유지웅의 버프를 받으면 방사선에 피폭된 몸도 힐이 통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동 진격로에 도착했습니다. 곧 착륙합니다.」
수십 기가 넘는 수송기가 넒은 평지에 차례차례 내렸다.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허허벌판이었다. 이곳이라면 설령 핵폭발이 일어난다 해도 기반 시설에는 피해가 덜 미칠 것이다.
“통역은요?”
“필요 없습니다. 대원들 모두 한국어를 할 줄 압니다.”
“정말요?”
유지웅은 위급한 상황인 것도 잊고 신기함을 드러냈다. 그의 보조 및 호위를 위해 전담으로 붙은 탱커가 다시 대답했다.
“세계 모든 레이더에게 한국어는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언어입니다. 레이드에 필요한 공략, 전술, 마음가짐, 그런 모든 정보는 한국에서 나오니까요.”
제니스를 중심으로 한국 공격대가 공개하는 레이드 관련 정보는 세계 모든 레이더들에게 귀중한 이정표가 된다. 레이드에 관한 전술 지식을 선도하는 유일무이한 곳이니.
“그렇군요.”
유지웅은 잘 됐다고 여겼다. 그는 고글에 부착된 교신기를 눌렀다. 직접 육성으로 말해도 되지만 무전을 통해 말하는 게 훨씬 잘 전달된다.
“이미 주의사항은 이동 중에 브리핑했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광역 버프를 걸어드릴 겁니다. 이 버프를 받으면 모든 능력치가 수십 배 이상 증가하게 됩니다. 방어력, 지구력, 회복력, 공격력, 치유량 등, 말 그대로 모든 능력치입니다.”
대원들은 긴장한 얼굴로 새겨들었다. 이미 한 번 브리핑 받은 내용이지만 다시 들어도 놀라웠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지 신기했다.
“방사선에 피폭된 사람은 DNA가 망가져서 힐을 받아도 치유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버프를 받은 힐러의 힐은 그런 사람도 완전히 치유시킬 수 있습니다. 단, 대량의 방사선에 노출되어 즉사한 사람은 힐러가 아니라 힐러 할아버지가 와도 못 살리는 건 아실 겁니다.”
“…….”
“때문에 탱커를 제외한 모든 대원들은 광역 보호막 안에서 나가면 안 됩니다. 또한 방사선 보호복을 착용해야 합니다.”
유지웅은 마지막으로 대원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덧붙였다.
“그럼 보호복을 착용하세요. 건투를 빌겠습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대원들은 보조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방사선 보호복을 입었다. 제대로 착용을 했는지 꼼꼼하게 점검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십여 명의 탱커들은 방사선 보호복을 착용하지 않았다. 어차피 탱킹을 하면 금세 찢겨 나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탱커들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가득 서려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한 탱커가 아닌 이들은 그들에게 섣불리 말을 걸거나, 격려를 건네지 않았다.
왜냐하면 탱커들은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 괴수가 뿜어내는 방사선이 어느 정도까지 증가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만약 탱커가 즉사할 정도로 강한 방사선을 뿜어낸다면, 제일 먼저 희생되는 건 그들이 될 것이다.
하지만 탱커들은 비장할지언정 겁을 먹지는 않았다. 그들은 모두 국가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자들이었다. 자기 목숨을 도외시하고 북극곰 괴수를 처단하기 위해 자원했다. 계산과 이익에 밝은 유지웅조차도 그들에게 서투른 격려나 위로를 건넬 수는 없었다.
“온다!”
저 멀리서부터 격렬한 진동이 느껴졌다. 유지웅은 무전으로 지시를 내렸다.
“탱커 1조, 전진 포지셔닝하세요. 교대조 탱커들은 본진에 합류. 광역 보호막을 치겠습니다.”
곧이어 두터운 빛의 막이 세 명의 탱커를 제외한 모든 이들을 감쌌다. 불투명에 가까운 진한 빛의 막을 뒤돌아보던 세 명의 탱커들은 전의를 다지고, 자세를 취했다.
―크어엉!
하얀 털을 자랑하는, 거대한 곰이 저 멀리서 네 발로 뛰어오고 있었다.
* * *
열 명의 노인이 테이블을 둘러앉고 있었다. 유리창 하나 보이지 않는 밀실이었다. 노인들은 불쾌한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요?”
“난들 아오. 혹시 모건 회장의 지시는 아니었소?”
“내가 그리 어리석은 줄 아시오!”
제일 중심에 앉은 노인이 버럭 화를 내자 다른 노인들도 입을 다물었다.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모건 회장이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이야기를 꺼냈다.
“브라움 대장과 연락이 되지 않고 있소. 가능한 모든 연락 수단을 취했지만 실패했소.”
“설마?”
“사냥개가 멋대로 사냥에 나섰소.”
“망할 놈. 아직 때가 아니라고 그리 말했건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유지웅의 등장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으며, 로스차일드 가문과 같은 길을 걸어왔고, 그들의 몰락을 두려움에 떨면서 지켜보았다는 것.
“한미 괴수 공조 협정을 파기하라니, 비시 정권이 잘도 그 요구를 들어주겠군. 이래서야 단순한 테러범이 아니라고 시인하고 나서는 꼴이 아니고 뭐요?”
“어떡하겠소? 꼬리를 자르고 물러나리까?”
누군가가 꺼낸 말에 다시 무거운 침묵이 회의실을 감쌌다. 모건 회장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간 들어간 돈과 노력, 시간이 아깝지만 할 수 없소. 브라움 대장은 애국심은 강하지만 너무 극단적이오. 결국 그 애국심이 모든 일을 망쳐 버렸소.”
“허면…….”
“발을 뺍시다. 이미 우리 손을 떠난 일이오.”
============================ 작품 후기 ============================
유지웅 : 미리 고맙다고 말할게요.
노인들 : ?????/
유지웅 : 왠지 그래야할 거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