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56)
00656 미국은 사면초가? =========================================================================
거대한 섬광이 번쩍 하고 터진다. 이어 하늘을 밀어낼 듯한 기세로 검은 버섯구름이 솟구쳤다.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후폭풍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살아 있는 전부를 불태운다.
위성 영상을 보며 비시는 주먹을 꾹 쥐었다.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대도시, 그리고 수많은 미국 시민의 목숨. 그는 불과 수 분 전에 일어난 대참사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각하, 선발 공격대와 연락이 전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전멸했단 말인가? 유지웅 회장이 함께 하고 있는데도?”
“그건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단순한 통신불량일 수도 있습니다. 레이드 도중 확인한 대폭발 때문에 공격대가 보유한 통신장비가 전량 파손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기다려야 할 듯합니다.”
“기다리라니, 무엇을 더 말인가! 북극곰 괴수가 전부 파괴할 때까지 말인가!”
사백만이 넘는 목숨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대참사였다. 유지웅을 초청하고서도 이 참사를 막지 못한 연방정부를 향한 원망이 곧 하늘을 찌를 것이다. 아니, 책임 문제를 떠나 미국 전체에 걷잡을 수 없는 암울한 기운이 드리워지게 되리라.
비시는 눈앞이 캄캄했다. 왜 하필 자신이 재임 중인 기간에 이런 사고들이 연달아 터지는지. 역사는 과연 자신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무수한 재난을 막지 못한 무능한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인가, 무수한 재난을 짊어진 불운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인가.
“최대한 많은 시민을 동부로 피신시키게! 서두르게! 어서! 동원 가능한 모든 힘을 끌어 모아 피신시키게!”
“예!”
LA가 날아가면서 얻은 유일한 이득은 핵탄두로 위협을 한 테러집단이 함께 휘말렸다는 것 정도일까. 하지만 사백만 목숨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건 이득이라고도 할 수 없다. 모두 그 점을 느끼기에 암묵적으로 테러집단은 입에도 올리지 않았다.
“부통령님.”
백악관을 찾은 그레이브스는 부산하기 그지없는 분위기에 잠시 눈치를 살폈다.
‘젠장, 하필 이 타이밍에.’
급히 보고할 것이 있어 백악관을 찾았건만, 하필 이동 중에 LA가 날아갈 것은 뭔가. 그레이브스는 불난 집에 석유 끼얹으러 가는 듯해 영 마음이 안 좋았다.
“부국장. 무슨 일인가?”
“보고 드릴 게 있어 왔습니다.”
“지금 백악관 분위기가 많이 안 좋네. 알고 있지?”
“예.”
“그런데도 지금 보고해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인가?”
칠드그린은 날카롭게 그레이브스를 살폈다. 핵 때문에 LA가 날아갔다. 사백만 시민의 목숨이 한순간에 소실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이런 난리가 난 상황에서, 백악관을 찾아와 부통령에게 굳이 대면보고를 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면? 아마도 보통 작은 일이 아닐 것이다. 칠드그린은 그 점이 불길했다.
“LA를 점거한 테러리스트 집단의 배후 문제입니다.”
“……배후?”
“테러 집단의 수장이 폰 브라움이라는 자인데, 그 자와 JP 모건의 연결점을 잡았습니다. JP 모건 외에 북미 지역을 주름잡고 있는 여러 거부들과 연결이 되어 있는 듯합니다.”
쾅!
“뭐라고! 설마 그럼!”
“테러 집단이 무력으로 LA를 점거하고, 한미 괴수방어공조 협정 파기를 요구한 것도 그들의 의도가 아닐까 합니다. 나아가 어쩌면 북극곰 괴수가 난리를 치는 이 기회를 노려, 핵미사일로 유지웅 회장을 처치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지…….”
모건 회장 등 테러 집단과 연결이 되어 있는 부호들이 들었다가는 뒷목을 잡았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음해를 꾸며온 것은 사실이나, 그 정도까지 앞서간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북극곰 괴수가 테러 집단을 LA와 함께 날려버렸고, 모든 증거와 증인은 핵폭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진실을 알 리 없는 칠드그린과 그레이브스는 드러난 연결점만으로 모든 정황을 판단했다.
“망할 늙은이들, 유지웅 회장을 제거하려고 몰래 핵무기까지 구해서 갖고 있었다니.”
“아마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극비리에 제조했거나, 혹은 국제 암시장에서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입이야 그들의 힘이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가능했겠지요.”
“큰일일세.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들은 결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거야. 두 번의 기회는 없으리라는 것을 자기들이 잘 알고 있을 테니.”
“예. 자기들 음모가 발각 날 가능성이 높은 이상 어떻게 해서든지 손을 쓰려 할 겁니다. 유지웅 회장만 제거하면 다시 미국을 손아귀에 쥐고 세계를 흔드는 건 문제도 아닐 테니까요.”
“SC컴퍼니와 로스차일드가 그리 몰락한 것을 보고도 정신을 못 차리다니, 답이 없는 노인네들이군.”
칠드그린은 벌떡 일어났다. LA 소멸로 혼란스러운 지금, 미국은 무엇보다 위험한 상태였다. 북극곰 괴수를 감당하는 것만 해도 벅찬데,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까지를 판별해서 대처해야 한다. 나아가 유지웅에게 위해가 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미국을 위해서다. 미국 내 세력들이 그에게 위해를 가하려다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리 하여 그의 분노를 산다면 그것은 미국 전체가 연대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때였다.
「부통령님. 저예요.」
“유 회장님! 살아 계셨군요!”
천상에서 동아줄이 내려왔다.
* * *
“……그래요? 저를 싫어하는 대부호들이 작당하고 이 틈을 노리고 있었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적은 북극곰 괴수뿐만이 아닙니다. 사람 또한 회장님과 미합중국의 적입니다.」
칠드그린은 미합중국의 적이기도 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른바 당신과 우리는 한 배를 탄 몸이다, 아니 우리는 당신 배에 탑승한 승객이다, 뭐 그런 뉘앙스였다.
“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마 LA를 타겟으로 선정한 이유도 한인 타운 때문에 그럴 겁니다. 아시다시피 LA에는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정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끌어내려고 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럴 수가 있지요? 북극곰 괴수 때문에 미국 전체가, 아니 온 세계가 위기에 빠진 상황을 노려서 자기 이익을 취할 수가 있나요? 이해가 안 가요.”
「원래 그런 자들입니다. 탐욕이 끝이 없지요.」
칠드그린은 필사적으로 유지웅의 분노를 한 방향으로 몰았다. 모건 등 테러 집단과 연결되어 있는 부호들과 미합중국은 마치 전혀 별개인 것처럼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그의 눈물겨운 노력은 다행히 제대로 먹혔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십시오.」
“일단 저는 북극곰 괴수를 처치하는 게 먼저입니다. 연방정부는 그동안 녀석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전부 잡아주세요. 모든 정치적 책임은 제가 집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유지웅은 빠드득 이를 갈았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욕심과 이익을 제일 중요시하는 이들, 그가 제일 혐오하고 경멸하는 자들이다. 바로 테러 집단을 끌어들인 부호들처럼.
“가만 안 둔다. 나이만 처먹은 노인네들.”
그나저나 어떻게 LA까지 가야할지 막막했다. 북극곰 괴수는 LA를 날려 버린 후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이라도 녀석이 다른 도시나 다른 주를 습격하면, 자신으로서는 속수무책이었으니까.
―캬아아악! 캬아악!
그때였다. 멀리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정효주가 벌떡 일어나서 하늘을 쳐다봤다. 그녀는 기쁨에 차서 외쳤다.
“브라우니!”
놀랍게도, 저 멀리서 브라우니가 날아오고 있었다. 정효주는 기뻐서 손을 머리 위로 크게 흔들었다. 그녀를 알아본 브라우니가 속도를 늦추며 서서히 내려왔다.
유지웅도 반색했다.
“브라우니? 아니, 이 녀석이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찾아왔을까. 그 점이 신기하면서도 기특했다. 정효주도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다가, 몸을 낮춘 브라우니의 등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고 흠칫 했다.
“폐하.”
“아빠!”
놀랍게도 브라우니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나디아와 피즈를 태우고 왔다. 정효주는 얼이 빠진 채로 둘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브라우니에게 옮겼다. 못마땅하다는 듯이 노려보는 눈빛에 브라우니는 쫄아서 머리를 움츠렸다. 내 잘못 아니에요, 라고 변명하듯이.
“나디아? 피즈? 여긴 어떻게?”
“당연히 아빠를 응원하러 왔지!”
“폐하께서 곤란함을 겪고 계신 듯해서 미력한 힘이나마 도움이 되려고 왔사옵니다.”
“아니, 온 건 고마운데…….”
과연 도움이 될까? 오히려 짐만 되는 거 아니야?
나미가 왔으면 모를까, 피즈가 대체 무슨 도움이 될까? 아직 한 번도 피즈의 진정한 힘을 보지 못한 유지웅은 마음이 든든하기보다는 심히 우려가 되었다.
그리고 나디아는 어떻게 도와주려고? 기동조개 노틸러스가 없으면 무력 발휘도 제대로 못하지 않나? 설마 거주용으로 타고 다니는 저 조그만 조개껍데기로 싸운다는 건 아니겠지?
“왜 그런 눈으로 봐! 나 엄청 쎄! 충분히 아빠 도와줄 수 있어!”
그렇게 힘이 세서 브라우니한테 기절당해서 잡혀 오셨어? 유지웅은 이 말이 목구멍까지 나올 뻔했다.
“자기야,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정효주가 재촉했다. 유지웅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상황 파악이 안 돼서 쳐다보기만 하는 공격대를 돌아봤다.
“힐러 두 분만 따라오시고, 나머지는 여기서 기다렸다가 본부와 연락해서 철수하세요. 차후에는 본부 통제를 따르시고요.”
“공대장님은요?”
“우리는 북극곰을 잡으러 갑니다. 보다시피 탈것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전부 데리고 가지는 못해요.”
“제가 가겠습니다.”
“저도 갈게요.”
앞을 다투어 지원하는 힐러 중에서 유지웅은 힐량이 높고 경험이 많았던 힐러 두 명을 선발했다. 유지웅을 포함한 일행 전부가 등에 오르자 브라우니는 몸을 높이 들고 날개를 활짝 폈다. 몇 번 날개를 펄럭거리는가 싶더니 한줄기 빛처럼 빠르게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우와, 엄청 빠르다.”
남겨진 대원들은 금세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진 브라우니를 보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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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