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70)
00670 나는 구단주다 =========================================================================
“처음 뵙겠습니다. 안정환 선수 팬입니다.”
청년은 사근사근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안정환은 얼떨떨한 얼굴로 악수를 받았다. 사실 그는 청년, 유지웅이 누구인지 잘 몰랐다. 유지웅 비서팀에서 제니스가(家) 개인 신상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도 있고, 안정환이 야구 밖에 모르는 외곬수인 이유도 있었다.
제니스 공격대장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자 절대적인 힘을 쥔 인물로, 한국에서 적어도 그 세 글자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안정환은 설마 하니 그런 대단한 사람이 자신을 찾아왔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실 안정환 선수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하러 왔어요.”
“저에게…… 스카우트를요?”
안정환은 얼굴을 굳혔다. 스카우터가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해도 되나? 야구 밖에 모르는 선수답게 트레이드에 관한 룰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이게 위험하다는 것쯤은 느꼈다.
“뉴욕 양키스가 당신을 원합니다.”
안정환은 처음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앙키스가? 그 메이저리그의 명문 구단이? 자신을? 왜?
실력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하지만 안정환은 아직 해외 진출 요건이 안 되었다. 적어도 몇 년은 더 한국프로야구리그에서 활약해야 해외 진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벌써부터 해외 구단, 그것도 양키스 같은 명문 구단에서 접촉을 해온다고? 말도 안 된다.
그래서 안정환은 사기가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막 그것을 지적하려는 순간, 안정환을 에이전시마냥 뒷바라지 해온 친형이 급히 말렸다.
“정환아, 이 분은 양키스 구단주님이셔.”
“구, 구단주라고요?”
안정환은 더욱 황당했다.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설마 그 똑똑하던 형이 사기꾼의 세치 혀에 놀아난 건 아니겠지?
“그래, 양키스 구단주가 누군지 모르는 건 아니지?”
“……누군데요?”
제아무리 야구 선수라 해도 타국 리그 구단주의 주인이 누구인지까지 줄줄이 꿰고 있을 리가 있나. 안정환은 친형의 말에 패닉에 빠졌다.
아니, 양키스 구단주가 이런 젊은 청년이라고? 그것도 한국인?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아, 그러고 보니 제 이름을 아직 말하지 않았네요. 유지웅이라고 합니다.”
“유……지웅?”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에 안정환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불현듯 번쩍 떠오른 생각에 사색이 되고 말았다.
“서, 설마 제니스 공격대장님이신가요?”
“네. 그래요.”
유지웅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인정했다. 안정환은 머리가 새하얘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세상에! 양키스 구단주가 제니스 공격대장이었……! 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지금 여기에 왔어! 그것도 스카우트 제의를 하러!
“하, 하지만 저는 아직 FA 취득을 하려면 한참 멀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조만간 젊고 훌륭한 선수들이 손쉽게 해외 리그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될 겁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 제도를 보니 선수에게는 너무 불리하고 구단에는 너무 유리하게 되어 있군요. 아무리 리그 유지를 위한 조치라 해도, 안정환 선수처럼 어리고 유능한 선수에게는 도전조차 막아버리는 불리한 제도죠. 그래서 다 뜯어고치기로 했습니다.”
안정환은 그 말을 쉬이 믿을 수가 없었다. 선수에게 불리한 제도라 해도, 그 제도가 국내 프로야구 리그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큰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국내외 대형 구단이 유망주를 손쉽게 싹쓸이 할 수 있게 한다면, 국내 프로야구리그는 존속 그 자체가 위협이 될 것이다.
“아, 걱정 마세요. 하는 김에 국내 야구 구단 모회사 전부를 샀으니까요. 리그가 초토화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어, 어째서…….”
“안정환 선수가 양키스, 아니 더 큰 물에서 뛰는 걸 보고 싶었거든요.”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에야 안정환은 전후사정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눈앞의 이 형, 아니 이 청년은 자신이 양키스에서 뛰는 걸 보기 위해서 10개 프로야구구단 전부를 사들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자라면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준 사람에게 가슴이 뭉클해야 정상이다. 근데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다. 안정환은 가슴이 뭉클하기보다는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서웠다. 그것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 * *
「KBO 선수의 해외 진출 용이해져.」
「10개 구단의 극적인 합의.」
「젊고 유능한 선수를 위한 대의적인 결정.」
야구 헌장이 대폭 개정되면서 국내 선수의 해외 진출이 한결 쉬워졌다. 선수협회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개정이라 반대하기는커녕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다만 국내 야구팬들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야, 이러면 돈 좀 있다는 구단들이 유망주 다 쓸어 담아서 게임 자체가 안 될 텐데. 안 그래도 일성 라이온즈가 독주하고 있는데, 이러면 무슨 재미로 경기를 봐?”
“그 정도면 양호하지. 이러면 메이저리그에서 좀 한다는 국내 선수들은 다 쓸어 담는 거 아니야? 솔직히 메이저리그 구단은 선수 한 명한테 수십억 쯤 투자하는 건 문제도 아니잖아? 국내 리그랑 파이 자체가 다른데.”
“이러다가 국내 리그 초토화되는 거 아니야?”
“제도가 선수에게 좋아지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닌데, 이럼 리그 존속 자체가 위험한데? 대체 구단들은 무슨 생각이지?”
“그러게. 이건 너무 자기들한테 불리한 조건이잖아?”
팬들의 우려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각 구단들은 경쟁적으로 선수들의 연봉이 내년부터 대폭 인상됨을 밝혔다. 비록 1군에 한해서지만, 메이저리그에 거의 필적하는 수준의 연봉 인상안에 팬들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 연봉을 올려주는 건 좋지만, 이렇게 줘서 구단 운영이 가능하긴 해?”
“이러다가 구단 망하고, 국내 리그 망하고, 국내 야구판 자체가 망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국내 야구 선수 연봉은 미국에 비할 수가 없다. 그것은 파이 자체가 미국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구라든가, 야구팬층의 인구 및 인기가 한참을 밑돌고 있으니 당연하다.
헌데 선수 대우를 메이저리그에 필적하게 해준다면, 당연히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면 구단의 재정 파탄에 이어, 종래에는 국내 리그 자체가 붕괴되는 것이 당연하다. 조금만 야구에 관심 있는 팬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발상이요, 염려였다.
“그로 인한 재정적인 손실은 구단을 보유한 모기업이 감수할 것입니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 10개 구단이 합의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한다. 선수, 팬, 구단, 혹은 그 모기업 중에서. 선수에 대한 대우 격상은 결국 재정적인 손실로 이어지고, 그 손해는 각 구단의 모기업이 감당하기로 되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유지웅이 그 재정 부담을 짊어진다는 것이지만, 어느 스포츠 기사에서도 그와 같은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 전부가 사실상 유지웅의 소유에 들어갔다는 것을 써서 좋을 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큰아버지가 지금 일성전자 상무로 있으셨죠? 그럼 일성 라이온즈는 큰아버지가 맡아주시면 되겠고.”
“LP는 어떡할까요?”
“아! 아버지가 LP생명 대주주니까 아버지가 맡아주시면 되겠네요!”
“로테는 지혜양이 마침 로테카드에서 일하고 있으니 맡기면 될 것 같습니다만, 어떠신지요?”
“지혜가요? 아직 임원급은 아닌 것으로 아는데.”
“이참에 승진시키면 될 것 같습니다.”
“좋아요. 그럼 로테는 그리 해결하고…….”
마침 운이 좋게도 친족들이 이번에 인수한 구단 모회사 그룹에서 일하고 있어서 구단주 선정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어차피 국내 리그에서 구단주야 상징적인 존재고 일은 사장급 인물이 알아서 다하는데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지금 있는 구단주들도 야구의 야 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구단주, 내가 해봐서 아는데 되게 쉬워요. 감독만 잘 뽑고 이왕 뽑은 감독 잘 믿어주기만 하면 돼요. 그럼 감독이 알아서 팀 잘만 꾸려가더라.”
“…….”
아무튼 졸지에 10개 프로야구 구단주가 전원이 유지웅 친족 일가로 채워지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쯤 되면 도저히 언론도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 제니스 일가가 싹쓸이 해.」
「국내리그가 가족리그로 변질?」
「긍정적인 효과, 부정적인 효과, 어느 쪽이 더 큰가?」
정황을 알게 된 팬들도 의견이 갈렸다. 프로 야구 정신이 더럽혀진다며 우려를 나타내는 팬들도 있었고, 선수 대우 수준이 메이저에 필적하게 된 것을 이유로 리그 수준이 향상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팬들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유지웅이 선수 대우 격상에 사비를 털었으며 그 액수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한다는 것만큼은 모든 야구 관계자들이 동의했다.
국내 리그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실력 있는 FA 선수들은 굳이 큰돈을 바라고 미국을 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같은 돈을 받는다면 한국에 있는 게 훨씬 낫다. 자신의 실력이 한층 더 강조될 뿐만 아니라, 괴수 치안에서도 한국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필적하는 급여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1군, 그것도 각 팀의 상위 30% 안에 해당하는 선수들에 한해서 전폭적인 대우 격상이 이뤄졌다. 하위 선수는 상위 선수에 비해서 받는 혜택이 크게 차이가 났으며, 2군 선수는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이쯤 되니 팬들도 더 이상 유지웅에게 불만이나 서운함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몇 년 간 꾸준히 외쳐온, ‘국내 구기 종목에도 관심 좀 가져주세요!’라는 애원을 유지웅은 기대 이상으로 되돌려주었으니.
그리고 뉴욕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은 안정환은 무려 한 시즌 두 번의 퍼펙트 게임을 기록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핫핫핫. 제가 이겼습니다, 이겼다고요! 드디어!”
“……자네, 이건 심한 반칙일세. 레이더도 아니면서 평균 구속 160에 제구가 되는 좌완 투수라니…….”
경기장에서 팬들에게 테리우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안정환은 수많은 미국 여성팬들을 몰고 다니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 * *
어느 설날.
“이번 제니스가(家) 윷놀이는 어느 팀이 승리할까?”
“그리 말하면 팬들이나 선수들이 엄청 싫어하는 거 몰라? 그냥 겨울 야구라고 해.”
“아니, 그래도 사실이잖아.”
한국 프로야구에 겨울 야구라는 새로운 ‘Free season game league’가 생겼다. 그해 시즌의 상위 8개 구단이 토너먼트로 겨루어 최종 우승자를 겨루는 게임이다. 물론 추운 날씨 때문에 따뜻한 외국에서 경기장을 빌려서 치러진다.
첫날 4게임, 둘째 날 2게임, 마지막 셋째 날에 우승팀을 가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설날 전후로 3일에 걸쳐 진행되는 친선 시즌이라 설날 시즌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혹자는 제니스 가문 윷놀이 게임이라 부르기도 한다.
“아! 안 돼!”
“지혜, 넌 아직 한참 멀었어.”
“으으으! 거기서 병살을 당하면 안 됐는데!”
사실 겨울 야구는 프로야구 구단 입장에서는 굳이 치를 이유가 없는 게임이다. 비시즌 기간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선수들도 쉬어야 할 거 아닌가?
그러나 유지웅이 강제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각 구단 및 선수들은 겨울 야구에 참석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왜냐하면 겨우 3일 간의 토너먼트 리그 일정인데, 우승팀에 무려 5,000억 원의 상금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준우승팀에는 2,000억 원, 3위는 1,500억, 4위는 1,000억의 상금이 주어진다. 그리고 그 상금의 대부분은 선수들과 코치진에게 돌아간다.
“현화는 이번에도 꼴찌네?”
“피, 어쩔 수 없어요. 안정환 뺏기고 현화는 이렇다 할 투수가 없는 걸, 뭐.”
제니스 가문은 설날에 친척들이 모여 윷을 던지는 대신 야구 경기를 시청한다. 그리고 자기가 구단주로 있는 팀을 응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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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족이 언제 끝날지는 저도 아직 모르지만, 다음 작품을 쓴다면 아마 스페이스 오페라 계열이 될 것 같습니다.
우주 괴수와 함대전, 웜홀과 공간워프, 태양계 제국의 공주님과 냉전관계인 우주연방군의 젊은 함장과의 로맨스…
그런 이야기를 꼭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스타워즈나 스타트렉 같은 그런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