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73)
00673 프리시즌 – 친구편 =========================================================================
“게임 대회를 열겠다고?”
“네. 종목은 플래닛 크래프트로 정했어요.”
“아니, 게임 대회를 열겠다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담임은 조금 떨떠름했다. 눈앞에는 유지웅이 태연스럽게 앉아 있었다. 그깟 게임 대회 여는 게 뭐가 대수냐는 듯이.
‘무슨 생각으로…….’
담임도 얼핏 학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을 들었다. 수백 평이 넘는 여의도 펜트하우스에 혼자 사는 학생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눈앞에 보이는, 왼손목에 감고 있는 시계는 수십억을 호가한다고 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어느 재벌집 자제이리라. 하지만 통 짚이는 가문이 없다. 담임은 그런 학생이 왜 이런 평범한 학교를 다니는지부터가 이해불가였다.
“게임 크래프트라면 혹시 그 얼마 전에 나온 그거 말하는 거냐?”
“네. 나온 지 한 달쯤 됐죠.”
“근데 문제가 있다. 컴퓨터실은 컴퓨터부 아이들이 이용한다고 했는데, 그건 어쩔 셈인데?”
“상관없어요. 이미 주문했으니까요.”
“뭐, 뭐?”
뭘 주문해? 당황한 담임은 문득 운동장으로 대형 트럭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무슨 기자재를 잔뜩 싣고 온 인부들은 이윽고 운동장 한쪽에 뚝딱뚝딱 뭔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아, 왔네요.”
“……저게 뭐냐?”
“게임 무대 설치하는 중이에요.”
“뭐, 뭣!”
결국 이틀이 꼬박 걸려 게임 무대가 설치되고 말았다.
16개 게임을 동시에 치를 수 있게 설계된 대형 무대는 비록 야외에 지어졌지만, 웬만한 게임 대회 무대 뺨칠 정도로 크고 아름답게 지어졌다.
게이머 전원이 게임 부스에 들어가서 게임을 치를 수 있도록 지어졌으며, 사설 네트워크망을 형성해 외부의 영향 없이 안정적으로 게임을 치를 수 있게 만들었다. 무대 조명과 사회자의 진행 부스, 그리고 관객들이 게임 상황을 지켜볼 수 있도록 대형 벽면 스크린도 설치했다.
학생들은 경악했다.
“와, 이거 돈 엄청 많이 들었겠다.”
“축제 끝나면 다 철거한다는데? 왠지 아깝다.”
“이 정도면 한 몇 천 들었겠지?”
“몇 천 같은 소리 하네. 몇 억은 넘게 들었을 걸?”
“그, 그 정도야?”
축제 준비에 한창이던 학교가 순식간에 술렁였다. 유지웅이 축제 때 무슨 게임 대회를 개최한다고 했을 때는 조금 의외다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근데 무슨 게임을 한대?”
“플래닛 크래프트라는데?”
“그거 나온 지 얼마 안 됐잖아? 잘하는 사람이 있나?”
플래닛 크래프트는 현재 각광받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한창 주가가 높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아직 정식 E스포츠 게임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다 보니까.
플래닛 크래프트 최초의 대회는 아마 유지웅이 개최한 이번 대회가 될 것이다. 그 점 때문에 게임 업계에서도 화제가 되어 게임 잡지 기자들이 인터뷰를 왔다.
“고등학교 축제 행사로 게임 대회를 개최한다고 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 참 반응이 뜨거운데요. 어린 학생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제가 플래닛 크래프트를 좋아해서요. 축제 때 뭘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한 끝에 게임 대회를 준비했어요.”
“참가 조건은 있나요?”
“자기 계정의 승수가 100승이 넘는다면 누구라도 제한 없이 참가할 수 있습니다.”
“왜 100승이죠?”
“게임을 전혀 안 한 사람들까지 무분별하게 참가할까 봐 제한을 해둔 거지요. 100승 정도는 사실 많은 것도 아니에요. 나온 지 한 달이 넘은 게임인 걸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중이떠중이를 골라내기 위해서라면 100승은 적당한 제한이었다. 오히려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단 만약의 경우 참가자가 적다면 100승 제한은 독이 될 수가 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흥하는 게 유지웅에게도 좋고, 학교에도 좋고, 기사거리도 늘지 않겠는가.
젊은 여기자는 유지웅을 따라 직접 게임 무대를 둘러보고는 매우 놀랐다.
‘뭐야, 이게?’
게임 대회를 위한 간이 무대를 설치했다기에 컴퓨터실에 있는 컴퓨터와 학교 책상으로 어떻게 만들었구나 했는데, 막상 보니 이건 웬만한 게임 대회 무대 저리 가라 수준 아닌가?
게이머가 직접 들어가서 경기할 수 있는 게임 부스, 사회자가 안내를 할 진행 부스, 그리고 일반 관람객이 진행 상황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설치한 5×5 미터 대형 스크린까지 있었다.
절대로 일반 학생이 개인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대형 게임사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전문적인 목적을 위해 설치한 게임 무대 수준이다. 이 정도면 그대로 생방송에 내보내도 될 정도였다.
‘뭐하는 학생이야?’
여기자는 유지웅을 다시 봤다. 처음에는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이 나름대로 분주하게 준비한 행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게임 무대를 직접 보니 그 생각은 대번에 바뀌었다. 혹시 재벌집 자제는 아닐까?
여기자는 놀란 감정을 감추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를 계속했다.
“혹시 상품이나 상금도 걸려 있나요?”
“상금은 없지만 상품은 있어요. 오데마피게, 콘스탄틴에서 내놓은 시계들이죠.”
여기자는 이름 한 번 어렵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유지웅이 커다란 박스에 가지런히 담긴 4개의 시계를 보여주자 곧 시선을 빼앗겼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자랑하는 네 개의 시계는 황홀한 광택을 내뿜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이나 고급스러워 보였다. 여기자가 감탄하며 바라보고 있을 때, 유지웅이 거기에 초를 쳤다.
“제가 한두 번 차긴 했는데,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놈들이니까 괜찮을 거예요.”
“아, 중고인가요? 살짝 실망인데요?”
여기자는 살짝 아쉽다는 듯이 농담처럼 말했다. 유지웅은 조금 쑥스러운지 뺨을 긁적거렸다.
“새 걸로 준비할까 하다가 그래도 콜렉터들은 엄청 좋아할 것 같아서 이것들로 했는데……. 나름 5억은 넘어가는 애들인데…….”
“자, 잠깐만요? 뭐라고요? 5억?”
“네. 그 정도쯤 해요.”
“이, 이 시계들이 대체 뭐라고 한 개에 1억이 넘어요?”
시계 4개에 5억이니 개당 1억이 넘는다는 소리다. 여기자는 그렇게 이해했다. 유지웅이 어이없다는 듯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한 눈으로 쳐다봤다.
“합쳐서 5억이 아니라 개당 5억이요.”
“네엣?!”
“혹시 오데마피게, 콘스탄틴 모르세요?”
“처, 처음 들어봐요.”
유지웅은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여기자는 혼이 빠진 채 그의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일개 학교 축제 행사로 한 학생이 개최한 게임 대회가 세계 게임 무대 수준이고, 총 상품의 가액이 20억이 넘는다는 소리 아닌가?
“게이머는 4강에 들면 순서대로 먼저 원하는 시계를 골라서 차지할 수 있어요.”
여기자는 생각했다.
이 학교, 대체 뭐하는 학교지?
아니, 이 학생은 대체 뭐 하는 학생이지?
* * *
여기자가 작성한 게임 기사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날개 돋친 듯이 퍼져 나갔다. 처음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5억 상당의 시계 4개가 상품으로 걸렸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일개 고교에서 개최한 게임 대회에 무슨 그런 상품이 걸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심층 인터뷰 기사에 시계 및 보증서의 사진이 올라오고, 시계 매니아들이 뒷조사를 시작한 결과 모든 게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저 시계들 전부 한국에 들어온 건 맞다. 한정판이라서 똑같은 모델이 전혀 없는 놈들이야.
―매매가가 5억이라는 거지, 경매에 붙이면 콜렉터들이 몇 배는 더 주고 사갈 거다.
―와, 저 시계들 누가 차고 다니는지 나도 엄청 궁금했는데 일개 고교생이 전부 싹쓸이 했구나…….
게임계는 난리가 났다.
플래닛 크래프트를 개발한 블리자드 스톰사(社)는 급히 미국 본사에서 직접 인력을 파견했다.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 자신들이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물론 무료였다.
뿐만 아니라 게임 유통 채널, 방송국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왔다. 교장실은 그런 사람들로 매일같이 북적거렸다. 이건 축제인지, 게임 대회인지 이제는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수십 억 상당의 고가품이 상품으로 걸린 대회다. 일개 고교 축제 행사 대회가 시설과 상품만은 세계 무대급 수준이 된 것이다. 당연히 축제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었고, 게임 대회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렸다.
이쯤 되자 교감이 직접 나섰다.
“이대로는 학생들이 기껏 열심히 준비한 축제가 김이 빠지게 생겼어요.”
“축제가 끝날 무렵부터 대회를 시작할게요. 그럼 미리 도착한 게이머와 구경꾼들이 기다리는 동안 축제를 구경할 테니, 더 분위기가 흥겨워질 거예요.”
“그래주겠어요?”
여교감은 유지웅과 정효주가 약혼했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선생이었다. 그에게 근사한 식사도 대접받았고, 또 가벼운 경고 비슷한 말을 듣기도 한 사이다.
축제는 3일에 걸쳐 진행된다. 유지웅은 하루 축제가 끝나고, 늦은 오후부터 대회를 열겠다고 했다. 첫날은 예선전, 둘째날은 4강전,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치르겠다고 했다.
그럼 낮 동안에는 게임 대회 때문에 축제 분위기가 방해받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오후에 시작되는 게임 대회 때문에 미리 몰려든 사람들로 더욱 바글거릴 것이다.
나름 어렵게 부탁을 꺼낸 여교감은 기대 이상의 결과에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시계를 외부인에게 빼앗긴다는 건 우리 학교의 수치다. 내가 반드시 시계를 지키고 말겠어.”
“나도, 나도!”
“플래닛 크래프트라면 내가 일가견이 있지!”
한편 축제에 딱히 준비한 게 없는 학생들도 게임 대회 때문에 뜨거운 열의를 불태웠다. 4강에만 들면 수억 상당의 고가 시계를 차지할 수 있다. 게다가 플래닛 크래프트는 나온 지 한 달 정도 밖에 안 된 게임, 아직 프로게이머층이 형성될 만한 시간은 아니었다. 일반인이라 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그렇게 학교 안팎, 게임계 안팎으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을 때 유지웅이 폭탄을 터트렸다.
「우승자를 위한 특별 혜택이요?」
「네, 우승자는 언제나 특별해야 하니까요.」
「어떤 혜택이죠?」
「대회 주최자인 저와 경기를 치르는 겁니다. 일종의 이벤트 게임인 셈이죠.」
「우승자가 주최자를 이기면 좋은 점이 있나요?」
「제가 지금 차고 있는 이 시계도 차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유지웅이 보여준, 파텍필립 시계의 우아한 자태가 큼지막하게 게임 기사의 한 면을 차지했다. 이쯤 되자 게임계보다는 시계 콜렉터계가 더욱 뒤집어졌다.
―미친! 파텍필립 블루 세이버 no.1이야! 세상에서 제일 비싼 시계라고!
―저거 900만 달러인가에 낙찰됐다고 들었는데, 설마 소유주가 한국인이었어?
―개최자가 대체 뭐하는 놈인데 저런 시계를 가지고 있는, 아니 저런 시계까지 상품으로 내놓는 거냐? 이형준 회장 본인도 저런 짓은 못할 거다! 미쳤어, 미쳤어!
한편 정효주는 유지웅을 걱정했다.
“너 그 시계 엄청 아끼는 거잖아. 그래도 돼?”
“이벤트 경기니까 괜찮아. 어차피 플래닛 크래프트로 날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유지웅은 자신이 있었다. 플래닛 크래프트는 이제 출시된 지 한 달 밖에 안 된 게임이다. 하지만 실제의 자신은…….
‘무려 경력 4년의 초고수 게이머라고.’
84억 상당의 시계가 걸린, 우승자와 개최자의 이벤트 경기. 어디까지나 흥을 돋우기 위한 이벤트일 뿐이다. 결국 모든 것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그는 자신 만만했다.
* * *
“장태준 대위, 이 중요한 시기에 왜 갑자기 3일 씩이나 휴가를 신청했나?”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워낙 편찮으셔서 한 번 병원에 찾아가서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부친 건강 문제라면 어쩔 수 없지. 휴가는 처리해주겠네.”
“감사합니다, 대대장님.”
* * *
“연차라고?”
“네. 국장님. 부탁드립니다.”
“바쁜 때도 아니니 상관은 없는데……. 3일 동안 뭐 하려고 그러나?”
“잠시 머리 좀 식힐 겸해서 쉬려고 합니다.”
“하긴, 요새 많이 바빴지. 푹 쉬다 오게, 남 차장.”
* * *
“부, 부국장님께서 한국 지부까지 무슨 일로?”
“음, 잠시 지부 정비도 하고 둘러볼 것도 있고 해서. 다들 별일은 없지?”
“네! 문제 없습니다!”
“일주일도 안 되는 일정이니까 편히 있게. 나는 혼자 돌아다닐 테니 요원을 붙일 필요는 없네.”
* * *
UAE발 초대형 전용기 A380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 작품 후기 ============================
유지웅 레이드 파티가 결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