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75)
00675 프리시즌 – 친구편 =========================================================================
「네, 여기는 우리나라 최초로 플래닛 크래프트 게임 대회가 열리는 유림고등학교입니다. 플래닛 크래프트가 출시된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죠?」
「네, 그렇습니다. 플래닛 크래프트가 게임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나, 아직 출시된 지 한 달 밖에 안 되어 정식 E스포츠 리그 종목으로 다뤄지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헌데 이 상황에서 한 고등학생이 축제 행사로 게임 대회를 열었습니다.」
「게다가 총 상금 가액이 백억 원이 넘는다고 하지요. 이제 겨우 17세의 어린 주최자가 대체 어떻게 그런 고가시계를 상품으로 내걸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예선 첫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게임 해설 진행은 온라인 게임 채널에서 나온 이들이 맡았다. 방송국에서 나온 이들이 별도의 송출 부스를 설치하고 생방송으로 경기 현황을 내보냈다. 블리자드 스톰사도 자사 게임이 처음으로 대회로 다뤄지는 자리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
“대박, 완전 대박! 지금 아프리카 TV 시청자 수만 60만 명을 넘겼대요!”
“그럼 정규 채널까지 해서 대체 몇 명이 보는 거야?”
“해외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뜨거워요!”
이것이 바로 규모의 경제라는 것인가 보다. 이벤트 경기까지 포함해서 총 상품의 가액이 100억 원이 넘다 보니, 일개 고교 축제 행사로 열리는 대회임에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이 게임 대회가 차후 다시 열린다 해도, 이번 경기 상품 가액을 넘어서는 대회는 아마 다시없지 않을까? 그야말로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다.
「청코너 선수, 공중 영웅을 몰아 파죽지세로 몰고 들어갑니다! 아, 이건 위험해요! 백코너 선수, 이번 기습을 막지 못하면 유일한 자원줄이 끊길 수밖에 없어요!」
「결국 막아내지 못합……! 아앗! 백코너 선수, 남아 있는 병력을 모두 긁어서 역으로 청코너 선수의 본진을 쳤습니다!」
「자원을 내주고 본진을 치겠다는 거예요! 그야말로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작전이죠! 전멸전 들어갑니다!」
「청코너 선수, 급히 병력을 빼서 막아보려고 합니다만, 너무 늦었습니다! 결국 항복 선언!」
「GG!」
모든 예선전이 명경기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 간에 실력차가 뚜렷해서 쉽게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간혹 비슷한 수준의 게이머들끼리 붙을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경기가 나왔다.
“지금 청코너, 실력이 상당한데?”
“그러게 말이야.”
“저 정도면 강력한 우승 후보감 아니야?”
예선전은 크게 관심이 없어 대강 시간을 보내던 유지웅은 진행보조자들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웠다.
‘숨은 고수 등장인가 보네?’
사실 그는 예선전은 별 재미없었다. 자신은 4년 넘게 플래닛 크래프트를 하며 초고수의 반열에 올랐다. 하수들이 서로 위로 올라가려고 바둥거리는 예선전이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누군지 한 번 봐둬야겠다.”
혹시 이벤트 경기 대상자, 즉 우승자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봐두는 것도 좋으리라. 유지웅은 청코너 게이머가 나오는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가, 헉 하고 놀라고 말았다.
‘자, 장 팀장님?’
아니, 장태준,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지금쯤 부대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군인이 이런 데 와도 돼?
“우와, 이 사람도 엄청 잘하는데?”
“와, 상품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무슨 백인 아저씨까지 대회에 다 참석하냐.”
“흥행은 제대로 쩔겠네.”
‘백인 아저씨?’
이미 장태준도 참가했다. 유지웅은 설마 하는 심정을 품고 게이머를 확인했다. 그리고 굳어져 버렸다.
‘치, 칠드그린 부통령?’
아니, 아니지. 지금 시대에서는 부통령이 아니라 부국장이었던가? 아무튼,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어! 부국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자리에서 저렇게 얼굴을 팔아도 돼?
‘가만?’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칠드그린은 원래 그리 게임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그냥저냥 보통 수준 이하다. 헌데 지금 그는 그야말로 상대를 압살하고 있었다. 이 게임, 나온 지 이제 겨우 한 달 밖에 안 된 게임인데?
“우와, 저 사람도 엄청 잘하는데?”
“저 컨트롤 좀 봐. 완전히 신들렸다.”
“이 정도면 거의 우승 후보는 세 명으로 좁혀진 거 아닌가?”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지웅은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남 의장님까지…….’
칠드그린은 아마 세계 제일의 시계 매니아다. 장태준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시계 매니아다. 둘이 참석한 것은 동기 면에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
헌데 남기철은 왜? 물론 게임 실력 면에서는 가장 뛰어난 인물이지만, 고위 공무원이자 엘리트인 그가 뭐 하러 이런 게임 대회를 참가한단 말인가?
‘4강에는 무조건 들어야 된다. 이제 곧 아이도 학교에 들어가야 되는데…….’
박봉에 시달리는 아버지의 집념 때문이라고 한다.
* * *
첫날, 치열한 예선전이 끝나고 16명의 16강 진출자가 결정되었다. 예선전은 인원이 인원이니만큼 단판 승부제로 끝났다. 아깝게 패배한 이들은 아쉬웠지만, 예선참가자가 너무 많은 까닭에 어쩔 수가 없었다. 자정에 가까워서야 겨우 경기가 끝났을 정도였으니, 말 다한 셈이다.
대회는 첫날부터 많은 기록을 남겼다. 아프리카 TV 동시 시청자수가 무려 백만 명을 돌파했다. 해외 게이머들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CNN 등 주요 외신에 소개되기까지 했다. 보수적인 국내 신문사에서도 석간주요 일면지에 대회를 다뤘다.
「누가 블루 세이버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파텍필립 블루세이버.
세계 최고가 시계로 알려져 있는 이 유일한 명품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기자들이 온갖 자극적인 기사를 써댔다. 기자들은 학교에 진을 친 채 교사, 학생들을 붙잡고 유지웅에 관해서 하나라도 더 알아내려고 열성이었다.
“잘 몰라요. 돈이 엄청 많다는 것만 알아요.”
“재벌가 아들이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근데 어느 집안인지는 모르겠어요. 우리나라 삼대 재벌이랑 성도 다른데……. 외가 쪽인가?”
“지웅이 부모님이요? 한 번도 뵌 적 없어요.”
교사와 학생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유지웅에 관해서 함구했다. 생활기록부를 뒤지면 유지웅 본가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지만, 담임은 학생의 개인 정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때문에 기자들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매우 단편적이었다.
집안이 엄청 부자인 것 같더라. 여의도 케즈빌에 살고 있더라. 어느 재벌 집안인지는 말 안 하더라. 이 정도가 다였다.
한편 자신 때문에 국내 게임계는 물론이고 여러 언론사도 뒤집어졌다는 것도 모른 채, 유지웅은 정효주와 함께 신혼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효주 부모님께는 축제 준비 때문에 준비할 게 많아서 다 같이 자고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정말 괜찮은 거야? 이러다가 시계 뺏기면 어떡해.”
“후후, 플래닛 크래프트로 날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시대에는 없어. 그러니 괜찮아.”
“하지만…….”
“그리고 지면 좀 어때? 까짓 거 상품으로 주면 되는 거지. 저까짓 거 얼마나 한다고.”
정효주는 하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혼녀한테 신혼집 인테리어 꾸미라고 천억 원을 떡하니 송금해주는 남자다. 84억의 고가 시계이기는 하나 금액으로 치면 그리 큰 가치는 없으리라.
“그나저나 그 세 사람이 나올 줄은 몰랐네.”
“아는 사람이라도 있었니?”
“응,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그 세 명 말이야.”
정효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하 하고 끄덕였다.
“기억난다. 근데 네가 그 아저씨들을 어떻게 아니?”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엄청 유명해질 사람들이거든. 너도 유심히 잘 봐 둬.”
“그래? 내일 자세히 봐야겠다.”
“그건 그렇고……. 우리 효주, 키 얼마나 컸나 한 번 재볼까?”
“무슨 키가 하루 사이에 또 커.”
유지웅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몸을 바짝 끌어안았다. 잠시 앙탈을 부리던 그녀도 내심 싫지는 않은 듯 곧 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남자의 손길에 하나둘씩 잠옷이 벗겨지고, 곧이어 뜨거운 중심이 관통하듯이 그녀를 꿰뚫었다. 흐느끼듯이 잦아드는 신음소리로 거친 호흡이 침대 위를 달구었다.
* * *
이튿날은 16명의 게이머들 가운데 4강 진출자를 가리는 혈전이었다. 인원이 줄어든 것과 본선인 점을 고려해서 경기는 3전 2승제로 치러졌다. 수많은 예선 참가자 가운데서 올라온 16명은 단연 실력도 발군이었고, 매 경기 경기가 수준 높은 혈전이었다.
다소 지루한 경기도 많았던 어제에 비하면,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명경기가 거듭해서 이어졌다.
블리자드 스톰, 방송국, E스포츠 업계는 모두 만족했다.
“참 고마운 일이야. 우리 게임을 이렇게 알아서 세계적으로 홍보를 해주다니.”
“파텍필립 시계가 참 컸어. 그거 하나 덕분에 광고 효과가 수천억 원 이상은 톡톡히 난 것 같아.”
“주최자가 근데 광고 수입 같은 것은 관심이 없나? 나 같으면 요구했을 텐데.”
“아서라, 아서. 일개 고교생이 100억 상당의 고가 시계들을 상품으로 내걸고 대회를 열었어. 그것도 재미로. 그런 광고 수입 같은 거 관심이나 있겠어?”
“하긴, 그렇겠다.”
“대체 뭐 하는 집안 아들이래?”
“몰라. 기자들이 열심히 파고 있다는데 나오는 게 없대.”
“근데 이형준 회장이라 해도 재미삼아 이런 대회를 열지는 못할 것 같은데. 국내 재벌이 아니라 외국 재벌 아들 아니야?”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고.”
이튿날은 어제보다 더 높은 인기와 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대회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몰려든 관람객들로 인해, 다른 학생들의 축제 행사도 성황리에 치러졌다. 오늘은 경찰 병력까지 배치되어 질서 유지에 힘을 썼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올라온, 16명의 게이머들의 눈물과 환호 속에서 마침내 4명의 4강 진출자들이 걸러졌다. 마지막 4강 진출자가 결정되자, 유지웅은 손수 무대로 올라갔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오늘도 대회에 관심을 가져주신 많은 게이머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친 치열한 전쟁 끝에 마침내 4강 진출자가 결정되었습니다. 이에 진출자들의 소감을 간단히 들어볼까 합니다.”
4강 진출자는 칠드그린, 장태준, 남기철, 그리고 웬 앳된 중학생 소년이었다. 유지웅은 먼저 칠드그린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어떻게 이 대회에 참가하시게 되었나요?”
칠드그린은 침착하게, 말 그대로 모범적인 대답으로 자기 순서를 마쳤다. 장태준, 남기철도 마찬가지였다. 특출할 것 없는 대답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자 중학생에게 마이크를 건네는 순간, 유지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굴 닮은 거 같은데?’
왜 처음 보는 남학생 얼굴이 눈에 익지? 이름을 물어볼까 하다가 유지웅은 관두었다. 앞서 세 명한테도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는데, 이 남학생한테만 이름을 물어보는 것도 웃긴 일이다.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무대를 정리하려는 순간이었다.
“결승진출자들에게 제안을 하고 싶소.”
쩌렁쩌렁한 마이크를 통해 웬 중후한 남자의 음성이 울렸다. 놀란 관객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전통 아랍 복식을 한 남자들이 서 있었다.
유지웅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아, 안슐?’
아니, 안슐까지? 대체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이런 게 정녕 운명이란 말인가?
“누구든 좋소. 누구든지 대회에서 우승하여, 주최자를 이기고 파텍필립 블루 세이버를 차지한 자는 본인에게 가져오시오.”
안슐이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그러자 뒤에 있던 대형 트레일러 한쪽 벽이 열렸다. 순간 관객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송국 촬영팀은 멍해서 상관한테 물어봤다.
“저거, 정말 찍어도 돼요?”
트레일러에는 현금 다발이 가득 쌓여 있었다. 전부 달러였다.
안슐이 말했다.
“본인이 삼천만 달러에 사겠소.”
왕자와 귀족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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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슐답게 갑시다.
경기는 천한 것들이나 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