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90)
00690 빼앗긴 땅에 오는 것 =========================================================================
갑작스러운 가자 지구 폭격에 백악관도 비상이 걸렸다. 간신히 북극곰 괴수를 물리치고 이제 한숨을 돌리려고 하니 우방국이 또다시 사고를 터트리고 만 것이다.
“현지 상황은 어떤가?”
“약 5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하고 3만 명 이상의 중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물러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정부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단기적인 전면전을 준비하는 듯합니다.”
“단기적인 전면전?”
현대 외교에서 미국은 중동 문제에서 언제나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왔다. 미국은 세상을 좌지우지했지만, 미국 내 유대인은 미국을 좌지우지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로비력은 실로 막강해서, 유대 자본을 거스르고 미국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로스차일드가 몰락하고 월가를 주름잡던 유대 자본 세력이 힘을 잃으면서, 유대인의 로비력은 예전만한 위력을 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내에서 가장 큰 힘을 휘두르는 것은 유대인이었다. 왜냐하면 유지웅은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대 자본과 유지웅이 붙으면 당연히 그가 이긴다. 하지만 그는 미국과 유대 자본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자신을 공격하는 자에 한해 철저하게 짓밟아왔을 뿐이다. 미국을 좌지우지할 힘이 있으면서도 가급적 남용을 삼갔다.
“이스라엘 정부도 이번에 끝장을 보려는 것 같습니다. 엄청난 대량학살이 예상됩니다. 개입해서 중재해야 합니다.”
“허어. 이해가 안 되는군. 아무리 미국 내 유대인의 힘이 남아 있다 해도 예전 같지는 않아. 그런데 이 시기에 기어코 그런 대형 사고를 터트리려는 건가?”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미국 내 유대 자본은 예전의 절대적인 힘을 잃고, 미국 내 대형 정치 세력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유지웅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유대 자본은 모든 기반을 잃고 다시 역사의 방랑자가 되어야 한다.
이미 미국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몇 차례에 걸친 대규모 괴수 습격 때문에 미국은 상당한 국력을 상실했다. 더 이상 예전처럼 무작정 이스라엘을 감싸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것이다. 그럴 동기도 희박해졌고.
칠드그린이 말했다.
“각하, 미국 내 유대인의 힘이 감소했고 이스라엘-미국의 외교 관계도 급격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위기 상황임을 깨닫고 몸을 웅크리는 게 정상입니다. 그러나 한 번 역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역으로?”
“극시온주의자들은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고립될 거라 판단한 겁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시간을 끌기 전에 끝장을 보려는 겁니다.”
“맙소사.”
“트롤, 아니 극단주의자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상식선에서 예측하고자 해서는 안 됩니다.”
이스라엘의 영향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약하다. 반대로 말하면, 더 늦기 전에 이스라엘을 완전한 유대교의 세상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것이 극렬 시오니스트들의 생각이다.
“흑석동은?”
외교 행위를 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유지웅의 의사다. 그것은 워싱턴의 주요 정책이다.
“유지웅 회장은 웬만해서 자기와 무관한 일에는 잘 나서지 않습니다. 다만…….”
“다만?”
“연주대학교 재학생들의 시위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충분히 유 회장에게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연주대 결정체학과에 재학 중이선 팔레스타인 청년 유학생이 귀국했다가 이스라엘 정부군에게 죽었다 합니다. 가자 지구 폭격으로 사망한 것 같습니다.”
“…….”
비시는 머리끝이 쭈뼛 곤두섰다. 맙소사! 한국은 혈연, 지연, 학연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3대 인연 중 하나를 건드리다니!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흑석동을!
“그래서? 그래서 유지웅 회장은 어찌 할 셈이던가?”
“아직 어떤 움직임은 안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유지웅 회장의 행보를 감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들통이라도 난다면 그 뒷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 사망한 유학생은 유 회장과 친한가?”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대화는커녕 이야기 한 번 나눠본 적 없을 겁니다.”
“설마 얼굴도 모르는 동문 한 명 때문에 작정하고 나서지는 않겠지?”
비시는 그 점이 못내 불안했다. 어찌 되었든 미국은 이스라엘 문제에서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없다. 이미 한 발을 깊이 담그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말이 통하는 상대면 모르겠는데,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갈등이 불거지면 중간에서 터지는 건 미국이다.
“그건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봅니다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대책을 위한 국무 회의는 근심 속에 계속 되었다. 그러나 회의 분위기는 저녁 무렵 반전했다.
“각하! 현지 요원이 보낸 지급 정보입니다! 유학생 하마네스가 살아있다고 합니다!”
“정말인가!”
비시는 놀라서 그만 벌떡 일어났다. 하마네스, 아니 유지웅의 동문 후배가 살아 있다면 문제 해결이 한결 수월해진다.
“예! 중상을 입긴 했으나 현재 정부군 제3사단에 포로 신분으로 잡혀 있다고 합니다!”
“잠깐, 제3사단이라고?”
비시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제3사단장은 정부군 중에서도 알아주는 극렬주의자였다.
* * *
AIPAC(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이스라엘 로비 단체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제2외무부라 불릴 정도로 미국 정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심지어 매년 열리는 연례회의에서 미국 대통령이 개막연설을 하는 것이 전통이다.
비록 유대인의 힘이 많이 줄긴 했어도 미국 내에서 유대인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으며, AIPAC는 여전히 가장 큰 로비력을 발휘하는 단체였다. 그리고 오늘, 이스라엘 갈등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회의가 열렸다.
위원회는 공화당과 민주당 각계층 인사들에게 초대장을 발송했지만, 참석 인원은 예년의 70%도 채 되지 않았다. 그만큼 위원회, 아니 유대인의 영향력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총의장인 아브람은 이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망할 놈 같으니.”
로스차일드의 몰락 이후 유대인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추슬러 보나 했지만, 월가를 지배하고 있던 유대 자본이 날아가면서 한순간에 벌거숭이 신세가 되었다. 유지웅을 견제하고 미국 내 영향력을 재획득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자구책이었지만, 브라우니가 한 번 뜨자마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사실 아브람도 흑석동이 그렇게 대놓고 나올 줄은 몰랐다. 어찌 되었든 간에 미국은 한국의 우방국이다. 민간 소송 문제로 대놓고, 최소한의 명분도 없이 무력시위를 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아무렴, 중국, 일본과 미국은 입장이 철저하게 다르지 않은가? 그런데도 흑석동이 그렇게 막 나갈 줄 과연 누가 알았겠는가?
역설적으로 아브람은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다.
‘지금이 아니면 이스라엘은 미래가 없다.’
아브람은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미국 부호 중 한 명이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현재 취하는 강경책의 의도를 이해했다.
이스라엘은 지금 분기점에 서 있다. 유대교 인구는 갈수록 줄어가지만 무슬람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아직은 숫자 역전이 요원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결과는 자명하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힘도 나날이 약화되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지원해야 한다는 미국 내 여론도 갈수록 그 힘을 잃고 있다.
그렇기에 바로 지금, 아직 유대인이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춘 지금, 흑석동이 중동 문제에 크게 관심이 없는 지금, 모든 것을 매듭지어야 하는 것이다.
“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총회가 시작되었다. 고급 호텔 로비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반쯤 파티에 가까운 분위기를 즐겼다. 차례로 단상에 올라 연설을 하기도 했고, 끼리끼리 모여 심각하게 이스라엘의 미래를 논의하기도 했다.
아브람도 주요 인사를 상대로 시간을 할애하면서 이스라엘의 행동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느라 바빴다. 그러던 중 문득 그의 시선이 누군가에게 닿았다.
‘응?’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헌데 백인도 아닌 황인이다.
AIPAC는 비록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지만 전 미국 시민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유색인종이 참석하는 게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스물 남짓 되어 보이는 황인 청년이라니, 이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한 번 끌린 호기심은 식을 줄을 몰랐다. 아브람은 공화당 상원의원 일행을 상대하면서, 한편으로는 청년에게 시선을 기울였다.
청년의 옷차림은 특별히 튀지 않았다. 파티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정장이다. 다만 손목에 감고 있는 시계가 유독 눈에 띄었다. 바세론 콘스탄틴, 명품 중의 명품으로 알려진 시계다.
이 자리에는 저런 시계쯤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사람이 널렸다. 하지만 이십대 동양인 청년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여러 모로 맞지 않는 조합이 그의 심기를 긁었다.
연설은 누구나 자유롭게 단상에 올라 할 수 있었다. 오늘 회의의 컨셉이 프리 토크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단상에서 자기 할 말을 떠들고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참석자들은 파티 흐름을 고려해서 성심껏 준비해온 연설을 토하고는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곳에서 아주 먼 나라, 아시아의 한 소국에서 온 평범한 청년입니다.”
마침내 청년이 단상에 올랐다. 매우 서투른 발음의 영어에 참석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옷을 그럴 듯하게 입었다고는 하나 발음이 서투른데다가 어린 유색인종 청년이다. 참석자들은 잠깐의 호기심에 주었던 시선을 거두고는 자기들끼리 떠들기 바빴다.
“저는 유대 민족의 한을 알지 못합니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과 슬픔이 무엇에서 시작했는지 책임을 변별할 능력도 되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건 단 하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비극이 수많은 슬픔과 아픔을 낳고 있으며 제 친구 역시 그 흐름에 고통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인가. 아브람은 조그맣게 픽 웃었다. 알량한 박애주의에 취한, 아시아 어느 부자의 도련님께서 정의감에 심취해 미국까지 날아온 모양이다. 그래봐야 변두리의 한 땅부자에 지나지 않겠지. 아브람은 회의가 끝나는 대로 청년의 집안에 단단히 경고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많은 것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비극은 당장 멈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이스라엘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라고 들었습니다. 부디 도와주세요. 제 소중한 친구가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써주세요.”
어눌하기 그지없는 발음에 일부 참석자들이 쿡 하고 대놓고 웃음을 터트렸다.
“Please stop Israel, please.”
청년의 연설에 귀 기울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청년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이 준비한 연설을 끝까지 마쳤다. 인도주의에 기반한 감정적인 호소였다. 역사, 정치, 이해, 이익, 그 모든 것을 떠나 지금 행해지는 학살은 일단 멈추고 대화하자는 것. 감성팔이 언론에서 쉽게 접하고 들을 수 있는 아주 그런 흔한 이야기였다.
청년은 다소 실망한 듯한 얼굴로 단상에서 내려왔다. 아브람은 괜한 호기심이 생겨 청년에게 다가갔다.
“어느 나라에서 왔습니까?”
막 홀을 나가려던 청년이 멈췄다. 그러고 보니 청년은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는 근사한 미모를 자랑하는 백인 미소녀가 함께 하고 있었다. 비서인가?
소녀가 뭐라고 말을 했다. 아브람은 저게 어디 언어였나 하고 잠시 생각했다. 이윽고 청년이 대답했고, 소녀가 중간에서 통역을 했다.
“제 친구가 이스라엘 정부군과 싸우다가 현재 포로로 잡혀 있어요. 부디 제 친구를 구해주세요.”
“이런, 차라리 직접 사람을 고용해 구출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런 무익한 자리까지 직접 날아올 여유가 있다면 말입니다.”
그것은 조롱이었다. 어디 아시아의 유색인종 따위가 알량한 박애주의에 취해 이런 자리까지 왔느냐는, 멸시가 담긴 조롱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미개한 유색인종 청년이 웃는 얼굴에 담긴 가시를 읽어낼 수 있을까?
“러시아에 부탁해봤지만 요원 침투 작전으로 특정 포로를 구출하는 건 단기간 전면전으로 이스라엘을 쓸어버리는 것보다 힘들다고 했어요. 하지만 전면전이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쳐요. 전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아요. 그래서 이스라엘을 움직일 수 있는 여러분들에게 호소하러 왔습니다.”
“……러시아?”
그제야 아브람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여기서 갑자기 러시아 이야기가 왜 나와? 그리고 내용도 뭔가 이상한데?
“저는 아랍과 이스라엘이 어떤 사이인지 알지 못해요. 제가 감히 끼어들 자격이 없다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알 수 있어요. 지금 벌어지는 학살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멈춰야 한다는 것과, 그리고 여러분들은 제 친구를 구해줄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을요.”
“…….”
“따라서 이제부터는 제 의지대로 하겠습니다.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해도 피하지 않겠습니다.”
아브람은 이 무슨 건방진 소리인가 했다. 그러나 청년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홀을 나섰다. 아브람은 기필코 청년의 가문을 알아내서 철저히 경제 보복을 해주리라 결심했다. 어디서 땅놀이로 돈 좀 번, 아시아의 유색인종 따위가 위대한 야훼의 자손에게 저런 망발을 퍼부을 수 있단 말인가.
아브람이 청년의 정체를 알게 된 건 그날 저녁 국제 매스컴을 강타한 한 방송에서였다.
「하마네스는 연주대학교 결정체학과, 우리 모두의 소중한 학우다. 이스라엘은 속히 그를 석방하고 돌려보내라. 또한 지금 행하고 있는 학살 행위를 일단 멈춰라. 우리는 대화와 협상, 중재를 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뉴스를 본 아브람은 뒤집어질 듯 놀랐다. 낮에 파티에 참석했던 청년은 다름 아닌 유지웅이었던 것이다. 유색인종이다 보니 얼굴을 구분하지 못했다.
“이런 망할!”
유지웅이 나섰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아브람은 급히 이스라엘에 연락해 하마네스라는 포로의 신변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방부의 발표가 그보다 더 빨랐다.
「우리 군은 통제를 거부하고 탈출과 부대 전복을 꾀한 팔레스타인 포로 전원을 사살했다.」
그날, 한국, 러시아, 옛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전역에 전시 대기령이 발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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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께서 땀 뻘뻘 흘려가며 영어 연설문 암기해서 연설했는데 무참히 씹혔음.
레알 빡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