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96)
00696 빼앗긴 땅에 오는 것 =========================================================================
한국 내의 반 유대인 움직임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시위대는 매일 같이 청와대 앞에 모여 유대인을 응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단 서울뿐만이 아니다.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피해자가 발생한 다른 대도시들은 분위기가 더 험악했다.
“너, 유대인이지!”
“아, 아니오! 유대인 아닙니다!”
“거짓말하지 마! 직장 동료들한테 다 들었다고! 너 이스라엘 출신이라며!”
“으아악!”
출신이 밝혀져 집단 구타를 당하는 등 곤혹을 치르는 유대인들도 나왔다. 그들은 억울했다. 유대교이기는 하지만 이스라엘의 학살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또 한국에서 오래 거주했고 앞으로도 거주할 예정이었다. 이스라엘이 핵을 발사할 때에 그들도 한국에서 같이 피신을 했다.
그런데 겨우 유대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스라엘과 동급 취급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어디 가서 제대로 하소연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 미친다.
유대교를 배척하는 움직임은 범지구적으로 일어났다. 대통령의 선언 직후 여러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유대인 몰아내기 운동에 앞장섰다.
이스라엘 대통령이 최종 발사 코드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한국은 더욱 난리가 났다. 이스라엘 극렬 강경파와 시온주의자들이 멋대로 핵을 발사한 게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스라엘 정부의 주도적인 결정이라고 봐야 한다.
주도적으로 ‘다 같이 죽자’는 막장을 택한 것인지, 강경파들의 협박에 굴복해서 발사 코드를 내준 것인지는 대통령이 자결하는 바람에 역사 저 너머에 묻혔다. 하지만 분노한 한국 시민에게 사소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형.”
“사형.”
“사형.”
정치가, 고위 장성들을 비롯한 책임 있는 자들은 한국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 밖의 학살 및 전쟁 가담 정도에 따라 다른 이들도 적절한 중형을 선고받았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영토였던 지역 전체를 차지하며 새로운 국가로 거듭났다. UN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제야 되찾은 자유를 만끽했다.
지나친 테러리즘으로 무장된 저항 단체의 처우를 놓고 말이 많았으나, 자치 정부 구성에서 그들을 제외하고 중화기를 압류하는 것으로 해결을 보았다.
악의 축으로 인식된 유대교는 사방팔방에서 공격의 칼끝을 받아 사정없이 몰렸다. 유대교라고 하면 사람들은 일단 경멸을 나타냈다.
“유대인? 아, 그 한국에 핵을 쏜 사람들?”
“아닙니다. 난 이스라엘인이 아니에요. 영국에서 태어났고 영국인으로 살아왔습니다. 팔레스타인 학살도 반대했고요.”
“알 바 아냐. 어쨌든 유대교라는 거잖아? 안 그래?”
“달라요! 달라!”
미국은 다수의 유대계 거부들을 체포하고 그 자산을 몰수했다. 그들은 이스라엘 정부 고위직과 평소 친하게 지내며, 이스라엘의 패도를 후원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걸 잘못 받아들였다. 유대인이라면 그의 출생지가 어디든, 국적이 무엇이든 간에 배척한다는 움직임으로 인식한 것이다. 여기에 ‘어떤 유대인과도 수교하지 않겠다.’는 한국 대통령의 선언이 결정타였다.
“한국이 무슨 조치를 취하든 간에, 똑같은 보복 학살로 갚아주지 않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인내심을 보인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한국의 입장을 무조건 지지한다.”
미국 대통령이 지지 선언을 하고, 러시아, 영국, 독일 등 강대국들의 수장이 경쟁하듯 앞을 다투어 지지를 보냈다. 이미 명분은 한국에 있었다. 나라가 궤멸할 핵 공격을 받았으면서도 온화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에 세계는 새삼 진정한 문명국다운 태도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무형의 브랜드 상승 효과였다.
물론 범지구적으로 연일 일어나는 반 유대교 운동을 모두가 지지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깨어 있는 지식인들은 이와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보냈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지 않고, 이스라엘 국적도 없고, 이스라엘을 반대해온 유대교도들 수도 엄청납니다. 무작정 유대교를 배척하는 움직임이 선량한 그들이 살아야 할 곳까지 빼앗으려 하고 있어요. 이건 문제입니다.”
“극렬 시온주의자들, 극렬 강경파, 유대 자본가들이 나쁜 것이지 유대교도라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당신은 팔레스타인 학살을 반대하다 감옥에 간 이스라엘 소년 소녀들도 나쁘다고 생각합니까?”
“그러나 한국은 핵 공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한국입니다. 분노한 그들이 보복하겠다는 것을 과연 누가 말릴 수 있겠습니까?”
유대인이라고 모두가 나쁘고, 모두가 이스라엘을 지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의 움직임은 그런 선량한 이들까지 싸잡아서 전범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한국 내에서도 이를 놓고 심각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 * *
“문제가 조금 심각합니다, 대통령님.”
어느 날 유지웅이 은밀하게 청와대를 방문했다. 세간의 눈을 피해 마련한 면담 자리였다.
“저는 핵을 발사한 이스라엘을 경멸합니다. 단지 그것뿐이에요, 대통령님.”
“그러고 보니 제니스 연구단지 과학자 중에도 유대인들이 상당수 있던가요.”
“이스라엘과는 상관없는 분들이죠. 인품도 온건하신 분들이고, 이스라엘의 학살을 반대하셨어요. 무엇보다 핵 공격 때 같이 위험을 넘기신 분들이죠.”
“회장님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진지하게 물었다. 유지웅은 잠시 눈을 감고 고민을 했다.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자신은 어디까지 분노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칼을 갈고 있는지를 가늠했다.
이윽고 그가 눈을 떴다.
“살인자의 가족, 이웃, 친구라 해서 똑같은 살인자로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런 인연 때문에 함께 묶여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국가 간의 일은 특히 그렇지요. 회장님 역시 일본과 중국 전체를 묶어서 응징하지 않으셨나요?”
“인정해요.”
의외로 유지웅은 시원하게 긍정했다. 대통령의 말이 맞다.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도 원수와 같은 나라에 살고, 같은 지역에 살고, 혹은 같은 성별이라는 이유로 미워하고 증오하고 배척할 수 있는 게 사람이요, 현실이다.
“그래도 선량한 이스라엘 반대파도 유대교라는 이유만으로 싸잡아 취급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요. 무엇보다 저를 믿고 따라와 세종시에서 일하시는 과학자분들이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이 싫습니다. 제가 미워하는 건 핵을 발사한 이스라엘이지, 그분들이 아니니까요.”
솔직한 대답에 대통령은 풀썩 웃었다.
“저는 이 나라 대통령으로서, 회장님의 인품에 관해서 대단히 다행으로 생각하는 점이 있습니다.”
“뭔가요?”
“많은 면에서 적당하시다는 거죠.”
“적당? 그거 칭찬은 아닌 거 같은데요?”
유지웅은 눈살을 가볍게 찌푸렸다. 어째 안 좋은 말이 나올 것 같은데?
“적당히 정의롭고, 적당히 이익을 취하실 줄 알고, 적당히 남을 배려하면서, 적당히 분노에 휩쓸릴 줄도 압니다.”
“진짜로 칭찬 아닌 거 같은데…….”
“칭찬입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이상 중 하나이니까요.”
“어째서죠?”
“권력자가 지나치게 엄격하면 민중이 괴로워집니다. 지나치게 관대하면 부패가 만연합니다. 돈에 결벽하면 민중이 가난해지고, 돈에 휘둘리면 민중이 탐욕스러워집니다. 아마 한국 전체가 제2의 유대 자본이 되었을 수도 있겠죠.”
“…….”
유지웅은 잠시 상상하고는 가볍게 떨었다. 한국이 제2의 유대자본이 되다니, 그야말로 세계의 재앙이다. 아프리카같은 제3세계 국가들은 희망을 잃어야 할 지도.
대통령은 느긋하게 가죽 소파에 몸을 묻었다. 김이 식은 커피를 쥐고는 가볍게 홀짝인다. 유지웅은 잠자코 바라봤다.
“최고 통치자는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됩니다. 어떤 순간에도 냉정하게 국가의 존속과 이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유대교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국민들에게 마음껏 분노하라고, 자신도 함께 분노하겠다고 열변을 토하던 대통령은 없었다. 노련한 한 명의 정치가만이 눈앞에 있을 뿐이었다.
“궤멸을 의도한 공격을 받고도 보복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우리나라를 우습게 볼 겁니다. 그러나 보복 수준이 너무 높으면 오히려 반발심을 사게 됩니다. 반대로 보복 수준이 너무 낮으면 국민들의 분노를 제어할 수 없게 되겠죠. 그 중간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제가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찾아내셨나요?”
“유대교는 사라지게 될 겁니다.”
“하지만 아까 개인적으로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정입니다.”
유대인이 아닌, 유대교가 사라지게 된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나 잠시 생각하던 유지웅은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화들짝 놀랐다. 대통령이 알겠냐는 듯이 픽 웃었다.
“유대인들 스스로가 유대교를 버리게 되겠죠. 신념을 굽히지 않겠다는 이들은 전에 선언한 그대로 배척하면 됩니다.”
“……이번만큼은 제가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묻어가네요.”
“왜 아무 것도 하신 게 없나요? 핵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주셨습니다. 가장 큰 일을 하신 거죠.”
한국을 기점으로 시작된 반 유대교 움직임은 이미 뒤집을 수 없는 흐름이다. 이제 유대인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유대인으로서 살아갈 것인지, 아닌지를.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 각자는 자기가 결정한 신념에 따라 결과를 돌려받게 되리라.
아마 적지 않은 통증이 있겠지만, 그것은 그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유지웅이 아끼는 세종시 과학자들이라고 해서 피할 수는 없다.
“가보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그리고 핵 공격을 막아주신 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 나라에 살거든요?”
유지웅은 집무실을 나서기 전 갑자기 휙 돌아봤다. 그리고 말했다.
“아, 혹시 장례식에 오실래요?”
“예?”
“팔레스타인 건국식 때 하마네스 사이버 장례식을 할 건데, 대통령님도 오실 건가 해서요.”
“죄송합니다. 시간이 없을 것 같군요.”
“에이…….”
유지웅은 투덜거리며 나갔다. 대통령은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소리 없이 웃었다.
* * *
반 유대교 움직임이 누그러질 줄을 모르면서, 한편으로는 유대교를 버리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로 이스라엘을 반대하거나 외국에서 태어나 거주하는 젊은층 유대계들이었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저지른 만행을 치욕스럽게 여기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을 버렸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온갖 욕과 핍박, 멸시를 받아가면서도 꿋꿋하게 자기 신앙을 지킨 이들도 많았다. 주로 나이가 많은 유대인들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의지에 따라 선택을 했고, 단지 선택이 불러올 결과를 수용하면 그만인 것이다.
마침내 팔레스타인 건국 선포가 이뤄졌고, 수많은 국가들이 사절단을 보내 국가 설립을 축하했다. 기념식장에 모인 수많은 팔레스타인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TV로 건국식을 지켜보던 유지웅은 한숨을 쉬며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하마네스.
모든 것이 끝났다.
이스라엘은 몰락했고, 유대인들은 각자 살 길을 찾아 선택을 내렸다. 팔레스타인은 세계의 축복을 받으며 성대한 건국식을 열었고, 이제 평화를 누리는 일만이 남았다.
친구를 위해 친구의 동포들에게 평화를 선물했다. 그러나 그것을 가장 기뻐해줬으면 하는 친구는 이제 없다. 모니터 너머에 남은 아바타는 친구의 화석과도 같은 것, 친구가 남긴 빈자리를 상기시켜주는 아픔의 응집일 뿐이다.
“형. 이제 보내줘야죠.”
장권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지웅은 가볍게 끄덕였다.
“그래.”
이미 길드원들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유지웅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자신의 캐릭터를 움직여 천천히 하마네스 캐릭터 앞을 돌았다. 그리고 꽃을 뿌렸다.
다른 길드원이 앞으로 나왔다. 그도 천천히 하마네스의 옆을 돌면서 꽃을 뿌렸다. 또 다른 길드원이 나왔다. 그도 꽃을 뿌렸다. 그리고 다른 길드원이 또, 다시 꽃을 또…….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구경 나온 유저들도 사이버 장례식이라는 사정을 듣고는 서둘러 상점으로 가서 꽃을 사왔다. 길드원, 비길드원을 가리지 않고 하마네스의 주변을 맴돌며 꽃을 뿌렸다.
‘잘 가, 하마네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꽃을 뿌리며 명복을 빌었다. 어느덧 하마네스는 새하얀 꽃에 완전히 묻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ㅎ ㅏ 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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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 샀어요! 짱 좋음!
사는 김에 게이밍 마우스도 샀어요! 매우 짱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