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02)
00702 그래도 강국 =========================================================================
“미국 서부 지역이 사냥터 됐다더라.”
“들었어. 최대 결정도 오백짜리 옐로 몹들이 바글거린다며?”
“오백이면 우리도 충분히 잡을 수 있지 않나? A급 방어장비가 있으니 별 거 없잖아?”
“레드 몹에 비하면 껌이지. 아, 딜러는 좀 많이 필요하겠네.”
“비자 심사가 좀 까다롭지 않을까? 미국에도 놀고 있는 공격대가 넘쳐날 텐데.”
“그래도 해외 레이더도 많이 받아주던데?”
“다 눈 가리고 아웅이야. 나라 이미지 나빠질까 봐 겉으로는 받아주는 척 하는 거지. 아마 세금도 장난 아니게 때릴 걸?”
“미 의회에서 해외 레이더 과세 증가 법안 통과시킬 것 같던데. 최대 80%까지 물리려나 봐.”
“80%? 완전히 미쳤네.”
“그래도 사오백짜리 옐로 몹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으면 여기에 있는 것보단 낫지.”
“하긴, 그건 그래.”
요즘 레이드계의 화제는 미국 서부 지역이었다. 레이더들은 너도 나도 모이기만 하면 그 이야기를 했다.
바야흐로 지금은 7천만 레이더 실업자 시대라 일컬어지고 있는 시기였다. 세계적으로 레이더는 약 8천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그 중 7천만 명이 일자리가 없어서 놀고 있을 거라고 분석했다. 실제로는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옐로 몹의 극심한 감소로 대부분의 평민 레이더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괴수 한 마리를 놓고 수십 개의 공격대가 서로 먼저 잡겠다고 다투는 판국이니, 대다수의 레이더는 매번 허탕만 치면서 놀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레드 몹을 잡기에는 장비도, 경험도, 실력도 딸렸다. 한국은 레드 몹 상업 레이드가 활성화되었고 미국이 그 뒤를 이어 조심스레 레드 몹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러시아, 영국, 독일 등이 미국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R10 밖의 국가들은 아직 엄두도 못 낸다. 참고로 R10이란 Raid의 R을 따서 만든 상위 레이드 10개국의 연합을 말한다. 추가로 R20도 있다.
“100인 공격대로 결정도 500짜리를 잡으면 두당 5억이니까, 80%를 세금으로 내도 1억이야.”
“여기서는 반년에 한 마리 잡기도 힘든데 잡아도 오육천 밖에 안 남아. 미국 가면 그래도 반년에 한 마리는 잡지 않을까?”
“한 마리가 뭐야. 더 잡고도 남을 걸. 지금 미국 서부 지역은 옐로 몹 천지라더라.”
“그럼 결정됐네. 가자, 미국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위하여!”
수많은 국가에서 출발한 레이더들이 너도 나도 장비를 싸들고 미국 출입국 심사대를 두드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레드 몹을 잡을 수 없는 하위 계층 레이더들은 피 터지는 옐로 몹 경쟁을 하느니, 아메리칸 드림에 몸을 던지기로 했다.
국내 레이더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지만 정부는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할 일 없어 노는 레이드 인력들이 해외로 나가 외화를 벌어오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협상만이 남았다.
“미 서부 지역이 안전한 황금 사냥터가 된 게 다 누구 덕분입니까! 제니스 공격대장 덕분입니다! 그 분이 방사능을 제거해주신 덕분에 미 서부 지역이 지금의 옥토가 된 겁니다!”
공익당 총재는 국회 강단에 서서 그렇게 목청을 높였다. 얼굴이 벌게진 그는 단상을 손바닥으로 몇 차례 내리치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원래 도자기 장인을 하다가 국회에 몸을 던진 케이스라 사람이 좀 감정적이고 과격한 편으로 유명하다.
“맞습니다! 제니스 공격대장이 나서주지 않았으면 지금의 미 서부 지역이 그런 땅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제니스 공격대장이 누굽니까? 바로 우리나라 국민 아닙니까?”
공공당 총재도 이에 질세라 동조하고 나섰다. 국회를 이끌어가는 두 거대 당이 모처럼 의견이 일치했다.
공익당은 주로 국가의 대외 팽창 정책을, 공공당은 내실을 추구하는 정책을 펼친다. 양당제는 아니지만 두 당이 8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거의 양당제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 외 군소정당도 공익당 혹은 공공당과 비슷한 노선을 걷고 있었다.
한 번 제대로 물갈이가 된 이후 국회는 예전 같은 모습은 이제 사라졌다. 기업으로부터 로비 받는 것도 주의해야 했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거나 추태를 보이는 것도 자제해야 했다. 무엇보다 기존 국회 관행에 실망한 이들이 뛰어들어 새로이 꾸려진 국회였기에, 예전과는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옐로 몹이 없어 레이드를 가지 못하는 레이더들이 넘쳐납니다! 그들이 미국에서 레이드를 할 때, 다른 국가 레이더와 똑같이 80%의 세금을 내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 시민이 자국에 해준 공적을 인정하고, 그만한 혜택을 제공해야 합니다!”
한국 레이더들이 미국에 가서 레이드를 하면 외국의 부가 국내로 유입된다. 즉 해당 레이더도 이익이고 국가도 이익이다. 따라서 얼마만큼 세금을 낮추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은 그 정도 목소리를 낼 힘은 있었고, 또 명분도 합당했다.
지금 미국 사냥터를 누가 만들어줬나? 바로 한국인 아닌가?
“행정부는 외교적 협상을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야만 합니다!”
“맞습니다!”
당을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동의했다. 상식적으로 이걸 반대하는 놈은 미친놈이거나, 아니면 미국의 돈을 먹었거나, 혹은 매국노일 것이다.
정치가들은 제니스 자문단을 만나느라 매일같이 바빴다. 유지웅의 의중을 알기 위해서였다.
“저 역시 회장님께서 미국 서부 사냥터에 상당한 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 박사, 상당한 수준이 아니죠. 거의 전부라 봐도 무방하지 않습니까? 그 사냥터를 누가 만들어줬는데요? 바로 유지웅 회장님 아닙니까? 게다가 아직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으셨고요.”
“맞습니다. 양심이 있다면 미국은 회장님의 지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도 워낙에 물욕이 없으신 분이라 어떻게 나오실지는 저희도 잘 모릅니다.”
국회의원들은 뿜을 뻔했다. 세상에서 제일 부유한 자가 물욕이 없다니, 이 무슨 넌센스란 말인가.
손재진은 자기가 말해놓고도 웃겼던지 멋쩍은 표정을 짓고는 덧붙였다.
“일 년에 천조 원의 결정체가 나오는 사냥터라 해봤자 회장님께는 그다지 대단한 건 아니라서요. 그분은 마음만 먹으면 일 년에 수천 조 원에 해당하는 결정체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그 경우 결정체 가격이 폭락하겠지만, 그리고 게임하느라 바쁜 유지웅이 그럴 리도 없겠지만, 아무튼 손재진의 생각은 그랬다. 유지웅은 너무 많은 것을 가졌기에 오히려 돈에 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국내 레이더와 국가 이익을 생각해서 한 말씀 정도는 해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 회장님께서 한 말씀만 해주시면 미국도 알아서 양보하고 들어올 겁니다.”
“한 번 말씀은 드려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자문단도 오염 지대를 정화해준 대가로 무엇을 받아내야 하는지 논의 중이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에요.”
정치가들은 유지웅 측근들을 만나느라 발바닥에 땀이 나고 있지만, 국가의 공공이익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여겨 스스로도 매우 떳떳하게 여겼다.
여론도 그런 정치가들의 행보에 호의적이었다. 경제, 사회, 국제 부문을 가리지 않고 사냥터에 관해서 기사와 논평을 쏟아냈다. 자연히 국민들도 미국이 어떻게 성의를 보일 것이냐에 크게 관심을 가졌다.
미국이 이런 논의가 벌어지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오히려 미국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논의, 그리고 국회와 청와대의 움직임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웠다. 또한 흑석동이 어떻게 나올지를 생각하고 대비했다.
“흑석동에서 구체적인 요구가 나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합니다.”
칠드그린이 그렇게 주장하고 나섰다. 백악관 싱크탱크 대다수도 그에 수긍했다.
“맞습니다. 유지웅 회장은 지금 무엇을 요구할지 생각 중일 겁니다. 우리가 크게 성의를 보인다면 유지웅 회장은 만족하고 더 큰 호감을 품을 겁니다. 어차피 줘야 할 거 저쪽에서 말을 꺼내기 전에 주는 게 낫습니다.”
비시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미 유지웅의 개인 비서실장인 박우진이 은밀하게 연락을 해왔다. 한국의 또 다른 대통령 비서실장이라 불리는 그가 움직였다는 건, 흑석동의 메시지 공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뭐든 선수를 치는 게 최고다. 어차피 줘야 할 거라면 이쪽에서 먼저 성의를 보이는 게 호감도 사고 좋다. 문제는…….
“그럼 어느 정도까지 성의를 보여야 할까요?”
“…….”
이들도 명색이 미국 시민이다. 한국과 흑석동에 성의를 보이는 것도 최종적으로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다. 그러니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안 된다. 너무 과하게 성의를 보이면 지갑이 빈약해지고, 너무 적으면 ‘겨우 그거야?’하고 흑석동이 괘씸하게 여길 수 있다.
“이건 어떨까요? 바로…….”
칠드그린이 의견을 꺼냈다. 자세한 설명을 들은 국무 위원들은 눈을 빛내며 찬동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그대로만 하면 충분한 성의 표시는 될 겁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유지웅 회장이 요구하는 정화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은밀히 전달하면 됩니다. 그럼 유지웅 회장은 우리의 성의에 만족하고,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유지웅이 동호회원으로 있는 동호회장이 하는 장담이다. 칠드그린 부통령이 국정회의에서 꺼낸 안건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가 있었다.
「미합중국은 방사능에 오염된 대지를 정화시켜준 제니스 공격대장과 우방국인 한국의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에 대한 자그마한 성의 표시로, 향후 백년 간 서부 레이드 지역의 1/4에 해당하는 면적은 한국 국적의 레이더만 사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한국 레이더에는 일절 과세를 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물론 이는 대지 정화 작업에 대한 대가와는 별도의 성의입니다.」
즉 발표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200만 평방킬로미터의 1/4인 50만 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은 앞으로 백년 간 오직 한국 레이더만 독점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물론 한국 레이더들은 나머지 150만 평방킬로미터 지역에서 활동해도 무관하다.
그리고 어느 지역에서 활동하든 간에 한국 레이더에는 과세를 하지 않는다. 이것은 유지웅이 향후 요구할 정화 대가와는 상관없이, 미국이 우방국과 친구에게 보내는 감사의 성의일 뿐이다.
한창 논의 중이던 한국 정부와 국회는 약간 떨떠름했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요구조건보다는 조금 낮았던 것이다. 한 80만 평방킬로미터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국 레이더들은 그와 달리 미국 정부의 발표에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뻐했다.
“역시 아메리카! 통이 커!”
“아무렴! 저래야 미국답지!”
“가자! 미국으로!”
레드 몹은 꿈도 못 꾸고 옐로 몹을 잡아 근근이 살아가던 레이더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일제히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유지웅은…….
“미국이 참 생각이 깊어. 마음에 들었어.”
“그래서? 아무 것도 안 요구할 거니?”
“아니. 사냥터에서 거두는 세수의 절반은 받아야지. 그래도 연구소에서 힘 많이 썼는데, 그거라도 받아서 예산으로 줘야할 것 같아.”
박우진 실장은 즉시 이와 같은 뜻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고, 비시는 각오했던 것보다 엄청 완화된 요구 사항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덕분에 백악관에서 칠드그린의 입김이 더욱 커졌다는 풍문이 전해진다.
그리고 가장 크게 기뻐한 이들은…….
“예상 수입이 연간 약 365조 원이랬냐?”
“회장님께서 그걸 죄다 우리 연구소 예산으로 돌린다고 하셨습니다, 교수님.”
“와, 그럼 하루에 1조 원이냐?”
“예. 완전 초대박입니다, 교수님.”
MIT 출신 사제지간이라고 하더라.
============================ 작품 후기 ============================
누누히 말씀드렸지만 이 글은 시즌제로 운영되는 시트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