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03)
00703 그래도 강국 =========================================================================
제1차 몬스터러시.
약 1,848년 도에 있었던, 금을 캐기 위해 캘리포니아 대이주를 빗대어 나온 신종 용어다. 미 서부 지역에 발생한 다량의 옐로 몹을 사냥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레이더들이 몰려든 현상을 말한다. 재미있게도, 골드러시의 주역이었던 캘리포니아는 이번 몬스터러시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래서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나 보다.
자그마치 2,000만 명 이상의 대인구가 서부 지역을 향해 몰려들었다. 연간 결정체 1,000조 원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니 당연했다. 그야말로 땅에서 황금을 줍는 사냥터인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일단 시범적으로 공격대를 운용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 사냥터가 일시적인지 영구적인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총 결정도가 일시적으로 변화하긴 했으나 다시 원래 수치로 복구되었습니다.”
“확실합니다. 일정량의, 그것도 옐로 등급 수준의 몬스터만 생성시키는 결정 에너지가 모이고 있습니다.”
크리스탈 스팟 현상, 혹은 스팟 현상이라고 명명된 이 현상에 많은 결정체 전문가들이 흥미를 보였다. 그들은 유지웅이 레드 결정체로 방사능 제거 작업을 한 후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에 주목했다. 여러 흥미를 끄는 가설이 나왔다.
“서부 지역에 설치된 모든 안전지대가 해제되며 정체불명의 에너지 파장이 이 구역을 뒤덮고 있습니다. 안전지대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지만, 안전지대는 절대 아닙니다.”
“이 정체불명의 결계야말로 사냥터를 유지하는 근원으로 추정됩니다. 어쩌면 레드 결정체 특유의 성질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 자세한 건 레드 결정체를 이용한 정말 연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설을 내놓으며, 레드 결정체가 사냥터를 만드는데 특별한 기여를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옐로 몹 수가 급감한 것은, 과거 프레온 괴수 섬멸 과정에서 퍼플 결정체를 이용해 지구 전역에 희박한 농도의 안전지대를 펼쳤기 때문이다. 이는 괴수들에게 어떤 경각심을 주어 약자는 도태되고 강자, 즉 레드 몹 이상급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가혹한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부 지역은 그 안전지대가 걷어졌다. 아니, 걷어졌다기보다는 성질이 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약한 괴수를 소멸시키거나 억압하는 성질이 사라지고, 약한 괴수가 생존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니스 연구소는 과연 이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까? 그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모두가 이 기현상을 놓고 제니스측의 발표를 기다렸다. 그러나 제니스 연구단지는 굳게 함구한 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 현상에 누구보다 놀란 것은 가렌과 최윤이었다.
“해당 지역의 결정 에너지 농도가 크게 변했습니다. 레드 결정체가 방사능 물질을 에너지화해서 흡수하는 과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겁니다.”
최윤의 말에 니트로가 의견을 제시했다.
“동일한 현상을 재현하는 게 가능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세기적인 대혁명이 될 겁니다.”
“시뮬레이션을 해봅시다.”
한 번 행했던 실험을 역으로 재검토해 그 원리를 추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적어도 최고위 과학자라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못한다는 말은 할 수 없다.
가렌과 최윤은 모든 연구를 잠시 내팽개치고, 미 서부 지역에 일어난 스팟 현상의 원리를 규명하는데 몰두했다. 특히 가렌은 자기의 업적으로 인해 연간 365조 원의 추가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흥분해 있었다.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이 작업에 매달렸다.
노틸러스로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구단지 전체 예산으로 할당된다. 그와 달리 이 365조 원의 추가 예산은 최윤과 자신의 부서가 반반씩 나눠 먹는다.
예산이 눈이 먼 제자는 대학 교수에 바쁜 어린 스승을 닦달하면서까지, 스팟 현상 규명을 위해 눈에 불을 켰다.
“교수님! 대체 뭐가 그리 바쁘신 겁니까! 지금 강의도 엄청 한가하게 하시는 거 다 아는데요!”
“바쁘다, 바빠.”
“특별히 연구하시는 것도 없고, 바쁜 것도 별로 없으시잖아요! 그럼 저 좀 도와주세요!”
“아는데…… 그래도 바쁜 일이 좀 있어.”
“교수님, 젊어지시더니 변하셨습니다.”
“……미안하다. 그래도 짬 내서 틈틈이 도와주마.”
수상쩍은 은사의 행동에 가렌은 불현듯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혹시…… 잘 되어 가시는 건가요?”
“뭐, 뭘 묻는 거냐! 지금!”
“그러니까…….”
“아직도 이 스승을 팔아먹을 생각을 하고 있냐! 일 없다!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회장님을 형님이라 부른단 말이냐! 한국은 손아랫사람이 형님이라 불러야 된다면서!”
아니, 누가 뭐랬나? 그냥 떠본 건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격렬하게 반응을 보인다. 가렌은 확신했다.
‘청춘이시군.’
조금 부럽다.
* * *
“어쩌면 이건 근원으로 도달하는 힘의 일부인지도 몰라요.”
최윤의 표정은 심각했다. 레지나는 조용히 그의 얼굴을 응시하며,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흥분일까, 아니면 두려움일까.
지구 내핵은 하나의 거대한 결정체다. 결정 에너지는 휘버 박사가 약 60여 년 전 뚫은, 시공간의 균열을 통해 내핵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지구상에서 오로지 최윤과 레지나, 단 둘뿐이다.
과거 블랭이 해킹한, 휘버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을 보지 않았으면 최윤이라 해서 그 사실을 알 순 없었으리라. 언젠가는 휘버가 거쳐 간 길에 도달할 테지만, 적어도 수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 틀림없다.
“스팟 현상이 균열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럴 가능성은 있어요.”
최윤은 대형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3차원 시뮬레이션 모듈의 중심에는 레드 결정체의 모습이 천천히 자전하고 있었다. 측면에는 복잡한 분석 수치와 그래프가 나타나 있었다. 그는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이건…… 열쇠니까요.”
인류를 파멸로, 혹은 부흥으로 이끌어줄 열쇠. 추정할 수 없이 끝없는 힘을 내포한, 무한의 보고를 개폐할 도구. 그것이 바로 레드 결정체의 진실한 정체이리라.
최윤은 유지웅에게 레드 결정체, 균열의 진실을 털어놓지 못했다. 그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사람의 욕심을, 그리고 세월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지웅 당대에는 괜찮다 해도 후대에는 어떻게 될까. 균열의 힘을 탐내 독점하려는 그의 후손이 나오지 않는다고 과연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까딱 잘못 건드리면 지구, 아니 태양계 자체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위험한 보물에 함부로 접근할 순 없다. 적어도 완벽한 통제 방법만큼은 알아내야 한다. 그전까지는 차라리 덮어두는 게 나으리라.
그러나 이제까지 최윤은 균열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데머샤. 왜 말해주지 않았지? 휘버 박사님……. 왜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최후의 유언에서 휘버는 ‘신을 침범한 벌을 받았다.’라고만 고해했을 뿐, 균열의 위치는 알려주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기도해서일까, 아니면 최윤이라면 언젠간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어서였을까.
* * *
「시뮬레이션 분석이 끝났습니다.」
방대한 계산을 마친 오리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오리나의 손 위에 떠오른 구체가 천천히 회전을 멈추며, 뿜어내는 빛이 잦아들고 있었다.
최윤과 가렌 등 과학자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사탕을 뺏는 아이처럼 앞을 다투어 달려들었다. 오리나가 자그마치 15분에 걸쳐 실행한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는 과연 어떨까?
「인위적인 재현은 가능합니다.」
“나이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하하! 내가 뭐랬소, 최 소장? 내가 만든 시뮬레이션 모델이라면 충분히 99%의 적합성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가렌 박사님, 그게 왜 박사님 혼자 만드신 겁니까. 저도 옆에서 많이 거들어드렸는데요.”
“아이고, 미안합니다. 니트로 교수.”
아무튼 기쁜 결과가 나왔다. 세 명의 과학자들과 수많은 연구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서로를 치하하기 바빴다.
유지웅도 모처럼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럼 이제 그런 사냥터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건가요?”
“예. 서부 지역에 했듯이 방사능 물질로 주변을 오염시키고 레드 결정체로 다시 제거하면 가능합니다.”
“그럼 많은 레이더들을 실업난에서 구제할 수 있겠군요.”
“그 전에 실제 실험을 통해 먼저 검증을 해야 합니다. 적어도 30번 이상의 실험을 하지 않으면…….”
인위적으로 사냥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최윤, 가렌, 니트로, 그리고 오리나의 총역량을 집결한 결과물이다. 이 중 어느 한 명이라도 빠졌더라면, 이처럼 단시간 내에 원리 규명을 하지는 못했으리라.
이 사실이 알려지면 세계 판도는 다시 한 번 변하게 된다. 하긴, 생각해보니 더 변할 것도 없나? 어차피 지금도 제니스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판국에, 제니스를 위한 저울추가 하나 더 추가될 뿐이니. 그 저울추 무게가 심각할 정도로 무거울 뿐이지.
“그럼 이 사실을 발표하고, 우리나라에도 사냥터를 만들어서 국내 실업자 레이더들이 굳이 먼 미국까지 가지 않아도 되게끔 하면…….”
「문제가 있습니다.」
오리나가 끼어들었다. 다들 오리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유지웅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이상하게 느낌이 안 좋았다.
“문제? 무슨 문제?”
「사냥터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면적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 이하에서는 사냥터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돈, 물질, 아무튼 그런 이익에 있어서 유지웅의 촉은 귀신같다. 그런 촉이 점점 짙어졌다. 그것도 매우 안 좋은 쪽으로.
“저기, 설마…….”
「최소 180만 평방킬로미터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가로세로가 최소 1,341km는 되어야 한다네?
유지웅이 신음하듯이 말했다.
“한국에는 못 만들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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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왜 이토록 좁은 국토를 주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