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09)
00709 세이프 존 =========================================================================
“그런 거라면 우리 러시아가 제격이죠. 이 광활한 시베리아를 보십시오.”
“우리 호주도 마찬가지입니다.”
180만 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을 사냥터의 용도로만 순수하게 할당할 수 있는 나라는 몇 없다. 호주와 러시아 정도? 유럽은 전체로 보면 매우 넓지만, 많은 나라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이기에 그만한 면적을 할당하기 불가능하다. 여기에 인구 밀도와 인구 이주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때문에 러시아와 호주 대사만 희희낙락해졌다. 웬만한 나라는 요건을 충족하기 힘들고 선택지는 좁혀졌다.
당혹스러운 것은 대통령이었다. 외교 관계에서 선택지가 좁다는 것은 운신의 폭을 제한한다. 이 많은 나라들 중에 선택지가 러시아, 호주, 그리고 남미 정도뿐이라니? 하필이면 남미 쪽에서는 오늘 아무도 안 왔다.
“아무튼 그렇게 아시고, 우리 정부에서 적당히 조율해서 사전 협의를 봐주세요. 제가 보고 검토할게요.”
이제는 일을 떠미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누가 보면 정부가 자기가 거느린 전속 대리인인 줄 알겠다.
‘안 돼!’
비서실장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안 된다고! 당신이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우리가 협상을 하기 쉽다고!
뭔가를 요구할 때 유지웅은 참 편하게 한다. 그냥 한 마디만 하면 상대방이 알아서 기고, 억측하고, 갖다 바친다.
하지만 아무리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 하나, 유지웅을 대신해서 직접 협상에 나서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타국 입장에서는 유지웅과는 비교도 안 되게 협상하기 쉬운 존재가 아닌가.
그들이 한국을 우습게보고 후려치는 것은 아니지만, 유지웅이 직접 교섭하거나 교섭 자리에 함께 있는 것과는 교섭 난이도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그럼 저는 이만…….”
‘왜 저러시지?’
대통령은 다소 의아했다. 유지웅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지만 한 번 무거운 몸을 일으키면 끝장을 보는 편이다.
그런데 겨우 저 한 마디 하자고 여기까지 급작스럽게 행차를 했단 말인가? 약간 이상한데?
“쿨럭! 쿨럭!”
그때였다. 문을 나서던 유지웅이 기침을 했다.
작은 소리였지만 대사들은 분명히 들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대통령 및 그 측근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설마?’
‘호, 혹시?’
‘아닐 거야.’
복잡한 생각을 담은 눈빛이 순간적으로 허공에서 얽혔다가 다시 풀어졌다. 대사들은 멋쩍은지 헛기침을 하며 억지로 웃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팽팽하게 뇌세포를 돌렸다.
‘어디 아픈가?’
* * *
“김 선생님 부르자, 응?”
“안 돼! 창피해서 이런 걸로 어떻게 진찰받아?”
“아이참, 그러다가 하루면 나을 거 사흘, 나흘 간다니까.”
“남사스러워서 안 돼. 절대 안 돼.”
주치의를 부르자는 정효주의 말에 유지웅은 완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필사적인 저항이다. 정효주도 그의 마음은 십분 이해했지만, 그래도…….
“주치의도 안 부를 거면 오늘은 좀 쉬자. 자기, 너무 힘들어 보여.”
“그 힘든 맛에 하는 거잖아.”
둘은 넓은 3층 침실에서 대낮부터 알몸으로 얽혀 있었다. 호흡을 헐떡이는 게 금방이라도 숨넘어가는 건 아닌지 정효주는 걱정이 됐다.
사실 그녀도 상태가 안 좋았다. 새하얀 피부는 온몸 가득 붉게 변했고 땀도 흠뻑 흘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이들을 위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부부가 가끔 하는 변칙 플레이다. 일종의 권태기 방지용인데, 체력을 일부러 방전시킨 뒤 부부관계를 즐기는 것이다.
유지웅은 퍼플 결정체, 정효주는 탱커라는 점 덕분에 체력이 너무 좋다. 그래서 아무리 즐겨도 좀처럼 지치지를 않는다.
때문에 유지웅은 역발상을 했다. 충전 장비로 일부러 비거를 방전한 뒤 즐겨보면 어떨까?
막상 해보니까 재미있었다. 평소보다 더 지치고, 힘들고, 끙끙대며 움직여야 했지만 그게 감칠맛이 났다. 체력이 떨어진다고 그녀가 조이는 힘이 감소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기처럼 힘들어 하는 그녀를 힘으로 이리저리 뒤집으며 농락하는 맛이 정복하는 듯한 쾌감이 있었다. 평소 그녀는 자신에게 맞춰주는 편이다. 그래도 워낙 본신의 힘이 좋아 디테일한 면에서 그녀에게 끌려가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헌데 이렇게 충전장비로 힘을 쫙 빼놓고 섹스하면, 그래서 힘들다고 끙끙대는 그녀를 마음대로 농락할 때면, 마치 연약한 소녀를 강제로 범하는 듯한 희열에 빠진다.
“으! 나, 나온다!”
유지웅은 와이프의 어깨를 두 손으로 꽉 잡은 채, 하체를 있는 힘껏 밀어붙였다. 그에 호응하듯이 그녀도 두 다리와 속살로 힘껏 조여 왔다. 온몸의 혈맥이 터져 나갈 듯한 아픔 속에서 그는 여섯 번째 폭발을 그녀의 안에 쏟아 부었다.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혼백이 나갈 듯한 피곤함을 뚫고 쾌감이 차올랐다. 땀에 젖은 몸이 천천히 그녀의 가슴 위로 엎어졌다. 그녀도 지쳤는지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 그의 등을 살포시 껴안았다.
“히, 힘들다. 진짜…….”
“자긴 이런 게 좋아?”
“재밌잖아. 넌 재미없어?”
“피.”
신랑 말로는, 쓰러져 죽을 것 같은 피로감 속에서 온몸의 정기를 아득바득 긁어모으는 그 필사적인 느낌이 좋다나? 힘과 여유가 넘치는 열정적인 섹스도 좋지만, 이렇게 쥐어짜내듯이 하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 달에 두어 번은 일부러 비거를 방전한 뒤 이렇게 쥐어짜내는 듯한 섹스를 한다. 정효주 입장에서는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갔지만, 해보고 싶다고 하니 맞춰주고 있었다.
그래도 어제 밤에 세 번, 오늘은 아침에 청와대까지 다녀왔는데도 여섯 번이나 한 걸 보면, 비거가 없어도 신랑의 정력이 매우 왕성한 모양이다. 아무리 젊은 남자라 해도 보통 이 정도 하면 죽어날 텐데.
“자, 그럼 한 번 더…….”
‘…….’
유지웅은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금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간헐적인 경련이 일어나며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전에 몇 번 이 짓을 할 때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실제로 더 많이 하기도 했다.
정효주는 말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비거가 방전된 그녀는 힘으로도 체력으로도 신랑을 이길 수가 없었다. 터질 듯한 신랑의 중심부가 다시금 자신을 뚫고 들어오는 감촉에 끌려갈 수밖에.
그때 그녀는 문득 생각난 게 있었다.
“참! 오늘 네 시에 재단 행사 있는데!”
“재단 행사? 아, 맞다!”
그제야 유지웅도 생각났다. 재단 아동지원 기념행사가 오늘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자기야, 그만하자. 일어나.”
“으으, 그래도 이왕 넣었는데…….”
“안 돼. 어서 빼.”
아이처럼 애처롭게 칭얼거리던 유지웅은 결국 그녀의 단호함을 이기지 못하고 빠져 나왔다. 그도 심정적으로는 그녀와 같았다. 다른 보편적인 스케줄이라면 가볍게 씹겠는데, 다른 데도 아니고 불우아동을 돕기 위한 재단 행사이니 빠질 수가 없다.
그런 자리에 얼굴을 내비친다는 것, 그리고 무단불참을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해석을 방불케 할 것이다. 재단의 주인으로서, 그리고 이 나라 최고의 영향력 있는 인사로서 그래서는 안 된다. 그것이 그가 지닌 지위가 가진 힘이자, 의미이다.
“빨리 준비해.”
“응. 다녀와서 마저 하자.”
정효주는 살짝 질렸다는 눈으로 유지웅을 바라보다가, 그가 옷을 입는 틈을 타서 몰래 충전 장비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어허!”
언제 봤는지 유지웅이 득달같이 달려와서 충전장비를 뺏었다. 정효주는 야속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힘들단 말이야. 다리가 후들거린다구.”
“안 되는 건 안 돼. 그깟 행사 얼마나 걸린다고. 나도 참을 테니까 효주 너도 참아.”
“나쁜 남자 같으니.”
“남편이 침대에서까지 착하면 무슨 재미로 살아? 안 그래?”
“나빠. 진짜 나빠.”
뭐가 저리 당당한지, 정효주는 한숨을 쉬다가 그냥 어이없어서 피식 웃어 버렸다.
* * *
재단 행사는 성황리에 끝났다.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여 불우아동들이 겪는 문제점 및 개선책에 관해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발표를 하고, 성금을 전달했다. 유지웅은 전국에 있는 보육원을 위한 인력 및 자금 지원 강화를 약속했고, 무수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모두가 행사를 긍정적인 눈으로만 본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눈을 번뜩이는 자들도 몇 몇 숨어 있었다.
“표정이 확실히 안 좋아.”
“주치의는?”
“그게 이상해. 주치의가 지금 휴가 중이거든?”
“저리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런데도 주치의를 휴가 보냈단 말이야? 아무리 봐도 하루 이틀 된 게 아닌 거 같은데.”
유지웅은 발표 중에 자주 목이 막혔고, 기침을 다소 과하게 했다. 표정이 창백해 보였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몸살이 좀 났는데도 이런 자리를 와줬다고 긍정적으로 본 이들도 있는 반면, 무슨 심각한 병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이들도 제법 되었다.
그리고 발 없는 말은 천 리, 아니 수만 킬로미터를 순식간에 날아다녔다.
「유지웅 회장 몸살 났다더라.」
「아닌데? 내가 듣기로는 위독하다던데?
「오늘내일하는 병이라 주치의도 포기했대.」
「확실한 거야? 그 사람 나이 얼마나 됐다고? 정기 진찰도 꾸준히 받을 텐데 그 나이에 그런 큰 병에 걸릴 수가 있어?」
「여기 재단 행사 동영상 링크 띄운다. 누구 의사 양반 좀 출동해서 해석해봐라.」
「H대학교 1학년 의대생인데, 전문가적인 식견에서 볼 때 상태가 매우 안 좋은 게 틀림없다. 당장 입원에서 정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와, 저 다리 후들거리는 거 봐라.」
「난 위의 새끼가 정말로 1학년 의대생이라는 사실에 우리나라 의학계의 위태로움을 느낀다.」
「의대생인 건 어떻게 아냐? 확실해?」
「저번에 인증한 거 봤거든…….」
「나도 너의 절망에 동참하겠다.」
「야, 됐고! 유지웅 회장 정말 아프거나 심각한 병에 걸린 거면 어케 되냐?」
그날 전 세계 모든 주식거래 장이 하한가를 쳤다. 특히 상한가, 하한가 개념이 없는 국가의 증권거래소는 무슨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매물이 쏟아졌고 매입 주문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호남평야에서 식량 사재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호남평야는 통상적인 판매량을 고집했다. 이에 일본은 유지웅의 부모인 유재석 부부를 직접 찾아갔지만, 두 노인은 하필이면 솔로몬 제도로 휴가를 가서 만나질 못했다.
혼란은 더욱 커졌다. 주식 시장, 식량 시장뿐만 아니라 결정체 시장에도 한파가 밀어닥쳤다.
온갖 나라들이 앞다투어 결정체를 사재기하려고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결정체 가격을 시작으로 물가가 급격히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진땀을 흘리며 긴급 물가 조절 정책을 펴야 했다.
거래시장에서는 서킷 브레이커, 사이드카가 연속적으로 발동되었으며 개미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독일 등 강대국들도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흑석동에서는…….
“아, 개운하다.”
“……못 됐어. 정말.”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아득바득 긁어내 혼을 불태운 유지웅은 그 지독한 피로감을 기분 좋게 맛보다가, 충전장비를 꺼내 비거를 다시 주입했다. 정효주도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뻗어 겨우 비거를 주입해서 활력을 되찾았다.
온몸에 힘이 가득 차오르는 충만함 속에서 유지웅은 다시 짓궂은 얼굴로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품에 잡아당긴 뒤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권태기 방지용 변칙 플레이는 끝났고, 이제 제대로 즐겨볼까?”
정효주가 못 말리겠다는 듯이 그의 가슴을 한 대 팡 쳤다.
============================ 작품 후기 ============================
챌린저식 트롤?
ps : 열두시에 직접 올리려다가 너무 졸려서 예약 걸어놓고 잤는데 지금 일어나보니 예약시간이 오후 12시 7분으로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예약취소하고 직접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