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13)
00713 세이프 존 =========================================================================
“어떻게 이럴 수가!”
아프리카 대사들이 속속들이 청와대로 들어갈 때부터 불거진 불안감은 종래 최악의 결과로 나타나고 말았다. 유지웅이 직접 아프리카 국가들과 교섭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물론 교섭이나 조약 자체는 한국이 맺은 식이지만 그게 그거나 마찬가지다. 한국이 대리인으로 나선 것뿐이니.
유지웅이 직접 아프리카 쪽 이권을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이럼 문제가 심각해진다.
EU는 스팟 필드를 조성할 만한 땅이 없다. 아프리카가 안 된다면 남미 정도뿐인데, 남미가 굳이 불필요한 ‘수수료’를 물어가면서까지 EU를 끼고 할 리가 없다.
스팟 필드는 결정체를 캐는 황금 광산이다. 그 거대한 시장에서 꼼짝없이 퇴출되게 생겼다. 보통 큰일이 아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결정체 시장에서 약소 국가였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신흥강국으로 떠오르게 된다. EU를 제치고 그 자리를 흑인들이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EU 입장에서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막아야 합니다.”
“동의하오. 하지만 어떻게?”
“…….”
유지웅이 하겠다고 결정한 일에 왈가왈부할 수 있는 국가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그 대단한 러시아나 미국조차도 꼼짝 못하고 설설 기는 판인데.
돈과 식량, 에너지를 떠나서 브라우니가 날갯짓을 한 번 펼치기만 하면 어느 나라든 초토화된다. 화이트 등급의 몹을 무슨 재주로 막겠는가.
이탈리아 대통령은 역시 옛날에 큰돈을 쓰더라도 한국에서 브라우니를 사들여야 했다고, 속으로 말도 안 되는 후회를 했다.
“일단 주변인을 대상으로 집중 로비를 해봅시다. 특히 유지웅 회장이 하나뿐인 처제를 심히 아낀다고 하니, 그 인물을 중심으로 공략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럽시다.”
“제니스가(家) 일원이면 웬만한 수준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 찰 텐데…….”
아마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그 돈은 그럼 과연 누가 부담하나?
자연스럽게 모든 이의 시선이 독일로 향했다. EU에서 잘 나가는 부자 국가 아닌가. 독일 총리는 살짝 당황했다.
“우리 독일도 요즘 지독한 경기 침체라서 여러모로 어려운 처지입니다. 의회에서 쉬이 승인해주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우리 그리스보다는 낫겠지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은 당연히 EU 전체가 공동부담해야 하오. 하지만 지금 가장 여력이 있는 국가가 독일인 것도 사실이지요. 일단 급한 대로 독일이 차출하고 차차 구상권을 행하는 것은 어떻겠소?”
영국, 너마저! 독일 총리는 속으로 그렇게 부르짖었다. 아무리 정식 EU 가입국이 아니라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이런 자리에서! 너네도 근 몇 년 간 상당한 경제 성장을 이룬 것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는데!
“알다시피 근래 옐로 몹이 멸종하다시피 하면서 그리스 등 많은 가입국이 디폴트에 가까운 어려움을 겪었소. 다른 가입국은 그 돈을 부담할 여력이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독일 총리는 어이가 없었다. 세상에, 무슨 처제한테 A480 전세기라도 갖다 바칠 작정인가! 이 인간들, 대체 로비 자금으로 얼마를 생각하고 있는 거야!
독일은 완강히 거부했지만 사실상 다른 가입국은 제니스가(家) 일원을 설득하기 위한 막대한 자금을 충당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독일이 일단 차출하고 차차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이 회담에서 가장 희희낙락한 건 그리스라고 한다.
“허참, EU녀석들. 아주 잘 됐군.”
한편 러시아는 아프리카를 경제적 결정체 식민지로 삼으려 한 EU의 계획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에 고소함을 금치 못했다. 중간에 유지웅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어떻게 훼방을 놔야 하나 나름 고심이 많았는데, 손을 쓰지 않고도 문제가 해결됐다.
“땅이라면 우리도 많은데…….”
분열된 옛 중국 도시 국가들이 그렇게 기웃거렸다. 그들은 EU처럼 공동으로 땅을 차출하여 스팟 필드를 조성할 순 없는지 머리를 맞대고 나름 고민에 들어갔다.
그리고 일본은…….
“우리 일본에 그만한 땅은 없지만, 그린 결정체 시장을 해외 용병으로만 운용해온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시장에 어떻게 진출할 수 없을까요?”
그간 자신들이 쌓은 인력 관리 경험으로 어떻게 뚫고 들어갈 수 없는지 청와대를 상대로 로비를 펼치기 바빴다.
한편 유지웅이 아프리카에 스팟 필드를 만들어주기로 했다는 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 매스컴을 강타했다. 당연히 아프리카 관련주가 급속도로 뛰어올랐다. 결정체 산업 관련 기업들은 아프리카 진출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 형성되는 스팟 필드는 미국과 달리 글로벌 기업이 끼어들 여지가 많다. 보이지 않는 무한의 경쟁이 아프리카 대륙을 놓고 치열하게 일어났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큰 이권을 선점하기 위해, 다국적 결정체 기업들은 아프리카 정부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살벌한 로비 작업에 들어갔다.
흑석동이라고 해서 로비 대상에서 피해갈 순 없었다. 아니, 오히려 한국 정부보다 더 주요 로비 대상으로, 각국 로비스트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특히 유지웅 본인보다는 주변 친척을 중심으로 로비스트들의 치열한 로비 경쟁이 펼쳐졌다.
“많이도 왔네.”
“그러게요. 이거 다 어떻게 한대요.”
“지웅이 잘 보이려고 가져온 거니까 지웅이 가져다줍시다.”
“지웅이가 이런 거 어디다 써요? 거들떠도 안 볼 걸요.”
유재석 부부는 산처럼 쌓인 선물들 처리에 골치가 아팠다. 차라리 현금으로 주면 좋은데, 이놈의 로비스트라는 것들은 피부가 희어서 그런지 사람 마음을 도무지 모른다.
농사짓는 사람이 미술품 같은 걸 받아서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이해가 안 간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지?
* * *
과거 아프리카의 초대형 혈맹 중 하나로 손꼽혔던 아슛카드함 혈맹이 오랜만에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혈맹의 수장인 아슛카드함은 과거 전성기에 비해 거의 줄어들지 않은 참석자들의 수를 보고 매우 흡족하게 여겼다.
“우리 혈맹의 위명이 아직 건재하군.”
“대장, 이 땅에서 어느 레이더가 대장의 심기를 감히 거스를 수 있겠습니까.”
“맞습니다. 대장이 부르자마자 이렇게 모두 한달음에 달려온 걸 보십시오.”
혈맹원들은 모두 눈치껏 아부를 하며 아슛카드함의 환심을 사기에 바빴다.
아슛카드함은 알제리에서 제일 뛰어난 실력을 지닌 탱커로, 아슛카드함 공격대의 공격대장이자 아슛카드함 혈맹의 수장이다.
공격대와 혈맹의 차이가 뭐냐고? 레이더가 여럿 모이면 공격대가 되고, 공격대가 여럿 모이면 혈맹이 된다. 그렇게 형성된 혈맹은 일정한 지역을 관리한다.
소규모 공격대나 레이더들을 상대로 수수료를 받고, 정부를 상대로 영향력을 과시하며, 결정체 취급 기업들에게 각종 이권을 주는 대신 막대한 돈을 뜯어낸다.
혈맹은 정부를 압박하여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기 때문에, 레이드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입은 나라에 돌지 않고 그들의 사익만을 위해 쓰인다.
나라를 위해 무료 봉사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을 뿐더러 결정체 유통기업까지 자기들 입맛대로 움직이는 행태는 오랫동안 아프리카 경제를 기근에 빠뜨려왔다.
아슛카드함은 단호하게 말했다.
“제니스라 해서 이 알제리에서 우리 아슛카드함 혈맹의 힘을 무시할 순 없다.”
“옳습니다! 제니스가 뭐 대수입니까? 이 땅은 바로 우리 땅입니다! 우리 땅에서 레이드를 하고 싶으면 우리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 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우리 아슛카드함이야말로 알제리 최고의 혈맹 아닙니까?”
흥분한 혈맹원들은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르며 외쳤다. 기천에 달하는 혈맹원들이 일제히 발을 굴렀다. 그 박진감은 혈맹원들을 더욱 흥분에 취하게 했다.
흐뭇하게 지켜보던 아슛카드함이 손을 들었다. 약속이라도 한듯이 혈맹원들이 발 구르기를 멈췄다. 꽤 오랜만에 혈맹 전체 소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결력은 여전했다. 아슛카드함은 자신감을 가졌다.
‘제니스도 별 거 없다!’
이 숫자, 이 단결력을 보라. 제니스가 어떤 힘을 지녔든 간에 아슛카드함 혈맹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아슛카드함은 혈맹의 힘을, 그리고 자신의 힘을 믿었다.
“제니스라 해서 이 땅을 침략하지 못한다! 우리 아슛카드함 혈맹이 있는 한!”
“아슛카드함! 아슛카드함! 아슛카드함!”
아슛카드함이 호기 있게 외치자 혈맹원들은 목이 터져라 그의 이름을, 혈맹의 이름을 외쳐댔다.
흥겨운 잔치가 벌어졌다. 혈맹원들은 모처럼 모여서 부어라 마셔라 흥취를 즐겼다.
아슛카드함도 반라의 여자 둘을 양쪽에 끼고 시원스럽게 술을 마셨다. 헐벗은 무희들이 중앙에서 야릇한 춤을 추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대장.”
그때였다. 부하 한 명이 급히 달려와서 아슛카드함을 조용히 불렀다. 잔뜩 굳어진 표정이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다.
“무슨 일이지?”
“카르타고네 혈맹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카르타고네?”
카르타고네는 알제리에서 아슛카드함 혈맹 다음 가는 2인자 혈맹이다. 2인자이기는 하지만 아슛카드함과 전력 차이가 크지 않아 함부로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물론 과거에는 서로 덩치가 있다 보니 싸우면 손해라는 걸 알고 일정 영역을 나눠서 간섭하지 않는 식으로 공존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일까?
“제가 알아본 바로는 아무래도 정부 측과 협상을 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 협상? 정부와?”
술이 확 깨는 소리에 아슛카드함은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애교를 떨던 여자들이 흠칫 해서 물러났다.
“예. 아무래도 제니스 쪽에 빌붙을 모양…….”
“이, 이 자긍심도 없는 것들! 침략자들에게 모든 것을 팔아넘길 작정이냐!”
아슛카드함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흥겹게 울리던 음악과 혈맹원들의 잡담이 뚝 끊어졌다. 쥐 죽은 듯한 고요 속에서 아슛카드함은 술기운에 벌게진 얼굴로 외쳤다.
“카르타고네 혈맹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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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들 뭘 믿고 저래요?”
“저 동네 원래 저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