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16)
00716 세이프 존 =========================================================================
카르타고네 혈맹을 쫓아내고 명실 공히 승자가 된 아슛카드함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비록 녀석이 도주했지만 추격대를 보냈으니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추가로 들려올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잔존 세력만 정리하면 이제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불운이 닥쳤다.
“뭐야! 그게 사실이냐!”
반라의 미인을 양쪽에 끼고 주무르며 술을 마시던 아슛카드함은 혈맹원의 보고에 벌떡 일어났다. 여자들이 놀라서 몸을 움츠리며 물러났다. 탱커인 아슛카드함이 화가 났을 때 자칫 옆에 있다가 한 대 맞기라도 하면 골로 간다.
혈맹원은 머리를 조아렸다.
“예, 대장! 카르타고네 녀석들이 아무래도 도망치면서 본거지에 폭탄을 설치한 것 같습니다. 아주 그냥 본거지가 통째로 날아갔다고 합니다!”
“그럼 아까 그 소리가…….”
어디서 화산이라도 터진 줄 알았는데, 카르타고네 본거지가 날아가는 소리였단 말인가?
아슛카드함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카르타고네 본거지를 제2의 전진기지로 삼아 세력을 더욱 확장하려던 계획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본거지 접수를 위해 투입한 150여 명의 혈맹원들을 잃었다는 점도 뼈아팠다.
‘혈맹원은 다시 모으면 된다.’
아슛카드함은 생각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았다. 조금 전에는 크게 놀랐지만, 곰곰이 따져 보니 겨우 혈맹원 150여 명을 잃은 게 피해의 전부다.
카르타고네 본거지는 날아갔지만 시설물이야 어차피 새로 지으면 그만이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다. 냉정하게 보면 그 정도는 아무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
“대, 대장! 큰일났습니다! 케르샨 혈맹이 쳐들어왔습니다!”
“뭐야, 케르샨 녀석이?”
아슛카드함은 다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서둘러 창문으로 나가 밖을 내다보았다. 저 멀리 구름처럼 일어나는 먼지가 보였다.
수십 기의 전차가 위풍당당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쏘아대는 전차포가 본거지를 초토화시킬 듯한 기세로 날아들고 있었다.
전차뿐만이 아니다. 천여 명이 넘는 딜러들이 각기 천장 오픈식 장갑차량에 나눠 탄 채 달려들고 있었다.
아슛카드함은 주먹을 부스러질 듯이 쥐며 악을 썼다.
“방어망을 가동해라! 어서! 서둘러!”
“예, 대장!”
“그리고 혈맹원들을 소집해! 위급 상황이다”
“알겠습니다, 대장!”
“케르샨, 네 이놈!”
아슛카드함은 충혈 된 눈으로 죽어나가는 혈맹원과 부서지는 외곽벽을 지켜봤다. 그때 다른 혈맹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장, 테르타마와 칼퀴네스가 카르타고네 혈맹을 추적하러 리비아로 떠났는데요. 지금 혈맹원이 많이 부족합니다.”
“뭐야?”
그제야 아차 싶었다. 그 명령을 내린 것은 자신이었다. 순간적으로 따져보니 지금 본 혈맹의 인원은 케르샨 혈맹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가만?’
불현듯 아까 들었던 카르타고네 본거지 폭파 사건이 떠올랐다. 혹시 그게 카르타고네 녀석들이 한 짓이 아니라, 녀석들이 떠난 뒤에 몰래 침투한 케르샨 혈맹의 짓이라면?
‘그래! 멍청하고 겁 많은 카르타고네 녀석이 도망치는 와중에 폭약까지 설치할 머리가 있을 리가 없어! 이건 분명히 케르샨 녀석의 수작이다!’
사실과는 많이 다르지만, 어쨌든 아슛카드함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분개했다.
“케르샨, 내 이놈을 그냥!”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케르샨 녀석은 분명히 같이 카르타고네를 몰아내자는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부터 이런 흉계를 꾸미고 있었으리라.
그렇게 속이 검고 음흉한 놈이라 일찍이 가까이 하지 않았거늘, 카르타고네 혈맹을 몰아내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
본거지를 급습당한 아슛카드함 혈맹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지만 곧 혈맹원을 규합, 대대적인 반격에 들어갔다. 공격대는 물론이고 전차, 헬기, 다연장로켓포까지 총동원한 대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미 이건 단순한 세력 다툼이 아니라, 조직의 명운을 건 생존 싸움이었다. 전차와 헬기까지 총동원한 대공세에 알제리 정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납작 엎드려 빨리 아무나 승자가 되기만을 빌어야 했다.
전투가 길어지며 양쪽의 혈맹원들이 다수 죽고 다쳤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민간인의 피해였다.
알제리는 상당수 민간인들이 혈맹의 경제력에 의존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여자는 향락을, 남자는 노동력을 제공하며 먹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거대 혈맹간의 전투에 휘말린 이들은 전혀 보호받지 못했다. 각자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했다. 피난을 나서다가 눈 먼 포탄에 맞아 죽어도 원망할 곳도 없었다.
군벌 혈맹을 통제할 능력을 상실한 정부를 성토하고 비난할 힘조차 없었다. 세계 언론조차 당장은 민간인의 피해보다는 알제리를 주름잡는 두 거대 혈맹의 전쟁 과정과 그 결과가 야기할 국제 정세 변화 예측에 몰두하고 있었다.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상황에서 전투에 휘말린 민간인들은 제대로 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한 채 죽어나갔다.
* * *
총 30명으로 구성된 유지웅 자문단은 각계각층의 박사급 이상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실력이 있으면서도 비교적 나이가 젊다는 것이다.
유지웅은 자문단을 구성할 당시부터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력을 원했고, 따라서 젊고 실력이 있는 사람을 우선했다.
그렇게 구성된 자문단은 지난 수년 간 유지웅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마다 결정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자문단은 단지 유지웅과 제니스의 단기 이익만이 아닌,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심플하면서도 간단한 전략 방향성을 제시했다.
30인으로 구성된 자문단은 흑석동의 싱크탱크로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계를 움직이는 힘으로 취급받는다. 유지웅은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자문단이 내린 판단에 근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문단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유지웅의 장기적인 이익’이다. 이 이익에는 물질적인 것만이 포함되지 않는다. 정치, 사회, 명분, 인망 등 모든 유무형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뿐만 아니라 자문단은 그 자체로 힘을 갖고 있다. 유지웅은 일정 이하의 건수에 관해서는 자문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용인하는 편이다.
―효율적인 자문 활동을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일이죠. 정보를 모을 힘과 권한도 안 주고 무슨 자문 활동을 해요?
그 발언에 당시 많은 신참 자문 위원들이 감동을 먹긴 했는데, 고참 자문 위원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
원래 유지웅은 자기 놀 시간을 벌기 위해서 아랫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일을 많이 미루는 편이다. 그래놓고는 개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발 빠른 추진을 위한 조치라고 변명한다.
뭐 아랫사람들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책임 관계만 명확히 하고, 일만 제대로 하면 합당한 보상이 들어오니까. 유능하고 합리적인 부하 직원에게는 최고의 시스템이었다.
“알제리 혈맹 대전이 우리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긴 원형 탁자에 서른 명의 자문위원들이 착석했다. 도청기 탐지 등 살벌한 보안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자문위원장인 손재진 교수가 입을 열었다.
“아슛카드함 혈맹은 카르타고네 혈맹과 싸움을 벌여 승리했고, 카르타고네 혈맹이 리비아로 쫓겨 간 사이 서열 3위인 케르샨 혈맹이 아슛카드함 혈맹을 쳤습니다. 양 혈맹은 카르타고네 혈맹이 없는 틈을 놓고 알제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민간인의 피해가 막대하다고 하던데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알제리가 감당해야 할 업입니다.”
“제니스가 도와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죠.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국제정치 전문가인 강대연 교수의 단호한 말에 자문위원들은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에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으나, 그들도 대세를 거스르지는 않았다.
반대파들은 단지 자문단의 화합을 위해서, 혹은 다수론이기 때문에 더 이상 반대하지 않는 게 아니다. 아프리카가 처한 현실을 누구보다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혈맹 문제는 오래 된 고질병입니다. 이 기회에 뿌리를 들어내지 않으면 차후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발생하는 민간인의 피해를 안타까워 하다가 훗날 더 큰 피해가 반드시 돌아옵니다.”
“인정합니다.”
혈맹 때문에 아프리카가 겪는 병폐는 총체적 난국이다. 어디에서부터 메스를 대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수십 년을 넘도록 이어왔다.
단일 정부가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는 국가라면 초기부터 제니스가 간섭하고 들어가면 된다. 그럼 분쟁도 빨리 잠재워지고 민간인의 피해도 줄어든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정부 통제력이 없다시피 하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곳이다. 힘이 있는 자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 힘 있는 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게 또 문제다. 심지어 자주 바뀌기까지 한다. 협상이나 통제를 하려 해도 그 주체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프리카 혈맹들이 제니스의 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맞습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좀 교육도 받고 잘 산다는 나라일수록 제니스, 유지웅의 힘을 절감하고 두려움을 품는다. 절대 적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납작 엎드린다.
근데 아프리카 혈맹들은 그렇지 않다. 제니스가 대단하다는 건 아는데, 그게 다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 땅에서는 누구도 자신들을 건드리지 못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진 상태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한 수 먹고 들어간다고 하는데 얘들은 그게 좀 심했다. 일억 수 쯤 먹고 들어간다.
상식적인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프리카에도 분명히 신문이 있고, 해외 언론도 들어가고, 국제 소식도 들어갈 텐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 그게 바로 아프리카 혈맹의 현 주소이자, 현 클래스다.
자문단은 스팟 필드 조성을 놓고 분명히 혈맹 간의 피 튀기는 이권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다. 그리고 거기에 관여하지 않기로 선을 그었다. 지금 제니스가 나서봐야 상처뿐인 영광만 얻고 끝난다.
혈맹들은 마지막 혈맹원 전부가 죽을 때까지, 그리고 자기 거주지가 초토화될 때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 모두를 제거해야 제니스가 입성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어렵게 구축한 유지웅의 선인 이미지가 어떤 식으로든 훼손된다. 그것은 결코 자문단이 바라는 제니스의 이익이 아니었다.
때문에 자문단은 기다렸다. 아프리카 지역을 뒤덮은 진흙이 어느 정도 걷어질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
삐익! 삐익!
갑자기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회의를 방해당한 자문 위원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저마다 크게 놀랐다. 어지간한 일로 회의를 방해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무슨 일입니까?”
“그게…… 알제리, 아니 알제리를 포함한 아프리카 전체 지역에서 소규모 공격대가 일제히 들고 일어났습니다. EIS에서 직접 연락이 왔습니다.”
“뭐라고요? 그게 사실입니까?”
“예. 바츠라는 소규모 공격대장이 무수한 군소 공격대를 비밀리에 연합해서 대형 혈맹원들에게 선전포고를 선언했습니다. 그 연합 인원이 자그마치 3만여 명에 달합니다. 아프리카는 지금 벌집을 쑤신 상황입니다.”
============================ 작품 후기 ============================
바츠해방전선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