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36)
00736 공허의 습격 =========================================================================
제1예비대가 전갈 괴수를 물리치고 획득한 검은 돌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 한국으로 이송되었다. 최윤은 즉각 연구팀을 편성해서 검은 돌의 조사에 나섰다. 미국 측에서 공동연구 참여를 원하는 눈치였으나 최윤이 일언지하에 잘랐다.
이미 가렌과 니트로 등 권위 있는 과학자들은 규소기반형 괴수가 아닌 신종 괴수의 등장에 적잖이 긴장하고 있었다. 제1예비대가 획득한 검은 돌은 그 비밀을 밝혀줄 단서가 될 것이다.
“결정 에너지 반응은 있지만 결정체라고는 할 수 없군요. 이건 부분적으로 결정 에너지를 함유한 어떤 물질이라고 정의해야 할 듯합니다.”
결정체는 순수하게 결정 에너지로 구성된 물질을 말한다. 그래서 결정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면 사라져 버린다.
결정 에너지를 함유한 괴수를 결정체라고 부를 수 없듯이, 검은 돌이 결정 에너지 반응을 나타낸다고 하여 결정체라고 정의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편 연구소가 검은 돌 조사에 들어간 동안 미국은 나름대로 난리가 났다.
“이상 반응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건 저런 괴수가 스팟 필드 어딘가에 또 존재한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그럼 레이드는 어떡해야 합니까?”
“당연히 중지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지금 스팟 필드에서 공급되는 결정체 물량이 뚝 끊어지면 미국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겁니다!”
결정체 산업 종사자들은 미 정부에 적극 로비를 시도했다. 레이드 금지 조치를 막기 위해서였다. 레이드가 금지되고 결정체 물량 공급이 끊기면 극심한 손해를 본다. 어떻게 해서든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결단을 요구받게 된 비시는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랐다.
“어떡하면 좋겠나? 레이드를 금지해야 되나,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계속 레이드를 하게 둬야 되나?”
“각하, 전갈 괴수가 또 다시 등장할 경우 일반 공격대로서는 당해내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은 잠시 레이드를 중지하고 제니스에 도움을 요청하여 사건 해결을 서둘러야 합니다.”
“전갈 괴수라고 해봤자 레드 몹 수준 밖에는 안 됩니다.”
레이드 금지를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이러했다.
어차피 레이드 자체가 어느 정도 위험성을 안고 있는 행위다. 전갈 괴수 때문에 스팟 필드의 안정성을 보증할 순 없게 됐지만, 그것은 레드 몹이 설치던 시절에도 마찬가지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어떻게 전갈 괴수를 레드 몹 따위에 비교할 수 있습니까? 제니스 제1예비대도 무척 힘들게 잡았어요! 그것도 비싸디 비싼 C6탄을 전량 소모해가면서 말입니다!”
“국가 경제에 무리가 가겠지만 지금은 레이드를 중지하고 공격대 전력을 보존해야 할 때입니다! 만약 제2, 제3의 전갈 괴수와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면 공격대의 생존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어허, 어차피 일반 공격대한테는 레드 몹이나 전갈 괴수나 감당 못할 대상인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게 무슨 되도 않는 소리요!”
측근들은 반으로 나뉘어서 팽팽한 대립을 보였다. 비시는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할지 머리가 아팠다.
이제 겨우 살아나는 미국 경제를 생각하면 레이드 금지를 하지 않는 게 맞다. 하지만 레이더 개개인의 안전을 생각하면 레이드를 금지하는 게 맞다.
“부통령, 자네 생각은 어떤가?”
“외국 국적 공격대가 적극 레이드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대신 그만큼 세제 혜택은 줘야겠지요.”
“오, 그 수가 있었군.”
간단하면서도 냉정한 해결책이다. 역시 비정한 정보부의 세계에 오래 몸을 담았던 인물이라 그럴까.
레이드 금지, 허용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던 참모진이 보기에도 칠드그린이 내놓은 절충안이 좋아 보였다. 일단 방향이 잡히자 다양한 보조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외국 공격대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좋지만 미국 공격대가 레이드를 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것은 대외적인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위험한 일은 외국인들만 하게 몰아넣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럼 미국 공격대는 권고 조치 정도로 하는 게 좋겠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겠다는 이들까지 말릴 이유는 없습니다.”
“한시적이나마 세제 혜택을 크게 줘야 합니다. 그래야 줄어든 물량을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제니스에 협조 요청을 해서 전갈 괴수가 또 다시 나타난다 해도 바로 방어할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칠드그린은 물끄러미 각료들을 응시했다. 각료들은 지금 사태를 생각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다.
전혀 새로운 타입의 괴수 때문에 미합중국의 안보가 우려되긴 하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규소기반괴수, 블랙 몹, 화이트 몹 등의 습격을 이미 여러 차례 겪었기 때문일까.
‘안 좋아…….’
그러나 칠드그린은 좋지 않은 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객관적인 수치로 보면 전갈 괴수는 제니스한테 상대가 안 된다. 위협 수준으로 치면 블랙 몹 한 개체만큼도 못할 것이다.
헌데 영 느낌이 좋지 않았다. 고작해야 전갈 괴수의 습격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 * *
어두운 밤하늘을 날아온 V-23이 천천히 착지했다. 미리 대기 중이던 경호원들은 문이 열리자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유지웅과 정효주는 책임자의 안내를 받아 빠르게 이동했다.
목적지는 효웅산업 제1회의실이었다. 밤이 늦었는데도 회의실에는 불이 밝게 켜져 있었다. 유지웅이 들어서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괜찮습니다. 다들 앉아 계세요.”
유지웅 커플은 비어 있는 상석에 앉았다. 회의 참가 멤버는 많지 않았다. 최윤, 가렌, 니트로, 그리고 레지나가 전부였다.
그러나 참가자가 적다해서 회의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한 명, 한 명이 각 분야를 대표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지녔으니까.
“이미 간략히 보고를 받으셨겠지만 전갈 괴수와 유사한 존재가 스팟 필드에 다수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 아니 현재로서는 거의 확정적입니다. 그에 대해서 대비가 필요합니다.”
“일단 제니스 예비대 전원을 스팟 필드로 보냈어요. 아프리카 스팟 필드는 괜찮은 거죠?”
정효주가 그렇게 말했다. 레지나가 대답했다.
“아프리카 스팟 필드도 정밀 조사를 했지만 현재로서는 아무 조짐이 없어요. 하지만 차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스팟 필드 그 자체가 문제인가요?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건가요?”
“그것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와 미국의 스팟 필드를 비교하면서 계속 관찰해야 합니다.”
유지웅은 대형 스크린을 주시했다. 화면에는 제1예비대가 전갈 괴수와 벌인 주요 전투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전갈 괴수의 특징 및 위험 요소도 함께 떠올랐다.
영상을 끝까지 확인한 유지웅이 말했다.
“그래서, 이 놈의 정체가 대체 뭐죠? 이 놈을 잡고 나온 그 검은 돌은 대체 뭐고요?”
“…….”
그 질문에는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유지웅도 당장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 물어본 건 아니었다.
가렌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최고의 연구진이 조사 중이니 곧 밝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겠어요. 제가 따로 해드려야 할 일은요?”
그 말에는 가렌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최윤도 꺼내기 민망한지 시선을 피했다. 니트로가 답답하다는 듯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자기가 말을 꺼냈다.
“회장님과 사모님도 스팟 필드에서 대기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희가요?”
정효주는 차분히 되물었다.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이, 별로 놀랍다는 느낌은 묻어나지 않는 음색이었다.
“예.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요?”
“스팟 필드에 내재된 위험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현재로서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만약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제니스의 온전한 전력이 스팟 필드에 있어야 피해 없이 조기 진압이 가능할 테니까요.”
원래 기약할 수 없는 대기 임무라는 게 고역이다. 하물며 유지웅 커플은 전혀 아쉬울 게 없는 사람들 아닌가. 그래서 가렌과 최윤이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유지웅은 쉽게 수긍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조기 대처를 확실히 하려면 그게 낫겠지요. 알겠어요.”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게임룸 전용기를 준비해둔 게 이럴 때 다행이군요. 역시 내가 선견지명이 있다니까.”
“……예?”
네 명의 과학자들은 눈을 크게 떴고, 정효주는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기겁해서 옆구리를 쿡 찔렀다. 유지웅은 와이프가 왜 그러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왜? 내가 뭐 실수했어?”
“아이, 그런 말을 여기서 하면 어떡해.”
“사실인데 뭐 어때?”
그제야 언뜻 짐작이 간 가렌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회장님, 최근에 새로 마련하신 A3가…….”
“어? 그거 들으셨어요? 나중에 한 번 구경시켜드릴 테니 놀러오세요.”
유지웅 커플은 이미 전용기로 A3를 2기 갖고 있다. 각자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헌데 여기에 A3를 한 기 더 구매했다고 한다. 그것도 뭐라고? 게임룸 전용?
“여러 번 해외 출장 다니다가 느꼈거든요. 집에 있는 게임룸을 가지고 다니지 못하니 너무 불편하다고요. 그렇다고 간편하게 마련된 게임 설비로는 만족을 못하겠고 해서, 아예 하나 더 사서 기내 대부분을 게임룸으로 새로 꾸며봤어요. 이 놈만 있으면 미국에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끄떡없어요. 그치, 효주야?”
“…….”
레지나는 슬쩍 정효주의 표정에 떠오른 수척함을 봤다. 쥐구멍이 없는 게 다행이다. 있었다면 정효주가 그 안으로 숨어버렸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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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페이스 최대한 빨리 끌어올려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