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38)
00738 공허의 습격 =========================================================================
가렌은 검은 돌을 조사하는 한편 스팟 필드에서도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스팟 필드에 이상 징조가 나타나는 순간 즉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교수님, 이걸 좀 보세요!”
“이게 뭐냐? 어억! 설마?”
“스팟 필드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팟 필드는 전날에 비해서 3%의 면적이 줄어든 상태였다. 만약 가렌이 예의주시하고 있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니트로는 검은 돌 연구를 접어두고 즉시 검토에 나섰다.
오리나까지 총동원한 계산 끝에 두 사제지간은 확신했다. 스팟 필드는 분명히 감소했다.
“보고해야겠다.”
“제가 하겠습니다.”
가렌은 즉시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 * *
3%의 감소.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엄청난 면적이다. 하지만 아직 미국은 모르고 있었다. 스팟 필드의 면적을 정밀하게 측량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최윤은 유지웅의 말을 듣고 급히 노트북을 켰다. 효웅산업 서버에 접속해서 가렌과 니트로가 정리한 데이터를 전송받았다. 다운로드바가 빠르게 올라갔다.
“속도, 장난 아니게 빠르죠?”
“네? 아, 네. 그렇군요.”
옆에서 유지웅이 촐랑거리듯이 속도 이야기를 꺼내자 최윤은 조금 당황했다. 왜 그런 걸 묻는지 이상했지만 대강 대답하고는 노트북으로 눈을 돌렸다.
“이야, 벌써 다운 다 됐네. 엄청 빠르다.”
“그런 것 같습니다.”
다운로드가 완료됐다. 최윤은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데이터 분석에 골몰했다.
스팟 필드는 외곽 쪽에서부터 분명히 줄어들고 있었다. 에너지 농도가 외곽에서 중심으로 갈수록 변화하고 있었다. 이건 마치 무언가가 중앙부에서 필드를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
‘설마?’
서늘한 감촉이 가슴을 스쳤다. 최윤은 저도 모르게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짜릿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가렌 박사님은 스팟 필드가 줄어든다는 걸 발견했다고만 했지, 원인은 아직 모른다고 하셨는데.”
유지웅은 천천히 최윤을 살폈다. 그는 무언가 짐작가는 게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휘버의 유산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다가 말았지?
최윤은 고개를 들어 유지웅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들어주십시오. 회장님.”
“네, 말씀하세요.”
“결정 에너지는 사실…… 내핵에서 흘러나옵니다. 즉 내핵 에너지인 셈이죠.”
“내핵? 내핵이 뭐죠? 아, 설마?”
“예. 지구 내핵을 말합니다.”
의외로 유지웅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최윤은 그의 침착한 모습을 보고 과연 그릇이 다른가 하고 조금은 감탄했다. 가렌이나 니트로가 들었다면 기겁을 하고 자빠졌을 엄청난 이야기인데, 저리 침착할 수 있다니.
“그렇군요. 역시 그 정도는 되어야 클래스가 맞죠. 어느 정도는 상상하고 있었어요.”
“이야기가 쉬워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는 최윤도 잠시 망설였다. 휘버가 내핵과 지상을 잇는 차원문을 뚫었다고 말해도 될까? 그냥 그가 균열을 발견했다는 정도로만 둘러대도 되지 않을까?
‘아니다.’
그러나 최윤은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기로 했다. 명예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숨긴다면, 그에게 진실을 전하고자 굳힌 결심이 아무 의미가 없으니.
“그리고 휘버 박사는…… 내핵 에너지에 도달하는 웜홀을 뚫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균열입니다.”
“균열?”
“예. 균열은 지금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균열을 통해서 내핵 에너지가 흘러나오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결정 에너지라 부르는 힘입니다.”
유지웅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게임룸을 돌아다녔다. 서성이는 듯한 그 모습은 무수한 망설임을 안고 있었다. 최윤은 가만히 기다렸다.
이윽고 유지웅이 그를 돌아봤다.
“효주를 불러도 될까요? 나 혼자 듣고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물론입니다.”
* * *
“……이렇게 된 것입니다.”
유지웅과 정효주가 함께 한 자리에서, 최윤은 휘버와 균열에 얽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특히 유지웅에 비해 정효주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박사님 말씀은 균열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커지고 있다는 거지요?”
정효주는 침착하게 문제의 본질을 짚어냈다. 최윤은 대답 대신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그리고 균열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고요?”
“예.”
“정말 사실인가요?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최 소장님은 지금까지 줄곧 숨기고 계셨어요. 균열의 위치를 이미 아시면서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요. 그렇지 않나요?”
“어, 이야기가 그렇게 되네?”
“자기는 가만 있어.”
일침을 맞은 유지웅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최윤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휘버 박사의 유산 이야기를 숨겼습니다. 하지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죠?”
“균열은 위험하니까요. 그대로 놔두는 게 유일한 처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희를 믿지 못하셨군요. 아니.”
정효주는 다소 서늘한 눈으로 덧붙였다.
“저희 가문을 믿지 못하셨군요.”
최윤은 쓴웃음만 머금었다. 짧은 한 마디에는 정효주가 느낀 모든 감정이 축약되어 있었다. 그것은 가벼운 실망이기도 했고, 책망이기도 했으며, 또한 그를 이해한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정효주는 최윤의 판단을 이해했다. 한편으로는 야속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해했다. 과학자로서 진리의 무게에 짓눌린 그가 정할 수 있는 선택지는 얼마 되지 않았을 테니.
균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만 간다. 현재로서 인간이 손을 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만약 균열을 통제할 수단이 생기고, 유지웅이 그 존재를 알게 되면 어찌 될까. 당장에는 아무 문제 없이 잘 관리한다 해도, 수십 년 뒤에는? 수백 년 뒤에는?
유씨 일족의 후손들이 훗날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후손들이 모두 올곧게 자란다고는 정효주 자신도 장담하지 못했다.
그 중에 토미 에슨처럼, 섣불리 균열의 힘을 탐내 손을 대고자 하는 인물이 과연 없을 것인까? 무모한 인간의 욕심이 균열을 잘못 건드려 지구를 멸망케 한다는 시나리오가 정말 상상으로만 그칠 것인가?
최윤이 입을 다문 것은 그러한 염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효주는 그가 야속한 한편,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를 이해하기 때문에, 지금 그가 균열의 존재를 알린 것이 얼마나 중대한 건지도 느낄 수 있었다.
“박사님이 이제 와서 그 모든 것을 밝힌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참 예리하구나, 하고 최윤은 가볍게 감탄했다. 그녀 말대로였다. 지금은 숨긴다고 일이 해결될 사태가 지났다.
“스팟 필드에 나타난 신종 괴수, 그리고 스팟 필드가 감소하는 것은 아마 균열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일 겁니다.”
가벼운 문제는 아니리라. 아니, 균열 그 자체에 얽힌 문제이니만큼 인류의 존속과도 연관된 중대한 문제일 것이다. 정효주는 참 쉽게 되는 것 하나 없다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강한 척 표정을 다잡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가능성을 염두에 두시죠?”
“현재로서는 균열의 지속성이 매우 불안정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게 사실일 경우…….”
그가 망설이자 정효주는 가볍게 채근했다.
“괜찮으니 말씀하세요.”
“……막대한 내핵 에너지가 지상으로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은 말을 못하신 거구요.”
“……네.”
막대한 내핵 에너지가 지상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것도 아무런 여과 없이.
그게 지상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전문 과학자가 아니라 해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 * *
막간.
그가 게임 전용 신형 전용기를 사기까지.
―안슐, 제가 이번에 전용기를 하나 더 장만하려고 하는데요.
―전용기를 새로? 왜, 전에 있던 것에 뭐 문제가 생겼나?
소환사의 협곡에서 힘을 합쳐 마침내 승급에 성공한 직후 유지웅이 그리 말을 꺼내자 안슐은 의아했다. 자신이 알기로 친우는 2기의 전용기를 갖고 있었다. 부부가 따로 외국에 다닐 일도 있고 해서 도합 2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몸이 두 개도 아닌 이상, 더 이상의 전용기가 필요할 일은 없을 텐데? 아니면 누구 선물이라도 해주려고 그러나?
―혹시 부모님께 선물을 해드리려고 그러나?
―아뇨. 두 분 다 외국이라면 질색하세요. 저번에 사드린다고 했는데 돈 낭비라고 거절하셨고요. 제가 쓸 거예요.
―흠. 용도가 뭔가?
―레이드 하다 보면 외국에 장기간 머무를 때도 많은데, 게임룸이 없으니까 심심해서 미치겠더라고요. 그렇다고 노트북으로 게임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아예 5층 게임룸이랑 동기화해서 연동되는 게임룸을 갖춘 전용기를 꾸며보려고요.
―오, 그거 좋은 생각이군.
―그래서 말인데, 견적 좀 내줄 수 있어요?
―좋지. 얼마까지 생각하고 있나?
―가격은 상관없어요. 최고의 환경에서 원활한 게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가 들어도 좋아요.
―역시 자네는 화끈해서 좋아. 잠시만 기다리게.
그리고 안슐은 약 30분 동안 자리를 비웠다. 유지웅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기다렸다. 최신 게임을 돌리기 위한 데스크탑 컴퓨터 조립 견적을 친구에게 부탁한 서민들의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일까? 아, 너무 이해가 된다.
―내가 대충 견적을 내봤네.
―네!
―일단 기본 기체는 A3로 할 거 아닌가? 맞지?
―그렇죠. 다른 건 느리고 작고 답답해서 못 타구 다녀요. 돈도 없는 것도 아닌데 뭐 하러 작은 기체를 사요.
―그럼 A3 기체 구입 비용에 1조 원쯤 들 테고, 내부 인테리어에 약 300억 원을 잡으면 되겠군. 2층 전체를 게임룸으로 꾸민다 치면 약 1조 3,000억 원쯤 들겠어.
―왜요?
―이 사람이. 적어도 최신 수퍼 컴퓨터 RPX-3은 들여놔야 할 것 아닌가?
―아아! 하긴.
―어차피 남는 시스템 자원은 기내 항공 통제와 연동해서 사용하면 되니, 이왕이면 RPX-3을 들여놓는 게 낫네. 견적 새로 뽑는 김에 최고로 좋은 것을 갖춰야지.
―그래요. 그 생각을 못했네.
―이참에 그냥 개인 공항도 하나 짓게. 전용기가 3기나 되는데 언제까지 김포 공항에 갖다 놓을 건가?
―그래야겠어요. 이참에 공항도 하나 지어야겠다.
―그건 일단 8,000억 원이면 될 거야.
유지웅은 열심히 수첩에 메모했다.
아직 안슐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비행 중에도 원활한 온라인 네트워크 연결을 위해서는 글로벌 통신망을 갖춰야 되는데……. 오비탈 사이언스에서 새로 개발한 신형 통신 위성 15기면 충분할 걸세. 그 정도면 지구 어디에서든 인터넷은 잘 터질 거야. 내가 싸게 해주지.
―고마워요. 그럼 얼마나 들죠?
―1기당 1조 원인데 15기니까 15조 원, 발사 비용은 요즘 많이 싸져서 15기 전기에 3,000억 원이면 될 거야. 향후 운용하는데 드는 인건비와 유지비는 통합 패키지로 해서 매년 300억 원이면 충분할 테고.
―얼마 안 하네요.
―그래도 다른 국가 위성을 이용하는 것보단 자기 위성망을 갖추는 게 나을 거야. 인터넷 제대로 안 터지면 그것만큼 속터지는 것 없네. 간혹 통신량 증가하면 또 속도도 느려지고, 그게 얼마나 답답한데.
―알겠어요. 그리고 또?
―일단 이 정도면 당장 게임하는데 지장은 없을 거야. 총 18조 4,300억 원에 일 년 유지비가 대충 500억쯤 되겠군.
―간만에 돈 좀 쓰겠군요.
원래 전자기기는 한 번 지르면 그만큼 갖춰야 할 부속기재가 만만치 않은 법이다. 이래서 전문가가 사전에 내주는 견적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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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장난 아니게 빠르죠?”
“이야, 벌써 다운 다 됐네. 엄청 빠르다.”
…최윤은 그런 노력과 뿌듯함이 담긴 상사의 은근한 자랑을 모르고 넘어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