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46)
00746 어둠의 저편 =========================================================================
‘분명해.’
틀림없다. 전에 스팟 필드에서 습격했던 바로 그놈이었다. 역시 이 놈은 다수가 존재하는 게 분명했다.
‘왜 여기에?’
이상했다. 이곳은 스팟 필드가 아니다. 아주 멀리 떨어진 외딴 지역이다. 그런데 왜 이곳에 저 놈이 있단 말인가?
나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역시 최윤의 말대로 이곳 어딘가에 균열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피즈의 기척이 끊어진 것이 어쩌면 균열 혹은 그와 관련된 어떤 힘 때문은 아닐까? 그리 생각하니 초조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키에에엑!
거대해진 전갈 괴수가 날카로운 쇳소리를 일으키며 달려들었다. 울음소리보다는 금속을 부딪쳐 일으키는 소음에 가까웠다.
묵빛 꼬리가 빠르게 허공을 스쳤다. 나미는 재빠르게 몸을 숙여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주먹에 있는 힘껏 힘을 끌어 모았다.
하얗고 조그마한 주먹이 백색 섬광을 뿜었다. 그녀는 그대로 전갈 괴수의 아랫배에 주먹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닿지 않았다. 마치 환영을 가격한 듯 허전한 느낌만이 주먹에 닿았다.
미리 예상한 그녀는 중심을 잃지 않고 몸을 돌려 반대쪽에 착지했다. 공격이 빗나간 전갈 괴수는 여섯 개의 발로 딛고 선 채 으르렁거렸다. 수직으로 세워진 꼬리 끝에서 파르스름한 빛이 차가운 예기를 뿜어냈다.
나미는 전갈 괴수가 딛고 선 바닥을 확인했다. 발과 지면이 분명히 맞닿아 있었다. 실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왜 이쪽의 공격은 빗나갈까? 제니스 연구소에서도 아직 그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확인해보겠어.’
나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녀석의 강함을 알 순 없지만 적어도 자신보다 강하지는 않으리라. 화이트 급이 지닌 힘은 시시한 게 아니니까.
그녀는 온몸에서 힘을 끌어올렸다. 몸 전체가 하얀 빛으로 휩싸였다. 눈부신 광휘를 타고 거친 바람이 사방으로 날아올랐다. 수없이 많은 작은 돌과 모래가 바람에 감겨 높이 떠올랐다.
전갈 괴수는 위협을 느꼈는지 몸을 낮게 움츠리다가 그대로 높이 도약했다. 허공에서부터 굵직한 꼬리가 수직으로 길게 내리 찔렀다. 나미는 피하지 않고 응시하며, 다리를 살짝 굽혔다가 폭발적으로 뛰어올랐다.
광휘에 휩싸인 그녀의 몸은 그대로 전갈 괴수의 머리에 정면으로 부딪쳐 들어갔다. 전갈 괴수의 머리는 환영만 존재하는 듯이 그녀를 통과시켰다. 동시에 날카로운 꼬리 끝에 돋아난 가시가 그녀의 몸을 가격했다.
꼬리의 가시는 홀로 실체가 존재하는 듯이 강한 관통력으로 부딪쳐 왔다. 하지만 나미의 온몸을 감싼 빛이 녀석의 공격을 단단히 막아냈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두 손을 앞으로 뻗은 채 전갈 괴수의 온몸을 뚫고 지나갔다.
그때였다.
전갈 괴수의 몸속, 깊은 어둠 안에 자리 잡은 무언가가 보였다. 흐릿해서 형태가 똑바로 보이지 않았다. 나미는 생각할 것도 없이 그것을 꽉 움켜쥐었다.
화악, 하고 어둠이 사그라졌다. 밝은 햇빛 아래 나미는 가볍게 땅에 착지했다. 사방을 막고 있던, 전갈 괴수의 몸을 구성한 빛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손에 잡힌 것을 확인했다. 처음 보았던 그 조그마한 전갈 괴수가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역시…….”
확실해졌다. 전갈 괴수는 몸집을 직접 키운 게 아니라 무형의 에너지를 뿜어 임시적인 육체를 형성한 것이다. 즉 무형의 에너지로 만든 거대 갑옷을 입고 싸운 셈이다.
아마 부분적인 실체화 적용을 달리 함으로써 외부의 공격은 헛되이 만들고, 이쪽의 물리력은 유효하게 적용한 것이리라.
“레지나한테 보여주면 되겠네.”
나미는 전갈 괴수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전갈 괴수는 한동안 버둥거리다가 겁에 질렸는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순간 전갈 괴수가 변화를 일으켰다. 꼬리와 다리가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몸통이 흡수하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나미는 당황했다. 그러나 그녀의 반응과 상관없이 전갈 괴수는 이미 변이를 마친 뒤였다.
손에 쥐어진 것은 시리도록 차갑게 빛나는 구체형의 검은 돌이었다. 멍하니 검은 돌을 들여다보던 나미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 이거 아직 살아 있는 거야?”
* * *
한창 촬영에 바쁜 현장은 무척 소란스러웠다. 여기저기서 촬영진이 소리를 지르고, 한쪽에서는 배우들이 대본을 들고 마지막까지 감정을 다듬고 있었다. 스태프도 장비를 운반하거나 세트를 설치하는 등 자기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미드 더 제니스는 전미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드라마였다. 배우진도 당연히 현재 신헐리우드 최고의 인지도와 실력을 자랑하는 유명파들이다. 그리고 지금 촬영장 한쪽을 차지한 한 인물이 이 톱 배우들의 시선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저 사람이라고? 실제로 보니까 진짜 평범한 느낌인데…….”
“옷도 검소하게 입었네. 어디 브랜드지? 명품 같아 보이진 않은데.”
“아까 연기한 거 봤어? 제법 괜찮게 하던데?”
“그거 알아? 까메오가 아니라 잘못하면 신 캐릭터로 등장하게 생겼어.”
“뭐? 정말?”
“응. 제니스 공격대장, 미스터 유의 새로운 라이벌로 등장시킬 생각인가 봐. 아까 작가진 이야기 들어보니까 벌써 대본이 그리 나왔던데?”
시즌4에 새롭게 출연하는 배우들은 뭔가 상황이 웃기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더 제니스’는 실존하는 제니스 공격대를 소재로 삼아서 만든 드라마다. 실제 현실을 조금 각색하긴 했다.
제니스 공격대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LA에서 태어난 ‘에릭 유’라는 인물이다. 그리고 에릭의 연인인 한효주는 순수 한국인 여성으로 한미 합동 레이드에서 서로 눈이 맞아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제 제니스 공격대장이 드라마에 출연해서 자기를 모티브로 삼아 만든 캐릭터와 라이벌 관계가 된다고?
“시청자들 호기심은 제대로 자극하겠네.”
“엄청 재밌을 것 같다. 감독이 그냥 생각 없이 막 시나리오를 뜯어고친 건 아니었구나.”
“근데 연기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연기는 잘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저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배우를 해? 까메오 출연만 해도 대단한 건데.”
배우들은 그 점을 우려했다. 까메오 출연만으로도 충분히 화제성을 끌어 모을 수 있지 않은가.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은 법이다. 유지웅이 너무 깊게 드라마에 나오는 것은 악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한편 감독은…….
“이 캐릭터, 뭔가 살아있지 않아?”
“그러게요. 처음에는 그냥 연기를 좀 제법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볼수록 사람을 당기는 뭔가가 있어요.”
“여기 이 표정을 봐. 시크인 듯 시크하지 않고 시크같은 이런 표정, 아무나 소화할 수 있는 거 아냐.”
“검으로 괴수를 그을 때는 어떻고요. 저렇게 우수에 찬 동작으로 무성의하게 칼질하기도 쉽지 않아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열다섯 살 같지 않아? 아니, 표현력은 오히려 그 이상인데? 아예 이런 캐릭터로 몰아가는 건 어때?”
“성인이 돼서도 질풍노도가 끝나지 않은 캐릭터요?”
“그렇지! 항상 우수에 찬 표정이고, 세상에 관심 없다는 듯 무성의하게 사람을 대하고,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마음속에 따뜻한 정이 있고, 그런데 그런 마음을 들키는 건 또 끔찍하게 싫어하는 그런 캐릭터 어때?”
“딱인데요.”
처음에는 기겁을 했던 작가진도 진지하게 신 캐릭터 추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까메오로 몇 번 써먹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캐릭터가 아닌가.
연기 실력이 다소 불안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큼은 해줘도 충분할 것 같다. 애초에 초심자가 이 정도로 연기에 몰입이 가능하다는 것부터가 대단한 일이다.
문제는 상대의 신분이 너무 대단하다는 것이다. 더 제니스가 아무리 대단한 드라마라 해도 그 제작사를 수백 개쯤, 아니 신 헐리우드 자체를 통째로 사버릴 수 있는 재력가 아닌가.
“제가 정식으로 출연을요?”
“네. 이대로 까메오로 잠깐 나오고 사라지기에는 너무 아쉬운 캐릭터입니다. 회장님 연기 실력도 너무 뛰어나시구요. 색다른 취미를 즐긴다 치고 한 번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스티븐 게이볼그 감독은 조심조심 의사를 타전했다. 그간 지켜본 바에 따르면 유지웅은 재미있는 여흥거리에 집착하는 면모를 보였다. 또 그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런 색다른 유흥을 즐길 수 있을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와, 재밌겠다. 좋아요. 한 번 해보죠.”
“감사합니다! 그럼 시즌4는 에릭 유와 유지호의 라이벌 구도로 나가는 전개로 하겠습니다!”
유지웅은 연기를 잘한다는 말이 신선했다. 나한테 그런 재능도 있었나?
정식 출연 제안을 수락하고 감독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회장님. 조사연구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급보라고 합니다.”
유지웅은 멈칫 했다. 조사연구팀이라면 지금 최윤이 이끄는 균열 탐색팀이다. 그곳에서 급보가 왔다면 보통 일이 아니리라.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감독님, 죄송한데 제가 직접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생겼어요. 며칠 시간이 걸릴 거 같은데 촬영이 지연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네요.”
“괜찮습니다. 며칠쯤이야 뭐 어떤가요.”
촬영 일정이 매우 촉박했지만 감독은 전혀 티내지 않고 겉으로는 웃었다.
“무슨 일이신지 모르지만 잘 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출연은…….”
“걱정 마세요. 이거 시즌4 너무 재밌어 보여서 저 꼭 출연할 거거든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스티븐 감독은 아까 부하의 보고를 받은 유지웅의 표정이 너무 심각한 게 마음에 걸렸다. 말로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안 좋은 예감이 괜히 가슴을 맴돌았다.
“저 갔다 올 때까지 제가 연기해야 할 캐릭터 좀 더 멋지게 다듬어주세요. 기왕이면 죽음의 선 말고 죽음의 점 같은 것도 보이는, 뭐 그렇게 파워업해가는 전개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거 재밌는 생각이네요. 참고하겠습니다.”
“그럼 며칠 잠깐 갔다 오겠습니다. 갔다 와서 마저 재밌게 촬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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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캐릭터 한 마디로 말해서 미들투신드롬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