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47)
00747 어둠의 저편 =========================================================================
“나미 씨가 의심 가는 장소를 찾았답니다.”
조사연구팀이 있는 현장에 급히 도착한 유지웅은 최윤으로부터 자세한 보고를 들었다. 이동 중에 간략히 들은 내용이랑 큰 차이는 없었다.
“전갈 괴수와 싸워 생포했는데 녀석이 갑자기 검은 돌로 변했다고 합니다. 죽이지도 않았는데요.”
“죽이지도 않았는데요?”
“예, 그렇습니다. 나미 씨는 그런 내용만 전달하고 다시 교신이 끊어졌습니다. 아마 통신 불능 지역으로 들어간 듯합니다.”
“잠깐, 그럼?”
그제야 유지웅의 안색도 심각해졌다. 최윤이 얼른 말했다.
“일단 연구소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최대한 인원을 대피시켰습니다. 세종시 부근에도 경계 발령이 필요합니다. 회장님께서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전갈 괴수가 검은 돌로 변한 게 죽은 것이 아니라면 자칫 세종시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유지웅은 급히 청와대에 전화를 해서 간략한 사정을 설명했다.
「알겠습니다.」
대통령은 두 말 않고 유지웅의 말을 받아들였다. 전화를 끊고 유지웅은 장태준을 돌아봤다.
“만약을 대비해서 한국에도 예비대를 보내야겠어요. 세 개 팀 정도 보내죠.”
“세 개 팀이나 말입니까?”
“그 정도는 보내야 적당할 거예요.”
장태준은 잠시 생각을 한 뒤 끄덕였다.
“그럼 4, 5, 6 예비대를 한국에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최 소장님. 균열은 아직 못 찾은 거죠?”
“휘버 박사는 균열을 뚫고 근처에 레마시아 연구소를 세웠습니다. 이 부근 어딘가에 균열이 존재합니다만, 정확한 좌표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미 씨가 전갈 괴수를 봤다는 그 장소 근처에 있지 않을까요?”
“가능성은 높습니다만…….”
“그럼 됐어요. 바로 수색하죠.”
유지웅이 팔을 걷어붙이며 나서자 최윤은 기겁을 했다.
“사전 조사 없이 들어가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더 이상의 조사는 의미가 없어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지금 쳐들어가야죠. 만약 머뭇거리다가 나미 씨가 당하기라도 하면 우리는 큰 조력자 하나를 잃는 거예요.”
“맞는 말씀입니다.”
장태준이 거들고 나섰다. 나미는 현재 인류에 호의를 가지고 있는 지성체다. 불확실한 이 싸움에서 확실하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나미의 도움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 그녀가 당하기라도 하면 제니스의 전력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그녀와 연락이 끊어진 지금 서둘러 가세해서 자세한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
최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두 손을 들었다.
“알겠습니다. 이쪽에서도 최대한 통신 회복을 위해 노력해보겠습니다.”
“통신 장애까지 있는 거 보니 확실하네. 여기가 바로 던전이 틀림없어요.”
마음을 정한 유지웅은 정효주를 돌아봤다. 그녀는 그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듯이 작게 끄덕였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집결한 제니스 대원들을 둘러봤다.
어느 누구도 불안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레이드 경험으로 다져진 그들은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전우였다.
“보안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못해요. 사실 어떤 괴수들이 있을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해요. 지금까지 상대한 어느 괴수보다 더 강력한 녀석들이 있을 겁니다.”
제니스 대원들은 굳은 얼굴로 들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럴 힘을 가진 사람은 우리 외에는 없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대원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았다. 그 점이 참으로 마음 든든했다.
“나디아, 너도 도와줄 거지?”
“황공하옵니다, 폐하. 소녀, 이 몸을 다 바쳐 폐하의 위업을 돕겠사옵니다.”
나디아는 얼굴이 붉어진 채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며 머리를 숙였다. 한껏 정중한 인사에 유지웅은 마음이 놓였다.
대원들이 총공격을 위해 마지막 준비 점검에 들어간 사이 최윤이 홀로 유지웅에게 다가왔다.
“회장님. 균열 주변에는 어떤 괴수들이 있을지 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조심하십시오.”
“그 정도로 위험한가요?”
“다른 괴수들은 대기권에 함유된 결정 에너지를 흡수해서 변이를 일으켰습니다만, 균열 근처의 괴수는 고농도의 결정 에너지를 직접 쐬게 됩니다. 그 차이점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유지웅은 안색이 살짝 굳어졌지만 이내 천천히 끄덕였다. 그 정도쯤은 예상한 일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균열 주변에 뭐가 있든 간에 다 물리치고 최 소장님을 안전하게 모셔올 테니까요.”
“…….”
최윤은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지구의 안전을 위해서는 균열을 닫거나, 혹은 확장을 저지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다. 먼저 균열 근처의 안전을 확인하고, 심혈을 기울여 연구를 해야 방법을 고안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마저도 장담할 순 없다.
설령 균열 폐쇄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된다. 이미 인류는 결정 에너지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결정체가 사라진다면?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전 지구적 혼란이 오게 될 것이다. 아포칼립스 영화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 다녀올게요, 최 소장님.”
“……부디 조심하십시오.”
준비를 마친 유지웅은 제니스 공격대를 이끌고 떠났다. 최윤은 수송차량들이 저 멀리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느새 옆에 와서 선 레지나가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지금은 하나만 생각해요.”
“알고 있어요.”
최윤은 쓴웃음을 지었다.
결정체가 사라진 세상, 그로 인한 혼란, 인간끼리 겪게 될 갈등과 다툼, 그런 것들은 사실 배부른 평화의 투정이다. 균열을 저지하지 못하면 운명은 인류에게 아무 것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멸망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최 소장님. 가렌 박사님 호출입니다.”
그때 니트로가 급한 얼굴로 달려왔다. 표정이 잔뜩 굳은 게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듯했다.
“최윤입니다. 가렌 박사님, 무슨 일이시죠?”
「큰일났소, 최 소장.」
수화기 너머 가렌의 목소리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검은 돌이 사라졌소.」
* * *
조그마한 전갈이 여러 개의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며 환풍구를 기어가고 있었다. 간혹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릴 때면 납작 정지한 채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환풍구를 통과한 전갈은 벽을 타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전갈은 머리를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살폈다.
처음 보는 희한한 것들이었다. 의자, 책상, 커다란 화면,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괴한 금속 덩어리들까지.
전갈은 벽을 타고 올라갔다. 컴퓨터 키보드 위에 선 전갈은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를 살폈다.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 났다. 분명 처음 보는 것일진대, 어디서 본 듯한 이 느낌은 대체 무엇인지…….
그 기시감은 물론 전갈이 느끼는 것이 아니다. 지금 전갈은 자신을 창조한 이의 눈과 귀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처음 보는 사물들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시감, 그것은 전갈의 눈을 통해 이곳을 관찰하는 창조주의 것이었다.
전갈은 앞발을 들어 붉은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것이 전원 버튼이라는 것은 몰랐지만, 왠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삐빅거리며 컴퓨터에 불이 들어왔다. 화면이 켜지고 부팅이 실행되었다. 전갈은 머리를 들어 그 모든 신기한 현상을 빠짐없이 관찰해서 창조주에게 전달했다.
그때였다.
“어디 있는 거야, 대체?”
“못 찾겠는데. 탐지 장비에 아무 것도 안 걸려.”
“젠장, 이거 가지고 찾을 수 있겠어? 원래 탐지망에 안 걸리는 놈이라고 했잖아?”
“그래도 찾아야지!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다고 하니까 조심해! 발견하더라도 절대 접촉하면 안 돼!”
전갈은 재빠르게 벽을 타고 환풍구로 들어갔다. 거의 동시에 문이 거칠게 열리며 군복을 입은 이들이 들어섰다. 그들은 재빠르게 방 내부를 수색했다.
“뭐야? 여기 통제실 컴퓨터 왜 켜져 있어?”
“급히 소개령을 내렸으니까 그랬겠지. 빨리 끄고 나와. 수색해야 할 데가 한두 군데가 아냐.”
수색을 마친 군인들은 다시 빠져나갔다. 전갈은 다시 내려가지 않고 환풍구를 따라 다른 곳으로 향했다.
통제실, 식당, 실험실, 연구실, 공원, 보도……. 전갈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구소 내부를 마음껏 돌아다니며, 그 모든 풍경을 두 눈에 담았다.
잔디밭을 빠르게 기어 간 전갈은 벽을 타고 어느 건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거쳐 왔던 방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컴퓨터와 책상, 책이 가득한 방이었다. 한쪽에는 간이침대도 있었다.
전갈은 다리를 타고 책상 위로 올라갔다. 모니터를 확인한 전갈은 이내 흥미를 잃고 다른 것으로 시선을 옮겼다.
전갈은 문득 모니터 옆에 놓인 조그마한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속에서는 백발이 생성한 노인이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근엄한 표정의 노인의 품에서 소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듯이 활짝 웃고 있었다. 사진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는 세련된 필체로 글씨가 쓰여 있었다.
「사랑하는 내 손녀, 레지나와 함께.」
전갈은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 * *
고요한 어둠이 헝클어졌다.
언제까지나 닫혀 있을 것만 같았던 괴물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짙고 푸른 광휘가 일렁이는 눈동자에는 커다란 혼란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괴물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플레그를 이것저것 뿌리긴 했습니다만, 갓사딘 파트는 나귀족답게 마무리됩니다. 크게 내상 입으실 일은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