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51)
00751 어둠의 저편 =========================================================================
균열을 앞에 두고 제니스 공격대는 넓게 산개한 채 혹시 모를 습격을 대비했다. 이미 샅샅이 수색했지만 또 다른 괴수가 공격해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고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오감으로 괴수의 기척을 느껴야 했다.
“이걸 과연 닫을 수는 있을까?”
유지웅은 균열을 보며 가볍게 신음했다. 과연 저것을 닫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균열의 창조자인 휘버도 결국 실패하지 않았던가? 과연 최윤이 휘버도 못해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이게 괴수와 결정체의 근원이란 말이죠, 공대장님?”
탱커 이유리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서른줄에 접어든 그녀는 여전히 십 대의 청초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와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네, 그래요.”
“그럼 이걸 닫으면……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거죠?”
유지웅은 잠시 멈칫 했다. 불안해하는 대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저절로 쓴웃음이 입가에 맺혔다.
“대기권 내의 결정 에너지가 점차적으로 줄어들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고갈되지는 않아요. 금방 백수가 될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세요.”
“하지만 지금 인류 문명은 전적으로 결정체에 의존하고 있지 않은가요?”
“그렇죠. 큰 혼란이 오겠죠.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균열을 닫는다 해서 결정 에너지가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적으로 감소한다. 최윤의 계산으로는 5년에서 10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러나 인류 전체가 대비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인류는 결정체에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다. 연료, 의약 물질, 소재 물질 등 어느 것 하나 결정체가 쓰이지 않는 분야가 없다.
늦어도 10년 안에 결정체가 사라진다? 과연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해양 봉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공황이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덮칠 것이다.
“이걸 꼭 닫아야 하나요?”
“말했지만, 균열을 이대로 두면 언제 터질지 몰라요. 그게 십 년 후일 수도 있고, 바로 일 년 뒤일 수도 있어요. 균열이 터지게 되면 그 충격은 소행성이 지구를 덮친 것 이상이 될 거예요.”
“…….”
“아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자신들은 참 나은 거라고 유지웅은 생각했다. 미리 사실을 알고 있으니 가장 앞선 위치에서 사회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모아 놓은 돈도 많으니 경제적으로 쪼달릴 일은 없다.
반면 수십 억 명의 일반인들에게는 지옥 같은 순간이 도래하는 것이다. 모든 물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경제가 마비될 것이다.
‘안슐은 걱정 없겠네.’
결정체가 사라지면 석유는 연료로서의 가치를 되찾는다. 중동 지역에는 아직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으니, 오히려 그들에게는 활황기가 될지 모르겠다. 유지웅은 이럴 줄 알았으면 유전 몇 개쯤 사놓을 걸, 하고 가볍게 후회했다. 말 그대로 가벼운 후회였다.
대원들은 불안한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납득했다. 이미 한 번 설명을 들은 일이었다.
균열을 막으면 결정체가 사라지지만, 균열이 터지면 모든 인간이 죽는다.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다만 결정체가 사라진 세상을 과연 견딜 수 있을지 불안했을 뿐이다.
“자아, 그럼…….”
정효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식을 취했으니 다시 주변을 수색하기 위해서였다. 고개를 돌리던 그녀는 순간 안색이 창백해져서 외쳤다.
“지, 지웅아! 저기 뒤!”
“뭐?”
“보호막을 쳐!”
무심코 뒤돌아보던 유지웅은 보호막을 치란 말에 반사적으로 손끝을 뻗었다. 어리둥절하게 서 있던 탱커는 갑자기 자신에게 보호막이 걸리자 놀랐다. 바로 그때.
스걱!
허공이 잘리는 섬뜩한 소리가 울렸다. 푸른 광휘가 바람을 가르며 탱커를 덮쳤다.
쩌어엉!
격렬한 떨림이 허공으로 비산했다. 탱커는 등 뒤에서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은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의식을 잃은 그는 발작하듯이 사지에서 경련을 일으켰다.
“힐! 어서 힐을!”
놀란 힐러들이 서둘러 힐을 퍼부었다. 유지웅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3단 보호막을 한 방에?’
3단 보호막이 한 번에 벗겨졌다. 그뿐만 아니라 S급 방어장비로 무장한 탱커를 빈사 상태로 몰아넣기까지 했다. 만약 방어장비, 혹은 보호막 어느 하나만 없었어도 탱커는 즉사했을 것이다.
“어디야? 어디 있어?”
“안 보여요!”
“조심해요!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경계에 신경 써요!”
대원들은 서둘러 전투 대형을 갖췄다. 침 넘어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사방은 고요했다.
적은 탱커를 공격한 즉시 모습을 감췄다. 모든 것은 찰나간에 이뤄졌다. 적의 모습을 본 것도 정효주뿐이었다.
“효주야, 봤어?”
“얼핏.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다음에 또 갑자기 사라졌어.”
“네 동체 시력이 못 따라갈 정도로 빨라?”
“그건 아닌 것 같…… 아앗! 거기, 거기요!”
정효주가 재빨리 한 방향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쪽에 있던 대원들은 놀라서 허공을 올려다봤다. 푸른빛이 번뜩이며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근딜진은 다급히 산개해서 피했다. 탱커는 이를 악물고 점프했다. 근딜을 대신해서 몸으로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쩌어엉!
푸른빛 궤적이 부딪치며 탱커의 몸을 감싼 보호막이 강하게 떨렸다. 보호막이 순식간에 깨져나가며 엄청난 충격이 탱커의 몸을 덮쳤다. 탱커는 이번에도 버티지 못하고 곧바로 기절했다.
터억, 공격을 한 존재가 땅에 내려앉았다. 스산한 푸른 기운이 주변에서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저건 뭐야.”
신음처럼 누군가 말했다. 이번에는 대원들도 누가 자신들을 공격하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괴수…… 아니, 사람? 괴물?”
그것은 검은 피부로 온몸이 뒤덮인 거인이었다. 3미터가 넘어가는 장대한 키, 단단한 근육으로 뒤덮인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머리에 돋아난 커다란 두 개의 뿔이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악마……?”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바로 그랬다. 저것은 괴수라기보다는 차라리 악마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괴물이 오른팔을 천천히 들었다. 오른팔은 팔꿈치에서부터 푸른 빛을 내뿜는 빛의 칼이 돋아나 있었다. 마치 전신이 빛으로 만들어진 듯 칼은 날카로운 예기를 사정없이 흩뿌리고 있었다.
괴물의 두 눈이 유지웅을 향했다. 눈동자가 없는 푸른 광채로만 이뤄진 시선에 유지웅은 섬뜩한 한기를 느꼈다.
괴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균열을 건드리려는 자, 응징 받을 것이다.」
유지웅은 확신했다. 저 녀석은 최소 화이트급 이상의 괴수인 게 분명했다. 피즈가 자신들을 못 알아봤던 것도 아마 저 녀석이 무슨 수를 쓴 것이리라.
지성을 가진 괴수, 아니 괴물.
합동 레이드에 있어 가장 까다롭기 그지없는 적이다. 거기다가 최소 화이트급 이상. 유지웅은 자세를 낮추며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쉽지 않겠는데…….”
“그래도 해야지.”
옆에서 정효주가 말을 받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단단한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유지웅은 쓴웃음을 지으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의 몸짓에 따라 대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탱커들이 앞장서고, 그 뒤를 근딜진, 다시 원딜진이 포지션을 취했다. 괴물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듯이 공격대는 포위망을 형성했다. 가장 선두에는 정효주가 있었다.
유지웅의 온몸이 황금빛 광채에 휩싸였다. 거기에 맞춰 탱커진과 원딜진이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들의 몸에서 솟구친 빛이 나선을 그리며 팔을 휘감듯이 뻗어나가 손끝에 맺혔다.
아무런 오더도 없었다. 하지만 대원들은 마음이 통하기라도 하듯이 똑같이 비거를 끌어올려 괴물을 조준했다. 유지웅이 외쳤다.
“발사!”
수십 개의 섬광이 괴물을 관통하듯이 덮쳤다. 거의 동시에 유지웅은 광역 보호막으로 모든 대원을 감쌌다.
사방이 찢어지는 굉음이 울리며 지하 공동을 뒤흔들었다. 폭발 섬광이 주변을 뒤덮으며 시야를 가렸다. 너무 눈이 부셔 한 치 앞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굉음이 멎었다. 무시무시한 폭발이었지만 다행히 지하 공동은 무너지지 않았다. 내심 무너지면 어쩌나 걱정했던 유지웅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 저걸 보세요!”
누군가 비명처럼 외쳤다. 잦아든 굉음 사이로 유지웅은 한 그림자가 터덜터덜 걸어오는 걸 보았다. 마침내 괴물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유지웅은 가볍게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말도 안 돼…….”
괴물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탱커진과 원딜진의 궁극기를 한꺼번에 맞고도? 나미도 저렇게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그때였다. 괴물의 모습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유지웅은 퍼뜩 놀라 두리번거렸다. 순간 오싹한 한기가 등 뒤에서 느껴졌다.
“안 돼!”
정효주의 비명이었다. 유지웅은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멈춰 버린 듯했다. 그 얼어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오직 정효주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정효주는 그를 와락 껴안은 채 몸을 돌렸다. 그제야 유지웅은 볼 수 있었다. 푸른 빛으로 만들어진 칼날이 허공을 그으며 자신을 껴안은 그녀의 등으로 똑바로 낙하하는 것을.
쩌어엉!
보호막이 깨져나갔다. 그녀의 등을 단단히 감싸고 있던 S급 방어장비도 깨져나갔다. 빛의 칼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녀의 등을 파고들었다.
그 모든 것은 찰나에 이뤄진 것일진데, 유지웅의 눈에는 마치 느리게 돌린 화면처럼 똑똑히 각인되고 있었다.
“히, 힐을! 어서 힐을 줘요!”
누군가의 비명이 울렸다. 그제야 유지웅은 시간의 어긋남에서 벗어나 현실로 되돌아왔다.
등이 쩍 벌어진 정효주가 피를 흘리면서도 자신을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다. 가느다란 호흡은 금방이라도 멎을 것만 같았다.
“네 상대는 나다, 괴물아!”
시간을 벌기 위해 김철희가 포효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높이 점프한 김철희는 그대로 칼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괴물의 시선은 여전히 유지웅을 쫓고 있었다. 광역 보호막을 보고 가장 위험한 적으로 인식한 모양이다. 괴물은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빛의 칼을 등 뒤로 들어올렸다. 김철희가 휘두른 칼이 빛의 칼과 부딪쳤다.
까강!
김철희가 내리친 칼은 그대로 산산조각 났다. 휘청거리던 김철희는 얼른 중심을 잡았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잡이만 남은 칼과 괴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괴물이 말했다.
「균열을 건드리려는 자,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괴물의 온몸이 푸른 빛에 휩싸였다. 그에 동조하듯이 지하 공동 전체가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천장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유지웅은 균열이 짙은 오오라를 내뿜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괴물과 공명하듯이 균열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던 것이다.
“철희야! 균열로 달려가!”
“형? 뭐라고?”
“균열 쪽으로 달려가! 어서!”
김철희는 더 반문하지 않고 서둘러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있는 힘껏 균열이 있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괴물이 시선을 돌렸다. 김철희가 균열을 파괴하려는 것으로 판단한 것일까. 괴물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허공에 녹아들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괴물은 김철희의 눈앞에 나타나며 앞을 가로막았다.
이때다 싶어 유지웅은 외쳤다.
“이유리 씨! 그대로 궁극기를 저 놈에게 날려요! 철희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돌아 와! 어서!”
김철희는 얼른 몸을 돌려 본진으로 달렸고, 이유리는 몰래 끌어 모으고 있던 궁극기를 그대로 괴물에게 날렸다. 유지웅은 정효주를 끌어안은 채 목이 터져라 외쳤다.
“후퇴! 일단 후퇴! 모두 여기서 벗어나요!”
지하 공동이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유리가 날린 궁극기가 만들어낸 충격파가 괴물과 공격대 사이의 시야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공격대는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철희야! 저 위로 궁극기 날려!”
“알았어!”
김철희는 서둘러 천장을 향해 궁극기를 날렸다.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까마득하게 높았다.
“저기로 올라가요! 여기서 나가야 해요!”
탱커진과 근딜진은 각각 힐러와 원딜을 업은 채 수직 통로를 타고 탈출을 시도했다. 유지웅은 만약을 위해서 제일 마지막까지 남았다.
‘왜 안 쫓아오지?’
그는 초조하게 괴물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괴물은 쫓아올 기미가 없었다.
어째서? 왜 안 쫓아오는 것일까?
지하 공동의 떨림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의식을 회복한 정효주가 마지막으로 유지웅을 업은 채 지하 공동을 탈출했다.
땅 밑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공격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굉음이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땅을 뚫고 솟구쳤다.
유지웅은 생각할 것도 없이 광역 보호막을 쳤다. 반구형이 아니라 땅 밑까지 감싸듯이 보호하는 구체형 보호막이었다. 가까스로 광역 보호막을 전개한 순간 커다란 폭발이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마치 핵이라도 터진 듯 어마어마한 폭발이었다.
============================ 작품 후기 ============================
갓사딘 파트는 약 25-30편 안으로 끝날 듯 싶습니다.
1월달이 종료되기 전에는 갓사딘 파트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연재가 늦어져서 저도 염치가 없습니다. 죄송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