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61)
00761 나는 귀족이다 =========================================================================
균열이 사라지고 2년, 세상은 많은 것이 변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정효주가 단상에서 덤덤히 말했다. 수백여 명의 사람들의 얼굴에 다양한 감정이 떠올랐다. 어떤 이는 허탈해했고, 어떤 이는 울적해했으며, 어떤 이는 몹시 아쉬워했다.
―특종! 정효주 공격대장, 제니스 공격대 탈퇴!
―정효주 탱커의 은퇴 선언! 예견된 것이었나?
―앞으로 대외 활동은 자제할 것을 결심!
제니스의 신임 공격대장인 정효주가 공격대를 탈퇴했다. 비단 공격대뿐만이 아니라 레이드계에서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그녀는 세상 그 어떤 탱커보다 뛰어났으나 2년 전 남편을 잃고 모든 의욕을 잃었다.
공격대 주축 멤버들은 이름만이라도 올려달라고 사정했으나 그녀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탈퇴식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이 하셨어요, 공대장님…….”
“미안해요.”
“아니에요.”
비록 공격대를 탈퇴했지만 그녀는 유지웅을 계승한 지분 사장의 지위는 유지하고 있었다. 공격대가 보유한 장비 대다수는 유지웅이 사비로 구입한 것이기에 소유권이 그녀에게 있었다. 장비 외에 공격대가 보유한 전투 기록 등 지적 재산권도 마찬가지다.
물론 더 이상 괴수가 결정체를 남기지 않기에 공격대의 유무형적 자산 가치는 예전에 비하면 대폭 하락했다. 지금 시대에서 공격대는 괴수를 퇴치하기 위한 방어부대이지, 예전처럼 고부가가치 산물인 결정체를 공급하는 생산소가 아니다.
정효주가 돌아가고 많은 대원들이 안타까워했다.
“공대장님이 계속 계셔줘야 하는데……. 공대장님만한 탱커가 대체 어디 있어?”
“어쩔 수 없지.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되셨으니…….”
“대외 활동 귀찮기도 하실 거야. 여기저기서 군침 흘리는 늑대들이 노리고 있으니…….”
우습게도 정효주는 상류층 결혼 적령기의 남자들이 노리는 최고의 신붓감이었다.
29에 아이가 셋 딸린 미망인. 이것만 보면 왜 그녀가 최고의 신붓감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외 조건을 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탱커이자 29의 나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앳되고 어린 미모.
추정치 3경 원이 넘어가는 보유 자산. 이것은 부동산과 현물, 현금만 합산한 것으로 브라우니 등 보유 괴수의 가치는 제외한 것이다. 애초에 괴수의 가치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었으니까.
그리고 전략병기로 취급받는 브라우니의 유일무이한 주인.
그 밖의 자잘한 조건들은 제외하더라도, 위 세 가지만으로도 그녀는 세계 최고의 신붓감으로 손꼽힌다. 오죽하면 유명 국제 저널에서는 2년째 그녀를 ‘세계에서 제일 매력적인 신붓감’으로 손꼽고 있을까.
한국의 재벌가, 미국의 부호층, 유럽의 왕족 등 그녀를 노리는 남자는 무수히 많았다. 그녀만 잡으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패왕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어떤 남자의 접근도 거부했다. 화려한 치장도 삼갔고 대외 활동도 줄였다. 공격대마저 탈퇴하고 유지웅이 남긴 자산 관리와 재단을 통한 기부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집으로 가죠.”
그 말만 남기고 그녀는 피곤한 듯이 눈을 감았다.
사실 몸이 피곤한 건 아니다. 완전한 레드 결정체를 몸에 가지게 된 그녀는 세상 누구보다 뛰어났고, 강력했으며, 아름다웠다. 단독으로도 나미와 동급의 힘을 낼 수 있을 정도다. 즉 브라우니가 아니라 그녀 혼자서도 일인군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점이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2년 전, 외부에서 익숙한 힘이 흘러들어왔을 때, 그 힘이 자신의 내부에 있는 힘과 하나로 합쳐졌을 때, 그리고 이전보다 더욱 강력하고 완전한 힘을 내게 되었을 때, 그녀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깨닫고 오열했으니까.
오랫동안 두 개로 분열되어 있었던 결정체는 그렇게 다시 하나로 합쳐졌고, 그녀는 반쪽을 잃었다.
“도착했습니다.”
리무진이 들어서자 정문이 열렸다. 차량은 정원 사이에 난 길을 따라 부드럽게 달렸다. 멍하니 밖을 내다보던 정효주의 시선에 정원의 어느 지점이 맺혔다.
바로 신랑과 결혼식을 올렸던 그 장소였다. 그 순간 참지 못하고 눈에 눈물이 핑 돌고 말았다.
―집에서 결혼식 올리면 나중에 추억하기도 쉽고, 애들한테 들려주기도 좋지 않아?
―그럼 우리 애들도 나중에 여기서 결혼식 시킬까?
―그래, 그러자.
그를 잃기 전에는 엊그제마냥 생생했던 추억이었다. 그러나 그를 잃고 난 지금은 까마득한 오래 전처럼 아득한 그리움이자 슬픔이 되었다.
차량이 저택 앞에 멈추기 전 그녀는 얼른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얼굴을 확인했다. 가족들에게 슬픔에 찬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아아!”
쌍둥이 자매 유하연과 유하원이 신이 나서 뛰어왔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두 팔에 아이들을 안아들었다.
“오빠랑 잘 놀고 있었어?”
“응!”
“할머니, 할아버지도 왔어!”
“그래?”
그녀는 순간 멈칫 했다. 두 분이 불편해서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낳아주셨던 분들에게 그런 마음은 없다. 다만…….
“왔니?”
“네, 아버님. 어머님. 언제 오셨어요?”
“좀 전에 왔다. 잠깐 앉으려무나.”
“예.”
그녀는 다소곳하게 앉았다. 쌍둥이 자매가 옆에서 칭얼거렸다. 유세현이 슬그머니 다가와서 여동생들을 데리고 나갔다. 어린 아이답지 않게 눈치가 빠르고 똑똑했다.
시아버지, 유재석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말했다.
“전에 한 번 가볍게 운을 떼긴 했다만…… 우리는 네가 이렇게 사는 거 별로 마음에 들지 않구나.”
“아버님.”
“넌 우리한테 며느리 아니다. 딸이다. 딸이 젊은 나이에 청산과부 돼서 쓸쓸하게 사는 거 어느 부모가 원하겠니?”
“…….”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만하면 지웅이도 나중에 저승에서 크게 원망 안 할 거다. 이제 그만 네 인생 찾으려무나.”
눈물이 핑 돌았다.
두 분의 마음이 그러하듯이 자신 또한 그랬다. 그녀와 두 사람은 단순히 며느리와 시부모 관계가 아니었다. 정효주가 갓난아기 시절부터 두 사람이 딸처럼 봐왔고, 며느리로 맞이하며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었다.
유지웅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아들이라면 정효주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딸이었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것은 원통하기 그지없지만, 하나 남은 딸까지 외로이 여생을 보내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았다.
보통 며느리도 그렇게 사는 것이 가슴 아플지언데, 아기 시절부터 딸처럼 봐온 며느리가 저리 사는 것을 어떻게 그대로 봐줄 수 있을까.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저 위해주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하지만 저 그냥 그이한테 의리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
“효주야.”
“그냥…… 가슴에 돌 하나가 박혔어요. 빠질 생각을 안 해요. 그런데 어떻게 다른 인생을 살 수 있겠어요.”
“뺄 생각이 없는 건 아니고?”
정효주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시어머니, 김남희는 가볍게 한숨만 쉬었다.
“네 뜻이 그렇다면 우리도 재촉은 않으마. 하지만 우리 눈치 보느라 평생 수절하듯 살지는 말았으면 하구나. 너 아직 서른도 안 됐어, 이것아.”
“감사합니다, 어머님.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두 분은 늦게까지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다시 호남으로 내려갔다.
유지웅이 죽은 후 세상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놓고 친족간의 끊임없는 법정 공방을 예상했다. 1, 2억 가지고도 목숨을 걸고 다투는 게 유산인데, 현물 자산만 3경 원이 넘어가는데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나 슬픔의 와중에도 정효주는 확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유산 집행에 있어 교통정리를 분명하게 했다.
유지웅이 생전에 유언장에 명시한 대로, 유재석 부부에게는 각각 1조 원의 현금이 남겨졌다. 그 외의 자산은 정효주와 세 아이들에게 상속되었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 정도면 됐다.”
“어차피 나중에는 다 애들한테 갈 돈 아니냐.”
3경 원이 넘어가는 막대한 자산이 정효주와 세 아이들에게 분배되었지만, 친권자임을 고려할 때 사실상 정효주가 그 돈을 쥐고 휘두르는 셈이다. 때문에 세간에서는 거액의 상속 미망인이니 뭐니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녀에게는 조금도 기쁜 일이 아니었다.
정효주에게, 그리고 유지웅에게 있어 돈은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이었지, 목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둘의 목적은 언제나 상대방이었고, 가족이었다.
침실에 들어선 정효주는 침대에 앉아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봤다. 사진 속의 자신은 유지웅의 어깨에 매달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마 저 때의 자신은 참으로 행복했겠지. 그러나 지금은 그 행복했던 기억이 너무나 낯설고, 그래서 눈물이 났다.
* * *
“여기는 델타3! 지원 바람! 지원 바람!”
「가고 있다! 조금만 버텨라!」
“으악! 탱커진이 전멸했다! 공격대 진형 붕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제니스? 제니스는!”
캘리포니아 주의 한 외각 지역에 나타난 괴수 때문에 주정부는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새로 나타난 괴수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주정부는 급히 미국에 파견 와 있는 제니스 예비대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절망적인 대답을 들었다. 동부지역 끝에 있어 도착할 때까지 적어도 다섯 시간은 걸린다는 것이다.
지역 방위를 나선 캘리포니아 공격대는 탱커진이 전멸하고 진형이 붕괴되자 공포에 질렸다. 탱커진의 전멸은 공격대의 전멸을 뜻하며, 나아가 대량 학살을 의미한다.
거대한 사마귀의 날카로운 발톱이 높이 치켜 올라가자 딜러진은 그만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휘익!
가느다란 바람 소리가 들렸다. 딜러, 칼리에논은 슬그머니 눈을 떴다. 그는 놀라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뭐, 뭐야?’
웬 사람 그림자 하나가 쏜살같이 뛰어나갔다. 저 경이적인 속도를 보면 분명히 탱커 아니면 근딜이다. 헌데 방어장비를 전혀 걸치고 있지 않다. 탱커가 즐겨 사용하는 대형 무기도 없다.
‘단검?’
그는 겨우 길이가 10cm가 될까 말까 한 단검 하나를 오른손에 쥐고 있을 뿐이었다. 단검? 그렇다면 딜러? 하지만 너무 무모해!
―키에에에엑!
놀라운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볍게 도약한 인물이 단검으로 괴수를 한 번 찌르고 나자 괴수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곧 괴수의 몸이 쩌저적하며 갈라졌다. 갈라진 틈에서 눈부신 빛이 새어나왔다. 괴수는 단말마의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곧이어 쿵 하고 쓰러졌다.
‘어, 어떻게?’
놀라운 결과에 그는 입을 쩍 벌렸다. 이게 가능해? 단검 공격 한 방으로 레드 몹을 쓰러뜨렸다고?
전혀 예상치 못한 기적에 생존자들은 모두가 멍한 얼굴로 바라보기만 했다. 곧이어 괴수의 시체가 바람에 날리듯이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결정체는 남기지 않았다.
괴수를 쓰러뜨린 인물이 등을 돌렸다. 방금 쏜살처럼 뛰어나간 민첩함은 어디로 갔는지, 그는 조금 절뚝거리면서 다가왔다.
“꺄아악!”
어느 여자 대원들이 그만 비명을 질렀다.
남자의 얼굴이 너무 흉측했기 때문이었다. 화상으로 일그러져 본래의 생김새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변질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매를 찢고 드러난 왼팔은 기이할 만큼 컸다. 팔이 아니라 마치 허벅지가 달려있는 듯 굵고 길었다. 왼팔 전체를 빽빽하게 덮고 있는 주름은 그 부분만 폭삭 늙어버린 것처럼 징그럽기 그지없었다.
순간 칼리에논은 퍼뜩 떠올렸다.
“근접 딜러 가일!”
“뭐? 가일?”
“저게 가일이라고?”
“아! 들어본 것 같아! 제대로 한 방 넣기만 하면 어떤 괴수도 바로 쓰러뜨린다는 근딜이라고 했어!”
“으악! 근데 얼굴이 왜 저래?”
생존자들이 수군거리는 동안 가일은 주춤거리며 다가왔다. 그는 생존자들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듯이 조심스럽게 두 손을 내밀었다. 칼리에논은 퍼뜩 생각난 것이 있었다.
“먹을 거? 누구 먹을 거 가진 사람 없어?”
“먹을 거?”
“가일이 저러는 건 먹을 걸 달라는 거야. 누구 먹을 거 가진 사람 없어?”
“도, 돈을 주면 안 돼?”
“돈 같은 건 필요 없어. 왜냐면…….”
가일은 언제나 혼자 다닌다. 그의 행적을 찾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주정부에서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접근 중이지만, 번번이 접촉을 실패하고 허탕만 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저 남자, 중증 지적 장애인이야. 말도 못하고 돈이 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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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은 한국 드라마 매니아라고 합니다…
그렇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