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83)
00783 %3C프리시즌 딜러편%3E 내가 천민? =========================================================================
폭탄이 터졌다.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난리가 났다. 말 그대로 세상이 뒤집어졌다. 동영상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온갖 영상 전문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러나 누가 나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동영상 조작 증거는 전혀 없다.”
“외부에서 편집하거나 건드린 흔적은 일절 없다. 동영상은 100% 원본 그대로다.”
동영상이 진본이라면 파급력이 너무 크다. 원가만 8조 원에 달하는 블루 결정체를 고작 비자금 제보를 위한 포상금으로 내놓다니. 그 말도 안 되는 배포에 질린 사람들은 이제 다른 억측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기기가 조작될 가능성은 없나?”
“그래! 감정장비를 미리 조작해서 숫자가 저렇게 나오게 할 수 있잖아? 블루 결정체는 대충 파란 색으로 칠한 구슬 가져다 놓고!”
“맞아! 저게 진짜 블루 결정체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동영상의 진위 여부를 놓고 벌어진 시비는 ‘동영상 조작 흔적 없음’이란 선고가 떨어져도 끝나지 않았다. 시시비비는 이제 ‘그렇다면 기계 조작 가능성은?’ 쪽으로 옮겨갔다.
「퀼캄사 홈페이지 들어가서 문의 넣었다. 근데 나 말고도 문의 넣은 사람들 한둘이 아니더라. 한국어가 이렇게 정겨운 건 줄은 몰랐다.」
「한국어뿐만이 아니야. 지금 영어, 불어, 독일어, 일본어, 아랍어로도 문의글 올라와 있다. 저거 동영상 진짜냐고.」
「근데 퀼캄사가 기계 조작 여부를 동영상만 보고 어떻게 판별할 수 있지?」
「그러게. 그건 불가능한 거 아니야?」
사람들은 과연 퀼캄사가 이 사태를 바르게 판단해줄 수 있을지를 놓고 궁금증을 표시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침묵하던 퀼캄사는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홈페이지에 사태에 관한 자사의 입장을 표명했다.
「모든 감정장비는 감정결과를 실시간으로 본사 서버에 전송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부에는 특수한 스마트칩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이 칩은 해킹이나 기계 조작 등을 방어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해킹을 방어하는 기술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스마트칩은 어떠한 해킹이라도 해킹당한 사실 자체는 100% 감지해냅니다.」
기술적으로 절대적인 해킹 방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해킹 당했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은 가능하다.
「해당 동영상을 촬영한 시각에 맞춰 본사 서버에 각 블루 결정체의 결정도 수치 정보가 정상적으로 전송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동영상 촬영에 사용된 기계는 조작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으로 게임 끝.
동영상이 조작된 거 아니냐, 기계가 조작된 거 아니냐, 블루 결정체가 저렇게 생긴 게 맞긴 하냐, 등등 인터넷을 떠돌던 온갖 구설수는 퀼캄사의 그 발표에 쏙 기어 들어갔다.
기계 조작은 없다. 저 블루 결정체는 모두 진짜다.
감정장비 독점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맥아른 연구소의 자회사이자 독보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퀼캄사의 발표는 그 자체로 막강한 공신력이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누구도 동영상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제 그들의 놀라움, 경악, 그리고 의문이 향한 것은…….
“진짜 저걸 줄까? 비자금 폭로 포상금으로?”
“대체 일성그룹 비자금이 얼마나 되기에 저런 큰돈을…… 적어도 8조 원은 훨씬 넘는다는 거 아니야?”
“설마 8조 원 밖에 안 되겠어? 그룹 규모가 있는데. 내가 보기엔 적어도 30조 원은 넘는다.”
“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8조 원을 흔쾌히 포상금으로…… 그것도 개인이…….”
“잠깐, 개인이?”
이제야 사람들은 그간 놓치고 있던 점을 깨달았다.
“유지웅 딜러는 일성과 대체 얼마나 큰 척을 졌기에 사비를 털어서까지 비자금 비리를 밝혀내려는 거야?”
“그러게. 철천지원수라도 되나?”
8조 원이라는 거액과 동영상 및 기계 조작 가능성에 파묻혀 있던 의문이 수면 위로 드디어 떠올랐다.
“일성이랑 진짜 박 터지게 싸웠나 보다.”
“맞는 것 같다. 그게 아니고서는 개인이 저렇게까지 나설 이유가 있어?”
사람들은 그제야 이 방향으로 의문을 돌렸다. 유지웅과 일성의 관계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한 번 먹잇감을 발견한 네티즌의 수사력은 무서웠다. 그들은 그간 보도된 기사들을 샅샅이 뒤지며 연결고리를 찾아내기 위해 애썼다.
“찾았다!”
“뭔데? 뭔데?”
“이 그림 확인 바람. 여기에 모든 게 설명되어 있음.”
“와, 대박. 이런 걸 어떻게 찾아냄?”
“찾아낸 사람도 대단한데 그걸 만든 사람도 더 대단하다.”
한 장의 도표 그림이 순식간에 인터넷으로 뻗어나갔다. 그간 각 언론에서 보도한 기사와 날짜, 그리고 언론 경영진과 일성그룹 간에 얽힌 인맥 및 혼맥도를 나타낸 그림이었다.
「여기 보면 국부 유출이니 하면서 블루 결정체 해외 판로 개척을 비난하는 언론 분위기가 갑자기 시작됐다. 그 시발점이 Z일보인데, 혼맥도를 보면 Z일보 사장이 이형준 회장의 조카사위인 걸 알 수 있다.」
「헐. 그럼 일성의 사주를 받고 그랬다는 거냐?」
「그런 것 같다.」
「아니, 일성이 갑자기 왜?」
「원래 일성은 블루 결정체 전용 정제 회사를 세우고, 공급 책임자로 유지웅 딜러를 스카웃하려고 했대. 근데 유지웅 딜러 입장에서는 일성이 이익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니까 거절했지.」
「나 같아도 거절하겠다.」
「그리고 자기가 직접 회사 만들어서 판매하려고 했는데 배알이 뒤틀린 일성이 Z일보와 다른 보수언론을 종용해서 기사를 퍼트린 거야. 유지웅 딜러가 여론 압박에 눌려서 굽히고 들어오도록. 그래서 유지웅 딜러가 빡쳐서 비자금 관련 건을 터트린 것 같다.」
「와……. 일성 그렇게 안 봤는데, 장난 아니게 경우 없네.」
「난 처음부터 그렇게 봤는데? 지금 내 서랍에서 썩고 있는 옴레기만 생각하면 아직도 열불 터진다.」
「나도 동의.」
「근데 쟤는 일성이랑 유지웅 딜러가 저렇게 첫 단추가 잘못 꿰인 걸 어떻게 자세히 알고 있냐? 본인이라도 되냐?」
누군가가 그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블루 결정체 사업 관련 이야기를 흘린 이는 유유히 사라진 뒤였다. 사람들도 더 이상 그를 찾지 않고, 그가 흘린 떡밥에 취해서 이런저런 소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설은 놀랄 정도로 진실과 일치하고 있었다.
「일성이 블루 결정체 시장을 먹으려고 유지웅 딜러를 꼬드겼다. 근데 어리게 보고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했다.」
「블루 결정체 독점 공급? 그리고 유통마진의 15%를 나눠주겠다고? 와, 이거 완전 날강도네.」
「일성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한 건지 모르겠다. 유지웅 딜러를 자기네 없으면 굶어죽는 협력업체라 생각한 건가?」
「그걸 거절하니까 이번에는 언론을 부추겨서 국부 유출이니 뭐니 하면서 간접 압박을 한 거네.」
「나 같아도 같은 하늘 아래 안 본다.」
유지웅과 일성 간의 갈등이 어떻게 태동했는지 그 전말이 드디어 나온 것이다. 이제야 유지웅과 일성의 진정한 관계를 알게 된 사람들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하게 바라봤다.
거인과 소인의 대결.
정정한다. 거인과 슈퍼 소인의 대결.
과연 누가 이길까? 둘은 치고 박고 싸우며 끝장을 보려고 할까? 아니면 어느 한쪽이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까? 만약 화해한다면 누가 먼저 시도할까?
「근데 유지웅 딜러는 각성 전에 평범한 서민이었다던데, 일성 그룹 비자금에 관해서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누군가가 문득 제기한 의문은 아쉽게도 거인과 ‘슈퍼 소인’의 싸움이 어떻게 흘러갈지 흥분에 취한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 *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이형준 회장의 노호성이 벼락처럼 울렸다. 현역 회장을 비롯한 그룹 중역진은 범 앞의 강아지처럼 움츠린 채 어쩔 줄을 몰랐다. 밖에서는 온갖 위세를 자랑하는 경영진도 이형준 회장 앞에서는 초라한 부하 직원에 지나지 않았다.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기에 이 모양 이 꼴로 만드느냐 이 말이야!”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 죄송하다는 말로 이게 다 끝날 일인가?”
“…….”
“온 국민이 다 알게 됐어! 이제 와서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거냐 이 말이야!”
“이, 일단 법무팀을 이용해서 사전에 허가 없이 행한 불법 레이드를 문제 삼는 방향으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대통령이 뒤에서 비호하고 있는 인물한테 행정적인 클레임이 먹힐 것 같나!”
“죄송합니다!”
“생각이란 걸 하란 말이야, 생각을!”
이형준 회장은 분노로 얼굴이 빨개진 채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오늘만큼 아들과 이사진이 무능해보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좁은 식견으로 대체 어떻게 글로벌 기업인 일성을 이끌어가고, 또 세계를 경영할 수 있단 말인가.
일처리를 제대로 못해 일을 여기까지 키운 점도 답답했고, 뭐가 문제인지 바로 꿰뚫어보지 못하는 좁은 시야도 한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형준 회장이 답답했던 것은…….
“15%가 대체 뭐냔 말이야, 15%가!”
그래도 실무적인 것은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반드시 그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큰 틀만 정해주었다. 헌데 실무진에서 제시한 수치를 보고 그는 쓰러질 뻔했다. 15%라니! 대체 어떤 미친놈이 그딴 숫자를 정한 거야!
“제, 제가 결재 승인했습니다. 회장님.”
아들의 대답에 이형준은 그만 쓰러질 뻔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들이 승인했다고?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혀도 정도가 있지!
15%라는 숫자를 보자마자 이형준은 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일성이 제시한 조건은 ‘제발 우리랑 손을 잡지 말아줘’라는 애원이나 다름없었다. 적어도 상대방에게는 그랬다.
“대체 왜 그런 터무니없는……. 아니, 아니다.”
이형준은 숨을 몰아쉬었다. 누구를 탓하랴. 그렇게 가르친 것이 바로 자신인 것을.
철저하게 이득을 추구해라. 이득을 추구하고 또 추구해라. 무조건 이득을 추구해라.
그렇게 아들을 가르쳤고, 키웠고, 교육했다. 기업가로서 당연한 마음가짐이었다.
그러나 때로는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포기하거나 양보해야 할 것도 있다. 소탐대실이라고 하지 않던가.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더 큰 이익을 놓치다니……. 최고 경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청와대에 연락해라.”
“예?”
“내가 직접 해결하겠다.”
이형준 회장은 유지웅 뒤에 있는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대통령도 국내 경제의 큰 기둥인 일성을 더 이상 몰아세울 마음은 없으리라. 이쯤에서 그룹이 큰 양보를 하면 한 발 물러서줄 것이다.
* * *
“대체 유지웅 딜러가 일성 비자금 구조를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김범석이 최고 관리 책임자라는 것은 우리 정보부에서도 몰랐거늘…….”
“정말 혼자 다니는 근접 딜러가 맞습니까?”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입니다. 유지웅 딜러에 관해서 처음부터 다시 조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존 자료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습니다.”
“저기, 대통령님. 일성그룹 이형준 회장이 면담 요청을 해왔습니다.”
“아니, 나는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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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