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89)
00789 %3C프리시즌 딜러편%3E 이래도 천민같아? =========================================================================
‘나라를? 통째로?’
대통령은 찬찬히 유지웅의 눈빛을 살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허황된 소리를 하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는다.
과연 가능할까? 대통령은 문득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곧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무리 손쉽게 레드 몹을 사냥하는 레이더라 해도, 나라 그 자체를 통째로 살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매매 허용 여부 이전에 그럴 재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다.
“어린 청년이 배포가 대단하군요. 하지만 이 나라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그럼 내기할까요.”
“내기?”
자신감 넘치는 제안에 대통령은 순간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곧 떨쳐 버렸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존위를 놓고 사사로운 내기를 벌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모범적인 대답이군요. 여전히 재미없으시네.”
“……무슨 말씀이시죠? 우리가 언제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있습니까?”
“아아. 있어요, 그런 거.”
유지웅은 즐겁다는 듯이 기지개를 쭉 폈다. 대통령은 이제는 모르겠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저 자신감은 무언가 이상하다. 무적 근딜 능력에서 비롯되었다기에는 종류가 다르다.
이건 마치 자신을 아주 잘 아는 듯한…….
“정부에서는 유지웅 씨의 지난 삶을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특별한 것은 나오지 않더군요. 평범한 시골 농가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도시로 상경하고, 평범하게 지내다가 얼마 전에 레이더로 각성했습니다. 원거리 딜러인 줄 알았으나 그것은 측정 오류였고, 사실은 근접 딜러였죠. 그것도 레드 몹을 단독 사냥 가능한 무시무시한 근접 딜러 말이죠.”
“뭐, 그렇다고 해두죠.”
“정말 혼자가 맞습니까?”
유지웅이 알고 있는 것들은 일개 레이더가 알아 낼 수 없는 고급 정보였다. 국정원에서는 외국 배후 세력이 유지웅과 손을 잡거나, 혹은 그를 매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믿지 않았다. 이 청년이 가진 이 그릇의 크기는 시시한 배후 세력에 매수당할 정도가 아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는 승부수를 던졌다.
“왜요, 누가 뒤에서 저를 조종하는 것 같나요? 아니면 제가 철딱서니가 없어서 사탕발림을 해대는 누군가한테 놀아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요?”
“…….”
“그렇다면 저를 잘못 보신 겁니다. 저는 온전한 제 의사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많은 상념이 머릿속을 오갔다. 찰나의 시간 동안 무수한 혼란이 뇌리를 뒤덮었다.
측근들은 유지웅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일 거라고 했다. 그 배후 세력은 대한민국을 전복하고자 하는 내란 세력이거나, 혹은 대한민국을 흔들어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외국 세력일 거라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대화하고, 판단하고, 직접 눈으로 본 그는 절대로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그릇은 지금까지 봐왔던 그 누구보다 크고 넓었다.
그런 그릇을 품은 이가 일성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인다는 것은 사사로운 이기심 때문만은 아니리라.
“정녕 대수술을 하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래요. 마침 명분까지 있죠.”
“정말로 가능하겠습니까?”
“두려워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
“그러나 저는 이 나라의 대통령입니다.”
대통령, 그 어떤 경우에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다. 국가와 국민을 놓고 위험한 도박을 벌일 수는 없다. 그런 각오가 실린 대답이었다.
유지웅은 픽 웃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저런 말이 나오면 이미 절반 이상은 넘어온 것이다.
“성공할 수 있어요.”
“……좋습니다.”
대통령은 결심을 굳혔다. 바로 이 청년을 믿어보기로. 이 청년이라면 자신이 정계에 몸을 던지며 품은 꿈을 이뤄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이뤄줄 것이다.
“우리 정부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됩니까?”
이 청년은 사사로운 감정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겉으로는 그런 듯이 보여도 그 이면에는 범인이 알지 못하는 커다란 이념이 있다. 이상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이가 이 나라를 개조하기 위해 메스를 들었다. 대수술을 집도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신도 도움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를 압박해서 김포공항을 매각하도록 해주세요. 어차피 만년 적자라서 매번 폐쇄 이야기가 나오는 곳 아닌가요?”
“김포공항은 무슨 이유에서요? 혹시 그 자리가 레드 몹 레이드 요지라도…….”
“거기에 집 좀 짓게요.”
“……네?”
“활주로가 있는 저택이 필요해요.”
……믿어도 되는 거, 맞지?
* * *
일성그룹의 주가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었다. 눈에 확연히 띌 정도다. 그러나 아직 폭락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열렬히 일성을 응원하는 자들의 지지에 투자자들이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도덕한 기업!」
「술병회항은 일성이 가진 진면목을 보여주는 사건!」
「언제까지 그들의 갑질에 짓눌려 살 텐가!」
김범석은 잊을 만하면 인터뷰에 나와서 일성을 비난하는 주장을 쏟아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개를 조아리며 충성을 다 바치던 개라고 믿을 수 없는 변화였다.
아니, 오히려 애초에 저런 인물이었기에 믿고 비자금 관리를 맡긴 게 아니었던가. 이형준은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씁쓸해졌다. 사람을 잘못 봐서 이리 된 게 아니다. 사람을 너무 정확하게 잘 봐서 일이 이리 된 것이지.
“죄송합니다, 회장님.”
“끝내 그쪽에서는 거부하던가?”
“……예.”
“대통령이 몰래 만났다고 하던데, 그 결과는?”
“그쪽도 기대해서는 안 될 듯 싶습니다.”
“설마 대통령마저 돌아섰나?”
“그건 아닌 듯합니다. 다만 대통령이 유지웅 딜러의 설득을 실패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돌아선 거나 마찬가지지만, 황 실장은 그렇게 판단했다. 대통령이 그 뒤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유지웅에게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더 이상 얻어맞고 있을 수는 없네.”
“회장님?”
“뼈를 잃을 수는 없는 법. 저들이 영 물어뜯기를 원한다면 살점이라도 내어줘야겠지.”
“설마…….”
“재준이를 불러오게.”
황 실장은 가슴에 쿵 하고 돌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침내 이형준 회장이 결심을 한 것이다.
이형준 회장의 친동생이자 그룹 부회장인 이재준이 회장실을 방문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일성그룹은 대대적으로 기자들을 초청해 부회장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민들 앞에 부끄러운 개인사를 고하게 되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박철준 이사는 제 친자가 맞습니다. 이게 다 못난 자식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저의 책임입니다. 저는 아비 된 도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그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제 못난 자식 때문에 부상을 입고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피해자께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며, 할 수 있는 모든 배상을 다하겠습니다.”
충격적인 발표였다. 이재준이 모든 것을 인정하며 사죄를 구한 것이다.
“저는 그룹 부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며, 제가 가진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맙소사!”
“특종이다!”
눈물로 호소하는 이재준 앞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부회장식을 내려놓고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며, 자식 교육에 모든 도리를 다하겠다는 반성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좀 너무한 것 같긴 하다.”
“그러게. 자식 교육 제대로 못한 게 그리 큰 죄는 아니잖냐.”
“이래서 자식이 웬수요, 무자식이 상팔자라 하나 보다.”
“사실 박철준이 술병 던지고 잘못한 게 왜 일성그룹 탓이냐? 박철준은 엄밀히 말해서 일성 직원도 아니고 일성 임원의 자식일 뿐인데.”
“맞아. 엄밀히 말하면 이건 한국공항공사가 책임을 지고 기자회견을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 일성이 대체 무슨 죄냐?”
일성을 욕하던 이들의 분노가 슬그머니 가라앉았다. 따지고 보면 진실로 일성의 몰락을 원하는 이는 없었다. 일성을 비난하던 이들도 막상 일성이 망한다고 하면 두려워하고 불안해했다. 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은 이미 절대적인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일성만한 대기업도 따지고 보면 사실 없다.”
“일성이 망하면 한국 경제도 망한다. 그거 복구하려면 적어도 수십 년은 걸릴 거다.”
“지금 일성이 대대적인 투자로 국제 결정체 시장에 진출하려 하는데 국민들이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어? 따지고 보면 유지웅 딜러와 갈등을 빚은 것도 그 과정에서 사소한 오해가 있었던 것 때문 아니야?”
“그러다가 술병회항 사건까지 터지는 바람에 이 지경 이 꼴이 됐지. 사실 일성이 가장 큰 피해자일 수도 있어.”
“유지웅 딜러가 화가 난 건 이해하지만 전부 오해였으니 이제 그 사람이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그래, 유지웅 딜러가 좀 양보하면…….”
“그럼 모두가 다 좋아질 텐데.”
김범석과 김기영은 뜻하지 않게 여론이 흘러가자 당황했다.
저녁 뉴스에 나온 어느 시민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김범석은 분개해서 탁자를 내리쳤다.
“녀석들이 반격을 해왔어요!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설마 친동생마저 내치다니……. 역시 비정한 경영가답네요.”
“안 되겠습니다. 우리도 다음 플랜을 실행해야겠습니다.”
유지웅 비서실에서는 재빨리 다음 계획을 실행할 준비를 했다. 일성의 반격은 예상 범위였고, 그에 따른 재반격도 이미 몇 가지의 시나리오가 있었다. 이재준을 내치면서까지 반격을 할 줄은 몰랐지만, 그렇다고 앉아서 당하고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비서들이 일을 미처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한 편의 동영상이 또다시 유튜브에 올라왔다.
「이렇게 일성이 치사하게 나올 줄 몰랐다. 그저 얌전히 지은 죄에 따른 벌을 받기만 하면 됐는데…….」
화면 속의 유지웅은 매우 울적하고, 슬퍼 보였다.
「나는 악을 싫어한다. 그러나 악을 없애기 위해 내가 더 큰 악이 될 수밖에 없다면, 나는 기꺼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악이 될 생각이다. 일성이 그걸 몰랐다는 점이 그저 서글플 따름이다…….」
퍼포먼스인지 진심인지, 화면 속 유지웅은 손수건으로 진짜 눈물까지 훔치고 있었다.
「J은행, K은행, P은행, C은행, 너네가 일성 비자금 예치하고 있는 거 다 안다. 익명 보호를 위해 이니셜로 불렀지만, 너네 지금 가슴 뜨끔하고 있지? 내가 넘겨짚은 게 아니라 다 알고 부른 거니까 나중에 가서 허튼 소리는 할 생각도 하지 마.」
유지웅이 왼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자 화면이 천천히 줌아웃되었다.
「비자금 인출 못하게 지금 즉시 동결하고, 내가 아래 불러주는 내 계좌로 전부 입금해라. 그렇지 않으면…….」
유지웅은 왼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힘껏 쳤다. 순간 요란한 굉음과 함께 바위가 날아갔다. 아니, 바위만 날아간 게 아니라 바위 뒤로 수백 미터가 넘는 지역이 말 그대로 초토화되었다. 흡사 모아브(Moab)라도 터진 듯이 처참한 광경이었다.
「내 이 타락한 왼손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얘는 나도 못 이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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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작전에는 중2병으로 맞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