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05)
00805 %3C프리시즌 딜러편%3E 최후통첩? =========================================================================
‘위조 여권을 만들어 달라.’
유지웅의 요청에 정부는 처음에는 갈팡질팡했다. 왠지 그냥 들어줬다가는 큰일을 방조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결국 정부는 유지웅의 정확한 의중을 알기 위해 사람을 보냈다.
남기철이었다.
“영국에 몰래 가야 할 일이 있는데 제 여권으로는 비행기가 들어오지도 못하게 할 것 같아서요.”
“몰래 가야 할 일이라고요?”
“네, 그런 게 있어요.”
남기철은 미치고 펄쩍 뛰고 싶었다. 이걸 그대로 정부에 전달했다가는 위조 신분 참 잘도 만들어주겠다. 유지웅이 깽판 치고 다니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욕 제대로 먹을 텐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그 부분을 확실하게 말씀해주시지 않으면 저희로서도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일이에요. 신경 쓸 것 없어요.”
“개인적인 일 때문에 정부에 위조 신분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말이 됩니까?”
“그거야 영국이 안 들여보내줄 것 같아서 부탁하는 거죠. 그 정도 편의는 봐줄 수 있잖아요? 저 무적 근딜인데?”
“안 됩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아, 그거 참…….”
여러 차례 티격태격했으나 결국 남기철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확히 무슨 일 때문에 영국에 가려는 건지 알아야 상부에 건의하든 말든 해보겠다는 것이다. 끝끝내 뜻을 굽히지 않자 유지웅은 할 수 없이 한 발짝 양보하기로 했다.
“일성그룹 비자금 때문이에요. 펜탈 은행이 100조 원쯤인가 비자금 갖고 있는 건 아시죠?”
“그 부분은 정부가 법적인 조치를 취해 해결할 예정입니다.”
“100조 원을 참 잘도 돌려주겠다. 옛날에 약탈해간 문화재도 안 돌려주는데요?”
“…….”
남기철은 할 말이 없었다. 유지웅의 말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룹이 날아가고 한국에서의 기반을 잃게 생긴 일성 일가는 어떻게 해서든지 해외 비자금만큼은 지키고자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영국 정부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서라도 비자금을 한국 정부에 돌려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제가 가서 받아올 테니까 위조 여권이나 만들어줘 봐요. 제가 원래 이런 거 잘해요. 채무회수 같은 거.”
“하, 하지만 국제적인 문제 소지가…….”
“어차피 힘 센 놈이 장땡이에요. 아시면서.”
“그, 그렇긴 합니다만…….”
“제가 얼마 전에 미국 함대 합동 훈련하는 거 덮친 레드 몹 궁극기로 쫓아낸 거 못 보셨어요? 제가 가면 애들 간담 서늘해질 걸요?”
“…….”
“일단 대통령님한테 말이라도 전해보세요. 그 분 저랑 한 배 타기로 하셨으니 잘 이해하실 거예요.”
남기철은 긴가 민가 하면서 돌아갔다. 과연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가 승인될까?
‘영국 가서 깽판 치고 돈 받아올게요.’
표현을 좀 점잖게 하긴 했지만(어디가?), 결국 저 소리 아닌가. 아무리 100조 원이 큰돈이라지만, 그 돈을 받기 위해서 일국의 대통령이 공무원도 아닌 민간인에게 위조 신분을 허락해줄 것인지…….
“승인하겠습니다.”
“대통령님?”
“100조 원 아닙니까, 100조 원. 전쟁을 벌여서라도 꼭 되찾아야 할 거액인데 첩보전으로 되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지요.”
“하지만 유지웅 딜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입니다! 영국에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이야기를 해보니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심계가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허튼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할 겁니다.”
보좌진의 반대에도 대통령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조금쯤은 위협을 줘도 괜찮다.’
유지웅이 위조 신분으로 영국에 몰래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국 정부에는 크나큰 위협 시위가 된다. 국제 사회에서는 점잖은 이미지만으로는 손해를 본다. 때로는 강경한 대처가 외교에서 예상외의 소득을 얻기도 한다.
“효주야. 그럼 나 갔다 올게.”
“오래 걸려?”
“아니, 금방이면 돼. 올 때 뭐 사다 줄까? 에르메스라도 사다 줘?”
“얘는. 에르메스는 프랑스에 있잖아.”
“그거 대주주가 윌리엄 스테인 백작인데 영국인이야.”
“……?”
정효주는 잠깐이지만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혼란에 빠졌다. 뭔 뜻인지 전혀 이해가 안 갔다.
김범석이 재빨리 나섰다.
“회장님께서는 가방 따위가 아니라 회사를 선물로 사다주시려고 하는 겁니다, 사모님.”
“역시 김 비서가 이해가 빨라.”
“감사합니다.”
“아무튼 사다 줄까?”
“돼, 됐어……. 그런 거 필요 없어.”
“뭘 빼고 그래. 사올 수 있으면 사올게. 윌리엄 그 양반이 팔려고 할진 모르겠지만. 하여간 다녀올게!”
유지웅은 공항에서 그렇게 잠시간의 이별을 고했다.
위조 신분을 타고 비행기에 탑승한 그는 불편한 비즈니스석에 시달려야 했다. 매일 넓은 전용기만 타고 다니다가 일반 항공기, 그것도 비즈니스석에 앉아 가려니 죽을 맛이었다.
‘으, 짜증나. 펜탈 이놈들, 가만 안 둔다.’
아쉬운 대로 퍼스트 클래스라도 타고 가면 좋았겠지만, 그랬다가는 너무 눈에 띈다. 안 그래도 지금 영국 정보부는 그의 행적을 감시하고 있을 텐데.
그렇게 좁은 비즈니스석이 주는 불편함 때문에 새삼 영국 정부와 펜탈 은행에 칼을 갈며, 유지웅은 런던에 도착했다. 국정원 지부에서 마중을 나왔다.
“환영합니다. 정유석이라고 합니다.”
“이 동네는 언제 봐도 날씨가 별로네요.”
“아무래도 지리학적 특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요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생각했다. 유지웅은 영국을 방문한 것이 처음이다. 아니, 해외로 나온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헌데 런던을 전에 와본 적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거짓말 같지는 않은데…….
‘위조 신분을 만들어 달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예전에도 몇 번 밀항 따위를 한 적이 있다는 것일까? 요원은 나름대로 그에 관한 분석을 정리하며 안내했다.
“런던에 머무시는 동안 제가 보좌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만 하십시오.”
“바로 갈 데가 있어요.”
“지금요? 그곳이 어디입니까?”
“펜탈 은행 런던 본점이요.”
“예?”
정유석은 당황했다. 유지웅이 펜탈 은행 때문에 런던을 방문한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공항에 내리자마자 짐도 풀기 전에 은행부터 간다고? 뭐가 이리 급해?
“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느긋하게 쇼핑이나 런던 구경을 하고 있을 틈이 없습니다. 바로 펜탈 은행 건부터 해결을 봐야죠.”
“알겠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정용석은 통역 겸 안내 겸 해서 나섰다. 짐은 부하를 시켜 영국 지부 비밀안가에 갖다 놓도록 했다. 펜탈 은행은 공항에서 약 3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윌리엄 스테인 백작 일정이 어떻게 되죠?”
“오늘 본점에서 정례 회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헌데 그것은 어떻게?”
정용석 요원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윌리엄 스테인 백작은 펜탈 은행의 가장 큰 대주주다. 그러나 직접적인 소유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는 않아, 공시 내용만으로는 그가 실질적인 대주주라는 것을 알 수 없다.
이번에 비자금 때문에 조사에 나선 정보부에서도 힘들게 파악한 사실인데, 유지웅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잘 됐네요. 지금 본점에 있다 이거죠? 들어갑시다.”
유지웅은 대답하지 않고 성큼 먼저 나섰다. 정용석은 정신을 차리고 쫓아갔다.
본점 입구에 들어서자 건장한 경비원이 다가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펜탈 은행 본점은 아무 고객이나 방문하는 곳이 아니다. 주로 기업들만 고객으로 상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지웅은 어리고 평범한데다가 심지어 동양인이다. 경비원은 어디 관광 온 동양인이 길을 잘못 든 것이려니 생각했다.
“은행장을 만나러 왔다.”
유지웅은 대뜸 반말로 했다. 어차피 상대는 반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데다가, 굳이 존대를 해주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자신은 싸움을 걸러 온 것 아닌가.
정용석이 얼른 통역을 했다. 경비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통역을 사이에 두고 경비원과 대화가 시작됐다.
“은행장님? 약속이 되어 있습니까?”
“아니.”
“그럼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들어가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돼?”
“이곳은 펜탈 은행 본점입니다. 정당한 용무가 없는 인물이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비자금 찾으러 왔는데?”
“비자금……?”
비자금이라는 말에 비로소 경비원의 표정이 어리둥절함으로 물들었다. 유지웅은 조소를 띠며 말을 이었고, 정용석이 재빠르게 통역했다.
“그래, 일성그룹이 예치한 비자금 100조 원. 그거 받아내려고 왔어.”
“서, 설마…….”
“내 얼굴 혹시 알아보겠어?”
유지웅은 히죽 웃음을 지으며 입구에 있는 돌사자를 슬쩍 손으로 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석상이 박살이 나며 부서졌다.
그제야 경비원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떨었다.
흉악한 테러리스트!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도 한 발 물러서서 일단 두고 본다는, 가히 일인군단의 힘을 지닌 그 테러범이 펜탈 은행 본점까지 찾아온 것이다!
‘대, 대체 언제?’
아니, 영국에 들어왔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만약 그가 영국에 입국했다면 뉴스에서 이미 난리가 났을 것 아닌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유튜브 동영상 봤어?”
“봐, 봤습니다…….”
“내 소문도 좀 들었지?”
끄덕끄덕.
“그럼 이야기가 쉽겠어. 난 펜탈 은행이 일성 비자금 100조 원 갖고 있는 거 알고 왔어. 그 비자금과 나를 친히 행차케 한 배상금만 받아내면 돼. 그러니까 직원들 업무보는데 괜히 소란스럽게 만들지 마. 들어가서 그렇게 전해. 알겠어?”
“아, 알겠습니다.”
“아참, 이게 최후통첩이라는 것도 잊지 말고 전해. 그러니까……. This is ultimatum. You got it?”
“Y, yes, sir!”
마지막 말은 정용석이 미처 통역을 하기도 전에 놀란 경비원이 정신없이 끄덕이고는 안에 뛰어 들어갔다.
정용석은 몹시 걱정이 되었다.
“……괜찮을까요?”
“왜요? 제가 영어 못해서 제대로 안 전달됐을까봐요?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한 발음인데, 이상했어요?”
“그러니까 그거 때문에 혹 오해의 여지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 그럽니다.”
최후통첩.
국가간에 전쟁을 시작하기 직전 보내는 최종 통고이다. 이것을 받아들여주지 않을 경우 전쟁을 하겠다는 뜻이다.
유지웅이 과연 국제법상 그런 의미를 가진 단어라는 걸 알고 쓴 것일까? 펜탈 은행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비유적인 표현으로 생각하면 좋으련만…….’
정용석은 왠지 일이 잘못되어가는 건 아닌지 불안해졌다.
* * *
“큰일 났소! 무적 딜러, 그 자가 펜탈 은행 본점까지 찾아와서 협박을 하고 있소!”
“뭐라고요? 아니, 그 자가 왜 영국에 있는 겁니까? 우리 정보부의 첩보망이 뚫린 겁니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오! 그 자는 지금 펜탈 은행 직원 전체를 인질로 잡고 100조 원을 내놓으라 요구하고 있소!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그 즉시 은행 본점을 잿더미로 만들고 런던에서 시가지 게릴라전을 할 작정이라 하오!”
사람 셋이 모이면 없던 테러범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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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런 뜻이 있었구나… 이제 알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