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06)
00806 %3C프리시즌 딜러편%3E 최후통첩? =========================================================================
‘아, 이 얼마나 온건한가.’
상대는 대화를 거부했다. 하지만 자신은 이 먼 영국까지 손수 날아왔다. 바로 대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나도 참 성격 많이 죽었단 말이야.”
“예?”
“아, 혼잣말인데. 그런 게 있어요.”
경비원이 안으로 들어가고, 유지웅은 지루함을 참으며 기다렸다. 이 양반은 말 전하러 들어간 게 언젠데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는 거야?
한편 정용석은 스멀스멀 다가오는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어 괜히 주변을 돌아봤다. 기분 탓인지 보이지 않는 살기가 멀리서부터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까 가로수에서 실컷 지저귀던 새 울음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게 영 꺼림칙했다.
“이상합니다.”
“왜 그러시죠?”
“주변이 너무 고요해요. 행인도 갑자기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도로 통제라도 하는 듯한…….”
바로 그때였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부우웅!
로터 소리가 시끄럽게 사방을 뒤덮었다. 수십 기의 헬기가 상공에 나타났다. 동시에 무장한 경찰 차량이 사방에서 들이닥치며 건물을 포위했다. 차량에서 내린 무장특공대가 일사분란하게 자리를 잡으며 총구를 겨누었다.
“이게 뭐야?”
유지웅은 황당했다. 곧 방탄복에 방탄 헬멧까지 쓴 이가 확성기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물론 몸은 방탄 차량 뒤에 감추고 고개만 빼꼼 내민 채였다.
그가 확성기에 입을 대고 뭐라 뭐라 떠들었다. 영어라서 유지웅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뭐라고 하는 거죠? 체포한다는 건가요?”
“……즉각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항복하라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인질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 사살하겠답니다.”
“인질? 누가 인질?”
유지웅은 인질이 어딨냐는 듯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경악해서 정용석을 똑바로 가리켰다.
“설마 정 요원님을 제가 잡은 인질이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저도 그거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은행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하네요!”
“무, 무슨 소리에요?”
“우리가 은행에 있는 직원 전체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순순히 인질을 투항시키면 사살하지는 않겠다고 하네요!”
“우리가 언제 은행 직원들을 인질로 잡았다고 그래요!”
“제 말이 그렇습니다!”
정용석도 황당했다. 아니, 은행 직원을 인질로 잡고 있다니?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수백여 명의 직원들도 저마다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소중한 시민들이다. 그들을 안전하게 풀어주면 생명은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인질을 해하려는 것으로 간주하고, 사살하겠다!」
“이것들이 무슨 단체로 약빤 소리를 하고 있어! 내가 언제 은행 직원들을 인질로 잡았다고!”
“으아악!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저것들 정말로 쏠 겁니다!”
“아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유지웅은 기가 막히고 답답해서 가슴을 쾅쾅 쳤다. 그 모션이 책임자를 제대로 자극했다. 유지웅이 위협적인 행동을 하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책임자는 주저 없이 외쳤다.
「파이어!」
유지웅은 무적 딜러다. 무기 따위 없이 레이더 본연의 힘만으로 일대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 당연히 사소한 손짓 하나하나까지도 위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방어력은? 일반 딜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가 탱커라는 정보는 없었으니까. 그러므로 재빠른 공격을 명령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 아니었다.
이미 뒷문을 통해 인질 전원에 안전하게 도망친 것도 확인했다. 특공 병력이 공격을 않고 있던 것은 인질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펜탈 은행 본점의 자산도 안전한 지하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지하 금고의 단단함은 핵 방공호 수준이다. 막대한 금융 자산을 예치하고 있는 은행 본점이니만큼 당연한 절차다.
인질의 안전도 확보했고, 금융 자산이 손실을 당할 위협도 없고, 흉악한 테러범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손을 움직였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하다!
콰과과광!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연막탄이 만들어낸 자욱한 연기구름에 대고 수십 명의 대원이 소총을 갈겨 댔다. 하늘에서는 수십 기의 헬기가 기관총을 조준하고 난사했다.
‘확실하게 처리한다!’
이것은 펜탈 은행의 로비를 받은 영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였다. 아니, 로비를 떠나서 자국 기업이 타국 기업의 돈 100조 원을 공짜로 날름할 수 있는 기회인데, 누가 마다하랴. 여기에 덤으로 자국 및 국제 질서를 교란시킬 위험성이 높은 테러범을 없앨 수도 있다.
“발사 중지! 발사 중지!”
무려 십여 분 간을 난사하고 나서야 책임자는 공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펜탈 본점 입구는 연막탄이 만들어낸 흰 안개로 자욱해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해치웠나?”
“하하, 흔적도 안 남았을 겁니다. 시체 한 조각이라도 찾을 수 있으면 다행이죠.”
“이제 외교적인 문제만 남았군.”
“한국, 그 조그만 반도 나라가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운 좋게 얻은 힘쎈 테러범 하나로 목소리 좀 높여 보려다가 코만 다친 셈 아닙니까.”
총지휘를 맡은 알렉스 대령과 참모진은 희희낙락했다. 이것으로 영국의 골칫거리 하나를 손쉽게 제거했다. 참 어리석은 놈 아닌가. 제발로 무덤으로 기어 들어온 것으로도 모자라, 이쪽이 떳떳이 공격을 할 명분까지 주다니.
그때였다.
“어? 대령님! 저것을 보십시오!”
“뭔가? 어……? 저게 뭐지?”
연막은 지면에서부터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조금씩 드러나는 바닥에 커다란 금이 가 있었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땅속에서 도려낸 듯한 생김새였다. 그 금에서 예리한 섬광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엎드렷! 헬기 대대는 모두 대피!”
본능적으로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알렉스 대령은 무전기에 대고 있는 힘껏 외쳤다. 그러나 그의 지시가 부하들의 뇌리에 채 닿기도 전에, 바닥의 균열에서 쏟아져 나온 빛은 순식간에 사방을 휩쓸었고, 눈부신 섬광을 내뿜었다.
대폭발이 일대를 덮쳤다.
* * *
‘사, 살았다?’
발사 지시를 듣는 순간 정용석은 눈을 질끈 감고 죽음을 예감했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혹시 벌써 죽은 건 아니가 하고 눈을 떠본 그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괜찮아요. 안심하세요.”
“이, 이건 대체 뭡니까?”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불투명한 빛이 자신들을 감싸듯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빛의 벽 너머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다.
“아, 그런 게 있어요. 광역 보호막이라는 건데 외부의 공격을 막아주죠.”
“보, 보호막이라고요?”
“네. 완벽하게 막아줘요. 레드 몹은 당연하고 핵 공격도 막을 수 있어요.”
정용석은 소름이 돋았다. 아니, 이게 정녕 사람의 능력으로 가능한 것인가?
유지웅은 완벽한 창이었다. 근접 공격 능력은 물론이고 장거리 타격 능력도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래도 약점은 있었다. 완벽한 창이지 방패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세간의 평가였다.
그런데 지금 그 평가가 완벽하게 뒤집어진 것이다.
‘이건 대박이다!’
광역 보호막의 활용도는 그가 생각하기에도 무궁무진했다. 유지웅 개인의 안전 확보는 물론이요, 보호막의 출력을 조절할 수 있다면 레이드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보호막은 당분간 비밀로 하세요. 상부에도 보고해서는 안 됩니다.”
“예? 아니, 왜요?”
“원래 정글에서는 자기가 가진 본래 힘의 3%쯤 감추는 게 미덕이라고 하잖아요.”
“……3%요?”
설마 이게 3%라는 건 아니겠지? 농담이겠지? 그냥 대충 끼워 넣은 말이겠지?
“바깥의 상황은 알 수 없는 겁니까?”
“음, 잠깐만 기다려요. 지금 영국 경찰특공대가 문제가 아니에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광역 보호막이 빛은 물론이요, 소리까지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으니 정용석은 바깥의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유지웅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알았는데 우리가 서 있는 곳 지하 깊은 곳에 괴수가 한 마리 있었어요. 그 녀석이 지금 닥치는 대로 공격하고 있어서 보호막을 끌 수가 없어요. 아마 총 소리 때문에 놀란 것 같아요.”
“왜 보호막을 거두면 안 되나요?”
“지금 거두면 정 요원님이 죽어요.”
“아…….”
정용석은 예상치 못한 답변에 조금이지만 감동했다. 저 봐, 저런 심성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테러범으로 몰아세우겠어. 국제 사회란 녀석들은 하여튼 간에!
‘이건 블랙 급인데?’
한편 유지웅은 왼손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에 집중했다. 언뜻 봐도 이건 블랙 급이다.
‘단일 보호막으로는 저 사람을 보호 못할지도 몰라.’
지금 그는 아무런 강화 장비도 없다. S급은커녕 A급 장비조차 없다.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 단일 보호막이 블랙 몹의 광역 공격을 견디지 못하면 어떡하나? 일단은 녀석이 공격을 멈출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
“멈췄어요. 보호막을 끌게요.”
‘어? 멀어지고 있네?’
괴수의 기척이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다. 벌써 수십km 밖을 벗어났다. 엄청난 스피드였다.
왜 괴수가 멀어지는지 이해가 안 됐지만, 어쨌든 간에 안전하다는 판단이 된 유지웅은 광역 보호막을 거두었다.
그리고 둘은 눈앞에 드러난 처참한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세, 세상에…….”
“이게 뭐야?”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그저 폐허뿐이었다. 살아 있는 것도, 멀쩡하게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건물도, 아무 것도 없는 폐허.
* * *
수상은 지급으로 보고 된 처참한 비극에 할 말을 잃었다. 그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게 정녕 사실이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수상 각하!”
“그 자가, 이런 잔혹한 짓을……!”
“우리 병력이 투항을 권고했지만 그 자는 거부했습니다. 할 수 없이 사살을 명령했는데, 총탄을 피한 직후 그 자가 갑자기 반격을 해왔습니다. 반경 5km가 그 자가 가한 광역 공격에 초토화되었고 수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예상 실종자 숫자만 15만여 명 이상입니다.”
치안 책임자는 침통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살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 자가 수많은 영국 시민들과 함께 자폭을 시행한 겁니다.”
근대 테러 기록을 다시 쓸, 전무후무한 대참사였다.
============================ 작품 후기 ============================
-세상이 존경하는 영웅 노릇은 한 번 해봤으니 이제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하는 트롤.. 아니, 테러범..아니아니, 독재자 역할도 한 번 해보자.
“시, 싫어! 난 이런 걸 바라지 않았어!”
-어차피 이제 니 악명은 카다피와 후세인과 김씨 왕조를 합친 것 이상을 넘어서게 될 거야.
“아, 앙돼!”
-괜찮음. 그래도 한국은 철저한 니 편임.
“?? 한국이 왜?”
-너 때문에 테러국으로 몰려서 한국도 이제 물러설 데가 없음….ㅋ
“으아니! 내가 개노답 씹트롤이라니! 말도 안 돼!”
딜러편 컨셉은 이렇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