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07)
00807 %3C프리시즌 딜러편%3E 최후통첩? =========================================================================
―유지웅 딜러, 런던 중심에서 자폭 테러! 수십만 명의 무고한 시민 사망!
―폐허가 된 런던, 마치 전술핵 폭격이라도 받은 듯!
―영국 여론, 극도의 혐한 드러내.
―영국 수상, 반드시 한국에 책임 물을 것이라고 선언!
영국에 일어난 자살 테러로 국제 사회는 난리가 났다. 당장 확인된 실종자 수만 15만 여 명이었다. 폭발로 시체를 못 찾은 경우가 대부분이니, 실종자 수는 사망자 수나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했다.
국제 사회는 이 전무후무한 대규모 테러가 빚은 참사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분노했다. 각 나라 매스컴은 앞을 다투어 처참한 런던의 현장 사진을 보도했다.
마치 핵이라도 떨어진 듯이 처참한 폐허의 모습에 수많은 사람들이 분개했다. 민간인을 상대로 대규모 자폭 테러를 벌였다는 점은 전 세계 대중의 공분을 샀다.
그리고 그 분노는 한국으로 향했다.
―중국, 영국이 겪은 비극에 심심한 위로를 표명.
―일본 총리, 한국 정부의 테러 조장 가능성 조심스럽게 제기.
―백악관은 아직까지 침묵 중, 그러나 의회는 한국에 대한 제재 결의안 채택 필요성 논의.
―가족 잃은 수많은 영국 시민들, 한국 정부에 원색적인 비난 퍼부어.
―한국,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나?
대참사 이후, 연일 국제 헤드라인을 강타하는 자극적인 문구에 최재형 대통령은 제대로 잠을 이룬 날이 없었다. 오늘도 충혈된 눈으로 국제 뉴스를 보던 그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고 작게 신음했다.
“대체 이 일을 어찌해야…….”
유지웅의 테러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인정하고 있었다. 한국은 아직까지 많은 국민들이 유지웅의 결백을 믿고 있지만, 그의 테러를 인정하는 여론도 조금씩 형성되고 있었다.
“유지웅 딜러가 그랬을 리가 없습니다. 테러라니요. 말도 되지 않습니다.”
비서실장은 강력하게 유지웅의 결백을 주장했다. 대통령도 심정적으로는 그의 주장에 동감했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그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습니다. 이미 당사자가 사망한 터라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일도 없고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외교부 장관의 눈 아래에도 짙은 기미가 떠날 줄을 몰랐다.
“자폭이라니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영국 정부가 자작극을 벌인 겁니다. 수많은 자국민의 희생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발상입니다.”
국방부 장관은 이 모든 것이 영국의 자작극이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주장했다.
“정황상 영국 정부의 자작극이거나, 아니면 극한 상황으로 영국 정부가 유도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맞습니다. 유지웅 딜러는 자살 테러 같은 것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자살 테러를 하겠다는 사람이 김포 공항 부지를 매입해서 대저택을 짓는다니요? 하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요. 영국 놈들이 억지를 쓰고 있는 겁니다!”
청와대 국무회의는 영국의 자작극, 혹은 피하지 못할 유인책으로 단정하고 있었다. 대통령도 위원들의 주장에 수긍했다.
그러나 이쪽이 그렇게 주장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불난 데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영국 정부의 자작극이다!’
‘뭐라고? 이런 안하무인이 있나! 역시 테러지원국답다!’
아마 이런 전개가 되지 않을까?
“미국이 우리나라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말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는 완전히 고립되고 맙니다.”
“그리되면 우리나라는 빼도 박도 못하고 모든 혐의를 뒤집어쓰게 됩니다. 타국 수도에 침입해 수많은 시민을 사살했다고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분단 시절 북쪽 나라도 아니고, 지금 통일한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그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단순히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적이 되는 것이다.
수출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나라가 세계의 적이 된다. 그 미래는 불을 보듯이 뻔한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버리면 한국은 순식간에 세계에서 최악의 국가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러다가 진짜 미국이 우리나라 테러국으로 지정하는 거 아님?
―설마! 말도 안 돼! 우리가 무슨 짓을 했다고!
―맞아! 딱 보니 유지웅 딜러도 영국 함정에 넘어간 것 같던데.
―그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자살 테러를 함? 돈도 엄청 많고 아직 한창 젊은데.
―근데 그 사람 영국은 대체 왜 간 거야?
―영국 펜탈 은행에 일성그룹 비자금 100조 원이 있다는 소문이 있더라. 그거 받아내려고 갔다고 하던데?
―뭐야, 그럼 진짜 영국이 자작극 벌인 거 아님?
―충분히 그럴 수 있다. 100조 원이 보통 큰돈이냐? 눈 딱 감고 자작극 한 번 벌이면 도둑놈이 큰소리 뻥뻥 칠 수 있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미국이 정말 우리나라 테러국으로 지정해버리면 빼도 박도 못하게 돼.
국민들은 둘만 모이면 나라가 어찌 되려나 걱정했다. 단순한 취업난, 물가상승, 가계 부채 등으로 인한 고민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야말로 국가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큰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일이 터졌다.
―토니 수상! 한국과 수교 절연 선언!
영국이 선언한 수교 절연이 기폭제가 되어, 그때까지 쌓였던 팽팽한 긴장감을 일거에 터트려버렸다. 이때다 싶은 일본은 주한대사관을 철수할 움직임을 보였고, 중국도 여기에 가세해 외교적으로 한국을 압박했다.
동아시아 이웃국은 물론이고 국제 사회로부터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압박이 들어왔다.
―한국이 잘못했네.
―한국 잘못이다. 그러니까 사죄해라.
―사죄하고 피해배상 철저히 해라. 안 그럼 너네 UN에서도 퇴출될 줄 알아라. 대만 꼴 나고 싶은 건 아니지?
영국 등 유럽의 압력을 받은 여러 나라들이 한국에서 수입한 물품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테러의심국에서 수입한 물품이니만큼 위험 요소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수많은 컨테이너를 항구에 내려놓지도 못한 채 수송선이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그로 인해 한국의 물류 시장이 비명을 질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국적의 기업, 개인 등이 예치한 해외 계좌가 잇달아 동결 조치되었다. 테러 지원에 사용된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피해자 및 피해 기업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우리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문득 그런 외침이 생겨났다.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다방면에 걸쳐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갔다.
처음 유지웅을 옹호하고 믿었던 사람들도 막상 생계에 커다란 위협이 닥치자 갈팡질팡했다. 몸이 힘들어지자 다른 시선으로 돌아보게 된 것이다.
―진짜 유지웅 딜러가 테러한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영국이 저렇게 극단적으로 나올 리가 없을 텐데…….
―모르겠다, 모르겠어. 우리회사는 수출에 90% 이상 의지하는 회사인데 지금 자금줄 완전히 막혔다. 돈맥경화 상태다.
―아는 동생이 영국 유학 중인데 테러 용의자로 몰려 잡혀 갔다더라. 근데 정부에서는 도와줄 정신이 없는 것 같더라.
―당연하지. 지금 주영 한국 대사관이 쫓겨난 거 모름?
몸이 힘들면 자연히 믿음과 신뢰도 약해진다. 유지웅의 활약에 감탄했던 국민들은 지속된 압박과 혼란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차라리 유지웅이 살아 있었다면 나았을 것이다.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 외교 시장에서 강력한 조커였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여론을 단합하고, 입장 표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자폭으로 죽었다고 알려진 지금, 국민은 물론이고 정부도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외교부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설득 작업에 공을 들였지만 효용이 없었다.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이것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우리나라를 집어삼키려는 영국과 국제사회의 음모입니다! 국민 여러분은 결코 흔들려선 안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더 단결해야 합니다!”
바로 그때, 김범석이 전면에 나섰다. 그는 선거 유세를 하는 정치인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몰린 곳에 하루도 빠짐없이 모습을 보이며 국민 설득에 나섰다.
“일성그룹의 비자금 182조 원 중 100조 원은 영국의 펜탈 은행에 예치되어 있었습니다! 유지웅 딜러는 영국이 돈을 돌려주기 싫어 발뺌을 하자 따지러 갔다가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우리마저 유지웅 딜러를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믿습니까!”
피가 섞인 억울함을 토해내는 김범석의 열변은 지나가는 사람의 발을 멈추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모든 것은 영국의 자작극입니다! 유지웅 딜러를 살해하고 우리나라에 테러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워, 100조 원을 집어삼키려는 음모입니다! 그런데도 유지웅 딜러를 믿지 않고 그런 영국의 말을 믿는단 말입니까? 그게 과연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취해야 할 입장입니까!”
“옳소! 옳소!”
“그래! 범석이 말이 옳다! 옳아!”
“김범석! 김범석! 김범석!”
“우리가 약한 모습, 분열된 모습을 보일수록 영국과 국제사회는 우리를 갈기갈기 물어뜯을 것입니다! 저들에게 구차하게 자비를 구하는 것보다 떳떳하게 맞서 우리의 주장을 관철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맞다! 맞아!”
“국제사회가 얼마나 냉정한데! 괜히 겁먹고 머리부터 숙였다가는 뼛속까지 빼 먹힌다!”
“영국의 말은 믿을 수 없다!”
흩어지려던 국론은 김범석을 중심으로 단숨에 뭉쳤다. 국민들은 흔들리려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았다.
김범석의 주장에서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지금 약한 모습을 보이면 산채로 찢어질 뿐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뭉쳐야 산다. 흩어지면 각개격파 당한다.
자국이 처한 상황을 완전히 이해한 국민들이 눈이 벌개져서 결집했다. 국론이 통일되자 힘을 얻은 정부도 외교 시장에서 한결 운신의 폭이 커졌다.
“테러지원이라니요,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가 아니라는 것은 귀국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아국은 국제 사회의 대세를 따를 뿐입니다.”
“이보세요, 이치로 대사!”
“죄송합니다. 아국은 귀국의 입장을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한국은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찬밥 신세였다. 이미 UN에서 한국 제재안이 결의되었고, 통과는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줄곧 침묵하던 미국이 마침내 나섰다.
「우리 미국은 오랜 혈맹인 영국의 어려움과 억울함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영국이 테러로 입은 대참사에 대해 백배 사죄하고 그에 상응하는 배상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자격만큼은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성명 발표는 테러지원국이라는 언급은 없지만, 테러라는 단어만큼은 분명하게 적시하고 있었다. 이에 일본, 중국 등 이 기회를 틈타 한국을 해체하려고 벼르고 있던 주변국들은 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더욱 더 강력하게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 갖춰진 것이다.
결국 한국은 UN에서 강제탈퇴당하고 말았다. 탈퇴가 확정되는 그날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와 두려움에 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
그랬는데…….
「지금 국제 사회가 돌아가는 작태를 보니 답답하고 분통이 터질 것 같다.」
“이, 이게 뭐야!”
“무적 딜러?”
“사, 살아 있었어?”
「나는 테러범이 아니다. 중요하니까 한 번 더 말한다. 나는 테러범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은 나로 하여금 테러범이 되기를 원하는 것 같아 지금 나는 매우 슬프기 그지없다.」
UCC에 새로이 올라온 동영상 속 유지웅은 매우 슬퍼 보이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경건함이 뚝뚝 묻어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좋다. 이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나는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세상을 구하고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면, 테러범이란 오명 따위가 뭐가 대수냐.」
무수한 댓글이 달렸다. 동영상이 진짜냐, 다른 사람이 아니냐, 정말 살아 있었느냐 등등 어마어마한 댓글 폭풍이 몰아닥쳤다.
그 중 베스트에 오른 한 댓글이 있었다. 유일하게 유지웅이 답글을 달았기 때문에 베스트에 오른 것이다. 그 댓글과 답글은 이랬다.
―조그만 수출형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입니다. 이번 테러 사태로 많은 피해를 봤지만 그래도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살아있었다면 조금 더 일찍 모습을 보이시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지금 상황이 매우 위태롭다는 점을 알고 계시나요?
―펜탈 은행 지하 금고 빼돌리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여. 국채랑 현금이랑 다 해서 1조 달러쯤 되더라구여.
============================ 작품 후기 ============================
“저번 생은 영웅으로 살았으니, 이번 생은 악당으로 살아도 좋다. 로버를 막을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