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11)
00811 %3C프리시즌 딜러편%3E 최후통첩? =========================================================================
“저 사람이 맞나?”
“UCC로 보던 것보다 훨씬 젊은데?”
“쉿! 말조심하게! 그러다가 한 방에 훅 가는 수가 있네. 얼마나 흉악한 테러범인지 몰라.”
“설마. 런던 테러는 저 사람 짓이 아니라며?”
“자네는 그걸 믿나? 당연히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지. 국회의장이 청문회 마치고 그날 바로 앓아누웠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나?”
H호텔 컨벤션 홀에 입장한 이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이제 막 들어서는 유지웅을 흘끔거렸다.
검은 아르마니 정장을 입은 그는 걸음걸이부터 힘이 넘치고 당당했다. 앳된 얼굴과 달리 표정은 다부졌고, 장대한 체격이 아니었음에도 주변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유지웅은 테러범이 아니다’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다수 국민들도 그에게 강한 지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모두가 그의 결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많이 가진 자, 잃을 게 많은 자일수록 그의 결백을 믿지 않고 또한 두려워했다.
‘처음부터 일성을 노린 거야.’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머릿속을 차지한 생각이었다. 그들은 유지웅을 몰래 훔쳐보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고, 행여나 눈이 마주치지는 않을까 겁을 냈다.
일성그룹은 362조 원의 추징금이라는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그 어마어마한 액수에 놀라지 않은 국민이 없었다. 이제껏 대기업이나 가진 자에 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만을 해왔던 역사에 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
‘이제야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가려나 보다!’
국내 최고 기업에 떨어진 무시무시한 추징금 철퇴는 어떤 이들에게는 희망의 바이블이 되었다. 비로소 뭔가 달라진다는 희열을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기억했다. 이 변화의 도미노를 쓰러뜨린 것은 유지웅이라는 사실을. 그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명한 진실이다.
“아, 이거 C은행장님 아니세요? 반갑습니다.”
갑자기 유지웅이 아는 체를 하며 다가오자, C은행장은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설마 하니 자신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향해 똑바로 오고 있었다. C은행장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으나 필사적으로 표정 관리를 했다. 옆에 있던 재계 인사들이 서둘러 거리를 벌렸고, 어느새 다가온 유지웅이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이렇게 채권단 회의에서 뵙게 될 줄이야. 반갑습니다.”
“아, 예……. 여, 영광입니다.”
C은행장은 혼란에 빠졌다. 이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아는 거지? 우리가 언제 대면한 적이 있었나?
“C은행이 바로 제 주거래 은행 아닙니까. 저번에 500조 원으로 한도 이체 빠르게 처리해주셔서 흡족했습니다.”
“아, 이를 말씀이십니까. VIP고객님이신데 응당 당연한 말이지요!”
비로소 C은행장은 안색이 폈다. 아, 그거 때문이었구나! 그래서 이렇게 반갑게 아는 체를 하는 거였어!
다른 사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C은행장은 사람 좋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그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러니까 유지웅이 한 마디 더 붙이기 전까지는.
“제가 대출 신청하러 갔을 때 문전박대 받은 게 솔직히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요.”
“예? 예에?”
“하지만 뭐 괜찮아요. 쥐뿔도 없는 놈한테 무턱대고 돈을 빌려줄 수는 없었겠죠. C은행의 그런 방침을 저는 충분히 이해하고, 그런 신중한 경영 마인드에 오히려 찬사를 보냅니다.”
C은행장은 속으로 시퍼렇게 질렸다. 아니, 그런 적이 있었나? 하지만 보고받은 적이 없는데?
‘미, 미친 것들!’
그는 부하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아니, 무적 딜러가 대출을 받으러 왔으면 제깍제깍 알아보고 해줬어야지! 그렇게 빌미를 만들면 어쩌란 말인가?
‘우리 C그룹도 설마?’
일성그룹의 뒤를 따르는 것은 아니겠지? C은행장은 얼굴 가득 먹구름이 꼈다. 설마 유지웅이 과거의 트러블을 빌미로 삼아 C금융그룹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은…….
“그러고 보니 C금융그룹도 일성그룹의 큰 채권자였죠?”
“그, 그렇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일성그룹 전 계열사의 존속을 결정하게 될 채권단 회의였다.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 일성그룹의 채권자이거나 혹은 해당 기관을 대표하여 온 것이다. C은행장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유지웅은 채권자는 아니지만 일성그룹의 분해에 가장 큰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이었다. 따라서 ‘교통정리’를 명목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갑자기 유지웅은 표정을 굳히고 강조하듯이 말했다.
“일성그룹의 해체 및 재탄생은 이 나라 경제 발전과 상업적 도덕성 확립에 있어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겁니다. 향후 후손들은 오늘 이 채권단 회의를 기억하게 될 겁니다. C은행은 그 영광된 역사의 자리에 참가하게 된 거죠.”
“그, 그렇습니다.”
C은행장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무엇을 뜯어내려고 이렇게 장대한 수사를 갖다 붙인단 말인가?
“당연히 사사로운 사익보다는 무엇이 진정한 국익인지를 고심해야 할 겁니다. 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다들 이해하실 겁니다. 맞죠?”
갑자기 유지웅은 주변을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고 훔쳐 듣고 있던 기업인들이 흠칫 놀라 물러났다.
‘C은행에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전부에게 하는 말이었어?’
‘이거 뭐야. 협박이잖아…….’
‘제길, 망했다.’
C은행이 뭔가 꼬투리를 잡힌 것 같다. 그럼 C은행을 미끼로 던져주고 자신들은 살아남을 길을 찾을 수 있다. 나름대로 그런 계산기를 두드렸던 채권단은 얼굴에 암운이 내려앉았다.
“그렇다고 국가를 위해 사유재산을 포기하라, 뭐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기가 독재국가도 아닌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지요. 제 말은 하루빨리 일성그룹을 정상화하기 위해 채권단 여러분의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무, 물론입니다.”
“암요, 시간이 생명이지요.”
‘지금 인류는 시간이 없어. 일단 한국 교통정리부터 마쳐야 해 해.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세계를 휘어잡아서 로버를 물리치고, 균열을 닫을 수 있어.’
한편 유지웅은 마음이 급했다. 지금 인류 멸망, 아니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아무리 조국이라지만 한국 같은 조그만 나라의 이런저런 사정까지 봐줄 틈이 없었다.
그런 조급함이 다소 딱딱한 태도를 낳았고, 그것은 채권단에게 있어 짙은 두려움을 주었다.
“모두 제 말뜻을 이해하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청문회 때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유지웅에게 반감을 드러냈다. 대체적으로 젊거나 경력이 짧은 이들이었다.
그러나 노후한 정치인, 그리고 기업인들은 달랐다. 유지웅에게 강한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통제가 되지 않는 인물. 경찰도, 군대도 통하지 않는 인물. 그야말로 왕관만 쓰지 않았다 뿐이지 폭군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연산군 밑에서 일하던 신하들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이래서야 오늘은 누가 사약 순번인지 두려움에 떨며 궁중에 출입하는 심정과 뭐가 다를까.
그렇게 채권단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일성그룹이 우리 채권단에 진 총 채무액은 약 192조 3,800억 원으로…….”
“잠깐! 그 중 순수한 채무액은 얼마나 되죠?”
“네? 순수한 채무액이라니요?”
이형준 회장이 쓰러지듯이 앓아눕는 바람에 얼떨결에 전경련 최고 대표가 된 부회장, LP그룹의 정희석 회장은 유지웅이 지적하자 깜짝 놀랐다. 흡사 경기를 일으키는 듯한 반응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절절히 느꼈다.
‘정희석 회장마저 저리 두려움에 떨다니.’
50대 재벌2세 오너가 어린아이처럼 두려워하고, 그것을 감추지 못한다. 이는 유지웅이 가진 원초적이고 끝없는 무력에 대한 거부반응이었다.
법은 아무 소용없고, 주먹은 전부였으니까.
“그 192조 원 전부가 모두 빚은 아닐 텐데요. 상당수는 투자금 아닙니까?”
“그, 그렇습니다.”
“투자는 원래 고수익을 노리고 위험을 함께 하는 거지요. 빚과는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순수한 빚만을 따졌을 때 얼마인지 말씀해 보세요.”
유지웅이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고, 채권단은 암담함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정희석 회장은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보고서를 넘겼다. 그리고 대답했다.
“88조 7,500억 원 가량 됩니다.”
“여러분은 투자자가 아니라 빚쟁이로서 이 회의에 참가하신 겁니다. 그 점을 잊으시면 안 돼요. 자, 그럼 88조 7,500억 원을 어떤 비율로 분배할지를 놓고 회의를 해봅시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나머지 103조 6,300억 원의 투자금은 회사 망했으니 받을 생각도 하지 말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사실 투자한 기업이 망하면 투자금도 날리는 게 맞다.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 본래 이들은 그룹의 각 계열사 자산을 팔거나 지원금을 통해 투자금 손실을 어떻게든 충당할 계획이었다. 다른 소액 채권자들이 후순위로 밀려나 손실을 보겠지만 개미들 입장은 알 바 아니었다.
그랬는데…….
“일단 빚부터 청산하고, 그룹을 매각해서 정상화해야죠. 유감이지만 투자금은 깨끗이 잊으세요. 안타까우시겠지만 투자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닙니까? 굳이 누군가를 원망을 해야겠다면 그룹 경영진을 원망하시고요.”
“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자, 빨리 빨리 진행하죠. 오늘 안에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우리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어째서 저 말이 협박으로 들리는 걸까?
채권단은 몇 시간에 걸친 회의 내내 두려움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해외 채권은 어떻게 합니까? 외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채권만 해도 100조 원은 넘을 겁니다.”
“저리 꺼지라 그래요. 테러국한테 돈 받을 생각을 왜 한대요? 제대로 미쳤네.”
“……예. 아, 알겠습니다.”
삐지고 화가 나서 한 말이지만, 이 자리의 어느 누구도 삐져서 그런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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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이제 내겐, 키보드밖에 보이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