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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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런 거만 타고 다니라는 반 협박과 함께 유지웅이 내준 차를 보고 김윤석은 신음했다. 그는 태어나서 이렇게 생겨먹은 차는 처음 보았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다.
“이거 3인승인가요?”
“네. 요즘 투 플러스 원이 대세잖아요. 좋죠?”
무슨 맥라렌 F1 카이저 어쩌고 하는 모델이라는데 김윤석은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이거는 왠지 F1 경기장 트랙을 달려야 할 차를 억지로 일반 도로로 끌고 내려온 듯한 느낌인데?
전체적으로 블랙 바탕의 컬러에 날렵하면서도 강인한 곡선을 지녔다. 좌우에 두 개 있는 문은 활짝 열면 나비가 날개를 편 듯이 보인다. 전방 중심부에 운전석이 있고, 그 뒤편에 두 개의 보조석이 있었다.
“잊지 마세요. 당신은 누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화려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게 당신의 업무예요. 알겠죠?”
“…….”
유지웅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아직도 그의 배포에는 적응이 안 된다. 말 그대로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대하는 것만 같다.
그가 자신에게 원한 것은 화려한 본보기, 그리고 표본.
사회를 병들게 하는 원인 중 하나는 정의를 위해 내부 비리를 고발한 자가 정작 이단 취급을 받고, 눈을 감고 입을 다문 이들은 승승장구 출세한다는 현실이다. 사람들 관념이 그렇고, 심지어 제도마저 그리 되어 있으니, 과연 누가 부정과 부패에 기꺼이 양심을 던지겠는가.
그래서 유지웅은 내부고발자로 양심을 지킨 대가로 힘들게 살아야 했던 김윤석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다.
김윤석의 지난 고행을 동정하고 베풀어준 것이 아니다. 그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향을 세우기 위해 일을 맡긴 것이다.
김윤석이 널리 알려질수록, 그리고 그의 삶이 알려질수록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하고 질시하게 된다. 표본으로 그가 존재함으로써 수많은 양심이 꺾이지 않게 된다.
유지웅은 그 역할을 수행해달라는 의미로, 이 많은 것을 베푼 것이다. 김윤석은 온전히 이해했다.
‘가만, 그럼……?’
김윤석은 오싹 소름이 돋았다. 유지웅은 자신이 마지막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표본의 시작이라 했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김윤석을 만들어나갈 것이라 했다.
그것은 동경하고 닮고 싶은 표본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표본도 존재하지 않을까?
“자, 이거 몰고 시원하게 드라이브해서 출근하세요. 본사에서 내릴 때 사람들 있으면 좀 거들먹거려도 주시고, 잘난 체도 좀 하시고요. 아셨어요?”
“알겠습니다.”
김윤석의 눈빛이 달라졌다. 거들먹거려라, 잘난 체를 해라. 이게 무엇을 위해서인지 이해한다.
자신은 광대다. 내부고발로 쫓겨난 이지만 부정에 반하여 양심을 지켰기 때문에 저렇게 성공했다는, 그런 표본을 수행하기 위한 광대다. 이런 수퍼카를 타고 거들먹거리고, 사치를 몸에 감고 다니는 것도 그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순간 그는 퍼뜩 떠올렸다.
“아! 그럼 급한 대로 쇼핑이라도 해야겠습니다! 지금 옷이 이 모양 이 꼴이라…….”
“그 양복, 동대문에서 산 건가요?”
“예.”
유지웅 눈에는 이런 양복은 싸구려……라고도 할 수 없는 폐기물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김윤석은 왠지 부끄러웠다. 돈을 1조 원이나 받았으면서도 그런 거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다니.
“할 수 없군요. 일단 잠깐 따라오세요. 제가 다른 곳을 드리죠.”
“감사합니다.”
김윤석은 유지웅을 따라 펜트하우스에 들어갔다. 200평대 복층식 구조의 초호화 구조가 그의 눈을 어지럽혔다. 맥라렌 F1 카이저 같은 것을 끌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역시 이런 집에서 살아야 어울리겠지?
“이거 입으세요.”
“감사…… 헉!”
유지웅이 주는 옷이라면 아마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호화 양복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던 김윤석은 옷을 받아들고는 머리가 일순 멍해졌다.
“이, 이건 추리링 아닙니까?”
“네.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놈이죠. 목이 닿는 안쪽 부분에 로고가 숨어 있어요. 그게 포인트니까 잊으시면 안 돼요.”
맙소사! 무슨 트레이닝복이야! 심지어 등 윗부분이 온통 반짝이 원단으로 되어 있어! 이런 걸 입고 맥라렌을 끌고 가란 말이야?
“이 분 참, 아직 한참 모르시네. 4인승은 정장을 입어야 맵시가 나고 2인승은 반바지에 반팔을 입어야 어울려요. 그리고 3인승은 추리닝이 진리죠.”
“그, 그래도 어떻게 이런 걸…….”
“어허, 제가 다 겪어보고 드리는 말씀이니까 그대로 따라하시면 돼요. 앞으로 맥라렌 탈 때는 양복이나 딱딱한 옷은 절대 금지입니다. 아시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김 비서가 청담동에 저택 매물 나온 거 매입했다니까 거기로 짐 옮겨요. 앞으로는 거기서 거주하세요.”
“알겠습니다!”
시무룩해져 있던 김윤석은 신이 나서 대답했다. 청담동 저택이란다. 잘은 모르지만 유지웅이 시시한 단독 주택을 사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대되었다.
“자, 그럼 가 봐요. 있다가 그룹 본사에서 봅시다.”
“……알겠습니다.”
청담동 저택이 생겼다는 기쁨은 잠시였다. 이런 꼴로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한 그는 쪽팔림이 밀려 올라왔다.
펜트하우스를 나선 그는 맥라렌에 올랐다. 그룹 본사가 있는 삼성동으로 향했다.
강남대로에서 신호등에 걸려 잠시 정차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흘끔거리고 지나간다. 어떤 이들은 대놓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강남에서는 고급 외제차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맥라렌 F1 카이저는 클래스가 달랐다.
“와! 저 차 좀 봐! 저거 무슨 차야?”
“크, 클라스 보소!”
“저거 F1 경주에나 쓰는 차 아니야? 저런 게 왜 일반대로에 있어?”
언뜻 들린 감탄사에 김윤석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동시에 흐뭇했다. 앞으로 맥라렌을 탈 때는 무조건 트레이닝복만을 입어야 한다는 제약으로 인한 시름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룹 본사에 도착했을 때였다. 입구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회사 사활이 걸린 일이다 보니 근무 대기 중인 직원들까지도 몰려나온 것이다.
오늘 재편 발표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결정되고, 자신들의 사활도 따르기 때문이다.
“어머! 저거 무슨 차니?”
“저거 맥라렌 컨셉트 카잖아? 딱 7대 밖에 안 만들어졌다던 건데? 저게 우리나라에도 있었어?”
“와, 저런 거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구나. 몇 억은 거뜬하겠지?”
“몇 억이 아니라 몇 십억이 거뜬할 걸?”
본사 주차 요원이 서둘러 차를 받기 위해 달려와서 문을 열어주었다. 척 보기에도 새로 온 주요 투자자나 주주 같은 포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 문이 열리고, 차주가 내린 순간…….
“으악!”
“뭐야? 추리닝이잖아!”
“게다가 반짝이 원단이야! 등 윗부분 좀 봐!”
“어머어머! 웬일이니! 별꼴이다!”
대체 어떤 사람이 타고 왔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지켜보던 사람들의 얼굴이 우르르 무너졌다.
세상에! 반짝이 추리닝이라니!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 어떻게 저런 걸 입고 저런 차를 탈 생각을 다 했지! 저 사람, 정신 나간 거 아니야?
그런 반응을 피부로 느낀 김윤석은 목덜미까지 빨개지고 싶었다. 하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주차 요원에게 차 키를 맡겼다. 그리고 당당하게 입구에 들어섰다.
부끄럽지만 유지웅이 시킨 일이다. 분명 심오한 뜻이 있을 것이다.
……없으면 어떡하지? 앞으로 평생 이렇게 망신당하고 살아야 하나?
“와…… 멋있다.”
“이 년이 미쳤나. 저게 뭐가 멋있어? 사장단 회의 참석하려고 온 사람 같은데 저런 옷으로 오는 게 말이 돼? 정신 나간 짓이지.”
“아니, 그렇잖아. 이런 사장단 회의 같은 건 저 사람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 않니?”
“……어?”
“봐봐, 그냥 집에서 막 생각나서 대강 꿰어 입고 온 차림새잖아. 대체 어떤 사람일까? 혹시 새로 인수한 대주주는 아닐까?”
“어, 그럴 듯하네. 가 아니라 진짜 그렇겠네.”
“저 사람은 격식 같은 거에 자기를 맞출 클래스가 아니라는 거지. 그런 모습이 더 멋있지 않아? 진짜 대단한 사람 같아.”
김윤석은 어렴풋이 들린 어느 여직원들의 대화에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깊은 깨달음이 뇌리를 강타했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뭉클하게 가슴에서 피어올랐다.
지금 이 순간 유지웅의 얼굴이 강하게 생각났다. 표현할 길이 없는 감동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
‘앞으로 맥라렌 탈 때는 이 추리닝만 입으세요. 이게 가장 잘 어울려요.’
그게 바로 이런 뜻이었구나!
그렇다. 집에서 대강 굴러다니는 차를 타고 대강 마트에 장 보러 가는데, 정장에 구두를 챙겨 입는 사람은 없다. 그냥 입던 옷 그대로 트레이닝복 아니면 반바지에 샌들차림으로 나가기 마련이다.
‘회장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비로소 유지웅의 심오한 뜻을 이해한 김윤석은 더욱 자세를 가다듬었다. 지퍼를 끝까지 올려서 바짝 세운 목 칼라로 목을 가리고, 어깨를 살짝 움츠리고는 양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이것이 바로 향후 대한민국을 강타할 로열 스타일! 유지웅이 창조하고 김윤석이 선도한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는 최대한 낮고, 짧게 대답했다.
“그룹 사장단 회의. 김윤석.”
“이쪽으로 오십시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맥라렌에 놀라고, 트레이닝복에 기겁했던 안내 직원은 김윤석에 이름에 기함을 해서 급히 안내했다. 그가 지나간 뒤, 숨을 죽이고 있던 로비 프론트 여직원들이 쑥덕거렸다.
“근데 저 추리닝 진짜 반짝거린다. 조금 촌스럽지 않니?”
“그래도 비싸 보이는데? 어디 외국 상류층에서 유행하는 스타일 아닐까?”
“역시 그렇겠지? 저런 차 타고 온 분이신데.”
참고로 이 트레이닝복, 김윤석이 유지웅 만나러 왔을 때 타고 온 벤츠S클래스보다 비싸다. 니들이 생각하는 그런 옷 아니다.
============================ 작품 후기 ============================
며칠간 글쓰고 이것저것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후원쿠폰, 원고료쿠폰 주신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ㅜㅜ
그냥 저도 재미삼아 독자분의 도발(?)에 응한 것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마치 반짝 파티 벌인 기분이라서 흥겨웠고요. 그래서 더 신이 나서 연참도 했습니다.(제가 원래 좀 심하게 기분파입니다)
개수에 상관없이 그저 쿠폰 주신분들 한 분 한 분 모두 고맙습니다. 요 며칠 모처럼 댓글 보면서 막 즐거웠고 엔돌핀도 많이 분비된 것 같네여.
모두 감사드립니다.
ps : 실탄의 ㅅ은 성실의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