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16)
00816 %3C프리시즌 딜러편%3E 최후통첩? =========================================================================
“이곳입니다. 생활 가구는 전에 살던 양반이 두고 간 것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쓸 만합니다만, 김 이사님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따로 구매하시는 게 어떨까요?”
김범석이 옆을 따라다니면서 설명했다. 서른 중반인 김윤석은 처음에 김범석이 그러는 게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 그는 8조 원의 자산가로 국내 10대 부자에 들어가는 인물 아닌가. 나이도 많았고.
“가구는 쓸 만하네요. 됐습니다. 나중에 살다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차차 고쳐 나가죠.”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김범석이 웃었다. 배 나온 중년 아저씨가 웃는데 별로 거북하다는 느낌은 안 든다. 그런 거 보면 이 사람도 참 신기하다.
김윤석이 가구를 그대로 쓰기로 한 건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이 큰 집을 새로 꾸미고 하려다 보면 한 달은 족히 잡아먹을 것 같아서였다. 가구는 최상품이었고 관리가 잘 돼 있어서 마치 새것과 같았다.
‘크다……. 내가 정말 이런 집에서 사는 건가?’
이 정도면 청담동에서도 손꼽히는 대저택에 들지 않을까 싶다. 깨끗한 4층 사택은 면적만 150평은 족히 넘어 보인다. 정원에는 넓은 수영장이 있고, 집을 관리할 사람들이 거주할 별채도 따로 있었다.
평생 좁은 다세대주택에서만 살았던 김윤석에게는 궁전이나 다를 바가 없는 집이었다. 문득 전에 살던 사람이 누군지 궁금증이 생겼다.
“전에 사시던 분이 상당한 부자셨나 봐요? 이런 집에 사실 정도면…….”
“그냥 돈 좀 만지던 폰팔이가 살던 집입니다. 김 이사님이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
폰을 얼마나 많이 팔았으면 이런 집에서 살았을까? 김윤석은 자신도 휴대폰 매장이나 할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는 천천히 저택을 둘러보았다. 워낙 커서 둘러보는 데만도 시간이 엄청 걸렸다.
“가치 있는 미술품 같은 것은 전 주인이 전부 가져가서요. 아직은 훵하지만 곧 채워 넣으면 됩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김 이사님이 그런 분야는 잘 모르지 않습니까. 제가 잘 처리할 수 있으니 맡겨주십시오. 회장님 엄명이기도 합니다.”
“회장님…….”
실소가 나왔다. 맞다. 자신은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큼 화려하게 살아야 한다. 양심을 지킨 내부고발자도 저렇게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 나라에 심어주기 위한 광대였다. 김범석이 깍듯한 것은 그를 돕기 위한 업무 때문이다.
“사모님도 모셔와야지요?”
“……그래야지요.”
아내를 생각하면 문득 가슴이 아린다. 못난 남편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만 하다가 결국 2년 전 별거에 들어갔다. 그래도 정기적으로 연락은 했었는데, 그의 인생이 격변한 후로 아내는 일절 연락이 없었다.
처음 그는 자신의 소식을 듣자마자 아내가 바로 연락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내의 마음을 이해했다. 아마 면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리라.
아내는 어려울 때 생활고를 버티다 못해 별거를 선언했다. 아내를 원망하진 않는다. 오히려 미안하다. 모든 것은 못난 자신의 탓이었으니까.
그러나 아내는 남편을 탓하기보다는 별거를 제안한 것을 자책하고 있을 것이다. 면목이 없다고 여기고 있으리라. 본래 그런 여자였으니까.
“집도 구했으니 오늘 데리러 가야겠습니다.”
“제가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예? 준비요?”
“회장님께서 추구하시는 공항동 스타일이 멋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일반인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트레이닝복에 맥라렌 F1 카이저는 아무래도 사모님이 놀랄 겁니다.”
본래 너무 뛰어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거부 반응을 보인다. 김범석은 충복으로서 그 점이 못내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제가 따로 준비를 해뒀습니다. 가시지요.”
김윤석은 그가 마련했다는 준비를 보고 그 배려 깊음에 새삼 감동했다.
중후한 사이즈와 멋을 자랑하는 검은색 세단, 최고급 마이바흐가 대기하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사실 저도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언젠간 사모님도 공항동 스타일을 이해하실 날이 올 겁니다. 원래 수퍼카에는 추리닝이 제맛인데, 사람들은 그걸 몰라요.”
“그러게 말입니다.”
김윤석은 아내를 데려오면 그것부터 빨리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럼 이제 일성 전 오너가는 어떻게 되는 거지요?”
“직접적인 경제사범 혐의는 지금 낱낱이 들쑤시고 있습니다. 사실 실형을 선고해서 죽을 때까지 감옥에 처박을 수도 있는데 대통령이 그것만큼은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모양입니다. 하도 애절한지라 회장님도 그 점은 양보하실 것 같습니다. 아마 재산 압류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든 재벌이라는 이름은 이제 내려놔야 할 겁니다. 그냥저냥 중산층으로 전락하겠지요.”
“……그게 정말입니까?”
한 나라를 주무르던 재벌이 한순간에 평범한 중산층으로 전락하게 된다니. 옛날 같았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김윤석은 유지웅이 지닌 영향력에 입을 벌리고 놀랐다. 그러나 김범석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왜 그 정도로 끝내야 하는지 불만이 가득했다.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만…… 최재형 정부의 심정도 이해는 갑니다. 본보기가 너무 잔인하면 겁에 질린 이들이 모조리 이 나라를 떠나고 경제질서가 엉망이 될 거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쯧쯧, 당장은 휘청거릴지 몰라도 그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는데, 회장님의 뜻도 그러한데, 하여튼 ‘최재형이’ 그것은 믿음이 부족하단 말이죠. 회장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겠다 해놓고는 벌벌 떠는 꼴이라니.”
“그, 그렇군요.”
본래 유지웅은 오너 일가를 말 그대로 ‘법대로’ 처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오히려 그것을 막았다. 전 재산을 몰수하고 평생 감옥에 넣을 경우, 다른 재벌들이 받을 충격이 감당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쥐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중산층으로 전락시킨 것만 해도 이미 넘치는 본보기가 됩니다. 다른 재벌들은 그 정도로도 충분히 공포에 질릴 겁니다.’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으로서 그런 시각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김범석 입장에서는 불만스럽기 그지없었다. 감히 회장님의 뜻을 거스르다니?
‘회장님! 회장님이 정하신 대로 밀고 나가야 합니다!’
‘나도 그러고 싶긴 한데, 이번은 양보해주려고.’
‘예? 어째서입니까? 최재형이 그것이 감히 회장님의 뜻을 꺾으려고 하는데……!’
‘처음이니까 한 번은 대통령 체면을 세워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여기서 한 번 봐주면 대통령이 앞으로 재벌들 대할 때 운신하기도 수월해서 나도 여러모로 편해질 거고.’
‘과연!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감히 석고대죄로 회장님의 뜻을 돌린 대통령이 아직도 괘씸하고 못마땅하다. 하지만 하해와 같은 마음과 시대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흔쾌히 상소를 받아주신 회장님을 생각하면 감동으로 가슴이 떨린다.
* * *
“근데 우리나라 경제 봉쇄당한 거 맞아?”
“봉쇄까지는 아니고, 상임이사국 주도로 좀 따돌림 당하는 건 맞을 걸.”
“근데 그런 것치고는 의외로 살 만하네?”
“그러게 말이다. 일성도 무너져서 어떻게 되나 걱정했는데 별 탈 없네?”
테러지원국으로 몰려 UN 강제 탈퇴를 당했다. 국내 최고의 대기업이 공중분해 될 뻔했다가 가까스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존속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무역 라인이 중지되었다.
수출입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나라로서 당장 고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경제가 쌩쌩 잘 돌아갔다. 월급도 안 말리고, 멈췄던 주문이 다시 들어왔다. 공장도 정상 가동하고 있었다.
체감하기로는 오히려 UN에서 강제탈퇴당하기 전보다 더 나아진 것 같았다. 결정체 밀무역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어리둥절했다.
―한국은 결정체 밀무역 행위를 당장 중지하라!
“지랄하지 마. 테러지원국이 그런 말 듣는 거 봤냐?
―저거 봐라! 자기가 테러지원국이라고 인정하지 않느냐!
“말꼬리 잡지 마. 니들이 테러지원국이라고 까내리니까 비아냥거리는 건데? 무슨 난독증 있음?”
입에 게거품을 무는 영국, 호시탐탐 시비를 거는 중국, 은근슬쩍 경계 모드로 들어간 일본 등이 아무리 연합해서 난리를 떨어도 유지웅은 꿋꿋하게 결정체 밀무역을 했다.
일본과 중국, 그리고 미국은 통합 1조 달러에 달하는 각 나라 국채를 휘두르니까 경제 봉쇄에서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 나라 기업, 자본가들이 몰래 한국 결정체 암거래 시장에 들어와서 결정체를 사간다. 대금은 당연히 원화로 지불한다. 대금 지불을 위한 원화는 한국이 필요로 하는 수출품(건설 자재 등)을 팔아 확보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나라가 입은 손해를 보전하고 있으니, 테러지원국으로 몰려 대부분의 거래 라인이 끊겼음에도 오히려 살림이 피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국민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겉으로는 한국과 유지웅을 비난하는 입장을 취하는 각 나라는 자국 기업들이 한국 결정체 암시장에 들락거리는 걸 알면서도 눈감아주었다.
영국 정부는 이에 비공개 라인을 통해 맹렬히 항의했지만 그들의 입장도 어쩔 수 없었다.
“밀거래 안 하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뒤쳐지는데 어쩌라고. 그럼 니들이 팔아주던가.”
“근데 꼭 한국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야 되나?”
“본국은 왜 상임이사국들이 만장일치로 한국을 강제 탈퇴시켰는지 그것부터가 납득이 안 감.”
영국 자본이 밀거래 시장에서 가장 큰손이라는 것을 모르는 영국 정부에게 불쌍하다는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수상에게 그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유지웅이 깜짝 발표를 했다. 물론 해외 바이어들에게만 접근이 허락된 팬카페 비공개 게시판에서였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내가 좀 손해를 많이 봤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블루 결정체 살 때 우리나라 산업품도 좀 사가. 우리나라가 핸드폰이랑 TV랑 세탁기랑 에어컨은 진짜 잘 만들거든.」
당연히 익명의 바이어들로부터 항의가 쏟아졌다.
―이건 폭리요!
―말도 안 됩니다! 이런 게 어디 있어요!
―반대한다! 반대한다!
이에 유지웅은 쿨하게 응대했다.
「끼워 팔기가 요즘 트렌드인 거 모름?」
―…….
「유행을 선도하진 못해도, 뒤쳐지지는 말아야지. 그런 센스 없는 사람하고는 앞으로 거래 못하겠음. 내가 동네 창피해서 그런 거 못함.」
―이, 이이익!
엿장수 맘대로지 별 수 있나.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각 바이어들은 끼워 파는 수출품을 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예전에 수출하던 가격보다 비쌌다!
물론 그에 대한 항의가 들어오긴 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붙어서 그럼.」
―…….
한국 암거래 시장에서 원화로 결정체(블루 그린 포함)를 산다. 원화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이 필요로 하는 수입품을 판다. 그 원화로 다시 결정체를 산다.
이 카테고리에 한국 수출품 끼워 팔기라는 옵션이 붙었다. 옵션은 프리미엄이 붙어서 전보다 더 비싸졌다. 순식간에 한국은 예전 무역 규모의 두 배를 뛰어넘고 말았다.
그렇게 한국이 국제적인 따돌림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을 무렵, 마침내 중국에서 칼을 빼들었다.
「한국은 즉각 테러 행위에 대해 사죄 및 배상하고 UN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라. 이에 대한 수락의 의사표시를 지금으로부터 72시간 안에 취해라.」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던 중국이 최후통첩을 했다. 이대로 두면 한국이 못 건드릴 정도로 커질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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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동 스타일의 멋짐을 모르는 사람들, 불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