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25)
00825 %3C프리시즌 딜러편%3E테러와 트롤 사이 =========================================================================
“지금 중국 전역에서 불길한 예감이 느껴집니다. 괴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헬 카이저가 톈진을 습격한 것도 그 조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만간 괴수로 인한 큰 대참사가 중국을 덮칠지도 모릅니다.”
“…….”
홀에 모인 이들은 불편한 얼굴로 유지웅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 그들은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지방 정치가 및 부호들이었다. 최고지도부가 날아간 지금, 중국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수뇌부인 것이다.
물론 시간 및 지리적 문제로 모든 이들이 참석하지는 못했다. 이 자리에 참가한 인물은 대략 오백여 명. 중국의 규모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각 지역의 가장 중요한 인물만 골라 참석한 것이므로 아주 적은 숫자는 아니다.
사실 이들도 별로 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지웅이 오라고 하는데는 안 오고 버틸 수가 없었다. 톈진의 타이다 지역을 날려버린 그의 서슬 퍼런 모습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들의 눈에, 톈진 1인 레이드는 자신들을 향한 무력시위였다. 내 말 안 들으면 앞으로 이 꼴 볼 줄 알아, 하는 뭐 그런 것 말이다.
자기들이 다스리는 지역도 그 꼴이 될까 봐 일단 온 것이다. 적어도 뭐라고 하는지는 한 번 들어나 보게.
“따라서 저는 국제 괴수 방위 조직을 만들어 그와 같은 사태를 대비할 생각입니다. 다시는 북경 참사 같은 비극이 생겨나지 않도록 말입니다. 중국이 첫 가입국이 된 점을 이 자리를 통해 축하드립니다.”
“…….”
그리고 유지웅은 혼자 박수를 쳤다. 어버버거리던 사람들도 엉겁결에 따라 박수를 쳤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뭐지?’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우리가 언제 가입국이 됐어?’
“아참. 왜 첫 가입국이라고 했냐면 한국은 개최국이자 의장국이라서요. 아무튼 여러분의 국가가 첫 가입국입니다.”
‘우리는 가입한다고 한 적이 없는데?’
‘아니, 지금 중앙 정부가 마비 상태인데 무슨 가입이 확정된 듯이 말하는 거야?’
어느 그룹이든 용기 있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검은 콧수염을 기르고 갈색 양복을 입은, 머리가 벗겨진 대머리 남자가 조심스레 질문했다. 통역이 중간에 말을 전달했다.
“그런데 중국이 언제 가입국이 됐습니까? 그 조직이 아직 생겨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가입 조약 체결식을 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어, 그럼 가입 안 하실 건가요?”
“…….”
유지웅은 별 걸 다 묻는다는 얼굴로 반문했다. 대머리 질문자는 사색이 되었다. 이거 협박하는 거 맞지?
“가입 진짜 안 하실 거예요?”
“으, 으으, 으으으…….”
대머리 질문자는 머릿속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거 잘못했다가 저 자가 미쳐 날뛰면 어떡하지? 톈진 꼴이 나면 어떡하지? 모든 게 자기 책임이 되는 거 아닌가?
처음에 질문을 할 때만 해도 ‘용기 있는 우리 왕 회장!’하는 눈으로 조용히 응원을 보내던 이들이 어느새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있었다. 눈빛도 확 달라진 게, ‘왜 괜히 그런 질문을 해가지고!’라는 원망이 가득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중국은 ‘아직’ 가입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저는 이만…….”
“자, 잠깐만!”
“네? 왜요?”
“제, 제가 그런 말을 언제 했습니까!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어, 언제부터 가입을 한 건지 그 시기와 과정이 궁금해서……!”
“그럼 가입한다는 거죠?”
“네?”
대머리 질문자는 새파랗게 질렸다. 아니, 대체 무슨 큰일 날 소리를 하는 거야! 사람 하나 쥐도 새도 모르게 훅 가게 만들 일 있어?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게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대머리 질문자는 도대체 왜 패기 있게 나섰을까 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었다. 아마 삼 년만 어렸으면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을지도 모르겠다. 흡사 악어 앞의 개구리가 된 기분이었다.
“이거이거…… 제가 일을 너무 급하게 처리했나 보네요. 알겠습니다.”
유지웅이 그렇게 혼잣말을 했고, 통역가는 그것도 전달했고, 대머리 질문자는 죽다가 살아난 심정이 되었다.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던 유지웅은 손뼉을 쳤다.
“좋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의 의사를 확인하면 될 것 같아요! 자, 여러분! 가칭 괴수방위대에 참가하는 것을 반대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
그렇게 말을 하면 누가 손을 들겠어? 진심으로 손을 들 거라 생각하고 하는 말인가?
지금 이 순간 그들의 머릿속에는 폐허가 된 런던과 톈진의 타이다 지역이 떠올라 있었다. 16만 명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인간 아닌가. 눈앞에서 반대했다가는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난 다음에…….’
“자, 세계 시민 여러분. 이로써 여기 모인 분들은 중국의 참가에 관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름을 하나하나 업로드하겠습니다. 먼저…….”
“으, 으아악!”
“설마 촬영 중이었어?”
“아, 맞다. 제가 말씀드린다는 걸 깜박했네요. 이거 처음부터 UCC로 내보내고 있었어요.”
지방 정부 인사들은 새파랗게 질렸다. 아니, 그럼 졸지에 자신들은 중국의 참가에 찬성표를 던진 꼴이 된 게 아닌가?
유지웅은 개운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 참. 이렇게 시원시원하신 분들이 아까는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아무튼 여러분들의 확고한 의지는 잘 알았습니다. 이제 다른 지역 분들을 설득하기만 하면 되겠군요.”
“자, 잠깐만!”
“네?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
타임을 외친 인물은 석상이 되었다. 일단 불러 세우긴 했는데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아까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모르던 대머리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속으로 그를 비웃었던 게 미안해질 지경이다.
‘이, 이대로는 안 돼!’
‘이게 무슨 막무가내 외교야!’
‘어떻게 이런 식으로!’
강도가 목덜미에 비수를 찔러 넣고 ‘돈 줄 거지?’하는데, 그 상황에서 소신 있게 ‘아니오!’를 외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심지어 이름도 다 적어놨단다. 정부 인사들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어쩌자고 이런 인물을 건드렸단 말인가!’
지금은 폭사한 중앙 정부 인사들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그들이 한국에 말도 안 되는 최후통첩만 안 보냈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진 않았다.
일은 죽은 자들이 저지르고, 책임은 살아 있는 자들이 옴팡 덮어쓰게 생겼다. 대체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그때였다.
핑!
작지만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렸다. 홀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툭, 툭, 떼구르르…….
납구슬이 또르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쥐 죽은 듯한 정적만이 홀을 뒤덮었다.
그들의 눈이 일제히 유지웅의 발치를 향했다. 찌그러진 납덩어리가 떼구르르 굴러가다가 멈췄다.
“…….”
말소리마저 얼어붙는다는 살벌함이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그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시체처럼 파리한 얼굴로, 유지웅의 모든 것에 시선이 못 박혔다.
“…….”
유지웅은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바닥에 떨어진 납구슬을 쥐어 들고는, 다른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저것은 납구슬이 아니었다. 총알이었다. 총알이 이마에 맞으면서 찌그러진 것이었다. 그것도 권총이나 이런 게 아닌, 장거리 대인 저격총이었다.
‘여, 역시 탱커가 맞잖아!’
유지웅 탱커설에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근딜이 어떻게 저격을 당하고 저리 멀쩡할 수 있는가? 총알이 이마에 맞았는데 이마는 생채기 하나 없고 총알만 찌그러지는 게 말이 돼?
“아, 씨발.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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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참)검은 당신의 것이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