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31)
00831 %3C프리시즌 딜러편%3E왕을 쓰러트릴 자 =========================================================================
후쿠시마는 일본 대형 레이드 시장이 형성된 지역이다. 다수의 옐로 몹이 알맞게 흩어져서 서식하고 있고, 대체로 온순하거나 약한 녀석들이 많다. 안정적으로 결정체를 공급하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이치로 공격대는 후쿠시마에서 터를 잡고 레이드 활동을 하는 팀이었다. 정규 공격대이긴 하나 지역 주민으로 구성되어 있어 유대감이 높다. 물론 순수한 후쿠시마 출신은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의 레이더가 그렇듯이 타지역에서 이주해온 인물들이다.
그날도 공격대는 공대장 이치로의 지휘를 받아 괴수 사냥에 나섰다.
“저 놈 어때?”
“결정도가 20짜리인데요? 너무 낮지 않나요?”
“오늘은 신입도 몇 명 있으니까 좀 쉬운 놈으로 하자고.”
“뭐, 그럽시다.”
이치로의 말에 대체로 수긍했다. 보통 그들은 25 이상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신입 딜러만 3명에다가 신입 힐러가 1명 추가되었다. 조금 약한 괴수를 잡아도 될 듯했다.
“위치도 딱 좋네. 조용하고.”
목표로 정한 사냥감은 서식 위치도 알맞았다. 주요 레이드 터와 멀리 떨어진데다가 산으로 고립되어 있어 소음에도 안전했다. 혹여 주변에 다른 공격대가 레이드 도중 어그로가 튀어도 여기까지 위협이 닥칠 일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사냥을 개시했다.
“자, 가자!”
―캬아아!
공격대장 이치로가 패기 있게 나섰다. 한참 달게 자다가 공격을 받은 괴수는 흥분해서 날뛰었다. 날지도 못하는 주제에 달고 있는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날카로운 부리로 이치로를 쪼아댔다. 괴수의 머리에 돋아난 붉은 벼슬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조류형 괴수, 몸집에 비해 너무 작은 날개, 그리고 붉은 벼슬을 가진 이 괴수의 이름은 바로…….
“하하하! 후쿠닭 주제에 어딜 감히!”
“닭대가리 주제에! 뒤져 버렷!”
“결정체로 가버렷!”
닭을 닮았다 하여 후쿠시마닭이다. 근데 보통은 그것도 길다고 후쿠닭이라 줄여 부른다.
정규 공격대라고 해서 무조건 검증된 인원만 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역 주민 다수가 레이더로 구성되어 있는 레이드 도시 같은 경우는 서로 유대감이 강하다. 생짜 초보도 인맥으로 얼마든지 받아준다.
물론 막무가내로 받는 것은 아니고 나름 테스트는 한다. 그리고 초보임을 고려하여 레이드도 신중하게 한다. 최하급 개체로 취급되는 후쿠시마닭을 노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처음 레이드에 나선 신입들은 초반에 긴장했지만 곧 빠르게 적응했다. 눈알을 공격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딜을 했다. 수십 개의 불꽃이 허공을 수놓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배리어는? 얼마나 남았어?”
“어……. 32%요!”
“벌써? 좋아, 금방 잡겠군!”
신입이 여럿 포함된 것치고는 딜도 제법 나온다. 이치로는 공격대 수준에 만족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한 사이 후쿠시마닭의 날카로운 부리가 옆구리를 스쳤다.
“하하하! 후쿠닭 주제에 감히 어딜! 내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으냐!”
이치로는 탱커 중에서도 특히 빠른 몸놀림을 가졌다. 그래서 다른 탱커보다 덜 맞아가면서 탱킹을 한다. 당연히 힐러의 부담이 적다.
그런 재빠른 이치로의 몸놀림을 처음 보는 신입 딜러들은 황홀한 감동마저 느꼈다. 자신들이 들어온 공격대의 수준에 자부심을 느끼며, 있는 힘껏 딜을 다하는데……?
“저, 저게 뭐야!”
“으아아아악!”
느닷없이 하늘에서 내려온 검은 그림자에 공격대는 전원이 깜짝 놀랐다. 이치로는 재빨리 탱킹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아예 등을 보인 채 전력으로 질주해서 이탈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날개를 가진, 사자를 닮은 검은 괴수가 후쿠시마닭의 목을 물어뜯고 있는 것을.
“후, 후쿠닭이!”
“레, 레드 몹이다! 어서 이탈해, 어서!”
아무리 후쿠시마닭이 약체로 손꼽힌다지만 옐로 몹을 저렇게 간단하게 사냥할 수 있는 괴수는 레드급이다. 심지어 그들도 처음 보는 개체였다.
“이, 이치로 대장? 저 괴수는?”
“몰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놈이다! 아무튼 이탈해!”
이치로는 죽을힘을 다해 달아났다. 등 뒤에서 후쿠시마닭이 애처로운 단말마를 질렀다.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제아무리 레드 몹이라지만…….’
레드 몹은 종종 옐로 몹을 사냥한다. 그 사냥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은 그도 여러 번 봤다. 하지만 그 어느 동영상에서도 저렇게 손쉽고 빠르게 사냥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아무리 힘의 격차가 있다지만 옐로 몹도 순순히 사냥당하지는 않는다. 치열하게 반항하거나, 아니면 도망친다. 하지만 후쿠시마닭은 그 어느 것도 하지 못하고 단숨에 목을 물어 뜯겼다.
‘단말마가 멎었다?’
전력 질주를 하던 이치로는 소리가 그치자 불길한 느낌에 뒤를 돌아봤다. 거대한 그림자가 그의 온몸을 뒤덮었다. 레드 몹(으로 추정되는)은 날개를 펄럭이며 어느새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상태였다.
이치로는 도주를 멈추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장비를 힘껏 쥐며 외쳤다.
“젠장! 도주는 글렀다! 버티기로 들어간다!”
“예! 대장!”
“신입 녀석들 빼고 버티기 시작! 그리고 바로 기관에 연락해! 레드 몹이 습격했다고!”
“알았……!”
대답은 끝을 맺지 못했다. 뭔가 빛이 번쩍하더니 본진의 한 곳이 쓸려나갔다. 이치로는 그 광경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다, 다나카! 다나카가!”
이치로를 비롯한 고참 레이더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다나카는 통신 장비를 가진 딜러였다. 그가 당했으니 통신 장비로 기관에 상황을 보고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젠장! 핸드폰! 핸드폰으로 해! 손 남는 녀석들!”
사자형 괴수가 천천히 앞발을 휘둘렀다. 말 그대로 살짝이었다. 저거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이, 이치로 대장이!”
“살려! 무조건 살려! 힐을 퍼부어!”
“히, 힐이 안 돼!”
“안 되는 게 어딨어! 힐을 퍼부어! 어서! 아끼지 마!”
대원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힐이 안 통한다? 그것은…….
“주, 죽었어!”
“꺄아아아악!”
메인 탱커인 이치로 대장이 한 방에 죽었다. 그것도 앞발을 가볍게 휘두른 타격에.
“어서, 어서 전화해!”
“제 껀 시티폰이라 여기선 안 터져요!”
“전화기가 안 켜져! 배터리가 나갔나 봐!”
“내가 아이폰 쓰지 말랬잖아! 일체형 어디다가 쓰려고!”
“며, 몇 번에 전화 걸어야 돼? 우리 엄마한테 하면 되나?”
“괴, 괴수 재난 센터 번호가 몇 번이었지? 으아악! 갑자기 생각이 안 나! 1115였나? 1117이었나?”
“닥치고 그냥 119에 걸어! 어서!”
“오예! 신호 간다!”
어느 한 명이 드디어 신호가 간 모양이다. 다른 이들도 초조하게 자기 핸드폰이 연결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꺄아악!”
사자형 괴수가 가볍게 불을 뿜었다. 또다시 공격대 한쪽이 쓸려 나갔다. 대원들은 죽자살자로 뛰면서 어서 빨리 통화가 연결되기만을 기다렸다.
“왜 이렇게 안 받아!”
119에 전화를 건 이가 울먹이면서 외쳤다. 등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그들을 덮쳤다. 무언가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모든 것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 고요함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의 존재뿐이었다.
―크르르…….
학살을 마친 괴수는 만족한 듯이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천천히 자신의 작품을 둘러보던 괴수는 하늘로 머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포효를 날리려는 순간!
번쩍!
하늘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괴수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뜻밖의 공격에 괴수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아니, 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온몸을 죄이는 고통에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거대한 폭발 섬광이 일대를 휩쓸었다.
* * *
“뭐라고요?”
업무를 보고 있던 한국 대통령은 급보로 날아온 소식에 멍해져서 그만 서류를 떨어뜨렸다.
“이, 일본을 공격했다고요? 그것도 다짜고짜?”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아니, 지금 유지웅 딜러는 미국에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워싱턴인데요?”
“그, 그런데 거기서 쏴서 정확히 일본을 맞췄답니다. 후쿠시마 지역입니다.”
“대체 왜 일본을 갑자기……. 이유가 뭐라고…….”
후쿠시마는 일본의 주요 레이드 지역이다. 그곳이 교란돼서 레이드가 밀리면 일본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는다. 설마 일본에게 보내는 경고인가? 근데 왜 갑자기? 이유가 대체 뭐야?
아니, 그보다는…….
“거기서 그게 닿는단 말입니까! 백악관에서 태평양 건너 일본까지?”
대체 사정거리가 얼마인 거야? 대통령은 혼란에 빠졌고, 비서실장이 급히 대통령의 착오를 수정해주었다.
“그 반대입니다, 대통령님!”
“반대라면…… 뭐, 뭐라고요?”
“태평양이 아니라 대서양 방향으로 쐈답니다…….”
유지웅이 쏜 장거리포는 태평양이 아니라 대서양과 유럽 상공을 횡단했다. 참고로 태평양 방향보다 더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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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도 서울만 가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