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33)
00833 %3C프리시즌 딜러편%3E왕을 쓰러트릴 자 =========================================================================
혹자는 말한다. 유지웅의 출현은 빌클런 임기 최대 위기라고. 빌클런도 그리 생각해왔지만, 지금은 단언할 수 있다. 바로 이 순간이야말로 임기 최악의 순간이라고.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일본을 없애버리자고?’
섬뜩한 기운이 등줄기를 훑었다.
그렇지 않아도 유지웅이 공동 선언 등 ‘쇼’를 한 것은 미국을 엿 먹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있었다. 공화당에서 이걸 걸고 넘어가면 역대 최악의 무능한 정권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을 같이 없애버리자는 제안을 받는다면? 그리고 그 사실이 정적의 귀에 들어가면? 정치 인생을 종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네, 제대로 노리고 쐈는데 안타깝게도 비껴가고 말았습니다. 거리가 너무 멀었나 봐요. 칫! 이럴 줄 알았으면 서쪽으로 쏘는 건데, 내가 왜 동쪽으로 쏴서…….”
주먹을 불끈 쥐며 이까지 바드득 가는 모습이 여간 분한 게 아닌 모양이다.
‘혹시 동경을 노렸나?’
설마 동경을 노린 게 빗나가서 후쿠시마에? 설마! 일본을 아예 식민지배할 작정이 아니라면 그렇게 할 리가…….
‘있지 않은가!’
식민 지배라니!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일본은 한국을 한 번 식민지배한 적이 있다. 유지웅은 그 점을 명분으로 내세워 일본을 집어삼킬 작정은 아닐까?
‘그럼 왜 나를 엿 먹인 거…… 아!’
아차 싶었다.
공동 선언 뒤에 보기 좋게 일본을 포격했다. 그것도 워싱턴, 백악관 귀빈실에서 말이다.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면 빌클런 정권을 엿 먹이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이유는 얼마든지 갖다 붙일 수 있다. 맘에 안 들어서, UN 강퇴에 대한 복수, 영국에 대한 무력시위, 기타 등등.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라면 일차원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항상 그 이상을 바라보고, 고찰하고, 대비해야 한다.
“제 힘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함께 해요, 대통령.”
유지웅이 결연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모르는 이가 보기에는 아름다운 화해의 모습으로 보이리라. 그러나 그 악수의 몸짓을 본 순간, 빌클런은 불현듯이 깨달았다.
‘나를 옭아맬 셈이다!’
바로 그거다!
한국은 얼떨결에 유지웅과 운명공동체가 되었다. 대중은 한국과 유지웅을 세트로 묶어 비난하지만, 빌클런쯤 되면 뒤에 숨은 속사정을 안다.
한국은 어어어 하다가 페이스를 잃고 유지웅한테 이리저리 휘둘리게 된 케이스다. 힘의 격차도 있고, 달리 선택지도 없어 저 신세가 되었다. 정작 예전보다 더 살림이 핀 것 때문에 아직까지는 잘 굴러가고 있지만.
유지웅은 지금 미국, 정확히는 현 미국 정권을 그렇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바로 빌클런 자신을 한국처럼 어쩔 수 없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손을 잡게끔 만들려는 게 틀림없었다.
‘그럴 순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비장했다. 세계 최강대국의 수장으로서 타인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정치 생명이 끝장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가능할까?’
하지만 어떻게? 유지웅은 그 자체로 흉악한 무기다. 로켓포도 안 먹힌 인간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핵이라도 날려? 워싱턴 한복판에?
무기로? 전략으로? 화술로? 인질로?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맹렬히 궁리하고 있을 때였다.
“블랙 등급 괴수는 매우 위험합니다. 결정도가 적어도 10만 이상은 됩니다. 현재로서는 그 어떤 국가도 막을 수 없습니다. 오직 저 빼고는 말이죠.”
“……그게 무슨 말입니까?”
빌클런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일본을 같이 없애자던 사람이 웬 뜬금없이 괴수 이야기지?
그리고 방금 뭐라고 했나? 블랙 등급이라고 하지 않았나?
“블랙? 그게 뭡니까?”
“아, 그러니까…….”
유지웅은 뭔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고 말문이 막힌다. 전형적인, ‘급해 죽겠는데 이걸 언제 다 설명해?’라는 표정이다.
“레드 상위 등급 괴수입니다. 결정도 10만의 퍼플 결정체를 체내에 지닌 개체지요. 그 놈이 일본에서 감지돼서 제가 공격을 했지만, 빗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숨어버렸습니다.”
“지금 그걸 믿으란 말입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했다. 그러니까 문맥만 이해했다.
뭐? 블랙 등급이 뭐? 일본에서 감지 뭐? 그래서 쳤다고? 지금 그걸 믿으라고?
대통령은 숨을 골랐다. 물론 믿지 않는다. 지금까지 유지웅의 행적을 보면 믿지 않는 게 속 편하다. 하지만 대놓고 ‘난 널 못 믿는다.’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래서 대통령은…….
“귀하의 주장은 아무런 증거가 없습니다. 저로서는 귀하가 저를 곤란케 만들기 위해 그랬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어, 듣고 보니 이야기가 그렇게도 되네요?”
“…….”
이번 임기 다 채우려다가는 아무래도 홧병이 나서 죽지 않을까 싶다.
“혹시 목격자가 없나요? 괴수가 난동을 부리다가 하늘에서 땅하고 떨어진 빛에 놀라서 도망갔다, 뭐 그런 제보 같은 거 없었나요?”
“그런 제보는 없습니다. 하늘에서 느닷없는 포격으로 일대가 날아갔다는 보고는 있었죠. 전문가들 설명으로는 10킬로톤급 전술핵에 버금가는 위력이라 했습니다. 지금 일본에는 핵의 공포가 재림한 상태입니다.”
“어, 그렇게 쎄게는 안 쐈던 것 같은데……?”
심지어 그게 살살 쏜 거란다. 이 청년, 정말 사람이기는 한 건지 이제는 절박한 마음까지 들 정도다.
“MD망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목격자도 없습니다. 귀하의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습니다.”
“음……. 증거 모아서 들이대고 항변하고 결백을 입증하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할 수 없네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
너무나 깔끔하게 포기하자 빌클런은 속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감정은 분노라기보다는 기가 막힘에 가까웠다. 한 백배쯤 압축한 거?
“결백 입증이 본인 스타일이 아니라는 건 무슨 뜻입니까?”
“원래 그렇게 안 살았거든요. 그래야 할 필요도 별로 못 느끼고요.”
그렇게 안 살았다는 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후자는 확실히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아쉬울 게 없다 이거 아닌가. 원래 절대적인 무력을 갖고 있으면 그렇다. 구구절절하게 변명하거나 그래야 할 정도로 아쉬울 게 없다.
“귀국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이놈은 꼭 잡아야 하니까 저도 움직여야겠네요. 러시아로 가서…….”
“잠깐만요!”
대통령은 기겁해서 말을 잘랐다. 유지웅이 어서 대답하라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대통령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온몸의 혈관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전신 혈액 속에 울화가 둥둥 떠다니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러다가 모세혈관이 터질지도.
만에 하나 유지웅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그래서 러시아와 손을 잡고 블랙 몹인지 하는 놈을 처리한다면? 지금도 벼랑 끝에 몰렸는데, 아예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했다.
“……협조하겠습니다.”
“진작 그러시지. 저 암 걸릴 뻔했잖아요.”
빌클런은 이 순간, 한국 대통령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 * *
“블랙 몹이라고요?”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칠드그린까지 참석한 가운데 유지웅은 극비 회의를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미국 대통령까지 참석한 백악관 회의실에서 그가 회의를 주최하고, 주도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다들 그 점을 거북해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태연했다. 직접 빔 프로젝터를 켜고, 서랍을 뒤져 레이저 포인트기까지 꺼내 와서 능숙하게 회의를 주도했다.
가만?
‘어? 그게 거기 서랍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이 방은 처음일 텐데?’
‘마치 많이 해본 솜씨잖아? 대체 어떻게?’
특히 칠드그린의 눈빛이 번뜩였다. 유지웅이 이 방 구조를 저리 잘 안다는 것은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백악관의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다는 반증 아닌가.
“……이와 같이 설명한 대로, 이 놈은 대단히 강력합니다. 이 놈이 마음만 먹으면 미국을 멸망시키는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싸우는 건 저 혼자 하겠습니다.”
“그 말은 귀하도 일주일이 걸리지 않는다는 겁니까?”
대통령의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중간에 뼈아픈 수식이 생략된 질문이기도 했다. 유지웅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요. 한 번 해볼까요?”
“돼, 됐습니다!”
“참 싱거우시긴. 아무튼 싸우는 건 제가 할 테니 미국이 해주셔야 할 것은 이놈을 탐지할 수 있도록 차세대 MD망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차세대 MD망이 그렇게 단시간 안에 쉽게 개발되는 게 아닙니다. 만약 그 사이에 일이 터지면 어떡합니까?”
“그 점은 걱정 마세요. 그걸 가능케 해 줄 인재들을 마침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그 인재들을 모으는 것이 미국이 우선 해줘야 할 일입니다.”
유지웅은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치며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에 모든 힘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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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져스! 모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