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47)
00847 %3C프리시즌 딜러편%3E 이건 미친 짓이야 =========================================================================
“저 녀석이야. 우리가 노리고 온 놈.”
“저게 블랙 몹이라고?”
“응.”
“하지만 저 사람은 어떻게 탱킹이 가능한 거야?”
정효주는 의문을 품고 중얼거렸다. 보통 결정도가 5,000을 웃도는 레드 몹 탱킹도 버거워한다. 하물며 블랙은 10만 이상부터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어떻게 탱킹이 가능하지?
“쟤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탱커거든.”
“가장 단단한? 세상에서?”
“응. 쿤겐 슐제거라고, 방어력 하나는 정말 알아 줘.”
이름까지 알고 있다? 정효주는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꼈다. 면식이 있는 사이 같지는 않은데 유지웅이 저 여자에 관해서 너무 자세히 알고 있었다. 타국 레이더를 안다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나, 하필 그 대상이 쭉쭉빵빵 늘씬한 미녀일 건 뭔가.
“대신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그래서 탱커로 활동 안 하고 근접 딜러로 활동했었는데…….”
“약점?”
“응. 어그로를 전혀 못 잡거든.”
“……?”
잠깐 동안이지만 정효주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다. 유지웅이 자세하게 다시 설명했다.
“딜이 관통형이 아니라 타격형이라서 괴수 방어막을 뚫고 들어가질 못해. 일반 딜러와 같지.”
“아.”
“오, 바로 이해했구나? 우리 효주, 머리 좋네?”
탱커의 공격은 송곳처럼 괴수의 방어막을 뚫고 피부까지 침투한다. 그래서 괴수에게 통증을 주는 식으로 화를 내게 만든다. 반면 딜러의 공격은 방어막을 타격하여 중화시킨다.
딜러의 공격이 더 치명적임에도, 괴수가 탱커에게 분노를 품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미개한 짐승답게 당장 아픈 공격부터 집중하는 것이다.
“아무리 쿤겐이래봤자 4급 충격을 버티는 게 고작일 텐데, 잘 버티네? 칼리타가 아직 불안정해서 그런가?”
“4급 충격을 저렇게 버티는 거면 엄청난 거 아니야? 그런데도 저게 불안정한 거라고?”
“말했잖아. 저거 블랙이라고. 레드 아니야.”
보통 탱커가 버틸 수 있는 충격 수치는 3급이 한계다. 3급 충격을 받을 경우 행동에 심한 제약이 오는 부상을 입으며, 레이드 난해 판정을 받는다. 4급 충격은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부상을 입히며, 힐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죽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레이드 불가 판정을 받는다.(5급은 즉사)
옐로 몹의 공격력은 1-2단계를 웃돈다. 레드 몹은 3-4단계를 웃돈다.
유지웅 말대로라면 지금 저 괴수는 4급 충격 수치에 해당하는 공격력을 마음껏 뿌리고 있다는 소리다. 정효주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럼 빨리 도와야잖아!”
“가만있어 봐. 돕긴 도와야겠는데…….”
대충 보니 쿤겐은 잘 버티고 있었다. 당장 손을 쓰지 않는다고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있었다.
‘어쩐다?’
지금 나서서 칼리타를 물리치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퍼플 결정체의 소유권이 애매해진다. 그렇다고 미국을 겁박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기껏 썸 타기로 했으면서 일방적으로 연락 끊고 잠수를 탄다? 그런 나쁜 남자가 될 수는 없지.
“좋아! 결정했어!”
“나도 도울게!”
“아니. 일단 여기 가만히 있어.”
“……?”
정효주가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것도 무시한 채, 유지웅은 왼손을 가슴께까지 들어올렸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왼손이 불그스름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피부 아래 태양이 타오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도 모르게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자 정효주가 흠칫 놀라서 한 걸음 물러났다.
‘저게 뭐지?’
저런 종류의 비거라니? 들어본 적도 없었다. 정효주는 어쩌면 저 왼손이 유지웅이 지닌 힘의 근원이 아닐까 생각했다.
―크아아앙!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칼리타가 갑자기 공격을 멈춘 것이다. 불안한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칼리타는 하늘 높이 커다란 포효를 터트렸다.
“뭐야? 갑자기 왜 저래?”
“녀석이 최후의 공격을 하려나 봐!”
“쿤겐! 피해요!”
힐러진은 난리가 났다. 쿤겐마저 당하면 더 이상 남아 있는 탱커가 없다. 공격대는 전멸하고, 텍사스는 지옥이 될 것이다.
‘자, 무섭지? 무섭지? 어서 도망가! 어서!’
유지웅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는 지금 왼손에 힘을 가득 응축한 상태였다. 인간은 느낄 수 없지만 괴수라면 알아차릴 것이다. 지금 자기를 잡아먹을 수도 있는 강력한 천적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그것은 맹수의 본능이었다.
‘무섭잖아? 어서 도망가라고!’
목소리가 닿을 리도 없지만, 유지웅은 속으로 재촉했다.
이대로 겁을 집어먹은 칼리타가 도주하면 즉시 쫓아간다. 그리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몰래 슥삭할 생각이었다. 그럼 미국 몰래 녹서스의 돌, 아니 퍼플 결정체를 얻을 수 있다.
그런 계획이었는데…….
“꺄아아악! 안 돼!”
“쿠, 쿤겐!”
“누가 저거 좀 막아 봐! 딜러들, 뭐해요! 빨리 공격해!”
본진에서 비명이 터졌다. 칼리타가 쿤겐을 통째로 집어삼켜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쿤겐은 제대로 반항조차 못했다. 우왕좌왕하던 딜러진이 일제사격으로 딜을 퍼부었지만 칼리타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쿤겐을 그대로 꿀꺽 삼켰다.
“어떡해! 어떡해!”
정효주도 숨이 넘어갈 듯이 놀라서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나 정작 숨이 넘어갈 인간은 따로 있었다.
‘아, 아니! 그건 우리 효주를 위한 약속된 이벤트라고! 이 멍청한 반쪽짜리 블랙 몹아!’
물론 애초 계획은 칼리타를 죽여서 나온 퍼플 결정체를 정효주에게 흡수시키는 것이지, 전생처럼 그녀가 일부러 먹히게 해서 흡수하도록 할 마음은 없었다. 아무래도 그건 위험하잖아?
근데 자신(왼손)의 존재를 느끼고 도망갈 줄 알았던 녀석이 오히려 쿤겐을 집어삼켜버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아차! S급장비!’
퍼뜩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쿤겐은 순도 높은 S급 장비를 가지고 있다. 괴수도 분명 그것을 느꼈으리라.
‘이런! 실수다!’
위험한 천적의 존재가 느껴지자 다급한 칼리타는 쿤겐까지 통째로 S급 장비, 즉 블루 결정체를 집어삼킨 것이다. 녀석으로서도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체내에서 녹서스의 돌 에너지가 폭주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결정 에너지를 더하는 것은, 빵빵하게 부풀린 풍선에 공기를 더 집어넣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젠장! 젠장!”
유지웅은 즉시 뛰어나갔다. 일을 망쳐 버린 칼리타를 향해 분노의 고함을 내지르며, 있는 힘껏 달려들었다.
“이 망할 놈아아!”
그의 왼손이 눈부시게 빛났다. 어두운 들판에 작은 태양이 떠올랐나 싶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었다. 칼리타의 목을 향해 그는 있는 힘껏 레프트 풀 스윙을 날렸다.
콰과과광!
산사태라도 난 듯한 굉음이 사방을 찢어발겼다. 공기가 진동하고 지면이 흔들렸다. 비명마저 들리지 않는 굉음 속에서, 살아남은 미국 레이더들은 두 귀를 틀어막은 채 울먹였다.
그리고 굉음이 멈추고, 모든 소리가 사라진 적막 가운데, 쿵 하고 거체가 무너지는 소리만이 울렸다.
“주, 죽었어……?”
“저 사람은 누구야?”
“레드 몹을 한 방에 잡다니…….”
블랙 등급을 모르는 이들에게 칼리타는 대단히 강력한 레드 몹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레드 몹을 단독으로, 그것도 한 방에 때려잡는 사람이라면…….
“유, 유지웅 딜러다!”
“흉악한 테러리스트!”
“꺄아악!”
아무리 유지웅이 백악관과 화해를 했다지만 미국 국민들 상당수는 테러리스트라는 인식과 반감을 갖고 있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이들이 바로 그랬다. 그리고 그 반감은 큰 두려움을 기반으로 쌓인 것이다.
한편 레이더들이 겁에 질린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유지웅은 묵묵히 쓰러진 칼리타를 향해 걸어갔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놓을수록 칼리타의 전신이 희미하게 변했다. 몸이 흩어질수록 보랏빛 안개가 짙게 피어올랐다.
마침내 칼리타의 흩어진 몸 사이로 알몸의 소녀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창백하리만치 새하얗고 고운 피부, 짙은 속눈썹과 보기 좋게 부풀어 오른 가슴은 남자라면 욕망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었다. 허리까지 닿을 만큼 길게 기른 은색 머리카락은 끈적끈적한 괴수의 체액에 젖어 있었지만, 그마저도 그녀가 본래 지닌 아름다움을 퇴색시키진 못했다.
그녀의 주위를 맴돌던 보랏빛 안개는 눈코입, 그리고 피부를 통해 그녀의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마침내 모든 안개가 그녀의 흡수된 순간, 유지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오…….”
한밤중에 몰래 나왔는데, 결국 허탕을 치고 말았네? 하필 다른 이도 아니고 쿤겐이 녹서스의 돌을 얻어버렸으니, 이거 화를 내기도 애매하다. 전생의 충실한 보모이자 집사이며 충신이었던 소녀 아닌가.
“으으윽…….”
이윽고 쿤겐이 신음과 함께 눈을 떴다. 유지웅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겉옷을 벗어 그녀의 몸에 덮어 주었다.
힘들게 눈을 뜬 그녀는 유지웅과 시선이 마주쳤다. 처음에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Who are you?”
“유지웅. 테러리스트. ……라고 하면 알려나?”
“다, 당신은!”
쿤겐은 눈을 번쩍 뜨며 놀라워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한국어에 몹시 유창했던 기억이 난다. 이야기가 쉬워질 것 같다.
전생에서는 그녀에게 항상 존대를 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녹서스의 돌을 그녀가 흡수한 것을 확인한 순간 유지웅은 속으로 결심한 게 있었다.
바로 그녀를 직속으로 끌어들이는 것. 이른바 글로벌 스카웃이다! 그를 위해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독재자의 이미지가 더 어울릴 것이다.
“그래, 네 생명의 은인이다. 쿤겐 슐제거. 아니, 테레사 앨지노어라고 불러줄까?”
가문 외에 누구도 아무도 알지 못하는 본명에, 그녀의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좋았어! 기선을 제압했다! 유지웅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의 무훈은 인상 깊게 봤다.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어. 그래서 말인데, 당신을…….”
“흐으윽!”
“뭐, 뭐야!”
“모, 몸이 뜨거워! 뜨거워! 나, 날 좀 어떻게……!”
“으아아악! 마, 말 좀 하자고!”
우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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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겐… 1회차에서도, 2회차에서도 나를 번뇌에 들게 하는 서브 히로인…
후우.. 번뇌마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