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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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유지웅의 실종으로 미 정부는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CIA, NSA, EIS 등 주요 정보기관은 총역량을 동원해서 유지웅의 행적을 추적했다. 각 정보기관의 수장들은 며칠째 퇴근도 하지 못한 채 실무진의 보고를 받고, 사건을 지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정작 유지웅이 터트린 일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대어를 낚은 기관이 있다. 바로 FBI다.
FBI는 오랫동안 텍사스를 활보하며 갖은 범죄를 저질러온 마피아 케이넌파를 소탕하는 쾌거를 올렸다. 너무 증거가 확실했기에 대부 등 주요 고위직은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조직의 해체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다른 기관은 유지웅이 사고치는 바람에 모든 요원들이 철야 작업 중인데, FBI는 엉겁결에 대실적을 놀리게 되었으니, 당연히 보는 눈이 고울 리가 없었다.
“케른스터드 국장, 요새 아주 신수가 훤하십니다?”
“그, 그래 보입니까?”
“네. 아주 큰 거 하나 올리셨다고요? 이거 잘하면 의회까지 진출하시겠습니다?”
수척한 얼굴의 정보수장들이 마주칠 때마다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진다. FBI 국장도 사람이다 보니 아무래도 좀 그들에게 미안했다. 물론 속에서는 웃음 때문에 입이 찢어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지만…….
“부국장은? 부국장은 대체 어디 있나?”
“잊으셨습니까? WCO인가 하는 국제기구 창설 때문에 유지웅 딜러한테 강제로 끌려갔잖습니까. 조만간 사직서를 제출해야 할 것 같던데요.”
“뭐? 사직서? 누구 마음대로!”
핼쑥해진 루딘 국장이 부르짖었다. 실무장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졸지에 그가 총지휘자의 입장에서 기관을 통제하게 되었다. 그러니 억울할 수밖에.
보좌관은 딱하다는 듯이 말했다.
“부국장님이 제출하지 않아도 백악관에서 사직서 제출을 요구할 모양입니다. 사실 백악관 입장에서도 그게 여러 모로 이익이지 않습니까.”
유지웅이 정확히 뭘 하려는지는 모르지만, WCO를 통해 상당히 큰 야심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안다. 그곳 수장으로 미국인을 스카웃해줬는데 백악관으로서는 당연히 땡큐다.
아무튼 EIS 등을 비롯한 미국 내 정보기관들은 그렇게 총력을 동원해 유지웅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사나이만큼은 달랐다.
‘이상하다. 이건 뭔가 잘못 됐어.’
그레이브스는 그런 꺼림칙함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기관이 돌아가고 있는 방향을 보면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유지웅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은 좋은데, 어째서인지 자신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왜 자신이 이런 건지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치프, 왜 그러십니까?”
“응? 아무 것도 아닐세.”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치프, 요즘 보면 뭔가 다른 생각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오랫동안 그를 서포트하며 보조를 맞춰온 여성 요원, 소냐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근래 업무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상관을 진심으로 걱정했다.
“그게……. 지금 모든 첩보기관이 나서서 유지웅 딜러를 찾아내는데 혈안이지 않나?”
“그렇지요.”
“이상한 의심이 들어.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하는 꺼림칙함을 떨칠 수가 없단 말이야. 뭔가 방향성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할까?”
“하지만 그 자를 찾아내지 않으면 미국의 안보가 위태롭게 됩니다.”
각 정보기관들 장이 걱정하는 게 바로 그 점이었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유지웅이 갑자기 날뛰기 시작하면? 미국은 영국 이상 가는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그 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그를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유지웅 딜러가 이번에 미국 땅을 밟은 건 호의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서가 아닌가? 정말 미합중국에 큰 악의를 품었다면 뭐 하러 수고롭게 마피아를 족치나? 그 덕분에 자기 행적이 노출되기까지 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자기 목적을 해석할 수 없게끔 만들기 위한 간단한 교란책입니다.”
“CIA나 NSA야 그렇게 보고 있지. 하지만 난 정말 그런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어.”
“루딘 국장님도 그런 시각으로 사태를 보고 있습니다만.”
“……그렇긴 하지만.”
세 정보기관은 소냐의 말대로 마피아 소탕은 유지웅의 교란책으로 보고 있었다. 즉 그가 원래 잠적한 목적을 감추기 위한 작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잠적 목적은 아마도 미국에 해악을 끼치기 위해서가 틀림없으리라. 유지웅이 영국에서 벌인 일 때문에 그를 희대의 테러리스트로 보는 정보기관장들다운 추측이었다.
그러나 그레이브스는 답답했다. 목구멍에 보이지 않는 가시가 낀 것만 같았다.
‘이상해. 이상하단 말이야.’
겨우 그거라고? 그렇게 일이 쉽단 말이야? 아니야,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
‘부국장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그레이브스는 WCO 창립 작업에 시달리고 있을 부국장을 떠올렸다. 얼마 전에 조언을 받으러 갔다가 피폐한 얼굴을 보고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한 채 그대로 돌아와야 했다. 자신의 영원한 멘토인 칠드그린 부국장이라면, 이럴 때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소냐! 텍사스에 관련 된 모든 이상 자금 흐름 데이터를 가져다주게!”
“이상 자금이라면, 어느 정도 규모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1억……, 아니 10억 달러 이상! 그 이상의 자금이 관여된 정황이나 조짐이 있다면 증거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가져오게! 터무니없는 추측이라도 좋고, 실무선에서 폐기된 데이터라 해도 상관없어! 전부 다 가져오게!”
“네, 알겠습니다.”
그레이브스가 무엇을 노리는지는 몰랐지만, 소냐는 언제나 그렇듯이 묵묵히 그의 지시를 이행했다. 그를 서포트하는 것은 그녀의 업무이자 존재 의의이기도 했다.
한참 후 소냐가 보낸 내부 이메일이 도착했다. 그레이브스는 이메일을 열고 자료의 홍수로 침전해 들어갔다.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그는 수염이 까칠까칠한 얼굴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유레카! 바로 이거야!”
“치프? 뭔가를 찾으셨나요?”
“이럴 시간이 없네! 서둘러 비행기를! 지금 바로 휴스턴으로 가야 해!”
“휴스턴이요?”
소냐는 당황했다. 다른 정보기관에서는 유지웅이 이미 텍사스를 탈출해 서진 중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레이브스는 정작 텍사스 내부에 있는 휴스턴으로 가고자 한다.
“그래! 지금 당장 휴스턴 우주센터로 가겠다!”
소냐는 어리둥절했지만 그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두 남녀는 곧바로 채비를 마치고 휴스턴 우주센터로 떠났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우주센터는 이미 저녁을 맞이한 때였다. 둘은 EIS 정보요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우주센터 내부에 들어갔다.
그레이브스는 곧장 컨트롤 타워로 향했다. 우주센터 내외부에 설치된 모든 CCTV를 확인할 수 있고, 센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감시할 수 있는 장소였다.
어두컴컴한 컨트롤실은 수많은 LED 점이 명멸하고 있었다. 마치 별이 가득한 하늘에 떠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레이브스는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감시화면을 살피기 시작했다.
소냐가 물었다.
“치프, 여기서 무엇을 하시려고요?”
“유지웅 딜러는 분명히 우주센터로 온다.”
“그가 왜요?”
소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주센터는 그다지 중요한 전략기점이 아니다. 특히 유지웅이 우주센터를 노릴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아까 자네가 준 데이터에서 최근 10년 간 텍사스 주에서 유입된 자금 흐름을 봤다. 이상할 정도로 록펠러 가문에서 우주센터에 많은 투자를 했더군. 그것도 직접적인 투자 외에 이름을 감추기 위한 우회적인 투자금액도 상당했다. 무려 5배 이상 차이가 났으니까.”
“치프,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소냐는 더욱 이해가 안 갔다. 록펠러 가문이 우주센터에 투자한 것과 유지웅이 이곳에 올 거라는 게 어떤 연관이 있단 말인가?
“소냐, 자네도 알고 있지? 오래 전부터 록펠러 가문이 전 세계에 흩어진 블루 결정체를 사들였다는 것을 말이야.”
“네, 알고 있어요.”
“록펠러 가문이 블루 결정체의 비밀을 파헤치려고 한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 연구의 정확한 방향성은 아무도 알지 못했네. 그저 짐작만 하고 있었지. 그런데 그중 흥미로운 가설이 하나 있었네.”
“뭔가요?”
이제 소냐는 조금 전의 의구심도 잊은 채 그레이브스의 설명의 푹 빠져 있었다.
“바로 블루 결정체를 융합해서 상위 결정체를 얻기 위한 연구라는 가설이었지.”
“설마, 그게 가능해요?”
“물론 많은 이들이 그걸 믿지 않았어. 나도 그냥 웃어넘겼으니까. 하지만 얼마 전에 텍사스에 나타난 블랙 몹을 생각해보게.”
“아!”
“유지웅 딜러가 때마침 방문한 날, 때마침 블랙 몹이 나타나고, 때마침 그 장소가 텍사스이며, 때마침 록펠러가 수십 억 달러가 넘는 연구 자금을 남 몰래 쏟아 부은 장소이고, 때마침 타이밍 좋게 그가 블랙 몹을 무찔렀다? 이 모든 게 과연 우연이라고 생각하나?”
“그럼 치프는…….”
“그래.”
그레이브스는 자신 있게 말했다.
“우주센터는 위장이다. 이곳에서 록펠러 가문의 결정체 융합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거야. 그 블랙 몹은 사고였고. 록펠러가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가문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텍사스를 속속들이 방문하지 않았나?”
“그럼 유지웅 딜러는 처음부터 그 모든 걸 알고 온 거군요.”
“그래, 그 자는 틀림없이 이곳에 온다. 이 휴스턴 우주센터 어딘가에 있을 보물을 얻기 위해.”
짝. 짝. 짝짝. 짝짝짝. 짝짝짝짝.
어둠 속에서 나지막한 박수 소리가 울렸다. 그레이브스는 흠칫 놀라 재빨리 권총을 빼내 겨누었다. 소냐도 지체 없이 은폐하며 무기를 겨누었다.
“약간 빗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훌륭한 추론입니다. 역시 조금도 변한 게 없군요, 그레이브스 국장님.”
다행히 그레이브스는 한국어를 할 줄 안다. 그는 낮게 외쳤다.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사실 당신이 이렇게 찾아올 줄 몰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찾아가려 했는데, 수고를 덜었군요.”
마침내 어둠 속에서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이 비춘 청년의 얼굴을 확인한 그레이브스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오히려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과연 시간을 거슬러도 그 통찰력과 판단력은 녹슬지 않았군요. 당신은 나를 위해서 일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자, 받으세요.”
그리고 유지웅은 뭔가를 휙 던졌다. 그레이브스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들었다. 조그만 주머니였다. 구슬 같은 게 들어 있었다. 안을 열어본 그는 기겁하고 말았다.
“블루 결정체!”
그것도 다섯 개나!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자, 그럼 첫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지금부터 부의장님이 해주셔야 할 일은…….”
“자, 잠깐!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무슨 이야기냐니요? 저는 당신의 통찰력과 판단력, 그리고 행동력에 감탄했고 그래서 고용했습니다. 지금 드린 블루 결정체는 당신이 평생 받을 연봉입니다. 자, 대답이 됐나요?”
이게 무슨 개소리야! 내가 언제 OK를 했다고!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떤 제안도 수락한 적 없습니다!”
“어, 그럼 거절할 거예요? 그거 블루 결정체인데? 다섯 개인데?”
“…….”
“결정도 하나당 6,000은 넘을 텐데? 그냥 IACP에 원료로 내다팔기만 해도 30억 달러는 훨씬 넘게 줄 텐데?”
“자, 잠시만요. 생각할 시간을 좀…….”
============================ 작품 후기 ============================
-안 돼! 절대 OK를 해선 안 돼!
“어째서! 30억 달러라고 하잖아!”
-그가 너를 은근슬쩍 부의장이라 부른 것을 생각해!
“?? 그게 뭐가 잘못됐는데? 당신 누구야! 정체를 밝혀라!”
-나는 너의 유령이다. 평생 일만 하다가 지금으로부터 300년 후에 과로사하게 되지…